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우리가 외면해온 지적장애① 감금에 성폭행·강제 혼인까지

입력 2020.09.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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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지난 7월, 제주시청 앞 작은 광장인 어울림마당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때리고 감금한 사건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수차례 반복된 지적장애인 간의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 탐사K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온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한라산에 묻어버리겠다."

한 지적장애남성이 또 다른 지적장애남성에게 한 말입니다. 조폭 행세를 하며 집단 폭행을 일삼고 돈까지 갈취했는데, 피해자는 5명, 가해자는 11명에 달합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역시 지적장애 또는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경찰이 이들의 범행을 알게 된 건 올해 초쯤. 한 지적장애인이 상담 과정에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대한 공포심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있음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 탐문 수사 결과, 조폭 행세를 한 가해자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무차별 폭행하고, 4시간가량 차 안에 감금했습니다. 밤에는 한라산 공동묘지 인근에 데려가 "묻어버리겠다"고 하거나, 휴대전화를 빼앗아 "신고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파악된 범행 기간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반년 넘게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 간의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탐사K 취재는 이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 추가 피해 또 나와…"3년 전 성폭행 피해 신고 못 해"


가해자 11명 중 5명이 구속되면서 한산해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지적장애인들을 괴롭히던 무리가 사라졌지만, 남겨진 피해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지 한 달쯤 지나 피해자 중 한 명인 수민 씨(가명. 여성)를 만났습니다. 경계성 장애가 있는 수민 씨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만난 다른 지적장애남성에게 돈을 빼앗기고 성추행 피해까지 당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수민 씨는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다"며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잠을 자꾸 설치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 말을 이어가는 수민 씨.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7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 했다는 얘기도 꺼냈습니다.

수민 씨는 "오빠네 집, 아니면 빈 건물로 데려가서 나를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서 신고도 못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늘 일어났다"고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지인의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은지 씨(가명)는 "'휴대폰 배터리 없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집에 갔는데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동생들에게 들었다"면서 과거 수민 씨 외에 다른 피해자들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수민 씨 가족은 타들어 가는 속내를 밝혔습니다. 수민 씨 어머니는 "부모가 24시간 붙어있을 수도 없는데, 장애가 있는 딸을 혼자 두기에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며 "속상하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는데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대화할 사람이 있으니까…"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어울림마당에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수민 씨는 '외로움'을 꼽았습니다. 수민 씨는 "나는 친구가 없다"며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그동안 넘겼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당사자들을 주변에서 지켜본 철수 씨도 수민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같은 지적장애가 있는 철수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울릴 사람이 저 사람들(가해자)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자꾸 시청 어울림마당에 나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취재 결과,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김남고 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은 "협회 이용자분들이 가끔 피해 사실을 우리 쪽으로 말씀해주셨다"며 "예전에 직접 시청에 가서 말려도 봤지만, 양지로 끌어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홍부경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은 "이게 사실은 1~2년 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상담받으러 온 지적장애여성들에게 왜 거기(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가는지 물어봤더니 그곳에 가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 모임이나 SNS로 알게 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시청 어울림마당을 찾은 지적장애인들. 하지만 인지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노리는 범죄의 손길에 붙들려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돈 받고 남자 소개…성관계까지", "억지로 혼인신고"


해 질 무렵, 노숙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만난 민서 씨(가명)도 취재진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민서 씨는 다른 지적장애여성이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해 줬는데, 남성들은 하나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서 씨는 "지난 5월에 아는 언니가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를 나한테 소개해줬다"며 "언니가 남자한테 막 소개비 5만 원을 받았지만, 나는 남자에게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민서 씨는 이어 "비디오방 가서 성관계를 하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화장실에서 또 성관계를 했다"면서 "하기 싫었는데 기분이 나빴다.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성관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도 성매매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민서 씨와 같은 지인으로부터 남자 소개를 권유받은 지영 씨(가명)는 "조건만남 하는 것 같아서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너는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안 하느냐'고 하면서 막 협박하고 XXX이라고 욕까지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심지어 지적장애남성의 강요에 의해 혼인신고를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은지 씨(가명)는 "000 오빠가 혼인신고하고 싶다고 해서 무서워서 억지로 했다"며 "이후에 지긋지긋하게 성관계를 하고 수차례 폭행까지 당했다"고 아픈 기억을 꺼내놨습니다.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이어가던 은지 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악몽 같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드러난 범죄 '빙산의 일각'…"지적장애인 선택 폭 넓히기 위한 고민 필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당하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서 은폐되고 장기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수면 아래 범죄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어렵게 성폭행 피해를 털어놓은 수민 씨는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면서 "그저 마음 편히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해 또다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홍부경 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은 "중요한 건 그분(지적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것"이라며 "지적장애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자기가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다음 편에서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 짚어봅니다.

[연관기사] [탐사K] 우리가 외면해온 지적장애① “범죄에 무방비 노출…가해자도 지적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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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우리가 외면해온 지적장애① 감금에 성폭행·강제 혼인까지
    • 입력 2020-09-08 13:24:51
    취재K
[편집자 주 : 지난 7월, 제주시청 앞 작은 광장인 어울림마당에서 지적장애인들을 때리고 감금한 사건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절반 이상이 지적장애인이었는데,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수차례 반복된 지적장애인 간의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였을까. 탐사K는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지난 몇 주간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인들을 만나 그동안 우리가 외면해온 성인 발달장애인들의 삶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한라산에 묻어버리겠다."

한 지적장애남성이 또 다른 지적장애남성에게 한 말입니다. 조폭 행세를 하며 집단 폭행을 일삼고 돈까지 갈취했는데, 피해자는 5명, 가해자는 11명에 달합니다.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 역시 지적장애 또는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20대 초반이었습니다.

경찰이 이들의 범행을 알게 된 건 올해 초쯤. 한 지적장애인이 상담 과정에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대한 공포심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이 있음을 인지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경찰 탐문 수사 결과, 조폭 행세를 한 가해자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에게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무차별 폭행하고, 4시간가량 차 안에 감금했습니다. 밤에는 한라산 공동묘지 인근에 데려가 "묻어버리겠다"고 하거나, 휴대전화를 빼앗아 "신고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파악된 범행 기간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7월까지. 반년 넘게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지적장애인 간의 범죄가 과연 당사자들 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탐사K 취재는 이 물음에서 시작했습니다.

■ 추가 피해 또 나와…"3년 전 성폭행 피해 신고 못 해"


가해자 11명 중 5명이 구속되면서 한산해진 제주시청 어울림마당. 지적장애인들을 괴롭히던 무리가 사라졌지만, 남겨진 피해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해 사실이 세상에 드러난 지 한 달쯤 지나 피해자 중 한 명인 수민 씨(가명. 여성)를 만났습니다. 경계성 장애가 있는 수민 씨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만난 다른 지적장애남성에게 돈을 빼앗기고 성추행 피해까지 당했던 일을 털어놨습니다.

수민 씨는 "오빠가 손목을 잡아끌더니 만지고 억지로 키스하고 그랬다"며 "그 일이 있고 나서 수면제를 먹어도 자꾸 그때 일이 떠오르니까 잠을 자꾸 설치게 된다"고 토로했습니다.

잔뜩 주눅이 든 표정으로 어깨를 움츠린 채 말을 이어가는 수민 씨. 이번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7년, 지적장애남성 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고도 신고를 못 했다는 얘기도 꺼냈습니다.

수민 씨는 "오빠네 집, 아니면 빈 건물로 데려가서 나를 성폭행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아서 신고도 못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지 이런 일이 늘 일어났다"고 나지막이 말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지인의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은지 씨(가명)는 "'휴대폰 배터리 없다고 같이 가자고 해서 집에 갔는데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동생들에게 들었다"면서 과거 수민 씨 외에 다른 피해자들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수민 씨 가족은 타들어 가는 속내를 밝혔습니다. 수민 씨 어머니는 "부모가 24시간 붙어있을 수도 없는데, 장애가 있는 딸을 혼자 두기에 세상이 너무 위험하다"며 "속상하기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는데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대화할 사람이 있으니까…"


수년간 이어진 피해에도 어울림마당에 발길을 끊지 못한 이유는 뭘까.

수민 씨는 '외로움'을 꼽았습니다. 수민 씨는 "나는 친구가 없다"며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보니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그동안 넘겼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당사자들을 주변에서 지켜본 철수 씨도 수민 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같은 지적장애가 있는 철수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울릴 사람이 저 사람들(가해자)밖에 없기 때문에 피해를 당해도 자꾸 시청 어울림마당에 나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취재 결과, 지적장애인이 다른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습니다.

김남고 제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국장은 "협회 이용자분들이 가끔 피해 사실을 우리 쪽으로 말씀해주셨다"며 "예전에 직접 시청에 가서 말려도 봤지만, 양지로 끌어내기 힘들었다"고 토로했습니다.

홍부경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장은 "이게 사실은 1~2년 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면서 "상담받으러 온 지적장애여성들에게 왜 거기(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 가는지 물어봤더니 그곳에 가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교회 모임이나 SNS로 알게 돼 평일 저녁이나 주말마다 시청 어울림마당을 찾은 지적장애인들. 하지만 인지 능력이 부족한 이들을 노리는 범죄의 손길에 붙들려 눈물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돈 받고 남자 소개…성관계까지", "억지로 혼인신고"


해 질 무렵, 노숙자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만난 민서 씨(가명)도 취재진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놨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민서 씨는 다른 지적장애여성이 남성들에게 돈을 받고 자신을 소개해 줬는데, 남성들은 하나같이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서 씨는 "지난 5월에 아는 언니가 채팅으로 알게 된 남자를 나한테 소개해줬다"며 "언니가 남자한테 막 소개비 5만 원을 받았지만, 나는 남자에게 받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민서 씨는 이어 "비디오방 가서 성관계를 하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면서 화장실에서 또 성관계를 했다"면서 "하기 싫었는데 기분이 나빴다. 사귀지도 않을 거면서 성관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또 다른 지적장애여성도 성매매 피해를 당할 뻔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민서 씨와 같은 지인으로부터 남자 소개를 권유받은 지영 씨(가명)는 "조건만남 하는 것 같아서 안 하겠다고 하니까 '너는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안 하느냐'고 하면서 막 협박하고 XXX이라고 욕까지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심지어 지적장애남성의 강요에 의해 혼인신고를 올린 사례도 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은지 씨(가명)는 "000 오빠가 혼인신고하고 싶다고 해서 무서워서 억지로 했다"며 "이후에 지긋지긋하게 성관계를 하고 수차례 폭행까지 당했다"고 아픈 기억을 꺼내놨습니다.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이어가던 은지 씨는 가족의 도움으로 악몽 같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드러난 범죄 '빙산의 일각'…"지적장애인 선택 폭 넓히기 위한 고민 필요"


폭력과 갈취, 성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적장애인들, 문제는 드러난 피해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권오상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장은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당하면서도 신고나 직접적인 조치를 스스로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서 은폐되고 장기화됐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면서 수면 아래 범죄가 더 많을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경찰 수사로 가해자 일부가 처벌을 받게 됐지만, 피해자들이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이유입니다. 어렵게 성폭행 피해를 털어놓은 수민 씨는 "이게 방송에 나가서 피해자들이 좀 줄었으면 좋겠다"면서 "그저 마음 편히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바랐습니다.

하지만 지적장애인들을 지켜줄 사회 안전망은 여전히 취약해 또다시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홍부경 제주장애여성상담소장은 "중요한 건 그분(지적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것"이라며 "지적장애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활동할 수 있는, 자기가 경험해볼 수 있는 영역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도심 한복판에 있던 그들만의 세상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게 된 지적장애인들. 다음 편에서는 지적장애인 가해자들의 범행이 왜 반복될 수밖에 없었는지 짚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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