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보고서]⑤ “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입력 2021.02.03 (05:06) 수정 2021.02.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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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2
[원전 보고서]② “불붙은 촉매 가루 날려”…“사고 위험성 되려 증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3
[원전 보고서]③ 한수원, 보고서 축소 의혹…원안위에도 안 알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4
[원전 보고서]④ “화염가속 위험, 원전 전수조사 필요”…내부 우려 있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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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수력원자력 실무진들은 수소제거장치 실험 결과를 심각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한수원의 원전 안전 관련 최종 보고서에서는 수소제거장치의 문제와 전수조사 필요성 등이 축소·제외됐습니다.

한수원은 관련 내용을 일부러 축소하거나 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이 문제와 관련된 한수원 내부 회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관리자급 간부가 실무진들에게 실험 결과를 '비밀'로 하자고 말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 "의도하지 않은 큰 하자" 지적에 "당연히 비밀"

문제의 회의는 독일 실험에 이어 국내 업체와의 재실험까지 마친 2019년 5월 소집됐습니다.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낮은 수소 제거율'과 '촉매가 불티로 날리는' 결함 가능성이 문서로 정식 보고된 시점입니다.

예상 밖의 실험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한수원 관리자급 간부도 참석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날아다니는 현상이 제품 인허가 때는 몰랐던 큰 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직원 : (촉매가) 떼어져 나가서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떠돌아다닌다는 것 자체는 우리 장치가 의도하지 않은 연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큰 하자가 있죠.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도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가 '당연히 비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그룹장, 이거 그러면 당연히 비밀이야. 당연히 비밀이야. 지금 뭐 이게 수소폭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점화해가지고서 화재로 인한 사고로 갈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 "중대사고 일어나면 불꽃은 이슈 아냐"…"보고서 내용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이 간부는 한 실무자가 다른 해외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자고 의견을 내자 "(실험 결과가) 있으면 주겠어?"라며 일축했습니다.

이어 원전 중대사고가 일어나면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여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발전소가 지금 날아가고 격납건물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은 그 당시에 장치가 불꽃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그게 핵심 이슈냐 이거지.

'원전 안전 홍보'가 과제의 목적이어서 고민이 된다는 참석자 발언에 대해선, 해당 간부는 실험 결과를 없앨 순 없다며, 어떻게 보고서에 실을지 전략적으로 검토하자고 말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실험을 안 좋다고 해서 그걸 빼가지고 없앨 순 없잖아. 그건 연구원이 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니야. 다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가지고서 남을 위협하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짓는데, 실무자들이 쓴 것을 그룹장이 나중에 잘 좀 이렇게 해달라는 얘기야.

한수원 간부 : 그러니까 보고서에 쓸 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 가지고 실무자가 쓸 것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측면에서 다시 보란 얘기야. 그럴 수밖에 없잖아 지금.

■ "자리 날라가는 사람 한둘 아냐"…해당 간부, "은폐 지시한 적 없어"

또 이 간부는 실험 결과가 그대로 공개된다면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수원 간부 : 그게 굉장히 중요해. '아'를 '어'로 써가지고서 지금 자리가 날아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우리 회사에서도 지금…

그 뒤 한동안 국내외 수소제거장치의 성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회의는 간부의 당부 사항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한수원 간부 : 자 수고하셨고요. 이번에 일 하는 것 보면서 열정적으로 일 하는 것 봤고. 그런데 결정을 어쨌든 분명히 회사 차원에서 디시전이라든가 이런 것을 볼 때는 항상 주의하면서 이런 얘기를 해야 된다…

해당 간부는 당시 회의가 기억나지 않지만, 은폐를 지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관기사] “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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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보고서]⑤ “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 입력 2021-02-03 05:06:06
    • 수정2021-02-03 09:00:17
    취재K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을 보면, 전체 발전량 중에서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25.9%에 이릅니다.

원전 비중을 당장 확 낮출 수는 없으니, 안전하게 써야겠죠. 그럼 원전 안전에 문제는 없을까요?

KBS가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를 입수했습니다. 원전에서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안전설비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연속 보도합니다.

[연관기사]
[원전 보고서]① “수소 제거량, 예상의 30~60%”…재실험서도 미달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2
[원전 보고서]② “불붙은 촉매 가루 날려”…“사고 위험성 되려 증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3
[원전 보고서]③ 한수원, 보고서 축소 의혹…원안위에도 안 알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8674
[원전 보고서]④ “화염가속 위험, 원전 전수조사 필요”…내부 우려 있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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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든 원자력발전소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을 언급할 정도로 한국수력원자력 실무진들은 수소제거장치 실험 결과를 심각하게 봤습니다.

그런데 한수원의 원전 안전 관련 최종 보고서에서는 수소제거장치의 문제와 전수조사 필요성 등이 축소·제외됐습니다.

한수원은 관련 내용을 일부러 축소하거나 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이 문제와 관련된 한수원 내부 회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관리자급 간부가 실무진들에게 실험 결과를 '비밀'로 하자고 말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 "의도하지 않은 큰 하자" 지적에 "당연히 비밀"

문제의 회의는 독일 실험에 이어 국내 업체와의 재실험까지 마친 2019년 5월 소집됐습니다.

원전 수소제거장치의 '낮은 수소 제거율'과 '촉매가 불티로 날리는' 결함 가능성이 문서로 정식 보고된 시점입니다.

예상 밖의 실험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는데, 한수원 관리자급 간부도 참석했습니다.

한 참석자는 촉매 가루에 불이 붙어 날아다니는 현상이 제품 인허가 때는 몰랐던 큰 하자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수원 직원 : (촉매가) 떼어져 나가서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 떠돌아다닌다는 것 자체는 우리 장치가 의도하지 않은 연소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분명히 큰 하자가 있죠.

하지만 이런 얘기를 듣고도 관리자급 간부는 실험 결과가 '당연히 비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그룹장, 이거 그러면 당연히 비밀이야. 당연히 비밀이야. 지금 뭐 이게 수소폭발로 갈 것인지 아니면 점화해가지고서 화재로 인한 사고로 갈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 "중대사고 일어나면 불꽃은 이슈 아냐"…"보고서 내용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이 간부는 한 실무자가 다른 해외 제조사에 문의를 해보자고 의견을 내자 "(실험 결과가) 있으면 주겠어?"라며 일축했습니다.

이어 원전 중대사고가 일어나면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여부는 문제가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발전소가 지금 날아가고 격납건물 날아가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하면은 그 당시에 장치가 불꽃이 있었든지 없었든지 그게 핵심 이슈냐 이거지.

'원전 안전 홍보'가 과제의 목적이어서 고민이 된다는 참석자 발언에 대해선, 해당 간부는 실험 결과를 없앨 순 없다며, 어떻게 보고서에 실을지 전략적으로 검토하자고 말했습니다.

한수원 간부 : 실험을 안 좋다고 해서 그걸 빼가지고 없앨 순 없잖아. 그건 연구원이 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니야. 다만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가지고서 남을 위협하고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잘 마무리를 짓는데, 실무자들이 쓴 것을 그룹장이 나중에 잘 좀 이렇게 해달라는 얘기야.

한수원 간부 : 그러니까 보고서에 쓸 때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 가지고 실무자가 쓸 것을 전략적으로 검토하는 측면에서 다시 보란 얘기야. 그럴 수밖에 없잖아 지금.

■ "자리 날라가는 사람 한둘 아냐"…해당 간부, "은폐 지시한 적 없어"

또 이 간부는 실험 결과가 그대로 공개된다면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한수원 간부 : 그게 굉장히 중요해. '아'를 '어'로 써가지고서 지금 자리가 날아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잖아? 우리 회사에서도 지금…

그 뒤 한동안 국내외 수소제거장치의 성능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 회의는 간부의 당부 사항과 함께 끝이 났습니다.

한수원 간부 : 자 수고하셨고요. 이번에 일 하는 것 보면서 열정적으로 일 하는 것 봤고. 그런데 결정을 어쨌든 분명히 회사 차원에서 디시전이라든가 이런 것을 볼 때는 항상 주의하면서 이런 얘기를 해야 된다…

해당 간부는 당시 회의가 기억나지 않지만, 은폐를 지시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연관기사] “당연히 비밀이야, 자리 날아갈 수도”…한수원 간부 ‘은폐’ 지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09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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