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 이전 갈등…“‘탈시설’ 정책 손봐야”

입력 2020.11.06 (07:32) 수정 2020.11.06 (09: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는 장애인들을 시설에 격리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갈등만 낳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힘없는 주민 죽이는 복지정책, 당장 철회하라, 철회하라."]

원광대 인근에서 원룸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이 익산시가 주민 동의 없이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이전을 추진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원룸 임대 사업에 타격이 크다고 주장하며, 마을 외곽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남주/중증장애인시설입주반대대책위 : "(홍주원이 이전하게 되면) 학부형들의 기피 현상이 일어날 거고요. 기피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 저희 원룸촌은 공실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증장애인 34명이 모여 사는 시설.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거처를 옮겨야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민진/사회복지법인 창혜복지재단 대표이사 :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곳에서 하루하루 사시는 분들의 삶도 제가 늘 마주하고 있다 보니까 사실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는 노릇인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고, 그런데도 정 안된다고 하면 그 이후의 단계를."]

장애인 거주 시설 이전에 행정적인 문제가 없지만, 지역사회 안에 장애인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 관련 규제도 만만치 않아 적합한 공간 자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엄미리/익산시 경로장애인과 계장 : "(중증장애인이 거주할 만한) 유사한 건물들을 몇 곳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다 맞지를 않는 거예요. 3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데. 어떤 것은 면적이 안 맞고, 어떤 것은 시가가 안 맞고, 어떤 것은 등급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산업단지랄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큰 걸림돌인 만큼, 전문가들은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시설에서 벗어나는, 물리적 수준의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더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찬영/전주대 사회복지학과장 :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결국 우리 국민의 의식 하나하나에 이게 수용이 되어야 하거든요. 정말 현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촘촘하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모색해야 합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탈시설' 정책, 취지를 살리기에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 모두 부족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장애인 거주시설 이전 갈등…“‘탈시설’ 정책 손봐야”
    • 입력 2020-11-06 07:32:16
    • 수정2020-11-06 09:38:10
    뉴스광장(전주)
[앵커]

정부는 장애인들을 시설에 격리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지와는 달리 갈등만 낳고 있습니다.

이수진 기자가 그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힘없는 주민 죽이는 복지정책, 당장 철회하라, 철회하라."]

원광대 인근에서 원룸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이 익산시가 주민 동의 없이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이전을 추진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 시설이 들어오면 원룸 임대 사업에 타격이 크다고 주장하며, 마을 외곽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남주/중증장애인시설입주반대대책위 : "(홍주원이 이전하게 되면) 학부형들의 기피 현상이 일어날 거고요. 기피 현상이 일어나게 되면 저희 원룸촌은 공실이나 생계를 유지하기 굉장히 어렵습니다."]

중증장애인 34명이 모여 사는 시설.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물이 새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돼 있습니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거처를 옮겨야 하지만 주민 반대에 부딪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김민진/사회복지법인 창혜복지재단 대표이사 :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곳에서 하루하루 사시는 분들의 삶도 제가 늘 마주하고 있다 보니까 사실 시간을 계속 끌 수는 없는 노릇인데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하고, 그런데도 정 안된다고 하면 그 이후의 단계를."]

장애인 거주 시설 이전에 행정적인 문제가 없지만, 지역사회 안에 장애인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장애인 거주 시설 관련 규제도 만만치 않아 적합한 공간 자체를 찾기도 어렵습니다.

[엄미리/익산시 경로장애인과 계장 : "(중증장애인이 거주할 만한) 유사한 건물들을 몇 곳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다 맞지를 않는 거예요. 3박자가 다 맞아야 하는데. 어떤 것은 면적이 안 맞고, 어떤 것은 시가가 안 맞고, 어떤 것은 등급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산업단지랄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큰 걸림돌인 만큼, 전문가들은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시설에서 벗어나는, 물리적 수준의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들을 지역사회에서 더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찬영/전주대 사회복지학과장 : "(장애인과 더불어 사는 것이) 결국 우리 국민의 의식 하나하나에 이게 수용이 되어야 하거든요. 정말 현 정부가 포용적 복지를 지향한다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포용할 수 있는 그런 촘촘하고 구체적인 정책들을 (모색해야 합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탈시설' 정책, 취지를 살리기에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 모두 부족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전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