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K] 전북 고층 아파트…화재 대응 실태는?

입력 2020.10.20 (19:30) 수정 2020.10.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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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을 뒤덮은 불길이 화염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릅니다.

불이 난 곳은 울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불길은 건물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33층 건물 꼭대기까지 번졌습니다.

[장○○/아파트 주민 : "불붙은 가장 벽면 쪽 방에 있었거든요. 커튼을 안 치고 있었는데, 옆에서 불길이 일어나서 대피하려고 보니까 연기가 스며들어오는 거예요."]

전주의 한 도심.

하늘을 찌를 듯 아찔한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하천을 끼고 곳곳에 모여 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주거 형태로 주목받으며, 지역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안전은 어떨까?

고층 건축물의 특성상, 세대 밀집도가 높고, 화재 진화에 쓰이는 고가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 보니,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전북 소방본부가 보유한 고가 사다리차 높이는 최대 53미터, 17층 높이에 불과합니다.

[김삼진/전주완산소방서 소방위 : "식당 또는 다중이용시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화기에 많이 노출되어 있죠. 또 고가 사다리차가 있긴 있는데 펼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15층에서 17층까지밖에 펼 수가 없습니다. 그 위에 있는 층은 사실상 구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번 울산 화재도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15층 이상에서 화재가 이어지면서, 불길을 잡는 데만 꼬박 15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임주택/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 : "스프링클러 헤드가 다 터져서 옥상 수조에 물이 고갈됐습니다. 그리고 강한 열기로 인해서 화재 진압대원과 구조 대원이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빠른 진화가 어렵다면, 대피라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지상이나 옥상과 가깝지 않으면, 대피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중간층에 확보하는 '피난안전구역', 이른바 '피난층'이 절실한 이윱니다.

[김동현/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 : "옥상까지 올라가서 대피하기에는 그 많은 인원이 올라가기도 힘들뿐더러, 올라가는 속도에 비해서 연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연기에 질식할 수 있고요. 저번 제천 화재처럼 옥상으로 탈출하는 입구에서 많이 사상하는 경우도 있죠."]

피난안전구역은 화재가 수직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한 층으로, 구조가 이뤄질 때까지 최대 한 시간가량 버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불이 난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도 이런 피난층을 두 층이나 확보한 덕에 화재 규모에 비해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범종/고층 건물 소방안전관리자 : "굉장히 부담이 덜합니다. 이게 있으므로 해서 걷기가 힘든 사람들은 빨리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우리가 안내방송을 할 수 있고…."]

전북지역은 어떨까?

전북 소방본부가 조사한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모두 15곳.

이 가운데, 피난안전구역, 피난층이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합니다.

[A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대피 공간이면 거기에 제연시설이랑 스프링클러랑 이런 게 다 있어야 대피공간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우리 아파트는 대피소라고 할 순 없어요. (시설 같은 거는?) 없어요."]

[B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대피층은 없어요. 원래는 30층 넘어서는 대피 공간이 있어야 해요, 층을 잡아서. 근데 여기는 없어요, 찾아봐도…. 건설 회사한테 (물어봐야지.) 예외조항을 없애버려야 해요."]

전북지역 고층아파트는 모두 30에서 49층 사이 '준초고층'에 해당하는데, 현행법상 비상계단이 있으면 피난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C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피난안전구역이 없습니다. (따로 없어요?) 네."]

취재진이 화재에 어떻게 대비하냐고 물었더니, 옥상 대피를 유도한다는 대답만 반복합니다.

[C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불났을 때 어떻게 준비를 하고 계세요?) 우리는 옥상으로 대피를 유도해요. (중간층에 사시는 분들이 좀 불안해하시더라고요.) 그럼 불안하면 어떻게 해줄 수 있어요, 방송국에서?"]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고층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많이 불안하죠, 35층 살아요. 좀 억울하더라고요, 괜히 이사 왔나. 그전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저층이어서…. 대피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마감재는 뭘 쓰는지 (궁금하죠)."]

[고층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제가 빨리 내려온다고 쳐도 (지상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거든요. 그렇다고 그걸 일일이 관리사무소 가서 저도 계속 얘기할 수는 없는데, 불안한 게 있어요."]

전문가들은 피난안전구역 설치 의무를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외장재 보완 등 화재 안전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동현/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 : "내부에서 불이 나는 경우에는 피난 구역을 마련하는데, 근데 이것도 중요하지만 외장재에서 불이 올라갔을 경우에는 외장재 전체를 다 불에 타는 재료로 했기 때문에 일부 구간에 한해서는 아예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자재로 마감하면 불이 확산하다가 멈추게 된다는 거죠."]

입주민들도 아파트 내 화재 안전시설과 가까운 대피장소를 파악하고, 피난층이 없는 경우라면, 차선책으로 가정 내 대피 공간으로 피한 뒤 즉각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김삼진/전주 완산소방서 소방위 : "복도에 이미 화염이나 연기가 자욱하다면 베란다에 하향식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이용을 하셔야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각 세대에 대피전용 구간이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화재, 가장 안전해야 할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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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K] 전북 고층 아파트…화재 대응 실태는?
    • 입력 2020-10-20 19:30:51
    • 수정2020-10-20 19:58:23
    뉴스7(전주)
건물을 뒤덮은 불길이 화염을 내뿜으며 활활 타오릅니다.

불이 난 곳은 울산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불길은 건물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 패널을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33층 건물 꼭대기까지 번졌습니다.

[장○○/아파트 주민 : "불붙은 가장 벽면 쪽 방에 있었거든요. 커튼을 안 치고 있었는데, 옆에서 불길이 일어나서 대피하려고 보니까 연기가 스며들어오는 거예요."]

전주의 한 도심.

하늘을 찌를 듯 아찔한 높이의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하천을 끼고 곳곳에 모여 있습니다.

최근 새로운 주거 형태로 주목받으며, 지역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안전은 어떨까?

고층 건축물의 특성상, 세대 밀집도가 높고, 화재 진화에 쓰이는 고가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 보니,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입니다.

실제 전북 소방본부가 보유한 고가 사다리차 높이는 최대 53미터, 17층 높이에 불과합니다.

[김삼진/전주완산소방서 소방위 : "식당 또는 다중이용시설이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래도 화기에 많이 노출되어 있죠. 또 고가 사다리차가 있긴 있는데 펼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15층에서 17층까지밖에 펼 수가 없습니다. 그 위에 있는 층은 사실상 구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이번 울산 화재도 사다리차가 닿지 않는 15층 이상에서 화재가 이어지면서, 불길을 잡는 데만 꼬박 15시간 넘게 걸렸습니다.

[임주택/울산소방본부 생활안전계장 : "스프링클러 헤드가 다 터져서 옥상 수조에 물이 고갈됐습니다. 그리고 강한 열기로 인해서 화재 진압대원과 구조 대원이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빠른 진화가 어렵다면, 대피라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이마저도 어렵습니다.

지상이나 옥상과 가깝지 않으면, 대피장소가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중간층에 확보하는 '피난안전구역', 이른바 '피난층'이 절실한 이윱니다.

[김동현/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 : "옥상까지 올라가서 대피하기에는 그 많은 인원이 올라가기도 힘들뿐더러, 올라가는 속도에 비해서 연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연기에 질식할 수 있고요. 저번 제천 화재처럼 옥상으로 탈출하는 입구에서 많이 사상하는 경우도 있죠."]

피난안전구역은 화재가 수직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사용한 층으로, 구조가 이뤄질 때까지 최대 한 시간가량 버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불이 난 울산 주상복합 아파트도 이런 피난층을 두 층이나 확보한 덕에 화재 규모에 비해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습니다.

[고범종/고층 건물 소방안전관리자 : "굉장히 부담이 덜합니다. 이게 있으므로 해서 걷기가 힘든 사람들은 빨리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라고 우리가 안내방송을 할 수 있고…."]

전북지역은 어떨까?

전북 소방본부가 조사한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모두 15곳.

이 가운데, 피난안전구역, 피난층이 있는 곳은 5곳에 불과합니다.

[A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대피 공간이면 거기에 제연시설이랑 스프링클러랑 이런 게 다 있어야 대피공간이라고 하거든요. 근데 우리 아파트는 대피소라고 할 순 없어요. (시설 같은 거는?) 없어요."]

[B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대피층은 없어요. 원래는 30층 넘어서는 대피 공간이 있어야 해요, 층을 잡아서. 근데 여기는 없어요, 찾아봐도…. 건설 회사한테 (물어봐야지.) 예외조항을 없애버려야 해요."]

전북지역 고층아파트는 모두 30에서 49층 사이 '준초고층'에 해당하는데, 현행법상 비상계단이 있으면 피난층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C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는 피난안전구역이 없습니다. (따로 없어요?) 네."]

취재진이 화재에 어떻게 대비하냐고 물었더니, 옥상 대피를 유도한다는 대답만 반복합니다.

[C 고층아파트 관계자/음성변조 : "(불났을 때 어떻게 준비를 하고 계세요?) 우리는 옥상으로 대피를 유도해요. (중간층에 사시는 분들이 좀 불안해하시더라고요.) 그럼 불안하면 어떻게 해줄 수 있어요, 방송국에서?"]

주민들은 불안합니다.

[고층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많이 불안하죠, 35층 살아요. 좀 억울하더라고요, 괜히 이사 왔나. 그전에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저층이어서…. 대피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마감재는 뭘 쓰는지 (궁금하죠)."]

[고층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제가 빨리 내려온다고 쳐도 (지상까지)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거든요. 그렇다고 그걸 일일이 관리사무소 가서 저도 계속 얘기할 수는 없는데, 불안한 게 있어요."]

전문가들은 피난안전구역 설치 의무를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외장재 보완 등 화재 안전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김동현/전주대 소방안전공학과 교수 : "내부에서 불이 나는 경우에는 피난 구역을 마련하는데, 근데 이것도 중요하지만 외장재에서 불이 올라갔을 경우에는 외장재 전체를 다 불에 타는 재료로 했기 때문에 일부 구간에 한해서는 아예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자재로 마감하면 불이 확산하다가 멈추게 된다는 거죠."]

입주민들도 아파트 내 화재 안전시설과 가까운 대피장소를 파악하고, 피난층이 없는 경우라면, 차선책으로 가정 내 대피 공간으로 피한 뒤 즉각 구조를 요청해야 합니다.

[김삼진/전주 완산소방서 소방위 : "복도에 이미 화염이나 연기가 자욱하다면 베란다에 하향식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이용을 하셔야 안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마저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각 세대에 대피전용 구간이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화재, 가장 안전해야 할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선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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