현장르포〈1편〉숟가락 들다 뛰쳐나간 현장, 의암호 선박사고

입력 2020.08.15 (09:07) 수정 2020.08.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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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 의암호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났던 2020년 8월 6일, 의암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1만 톤에 달하는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출처: 뉴스9강원 화면

강원 춘천 의암호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났던 2020년 8월 6일, 의암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1만 톤에 달하는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출처: 뉴스9강원 화면

※ 2020년 7월 31일 저녁부터 8월 14일 현재까지 강원도 철원에는 최고 1,03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겨우 보름만에 지난해 1년치 강우량과 맞먹는 많은 비가 내린 것입니다. 춘천 북산의 누적 강우량이 700mm를 넘겼습니다. 철원의 저지대 마을들은 완전히 물에 잠겨 저수지로 변했습니다. 춘천 의암호에서는 선박 3척이 전복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연속 기획 보도는 이번 집중호우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던 KBS 취재기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한 기록입니다.

■숟가락 들다 뛰쳐나간 의암댐 사고 현장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수난사고 알림 문자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수난사고 알림 문자

6일 낮 12시 5분 경. KBS 춘천방송총국 9층 구내식당에 앉아 세 숟가락 정도 떴을 때쯤이었습니다. 지금 바로 의암댐으로 가보라는 취재부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의암댐에 사고가 났다는데 일단 현장으로 가봐"

다급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3층 보도국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취재 장비를 챙기고, 현장으로 떠나려던 참인 12시 10분쯤,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춘천 서면 덕두원리 의암댐 인근'
'의암호에 설치된 인공수초섬 떠내려감'
'구조하던 보트 전복 사람 3명 물에 빠짐'

의암댐에서 쏟아낸 물, 평소의 '30배'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사고 현황판 사진.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사고 현황판 사진.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쯤, 이미 저희 취재진은 의암댐 현장을 다녀온 터였습니다. 강물 위로 수십 개의 드럼통이 떠내려온다는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의암댐 하류 부근에 도착했을 때, 이미 강물은 진흙처럼 탁한 색이었습니다. 이어진 폭우에 강물은 불어날 대로 불어나 있었고, 나뭇가지들과 부유물들의 위치가 시시각각 변할 정도로 유속이 빨랐습니다. 누군가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위험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선박들이 작업했었다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문자를 받고, 머리에 스친 생각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악천후에 배가 의암호에 투입됐는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춘천댐 방류량은 초당 4,200톤 이상이었고, 소양강댐 방류량도 초당 2,600톤가량이었습니다. 이 두 물이 합쳐지는 의암댐에선 초당 10,000톤이 넘는 물을 방류하고 있었습니다. 의암댐이 평소 발전용으로 물을 내보낼 때보다 30배가량 많은 양입니다.

의암댐에 도착해보니,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언론사 여기저기에서 달려온 기자들이 경찰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자들은 주차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목격자와 사고 관계자를 찾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빠졌는지, 몇 명이 빠졌는지, 왜 빠졌는지…'

살아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찾아서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현장지휘소. 출처: ‘뉴스9강원’ 화면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현장지휘소. 출처: ‘뉴스9강원’ 화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인명 구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의암댐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강물은 여전히 빠르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황급히 의암 댐 하류 방면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달리며, 구조 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15분쯤 이동해 강원도 춘천과 경기도 가평의 경계지점인 경강대교가 나왔습니다. 강에 떠 있는 빨간 보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19구조대의 보트였습니다. 곧 119구조대 차량도 나타났습니다.

다리 아래에는 소방서 지휘 차량과 구조대, 수난구조대, 구급 차량 등 10여 대가 모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천막 여러 개를 들고 오더니 이내 현장지휘소를 차렸습니다. 상황 보고판에 적힌 사고 상황 개요와 인명피해 내역이 눈앞에서 계속 수정됐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했습니다. 약 30여 분만에, 실종자 수는 7명에서 8명으로, 구조 인력은 21명에서 43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고 한 시간여만에 사고 개요들이 하나둘씩 정리됐습니다.

이번 사고는 강원도 춘천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 섬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다 배 3척이 급류에 휩쓸려 전복된 겁니다. 이 사고로 모두 8명이 물에 빠졌습니다. 2명은 구조됐지만, 1명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사고 당시 5명은 실종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구조 현장에서 사고 상황을 전하기 위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유속을 보여주기 위해 한 레저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바지선 위에 올랐습니다.

강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최대한 강물에 가까워지려는 듯 보였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었습니다. 잔뜩 불어난 강물은 그들의 발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 위아래로 오갔습니다.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유족들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밤 9시가 됐습니다. 호수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자, 야간 수색작업도 종료됐습니다. 취재진도 방송으로 수색 종료 상황을 전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혹시 모를 구조 소식에 좀처럼 강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춘천 의암호 실종자 추가 구조 없어…내일 다시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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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르포〈1편〉숟가락 들다 뛰쳐나간 현장, 의암호 선박사고
    • 입력 2020-08-15 09:07:25
    • 수정2020-08-17 15:44:55
    취재K

강원 춘천 의암호에서 선박 전복 사고가 났던 2020년 8월 6일, 의암댐이 수문을 열고 초당 1만 톤에 달하는 물을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출처: 뉴스9강원 화면

※ 2020년 7월 31일 저녁부터 8월 14일 현재까지 강원도 철원에는 최고 1,037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겨우 보름만에 지난해 1년치 강우량과 맞먹는 많은 비가 내린 것입니다. 춘천 북산의 누적 강우량이 700mm를 넘겼습니다. 철원의 저지대 마을들은 완전히 물에 잠겨 저수지로 변했습니다. 춘천 의암호에서는 선박 3척이 전복돼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번 연속 기획 보도는 이번 집중호우 당시, 현장으로 달려갔던 KBS 취재기자들이 직접 보고, 느끼고, 체험한 기록입니다.

■숟가락 들다 뛰쳐나간 의암댐 사고 현장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수난사고 알림 문자
6일 낮 12시 5분 경. KBS 춘천방송총국 9층 구내식당에 앉아 세 숟가락 정도 떴을 때쯤이었습니다. 지금 바로 의암댐으로 가보라는 취재부장의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의암댐에 사고가 났다는데 일단 현장으로 가봐"

다급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3층 보도국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취재 장비를 챙기고, 현장으로 떠나려던 참인 12시 10분쯤, 문자 한 통이 도착했습니다.

'춘천 서면 덕두원리 의암댐 인근'
'의암호에 설치된 인공수초섬 떠내려감'
'구조하던 보트 전복 사람 3명 물에 빠짐'

의암댐에서 쏟아낸 물, 평소의 '30배'

취재기자의 휴대전화로 들어온 사고 현황판 사진.
사고가 나기 1시간 전쯤, 이미 저희 취재진은 의암댐 현장을 다녀온 터였습니다. 강물 위로 수십 개의 드럼통이 떠내려온다는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의암댐 하류 부근에 도착했을 때, 이미 강물은 진흙처럼 탁한 색이었습니다. 이어진 폭우에 강물은 불어날 대로 불어나 있었고, 나뭇가지들과 부유물들의 위치가 시시각각 변할 정도로 유속이 빨랐습니다. 누군가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곤 생각조차 못 할 만큼 위험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선박들이 작업했었다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문자를 받고, 머리에 스친 생각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이 악천후에 배가 의암호에 투입됐는지 궁금했습니다.

당시 춘천댐 방류량은 초당 4,200톤 이상이었고, 소양강댐 방류량도 초당 2,600톤가량이었습니다. 이 두 물이 합쳐지는 의암댐에선 초당 10,000톤이 넘는 물을 방류하고 있었습니다. 의암댐이 평소 발전용으로 물을 내보낼 때보다 30배가량 많은 양입니다.

의암댐에 도착해보니,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언론사 여기저기에서 달려온 기자들이 경찰을 둘러싸고 질문을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기자들은 주차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목격자와 사고 관계자를 찾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빠졌는지, 몇 명이 빠졌는지, 왜 빠졌는지…'

살아있을지 모를 누군가를 찾아서

강원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현장지휘소. 출처: ‘뉴스9강원’ 화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인명 구조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의암댐 안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보니, 강물은 여전히 빠르게 흐르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강물에 휩쓸려 내려가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취재진은 황급히 의암 댐 하류 방면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강물을 따라 달리며, 구조 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15분쯤 이동해 강원도 춘천과 경기도 가평의 경계지점인 경강대교가 나왔습니다. 강에 떠 있는 빨간 보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19구조대의 보트였습니다. 곧 119구조대 차량도 나타났습니다.

다리 아래에는 소방서 지휘 차량과 구조대, 수난구조대, 구급 차량 등 10여 대가 모였습니다. 소방대원들이 천막 여러 개를 들고 오더니 이내 현장지휘소를 차렸습니다. 상황 보고판에 적힌 사고 상황 개요와 인명피해 내역이 눈앞에서 계속 수정됐습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했습니다. 약 30여 분만에, 실종자 수는 7명에서 8명으로, 구조 인력은 21명에서 433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사고 한 시간여만에 사고 개요들이 하나둘씩 정리됐습니다.

이번 사고는 강원도 춘천 의암댐 상류 500m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가는 인공 수초 섬을 고정하는 작업을 하다 배 3척이 급류에 휩쓸려 전복된 겁니다. 이 사고로 모두 8명이 물에 빠졌습니다. 2명은 구조됐지만, 1명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사고 당시 5명은 실종된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취재진은 구조 현장에서 사고 상황을 전하기 위한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유속을 보여주기 위해 한 레저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바지선 위에 올랐습니다.

강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최대한 강물에 가까워지려는 듯 보였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이었습니다. 잔뜩 불어난 강물은 그들의 발을 금방이라도 삼킬 듯 위아래로 오갔습니다.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던 유족들은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오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밤 9시가 됐습니다. 호수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자, 야간 수색작업도 종료됐습니다. 취재진도 방송으로 수색 종료 상황을 전한 뒤 자리를 떴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혹시 모를 구조 소식에 좀처럼 강가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연관 기사] 춘천 의암호 실종자 추가 구조 없어…내일 다시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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