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진압 공수부대원, 41년 만에 유족 찾아가 사죄

입력 2021.03.18 (06:52) 수정 2021.03.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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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한 공수부대원이 희생자의 유족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유족은 용기있게 나서줘 고맙다고 전하고 용서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정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오월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묘비 앞에 과거의 잘못을 빌면서 큰 절을 올립니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남성.

41년 전, 5·18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씨입니다.

A씨는 80년 5월 23일, 소속 부대가 광주로 내려와 외곽 차단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이 때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는 스물다섯 살 고(故) 박병현 씨.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집이 있는 보성으로 가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40년 넘게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 16일 고 박병현 씨의 유족을 찾아 왔습니다.

잘못을 빌고 엎드려 절을 하면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 박병현 씨의 형은 41년 전 잃은 동생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종수/고(故) 박병현 씨 유족 : "마음 편히 사셨으면 합니다. 정말 저는 이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 이런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싶어요."]

5·18 진압작전에 투입된 계엄군 가운데 스스로 나서 발포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에게 사죄한 경우는 A 씨가 처음입니다.

[최용주/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 : "가장 시급한 게 계엄군들의 증언이고 자발적인 양심 고백이잖아요. (이번을 계기로) 저변에 숨어 있는 그런 분들의 고백을 추가로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5·18 조사위는 A씨가 고백한 사례와 비슷한 민간인 피격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전하고 사과와 용서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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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8 진압 공수부대원, 41년 만에 유족 찾아가 사죄
    • 입력 2021-03-18 06:52:41
    • 수정2021-03-18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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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한 공수부대원이 희생자의 유족을 찾아와 용서를 구했습니다.

유족은 용기있게 나서줘 고맙다고 전하고 용서의 뜻을 밝혔습니다.

김정대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오월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이 묘비 앞에 과거의 잘못을 빌면서 큰 절을 올립니다.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남성.

41년 전, 5·18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 A씨입니다.

A씨는 80년 5월 23일, 소속 부대가 광주로 내려와 외곽 차단 임무를 수행하던 중 민간인을 향해 총을 쐈습니다.

이 때 총에 맞아 숨진 희생자는 스물다섯 살 고(故) 박병현 씨.

농사일을 도우러 고향집이 있는 보성으로 가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40년 넘게 죄책감에 시달리던 A씨는 지난 16일 고 박병현 씨의 유족을 찾아 왔습니다.

잘못을 빌고 엎드려 절을 하면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고 박병현 씨의 형은 41년 전 잃은 동생을 다시 만난 것 같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박종수/고(故) 박병현 씨 유족 : "마음 편히 사셨으면 합니다. 정말 저는 이제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 이런 마음으로 용서를 하고 싶어요."]

5·18 진압작전에 투입된 계엄군 가운데 스스로 나서 발포 사실을 인정하고 희생자 유족에게 사죄한 경우는 A 씨가 처음입니다.

[최용주/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조사1과장 : "가장 시급한 게 계엄군들의 증언이고 자발적인 양심 고백이잖아요. (이번을 계기로) 저변에 숨어 있는 그런 분들의 고백을 추가로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5·18 조사위는 A씨가 고백한 사례와 비슷한 민간인 피격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고 전하고 사과와 용서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일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정대입니다.

촬영기자: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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