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서 그런 거야”…데이트 폭력의 그늘

[앵커]

연인 사이에 벌어지는 폭언과 폭행, 이른바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물론 피해자도 범죄라는 인식을 아예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조선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6월, 정읍의 한 주택.

밤 9시쯤 이곳에서 32살 설 모 씨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벌였습니다.

[마을 주민/음성 변조 : "큰 소리 나고 싸워서 고함 질러서 나가봤지. (엄마가) 맨발로 올라왔는데 피투성이가 됐어. 딸은 여기 안 있었어. 일주일 됐어, 집에 온 지."]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되자 이에 격분해 집에 찾아와 전 여자친구와 부모에게 흉기를 마구 휘두른 겁니다.

결국 여성의 아버지는 숨졌고, 모녀는 크게 다쳤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설 씨는 피해 여성과 사귀던 당시에도 다른 사람을 만난다며 때리고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며 협박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러 해 동안 지속해서 이어져 온 데이트 폭력이 일가족 참변이라는 비극으로 치달은 겁니다.

전문가들이 분류한 데이트 폭력의 위험 신호를 살펴봤습니다.

연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주 화를 내고,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목숨을 빌미로 재회를 요구하는 등 매우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폭력적인 언행을 일삼으면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겁니다.

실제 경찰이 지난 두 달 동안 데이트 폭력 범죄를 집중적으로 수사한 결과, 전북에서만 3명이 구속되고 51명이 입건됐습니다.

데이트 폭력은 사는 곳뿐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이뤄졌고, 원치 않는 주거 침입과 감금, 협박에 이르기까지 유형도 다양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라는 이유로 데이트 폭력을 간과하면,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문신여/여성긴급전화1366전북센터 상담팀장 : "데이트 폭력이 지속되어서 근절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하게 되면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가정 폭력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하면 부부간의 폭력뿐만이 아니라 아동 학대가 될 수도 있고..."]

지난 한 해 동안 전북에서 데이트 폭력으로 상담을 받은 피해자는 2백70여 명.

피해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데이트 폭력 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