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약에 취해’…존엄하지 못한 죽음

입력 2020.10.13 (21:04) 수정 2020.10.13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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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KBS는 9시 뉴스와 <시사기획 창>을 통해 요양병원의 부실한 노인 관리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청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또 한편에서는 과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답답하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존엄한 노후는 가능한가'라는 무거운 물음.

오늘(13일)부터 다시 요양병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한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첫번째 순서로, 취재진은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 숨 진 한 노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여러 약물에 취한 존엄하지 않은 죽음,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여름 어머니를 떠나보낸 남매.

요양병원에 계셨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KBS 보도로 알게 됐습니다.

["말도 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가버리면 나 어떡해, 엄마."]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40일째, 여든 살 노모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김경심/사망 환자 딸 : "'어머 언니 그거 창(프로그램)에 나온 것 같아. 언니네 엄마 아니야?' 그러더라고요. 보니까 우리 엄마 같다는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노모의 투약 기록지를 확인해 보니, 입원 첫날부터 쿠에티아핀 등 항정신병제가 다수 처방됐습니다.

40일간 항정신병제 처방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고 의존성이 높은 수면유도제 졸피뎀도 30일 동안 투약됐습니다.

간호 기록지에 남아 있는 집에 가고 싶다는 할머니의 호소.

병원은 행동통제 약물인 할로페리돌을 주사했습니다.

[연병길/경기도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할로페리돌 등) 그런 약물들은 근육이 조금 굳어지는 그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식물 같은 것을 삼키는 데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요양병원 측은 "환자의 치매 상태에 따라 약물 처방이 이뤄졌고, 식사 때는 간호 인력이 투입돼 부주의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현재 그분이 고소를 해서 수사 중에 있어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어요."]

의식을 잃기 직전 아침, 식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약은 먹었다는 노모.

존엄과는 거리가 먼 생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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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 약에 취해’…존엄하지 못한 죽음
    • 입력 2020-10-13 21:04:53
    • 수정2020-10-13 21:23:44
    뉴스 9
[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KBS는 9시 뉴스와 <시사기획 창>을 통해 요양병원의 부실한 노인 관리 문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시청자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또 한편에서는 과연 어떤 대안이 있는지 답답하다는 분도 많았습니다.

'존엄한 노후는 가능한가'라는 무거운 물음.

오늘(13일)부터 다시 요양병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을 찾기 위한 연속 보도, 이어갑니다.

첫번째 순서로, 취재진은 요양병원에 들어간 뒤 숨 진 한 노인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습니다.

여러 약물에 취한 존엄하지 않은 죽음,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올여름 어머니를 떠나보낸 남매.

요양병원에 계셨던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혼자만의 일이 아님을 KBS 보도로 알게 됐습니다.

["말도 한마디 못하고 그렇게 가버리면 나 어떡해, 엄마."]

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40일째, 여든 살 노모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급히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달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김경심/사망 환자 딸 : "'어머 언니 그거 창(프로그램)에 나온 것 같아. 언니네 엄마 아니야?' 그러더라고요. 보니까 우리 엄마 같다는 생각이 딱 드는 거예요."]

노모의 투약 기록지를 확인해 보니, 입원 첫날부터 쿠에티아핀 등 항정신병제가 다수 처방됐습니다.

40일간 항정신병제 처방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속됐고 의존성이 높은 수면유도제 졸피뎀도 30일 동안 투약됐습니다.

간호 기록지에 남아 있는 집에 가고 싶다는 할머니의 호소.

병원은 행동통제 약물인 할로페리돌을 주사했습니다.

[연병길/경기도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 "(할로페리돌 등) 그런 약물들은 근육이 조금 굳어지는 그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음식물 같은 것을 삼키는 데 영향을 줄 수가 있습니다."]

요양병원 측은 "환자의 치매 상태에 따라 약물 처방이 이뤄졌고, 식사 때는 간호 인력이 투입돼 부주의로 인한 사망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요양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현재 그분이 고소를 해서 수사 중에 있어서 수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어요."]

의식을 잃기 직전 아침, 식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약은 먹었다는 노모.

존엄과는 거리가 먼 생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이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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