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비상상고 기각…피해자들 “32년 기다렸는데”

입력 2021.03.11 (21:49) 수정 2021.03.1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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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무죄가 확정된 당시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검찰총장이 비상상고하면서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았는데요,

대법원이 오늘(11일)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5년,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세워진 부산 형제복지원.

12년 뒤 드러난 시설의 실상은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습니다.

길 가던 학생 등 일반 시민들까지 잡혀와 강제 노역과 학대에 시달렸고,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500명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9/1987년 1월 : "부랑아를 모아 감금시켜 놓고,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원장이었던 고 박인근 씨는 1989년 횡령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고, 주된 혐의였던 특수감금에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씨의 행위가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졌고,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훈령 자체가 위헌적이고 무효라며, 확정 판결에 대한 재심리를 요청하는 비상상고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2년여간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재판은 비상상고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도록 한 형법 제20조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결론에 32년을 기다려 온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 "우리들은 또다시 버려졌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피해자들은 대법원이 국가 책임은 인정했다며,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윤성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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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제복지원’ 비상상고 기각…피해자들 “32년 기다렸는데”
    • 입력 2021-03-11 21:49:27
    • 수정2021-03-11 22:09:43
    뉴스 9
[앵커]

군사정권 시절 대표적 인권 침해 사례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무죄가 확정된 당시 원장의 특수감금 혐의에 대해 검찰총장이 비상상고하면서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았는데요,

대법원이 오늘(11일)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자세히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5년, 부랑자를 선도한다며 세워진 부산 형제복지원.

12년 뒤 드러난 시설의 실상은 인권 유린의 현장이었습니다.

길 가던 학생 등 일반 시민들까지 잡혀와 강제 노역과 학대에 시달렸고, 공식 집계된 사망자만 500명이 넘었습니다.

[KBS 뉴스9/1987년 1월 : "부랑아를 모아 감금시켜 놓고, 강제노역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원장이었던 고 박인근 씨는 1989년 횡령 등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받았고, 주된 혐의였던 특수감금에는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박 씨의 행위가 당시 내무부 훈령에 따른 것이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후 피해자들의 진상 규명 요구가 이어졌고,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이 훈령 자체가 위헌적이고 무효라며, 확정 판결에 대한 재심리를 요청하는 비상상고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2년여간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은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재판은 비상상고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이 아니라 법령에 의한 행위는 처벌하지 않도록 한 형법 제20조를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비상상고의 사유로 정한 재판에 법령 위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다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헌법의 최고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됐다는 점이라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을 통해 피해자의 아픔이 치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결론에 32년을 기다려 온 피해자들은 울분을 터트렸습니다.

[한종선/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 "우리들은 또다시 버려졌다라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분노하고 화가 나는 건데..."]

피해자들은 대법원이 국가 책임은 인정했다며, 개별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윤성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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