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미투’ 교사들 여전히 교단에…폭로 학생에겐 고소장

입력 2020.09.28 (21:39) 수정 2020.09.28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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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8년 봄,

서울의 한 여고 창문에 함께 하겠다는 응원문구가 가득 붙었습니다.

졸업생들이 학창시절 있었던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했는데, 재학생 후배들이 지지를 보낸겁니다.

이른바 '스쿨미투'의 시작이었죠.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당시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지목된 교사 18명 가운데 15명이 징계를 받은 뒤 교단에 복귀했습니다.

파면된 교사 1명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2년 넘게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졸업생들은 '이게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추행을 폭로했는데, 학교는 교육청의 중징계 요구를 무시했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6월, 고등학교 3학년인 박가영 양에게 고소장이 날아왔습니다.

고소인은 박 양이 다니는 '사립고등학교 법인'.

허위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학교가 저를 보호해 줘야 할 기관인데... 직접적으로 고소고발장을 날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2년 전 이 학교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이른바 '스쿨 미투' 운동을 벌였습니다.

여러 명의 교사들이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여 교사 16명에 대한 징계를 해당 사립고에 요구했습니다.

7명은 해임, 4명은 정직 등 상당수가 중징계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립고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1명만 해임했고, 나머지는 징계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 주장이 엇갈렸고, 법원에서 일부 무혐의가 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학교 측 주장입니다.

교사 10여 명은 올해 다시 교단에 복귀한 상태입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수업에 들어오셔서는 "다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는데, 우리가 못해서 가만히 있냐?"라는 발언들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박 양 등이 이 같은 문제를 대자보 등을 통해 다시 알리고 나서자 학교 법인이 박양을 고소한 겁니다.

해당 고등학교 학생 2백여 명은 재조사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인사권과 징계권을 사립학교가 손에 쥐고 있고 그것을 감시하는 다른 권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이 주체들이 나서면 목소리를 더욱더 들어주지 않을까?"]

학생을 고소한 것이 또 논란을 부르자 학교 측은 박 양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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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쿨미투’ 교사들 여전히 교단에…폭로 학생에겐 고소장
    • 입력 2020-09-28 21:39:32
    • 수정2020-09-28 22:04:55
    뉴스 9
[앵커]

2018년 봄,

서울의 한 여고 창문에 함께 하겠다는 응원문구가 가득 붙었습니다.

졸업생들이 학창시절 있었던 교사의 성폭력을 고발했는데, 재학생 후배들이 지지를 보낸겁니다.

이른바 '스쿨미투'의 시작이었죠.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떨까요?

당시 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지목된 교사 18명 가운데 15명이 징계를 받은 뒤 교단에 복귀했습니다.

파면된 교사 1명에 대해선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2년 넘게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졸업생들은 '이게 나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끝까지 가보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광주광역시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추행을 폭로했는데, 학교는 교육청의 중징계 요구를 무시했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습니다.

김빛이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6월, 고등학교 3학년인 박가영 양에게 고소장이 날아왔습니다.

고소인은 박 양이 다니는 '사립고등학교 법인'.

허위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학교가 저를 보호해 줘야 할 기관인데... 직접적으로 고소고발장을 날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2년 전 이 학교 학생들은 SNS 등을 통해 이른바 '스쿨 미투' 운동을 벌였습니다.

여러 명의 교사들이 성희롱 발언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여 교사 16명에 대한 징계를 해당 사립고에 요구했습니다.

7명은 해임, 4명은 정직 등 상당수가 중징계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립고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통해 1명만 해임했고, 나머지는 징계 수위를 대폭 낮췄습니다.

가해 교사와 피해 학생들 주장이 엇갈렸고, 법원에서 일부 무혐의가 난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학교 측 주장입니다.

교사 10여 명은 올해 다시 교단에 복귀한 상태입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수업에 들어오셔서는 "다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는데, 우리가 못해서 가만히 있냐?"라는 발언들을 되게 많이 들었어요."]

박 양 등이 이 같은 문제를 대자보 등을 통해 다시 알리고 나서자 학교 법인이 박양을 고소한 겁니다.

해당 고등학교 학생 2백여 명은 재조사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박가영/'스쿨 미투' 고발 학생 : "인사권과 징계권을 사립학교가 손에 쥐고 있고 그것을 감시하는 다른 권력 자체가 없기 때문에. 저희가, 이 주체들이 나서면 목소리를 더욱더 들어주지 않을까?"]

학생을 고소한 것이 또 논란을 부르자 학교 측은 박 양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KBS 뉴스 김빛이랍니다.

촬영기자:조은경/영상편집:김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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