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태풍 피해 총력 대응…당 간부 부각

입력 2020.09.05 (07:49) 수정 2020.09.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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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코로나에 장마, 연이은 태풍까지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북한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9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주요 소식 먼저 보시겠습니다.

최근 북한도 연이은 태풍으로 비상이었습니다.

강원도를 비롯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요 저수지들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면서 방송에서도 새벽부터 태풍 특보를 했는데요,

국가 위기의 체계적 대응을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와 맞물려 북한 고위 간부들의 두드러진 행보도 눈에 띕니다.

최근 국정원이 보고해 논란이 됐던 위임 통치, 즉 역할 분담이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한의 주요 관광 도시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별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강원도 원산.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간 뒤 원산 전역은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도로가 흙탕물에 뒤덮여 강처럼 변했고, 아파트와 가로수도 물에 잠겼습니다.

압록강 상류 허천강, 장진강 유역 저수지에는 한때 '큰물 특급 경보'가 발표되는 등 주요 저수지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이번 태풍 9호의 특징은 바람보다도 강수량이 많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132mm의 강한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렸습니다."]

태풍 바비로 이미 수해를 입은 북한은 또 한 번의 태풍 북상에 재난 방송 체제를 가동하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밤부터 새벽까지 방송을 끊지 않고 태풍 경로를 보도하는가 하면,

[조선중앙TV : "태풍 9호는 3일 3시 현재 대구 남쪽 42km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함경도와 강원도 곳곳에 방송원을 파견해 현장 상황을 신속히 전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여기는 함흥시 해안가 지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파도가 방파제를 올려 치고 있고 일부 도로가 침수되어서 차들이 운행하기 힘들 정도가 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붕을 고정하고, 짐들을 실내로 들이고 유리창을 테이프로 고정하는 모습 등도 카메라에 포착해 담았습니다.

기상 정보 관측 시각과 실제 방송 시간과의 시차는 2~30여 분밖에 나지 않았는데, 북한의 낙후된 방송 기술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시간 보도나 다름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신속 보도는 인명과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 제 옆으로 보이는 건.. 지난 1일 북한 노동신문 1면 기삽니다.

태풍 피해 현장을 찾은 리병철, 박봉주 부위원장의 사진이 크게 실렸는데요.

눈길을 끄는 건.. 그 아래, 김정은 위원장이 항일 투사 빈소에 화환을 보냈다는 소식이 조그맣게 실렸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동정이 간부들 활동 소식 뒤에 배치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북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 가운데 군사 부문을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채 태풍 피해 복구가 한창인 황해남도 장연군을 찾았습니다.

[조선중앙TV : "리병철 동지는 피해를 받은 농작물들의 비배(거름) 관리를 잘하며 한 알의 낱알도 허실 없이 거두어들이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도 토의하였습니다."]

대남,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들도 줄줄이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태풍 피해 지역은 경제를 총괄하는 박봉주 부위원장이나 내각 총리가 주로 시찰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노동신문은 리병철. 박봉주 부위원장의 태풍 현장 시찰 모습을 노동신문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보다 위에, 그리고 더 크게 배치됐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김영남, 김여정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의 행보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적은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동정이 간부들 활동 소식 뒤에 밀리듯 배치된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갑니다.

북한이 이렇게 간부들 움직임을 크게 부각하는 것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코로나19 와중에 태풍 피해까지 겹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애민 정치를 하고 있다라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그만큼 북한이 이 수해 문제 수해를 복구하는 문제가 절박한 사항이다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고 이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 위치가 어떻게 바뀌든 상관이 없다. 라고 하는 그런 김정은 위원장의 독특한 스타일이 여기에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최근 국정원 보고로 논란이 된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 통치, 정확히 얘기하면 역할 분담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권력 승계를 김정일 위원장은 21년간 했습니다. 국정 장악이 완벽하게 돼 있죠. 통제할 수 있죠. 김정은 위원장은 3년 정도밖에 국정운영 준비를 못했거든요. 그것도 20대 중반에. 국정을 잘 모르죠. 그러니까 믿을 만한 측근들한테 권한과 기능을 위임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김정은 체제 특성이에요 초기부터. 그런데 만일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처벌하는 거죠. 직책을 바꾸는 거죠."]

다만 당 고위 간부들의 전면 등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성을 훼손하거나, 북한의 전반적인 통치 방식 변화를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 위임 통치라는 말은 국내 정치에 쓰지 않습니다. 그거는 만들어낸 조어에 해당해요. 통치권을 위임했다라고 하는 거거든요. 통치권은 뭐냐, 통치권의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군통수권과 인사권입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군통수권가 인사권을 측근들에게 나눠줬겠습니까? 그런 체제는 거의 불가능해요."]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사실상 북한의 2인자’라고 표현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 또한 주목됩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말 정전협정체결일을 계기로 열린 노병대회 참석을 끝으로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특히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열린 정치국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아마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 주어진 역할들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고요. 예를 들어서 뭐 그런 수해 현장에 김여정이 나타나는 것보다는 지금 부위원장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라는 그런 판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종의 근신 상태에 있을 수도 있어요. 조심스러운 추론이죠. 그건 뭐냐, 6월 달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주도한 건 김여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6월 16일 날 폭파했고 6월 23일 날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 예비회의라는 특이한 회의를 열어 보류시켰거든요. 그거는 김여정 노선이 틀렸다는 얘기거든요."]

대북제재와 코로나, 수해 피해까지.. 북한이 삼중고에 직면하면서 당 창건 75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려던 당초 계획에도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코로나 우려 속에도 대규모 공연을 여는 등 내부 결속에도 힘을 쏟는 모습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함성.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이 젊은이들로 가득 찼습니다.

지난달 28일 북한 청년절을 맞아 열린 대규모 야외 콘서트입니다.

[은아/ 북한 유튜버 : "올해도 이런 공연이 마련될 줄은 몰랐습니다. 빨리 보고 싶습니다."]

무대 위 가수들은 아무런 방역 조치 없이 노래를 부르고 관람객들도 다닥다닥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띕니다.

불과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을 강조한 것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8월 25일/정치국 확대회의 : "강도 높은 방역조치 실시에 관한 당 중앙의 사상을 다시 한번 깊이 체득시키고..."]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제재와 코로나, 수해 등으로 피로가 쌓인 청년들의 불만을 이런 행사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 창건 75주년 올해 여러 가지로 어렵거든요. 성과를 내세울 게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청년절을 계기로 청년을 중심으로 어떤 정치적 선전, 정치적 이벤트에 주력한 게 아닌가..."]

이런 가운데 북한이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을 본뜬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이 집결했고, 이동 장비 수백 대가 대열을 갖춘 모습이

포착됐는데, 38노스는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열병식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서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곧 보게 될 것이다라고 공헌을 해놓고 아직 안 보이고 있거든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SLBM 잠수함 탄도 미사일 이런 것들, 그리고 작년 금년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던 신종 무기 세트들이 있어요."]

앞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겨냥해 전 세계 산업계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자칫 북한이 전략 미사일 공개 등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태풍 피해 예방과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당 고위 간부들의 전면 등장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확고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일련의 변화들이 실제 통치 방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진 않을지 당분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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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태풍 피해 총력 대응…당 간부 부각
    • 입력 2020-09-05 07:54:59
    • 수정2020-09-05 0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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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코로나에 장마, 연이은 태풍까지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북한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9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주요 소식 먼저 보시겠습니다.

최근 북한도 연이은 태풍으로 비상이었습니다.

강원도를 비롯한 곳곳이 물에 잠기고, 주요 저수지들이 위험 수위에 다다르면서 방송에서도 새벽부터 태풍 특보를 했는데요,

국가 위기의 체계적 대응을 강조한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때문으로 보이는데, 이와 맞물려 북한 고위 간부들의 두드러진 행보도 눈에 띕니다.

최근 국정원이 보고해 논란이 됐던 위임 통치, 즉 역할 분담이 실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북한의 주요 관광 도시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별장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강원도 원산.

제9호 태풍 마이삭이 휩쓸고 간 뒤 원산 전역은 물바다로 변했습니다.

도로가 흙탕물에 뒤덮여 강처럼 변했고, 아파트와 가로수도 물에 잠겼습니다.

압록강 상류 허천강, 장진강 유역 저수지에는 한때 '큰물 특급 경보'가 발표되는 등 주요 저수지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이번 태풍 9호의 특징은 바람보다도 강수량이 많은 것이 특징적입니다. 특히 새벽 3시부터 6시까지 132mm의 강한 폭우가 집중적으로 내렸습니다."]

태풍 바비로 이미 수해를 입은 북한은 또 한 번의 태풍 북상에 재난 방송 체제를 가동하며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특히 지난 2일 밤부터 새벽까지 방송을 끊지 않고 태풍 경로를 보도하는가 하면,

[조선중앙TV : "태풍 9호는 3일 3시 현재 대구 남쪽 42km 부근에 도달했습니다."]

함경도와 강원도 곳곳에 방송원을 파견해 현장 상황을 신속히 전달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여기는 함흥시 해안가 지역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파도가 방파제를 올려 치고 있고 일부 도로가 침수되어서 차들이 운행하기 힘들 정도가 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붕을 고정하고, 짐들을 실내로 들이고 유리창을 테이프로 고정하는 모습 등도 카메라에 포착해 담았습니다.

기상 정보 관측 시각과 실제 방송 시간과의 시차는 2~30여 분밖에 나지 않았는데, 북한의 낙후된 방송 기술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실시간 보도나 다름없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신속 보도는 인명과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금 제 옆으로 보이는 건.. 지난 1일 북한 노동신문 1면 기삽니다.

태풍 피해 현장을 찾은 리병철, 박봉주 부위원장의 사진이 크게 실렸는데요.

눈길을 끄는 건.. 그 아래, 김정은 위원장이 항일 투사 빈소에 화환을 보냈다는 소식이 조그맣게 실렸다는 점입니다.

김 위원장의 동정이 간부들 활동 소식 뒤에 배치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요?

북한 정치국 상무위원 5명 가운데 군사 부문을 총괄하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밀짚모자를 푹 눌러쓴 채 태풍 피해 복구가 한창인 황해남도 장연군을 찾았습니다.

[조선중앙TV : "리병철 동지는 피해를 받은 농작물들의 비배(거름) 관리를 잘하며 한 알의 낱알도 허실 없이 거두어들이기 위한 대책적 문제들도 토의하였습니다."]

대남,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들도 줄줄이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태풍 피해 지역은 경제를 총괄하는 박봉주 부위원장이나 내각 총리가 주로 시찰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노동신문은 리병철. 박봉주 부위원장의 태풍 현장 시찰 모습을 노동신문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습니다.

주목되는 건 김정은 위원장의 동정보다 위에, 그리고 더 크게 배치됐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김영남, 김여정 등 북한 고위 간부들의 행보가 노동신문 1면에 실린 적은 있었지만, 김 위원장의 동정이 간부들 활동 소식 뒤에 밀리듯 배치된 건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갑니다.

북한이 이렇게 간부들 움직임을 크게 부각하는 것은, 만성적인 경제난과 코로나19 와중에 태풍 피해까지 겹친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김정은 위원장이 정말 애민 정치를 하고 있다라는 것이 첫 번째 두 번째는 그만큼 북한이 이 수해 문제 수해를 복구하는 문제가 절박한 사항이다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것이고 이 주민들을 위한 것이라면 그 위치가 어떻게 바뀌든 상관이 없다. 라고 하는 그런 김정은 위원장의 독특한 스타일이 여기에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최근 국정원 보고로 논란이 된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 통치, 정확히 얘기하면 역할 분담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권력 승계를 김정일 위원장은 21년간 했습니다. 국정 장악이 완벽하게 돼 있죠. 통제할 수 있죠. 김정은 위원장은 3년 정도밖에 국정운영 준비를 못했거든요. 그것도 20대 중반에. 국정을 잘 모르죠. 그러니까 믿을 만한 측근들한테 권한과 기능을 위임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니까 김정은 체제 특성이에요 초기부터. 그런데 만일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처벌하는 거죠. 직책을 바꾸는 거죠."]

다만 당 고위 간부들의 전면 등장이 김정은 위원장의 절대성을 훼손하거나, 북한의 전반적인 통치 방식 변화를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단 위임 통치라는 말은 국내 정치에 쓰지 않습니다. 그거는 만들어낸 조어에 해당해요. 통치권을 위임했다라고 하는 거거든요. 통치권은 뭐냐, 통치권의 핵심은 최고지도자의 군통수권과 인사권입니다. 김정은 체제에서 군통수권가 인사권을 측근들에게 나눠줬겠습니까? 그런 체제는 거의 불가능해요."]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사실상 북한의 2인자’라고 표현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 또한 주목됩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7월 말 정전협정체결일을 계기로 열린 노병대회 참석을 끝으로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특히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열린 정치국 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러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아마 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름 주어진 역할들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고요. 예를 들어서 뭐 그런 수해 현장에 김여정이 나타나는 것보다는 지금 부위원장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라는 그런 판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일종의 근신 상태에 있을 수도 있어요. 조심스러운 추론이죠. 그건 뭐냐, 6월 달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주도한 건 김여정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빠가 6월 16일 날 폭파했고 6월 23일 날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군사 예비회의라는 특이한 회의를 열어 보류시켰거든요. 그거는 김여정 노선이 틀렸다는 얘기거든요."]

대북제재와 코로나, 수해 피해까지.. 북한이 삼중고에 직면하면서 당 창건 75주년을 대대적으로 기념하려던 당초 계획에도 상당 부분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요.

코로나 우려 속에도 대규모 공연을 여는 등 내부 결속에도 힘을 쏟는 모습입니다.

화려한 조명과 함성.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이 젊은이들로 가득 찼습니다.

지난달 28일 북한 청년절을 맞아 열린 대규모 야외 콘서트입니다.

[은아/ 북한 유튜버 : "올해도 이런 공연이 마련될 줄은 몰랐습니다. 빨리 보고 싶습니다."]

무대 위 가수들은 아무런 방역 조치 없이 노래를 부르고 관람객들도 다닥다닥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마스크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띕니다.

불과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방역을 강조한 것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입니다.

[조선중앙TV/8월 25일/정치국 확대회의 : "강도 높은 방역조치 실시에 관한 당 중앙의 사상을 다시 한번 깊이 체득시키고..."]

때문에 일각에선 북한 당국이 제재와 코로나, 수해 등으로 피로가 쌓인 청년들의 불만을 이런 행사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당 창건 75주년 올해 여러 가지로 어렵거든요. 성과를 내세울 게 없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청년절을 계기로 청년을 중심으로 어떤 정치적 선전, 정치적 이벤트에 주력한 게 아닌가..."]

이런 가운데 북한이 평양 미림비행장에서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습니다.

김일성 광장을 본뜬 지역에 병력 수천 명이 집결했고, 이동 장비 수백 대가 대열을 갖춘 모습이

포착됐는데, 38노스는 북한이 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열병식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는 증거라고 밝혔습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향해서 새로운 전략 무기를 곧 보게 될 것이다라고 공헌을 해놓고 아직 안 보이고 있거든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SLBM 잠수함 탄도 미사일 이런 것들, 그리고 작년 금년에 걸쳐서 집중적으로 개발해왔던 신종 무기 세트들이 있어요."]

앞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겨냥해 전 세계 산업계에 협조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자칫 북한이 전략 미사일 공개 등 도발에 나설 경우 미국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이 태풍 피해 예방과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당 고위 간부들의 전면 등장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의 권력이 확고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일련의 변화들이 실제 통치 방식의 변화로까지 이어지진 않을지 당분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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