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입력 2020.11.05 (21:46) 수정 2020.11.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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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백억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서울 광역버스 정류장 개선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관련문서를 입수해 확인해 봤더니, 주변 여건이 전혀 다른 정류장 세 곳의 개선사업 계획서 내용이 오타까지 똑같았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경기 남부로 가는 길목, 사당역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이곳과 강변역, 당산역 부근에 광역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각각 백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이 백억 원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요.

서울시 담당 사업부서가 예산을 내려달라며 시 투자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심사의뢰서를 확보해 분석해봤습니다.

토목과 건축, 설비 공사 등 7가지 항목의 세부 비용이 적혀 있는데 세 곳 정류장에 드는 비용이 숫자 하나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강변역과 당산역 환승센터는 도시고속도로 위에, 사당역은 일반 보도 상에 지어집니다.

이 때문에 토목공사비와 건축공사비 등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는데도, 똑같이 산정한 겁니다.

다음은 사업의 효과를 측정하는 비용편익 분석.

역시 1.67로 똑같습니다.

심지어 의뢰서에 적힌 오타마저도 똑같습니다.

결국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예산 검토 과정에서도 '검토할 수준이 아니다', '똑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사업을 허가해달라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해당 사업은 확정된 게 아니고 기본 설계부터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그야말로 추정치로 낸 것이기 때문에 그걸로 통과가 된 게 아니예요."]

하지만 취재 결과 이미 기본 설계는 물론 구체적인 실시 설계까지 용역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추승우/서울시의원/교통위 : "아무리 예산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에 걸맞게 절차, 투명성, 공정성 담보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오늘(5일) 행정감사에서 급히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추진 자체가 취소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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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의 수상한 버스 정류장 사업…3곳 의뢰서 금액에 오타까지 똑같아
    • 입력 2020-11-05 21:46:42
    • 수정2020-11-05 22: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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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백억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서울 광역버스 정류장 개선사업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BS가 관련문서를 입수해 확인해 봤더니, 주변 여건이 전혀 다른 정류장 세 곳의 개선사업 계획서 내용이 오타까지 똑같았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에서 경기 남부로 가는 길목, 사당역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이곳과 강변역, 당산역 부근에 광역버스 정류장을 만드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각각 백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이 백억 원은 어떻게 나온 숫자일까요.

서울시 담당 사업부서가 예산을 내려달라며 시 투자심사위원회에 제출한 심사의뢰서를 확보해 분석해봤습니다.

토목과 건축, 설비 공사 등 7가지 항목의 세부 비용이 적혀 있는데 세 곳 정류장에 드는 비용이 숫자 하나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강변역과 당산역 환승센터는 도시고속도로 위에, 사당역은 일반 보도 상에 지어집니다.

이 때문에 토목공사비와 건축공사비 등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는데도, 똑같이 산정한 겁니다.

다음은 사업의 효과를 측정하는 비용편익 분석.

역시 1.67로 똑같습니다.

심지어 의뢰서에 적힌 오타마저도 똑같습니다.

결국 외부 위원이 참여하는 예산 검토 과정에서도 '검토할 수준이 아니다', '똑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사업을 허가해달라는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해당 사업은 확정된 게 아니고 기본 설계부터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그야말로 추정치로 낸 것이기 때문에 그걸로 통과가 된 게 아니예요."]

하지만 취재 결과 이미 기본 설계는 물론 구체적인 실시 설계까지 용역 공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추승우/서울시의원/교통위 : "아무리 예산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에 걸맞게 절차, 투명성, 공정성 담보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오늘(5일) 행정감사에서 급히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면 사업추진 자체가 취소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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