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입력 2003.07.18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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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 살려달라고 외치는 세 아이를 데리고 투신자살한 주부의 얘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빈곤층의 현실과 함께 자식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책임감을 드러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기자: 일가족 네 명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지 하루가 지났지만 유족들은 아직 충격 속에 빠져 있습니다.
⊙유가족: 세상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기자: 생활고에 찌든 하루하루는 일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숨진 손 씨 가족이 진 빚은 카드빚 2000만원을 포함해 3000만원.
남편과 손 씨 모두 신용불량자였습니다.
⊙유가족: 돈 벌려고 얼마나 애 썼는데, 맘대로 안되니까...
⊙기자: 손 씨의 남편은 3년 전에 가구공장에서 실직했지만 새 직업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남편이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해 왔지만 생활보호 혜택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은 끝까지 살려달라던 어린 생명까지 앗아갔습니다.
⊙목격자: 계속 울어서 시끄러워서 왜 우느냐고 문 열고 쳐다보니까 엄마가 나 죽이려고 한데 (살려달라고)...
⊙기자: 자녀들이 부모없이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기보다 부모들과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가족관이 화를 불렀습니다.
⊙유범희(성균관대 의대 교수): 본인은 그 상태에서는 굉장히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죠.
⊙기자: 특히 자녀는 자녀대로 생명의 존엄성을 타고나며 부모가 자녀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최인섭(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아무리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렵다 치더라도 부모가 자식들의 생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 아닌가.
⊙기자: 심한 생활고에 찌들리면서도 사회의 공적 구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층은 140만명.
이들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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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는 소유물이 아니다
    • 입력 2003-07-18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어제 살려달라고 외치는 세 아이를 데리고 투신자살한 주부의 얘기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빈곤층의 현실과 함께 자식 목숨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어른들의 비뚤어진 책임감을 드러냈습니다. 임승창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기자: 일가족 네 명이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지 하루가 지났지만 유족들은 아직 충격 속에 빠져 있습니다. ⊙유가족: 세상에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죠.) ⊙기자: 생활고에 찌든 하루하루는 일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숨진 손 씨 가족이 진 빚은 카드빚 2000만원을 포함해 3000만원. 남편과 손 씨 모두 신용불량자였습니다. ⊙유가족: 돈 벌려고 얼마나 애 썼는데, 맘대로 안되니까... ⊙기자: 손 씨의 남편은 3년 전에 가구공장에서 실직했지만 새 직업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남편이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해 왔지만 생활보호 혜택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은 끝까지 살려달라던 어린 생명까지 앗아갔습니다. ⊙목격자: 계속 울어서 시끄러워서 왜 우느냐고 문 열고 쳐다보니까 엄마가 나 죽이려고 한데 (살려달라고)... ⊙기자: 자녀들이 부모없이 살아가면서 고통을 받기보다 부모들과 함께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가족관이 화를 불렀습니다. ⊙유범희(성균관대 의대 교수): 본인은 그 상태에서는 굉장히 내가 아이들을 위해서 부모로서 마지막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죠. ⊙기자: 특히 자녀는 자녀대로 생명의 존엄성을 타고나며 부모가 자녀의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최인섭(박사/한국형사정책연구원): 아무리 경제적, 사회적으로 어렵다 치더라도 부모가 자식들의 생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난 것이 아닌가. ⊙기자: 심한 생활고에 찌들리면서도 사회의 공적 구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빈곤층은 140만명. 이들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KBS뉴스 임승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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