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브로드웨이…쿠오모 “다음달 야외공연 시작”

입력 2021.01.30 (22:16) 수정 2021.01.3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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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최대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 뉴욕이죠, 코로나19 사태로 브로드웨이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인근 식당과 대형 호텔들도 큰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언제쯤 다시 브로드웨이가 열리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뉴욕주가 브로드웨이를 다시 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뉴욕 한보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니미니/배우 : "'안티고니'라는 그리스 작품에 나오는 독백 장면을 연습했어요."]

니미니씨는 날씨가 좋은 날엔 이렇게 공원에서 늘 연기 연습을 합니다.

아직 이름 없는 단역 배우지만 다시 무대에 설 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은 후 니미니씨는 최근까지 미네소타 부모님 집에 머물렀습니다.

[니미니/배우 : "식당 종업원, 청소일을 하기도 했지만, 공연으로 버는 돈이 그래도 컸어요. 그런데 모두 끊기면서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어죠. 집세를 내기도 힘들어졌어요."]

빨리 무대가 열려서, 평생 그 곳을 떠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니미니/배우 : "제가 원하는 건 꾸준히 무대에 서는 연기자가 되는 거에요. 제 꿈이죠. 그리고 물론 세계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극장가뿐만 아니라 링컨센터와 카네기홀도 무기한 폐쇄되면서, 음악가들도 청중들 앞에 설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20년 연주 경력의 첼리스트 에드워드 애런씨도 마찬가집니다.

[에드워드 애런/첼리스트/메사추세츠대학교수 : "1년에 100번 이상의 콘서트를 전 세계에서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개월 동안 단지 3차례 밖에 못 했어요. 제 인생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거죠. 다행히도, 온라인 공연으로 지탱해오긴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음악적 교감을 연주 현장에서 청중들과 생생하게 나누는게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에드워드 애런/첼리스트 : "첼로 연주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게 제가 사는 이유죠.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시간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공연, 예술 분야 일자리 28만 개 가운데 15만 3천 여개가 사라진 걸로 추산됩니다.

[리사 토니/미국 공연예술협회장 : "미국 전역에서 14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은 걸로 추정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정됐던 공연의 99%가 취소됐습니다."]

공연예술업계 피해가 극심해지자,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코로나19 경기부양책 9천억 달러에는 150억 달러 규모의 공연예술업계 지원금이 포함됐습니다.

최근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미국 인구의 70~85%가 백신 접종을 마치는, 그러니깐, 집단면역이 이뤄질 때 뉴욕 브로드웨이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 "올해 가을이 되면 아이들을 포함해서 누구나 극장에 갈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백신 접종 속도에 달려 있다는 건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현재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뉴욕주도 서둘러 이른바 '뉴욕 공연예술 붐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오모 주지사는 다음달초부터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연을 시범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야외공연이 문제없이 이뤄지면 실내 공연도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다시 열겠다고 했습니다.

관객 입장은 15분안에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19 신속 테스트기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앤드루 쿠오모/뉴욕주지사 : "예술 복구를 가속화해야 합니다. 뉴욕시는 공연·예술과 극장, 요리의 중심지죠. 이런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없다면도시는 매력을 잃습니다. '브로드웨이'가 없는 뉴욕은 뉴욕이 아닙니다."]

뉴욕시도 극장 시설 개조 등을 포함해, 브로드웨이 재개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극장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앤 델 카스틸로/뉴욕시 엔터테인먼트 담당국장/화상인터뷰 : "업계와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다시 시작할 때를 위해 권장할 사항이나 모범 사례를 모으고 있는 거죠."]

지난 2019년 뉴욕 방문객 수는 6,660만명, 지난해엔 2천만 명에 그친 걸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5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걸로 보입니다.

극장들이 다시 문을 연다 해도 과연 예전처럼 관객들이 들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접촉하지 않는 이른바 '비대면' 일상에 우리가 너무 많이 적응해버렸기 때문이죠,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공연예술계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른바 '포스트코로나'를 꽤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뉴욕에서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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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의 브로드웨이…쿠오모 “다음달 야외공연 시작”
    • 입력 2021-01-30 22:16:22
    • 수정2021-01-30 22:24:4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미국 최대 도시이자 문화예술의 중심지, 뉴욕이죠, 코로나19 사태로 브로드웨이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관련 업계 종사자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인근 식당과 대형 호텔들도 큰 경제적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언제쯤 다시 브로드웨이가 열리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뉴욕주가 브로드웨이를 다시 열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뉴욕 한보경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니미니/배우 : "'안티고니'라는 그리스 작품에 나오는 독백 장면을 연습했어요."]

니미니씨는 날씨가 좋은 날엔 이렇게 공원에서 늘 연기 연습을 합니다.

아직 이름 없는 단역 배우지만 다시 무대에 설 날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모든 극장이 문을 닫은 후 니미니씨는 최근까지 미네소타 부모님 집에 머물렀습니다.

[니미니/배우 : "식당 종업원, 청소일을 하기도 했지만, 공연으로 버는 돈이 그래도 컸어요. 그런데 모두 끊기면서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워졌어죠. 집세를 내기도 힘들어졌어요."]

빨리 무대가 열려서, 평생 그 곳을 떠나지 않는 배우가 되는 게 꿈입니다.

[니미니/배우 : "제가 원하는 건 꾸준히 무대에 서는 연기자가 되는 거에요. 제 꿈이죠. 그리고 물론 세계 무대에도 서고 싶어요."]

브로드웨이 극장가뿐만 아니라 링컨센터와 카네기홀도 무기한 폐쇄되면서, 음악가들도 청중들 앞에 설 기회가 사라졌습니다.

20년 연주 경력의 첼리스트 에드워드 애런씨도 마찬가집니다.

[에드워드 애런/첼리스트/메사추세츠대학교수 : "1년에 100번 이상의 콘서트를 전 세계에서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개월 동안 단지 3차례 밖에 못 했어요. 제 인생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거죠. 다행히도, 온라인 공연으로 지탱해오긴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음악적 교감을 연주 현장에서 청중들과 생생하게 나누는게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에드워드 애런/첼리스트 : "첼로 연주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들려주는 게 제가 사는 이유죠.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시간들을 통해 더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난해, 뉴욕에서는 공연, 예술 분야 일자리 28만 개 가운데 15만 3천 여개가 사라진 걸로 추산됩니다.

[리사 토니/미국 공연예술협회장 : "미국 전역에서 148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은 걸로 추정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정됐던 공연의 99%가 취소됐습니다."]

공연예술업계 피해가 극심해지자, 지난해 말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코로나19 경기부양책 9천억 달러에는 150억 달러 규모의 공연예술업계 지원금이 포함됐습니다.

최근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은 미국 인구의 70~85%가 백신 접종을 마치는, 그러니깐, 집단면역이 이뤄질 때 뉴욕 브로드웨이가 다시 열릴 수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앤서니 파우치/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 : "올해 가을이 되면 아이들을 포함해서 누구나 극장에 갈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백신 접종 속도에 달려 있다는 건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현재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를 바짝 끌어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뉴욕주도 서둘러 이른바 '뉴욕 공연예술 붐업'에 나서고 있습니다.

쿠오모 주지사는 다음달초부터 야외공연장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공연을 시범적으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야외공연이 문제없이 이뤄지면 실내 공연도 시범 운영에 들어가고 궁극적으로는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다시 열겠다고 했습니다.

관객 입장은 15분안에 결과가 나오는 코로나19 신속 테스트기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앤드루 쿠오모/뉴욕주지사 : "예술 복구를 가속화해야 합니다. 뉴욕시는 공연·예술과 극장, 요리의 중심지죠. 이런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없다면도시는 매력을 잃습니다. '브로드웨이'가 없는 뉴욕은 뉴욕이 아닙니다."]

뉴욕시도 극장 시설 개조 등을 포함해, 브로드웨이 재개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극장들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앤 델 카스틸로/뉴욕시 엔터테인먼트 담당국장/화상인터뷰 : "업계와 (준비 상황을)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공연을 다시 시작할 때를 위해 권장할 사항이나 모범 사례를 모으고 있는 거죠."]

지난 2019년 뉴욕 방문객 수는 6,660만명, 지난해엔 2천만 명에 그친 걸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5년은 돼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걸로 보입니다.

극장들이 다시 문을 연다 해도 과연 예전처럼 관객들이 들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접촉하지 않는 이른바 '비대면' 일상에 우리가 너무 많이 적응해버렸기 때문이죠,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 공연예술계 모두 마찬가집니다.

이른바 '포스트코로나'를 꽤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뉴욕에서 한보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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