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물 온도 높으면 납 검출량↑…“먹는 물은 안전”

입력 2021.03.23 (21:27) 수정 2021.03.2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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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C 인증을 받은 수도꼭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는 보도, 어제(22일)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엔 그럼, 수돗물은 괜찮은 건지 정밀하게 실험해봤습니다.

최은진 기잡니다.

[리포트]

KC인증을 통과했거나, 인증 대상인데도 중금속이 검출된 수도꼭지, 4종입니다.

이 수도꼭지를 사용했을 때 납이 물에 녹아 나오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먼저 실제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먹는 물 수질공정’ 시험법대로 1시간 넘게 세척한 수도꼭지에 증류수 250mL를 통과시킨 후 중금속 검사 장비로 분석했습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한 샘플당 세 번씩 평균값으로 해서 (분석합니다).”]

그 결과 4개 제품에서 적게는 리터당 0.001 mg 이하, 많게는 0.006mg까지 납이 검출됐습니다.

먹는 물의 경우 납 검출 기준이 리터당 0.01mg여서 먹는 물 수질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흐르는 물 실험은)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위반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려할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수도꼭지가 오랜 시간 물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어떨까.

증류수에 수도꼭지를 담가 밀봉한 뒤 17시간 동안 상온에 놔뒀습니다.

실험 결과, 그냥 물을 흘려보냈을 때보다 납 검출량이 2배에서 4배가량 많아졌습니다.

다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상황도 가정해 이번엔 60도, 아주 뜨거운 고온의 물에서 같은 실험을 해봤더니, 대부분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늘었습니다.

흐르는 물 실험과 비교하면 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18배까지 검출됐습니다.

[독고석/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 “(고온에서) 납은 연성이 더 높아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활성화가 돼서 물속으로 더 많이 용출되는….”]

60도 고온의 물에 17시간 수도꼭지를 담가 둔 실험에선 4개 중 2개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먹는 물 기준을 웃돌았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조영천 박상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채상우

납 검출 수도꼭지 ‘먹는 물 실험’…어떤 의미?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은진 기자와 좀 더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그러니까 먹는 물이 일단 기준에 따르면 몸에는 괜찮다는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수도꼭지에서 중금속 검출, 이런 기사 보면 막연하게 불안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수질 실험을 해본 겁니다.

다행히 일상생활 상황을 가정한 먹는 물 실험에선 기준치의 10분의 1에서 절반 정도, 납이 검출돼서 안전했습니다.

[앵커]

수도꼭지 납 기준은 초과했는데 먹는 물의 기준은 초과하지 않는다, 이게 조금 헷갈리는데요?

[기자]

네, 실험 방법도 차이가 있긴 한데, 무엇보다 기준이 다릅니다.

KC 인증 시험은 수도꼭지에 물을 채워넣고 밀봉한 뒤 16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물에 녹아 나오는지를 잽니다.

이 기준이 KC 인증에서는 납이 리터당 0.001 밀리그램입니다.

다만 환경부가 정한 먹는 물 안전 기준은 0.01㎎입니다.

그러니까 KC 인증 기준이 먹는 물보다 10배 정도 엄격한 거죠.

[앵커]

얼핏 생각하면 물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야 될 것 같은데, 거꾸로네요?

[기자]

네, 생활 속 공산품, 수도꼭지 같은 건 한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하잖아요.

부식될 수도 있고 물과 접촉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어 흐르는 물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겁니다.

[앵커]

그럼 그런 변수도 고려해서 수질 실험을 해봐야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KC 인증과 비슷하게 수도꼭지를 증류수에 17시간 동안 담가놓고 수질을 실험해 봤는데요.

이 실험은 상온의 물, 60도 고온의 물, 두 가지로 해봤습니다.

60도는 물탱크 같은 고온수 전용 자재의 실험 기준 온도입니다.

[앵커]

그래서 60도 뜨거운 물 실험에서 일부 제품이 먹는 물의 납 기준을 초과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수돗물을 먹을 때 수도꼭지에 60도 고온의 물을 17시간 고이게 했다가 받아서 먹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먹는 물 기준을 넘었어도 위험하단 얘긴 아닙니다.

다만 고온의 물에서 납 검출량이 최대 18배까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현재 수도꼭지 KC 인증 실험에는 고온의 환경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수도꼭지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어제 KBS 보도 후 오늘(23일), 하루 만에 올해 10월까지 수도꼭지 제품을 전수 조사하겠다, 또 KC 인증 수시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내일(24일)은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 KC 인증 제도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최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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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물 온도 높으면 납 검출량↑…“먹는 물은 안전”
    • 입력 2021-03-23 21:27:09
    • 수정2021-03-23 22: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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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 인증을 받은 수도꼭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다는 보도, 어제(22일)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엔 그럼, 수돗물은 괜찮은 건지 정밀하게 실험해봤습니다.

최은진 기잡니다.

[리포트]

KC인증을 통과했거나, 인증 대상인데도 중금속이 검출된 수도꼭지, 4종입니다.

이 수도꼭지를 사용했을 때 납이 물에 녹아 나오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먼저 실제 흐르는 물을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먹는 물 수질공정’ 시험법대로 1시간 넘게 세척한 수도꼭지에 증류수 250mL를 통과시킨 후 중금속 검사 장비로 분석했습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한 샘플당 세 번씩 평균값으로 해서 (분석합니다).”]

그 결과 4개 제품에서 적게는 리터당 0.001 mg 이하, 많게는 0.006mg까지 납이 검출됐습니다.

먹는 물의 경우 납 검출 기준이 리터당 0.01mg여서 먹는 물 수질로 안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동일/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흐르는 물 실험은)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위반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려할 상황이라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수도꼭지가 오랜 시간 물에 노출되는 환경에서는 어떨까.

증류수에 수도꼭지를 담가 밀봉한 뒤 17시간 동안 상온에 놔뒀습니다.

실험 결과, 그냥 물을 흘려보냈을 때보다 납 검출량이 2배에서 4배가량 많아졌습니다.

다만 모두 먹는 물 수질 기준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상황도 가정해 이번엔 60도, 아주 뜨거운 고온의 물에서 같은 실험을 해봤더니, 대부분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늘었습니다.

흐르는 물 실험과 비교하면 납이 적게는 3배, 많게는 18배까지 검출됐습니다.

[독고석/수돗물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 “(고온에서) 납은 연성이 더 높아지거든요. 그러다 보면 활성화가 돼서 물속으로 더 많이 용출되는….”]

60도 고온의 물에 17시간 수도꼭지를 담가 둔 실험에선 4개 중 2개 제품에서 납 검출량이 먹는 물 기준을 웃돌았습니다.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촬영기자:조영천 박상욱/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채상우

납 검출 수도꼭지 ‘먹는 물 실험’…어떤 의미?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최은진 기자와 좀 더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최 기자, 그러니까 먹는 물이 일단 기준에 따르면 몸에는 괜찮다는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수도꼭지에서 중금속 검출, 이런 기사 보면 막연하게 불안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수질 실험을 해본 겁니다.

다행히 일상생활 상황을 가정한 먹는 물 실험에선 기준치의 10분의 1에서 절반 정도, 납이 검출돼서 안전했습니다.

[앵커]

수도꼭지 납 기준은 초과했는데 먹는 물의 기준은 초과하지 않는다, 이게 조금 헷갈리는데요?

[기자]

네, 실험 방법도 차이가 있긴 한데, 무엇보다 기준이 다릅니다.

KC 인증 시험은 수도꼭지에 물을 채워넣고 밀봉한 뒤 16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중금속이 물에 녹아 나오는지를 잽니다.

이 기준이 KC 인증에서는 납이 리터당 0.001 밀리그램입니다.

다만 환경부가 정한 먹는 물 안전 기준은 0.01㎎입니다.

그러니까 KC 인증 기준이 먹는 물보다 10배 정도 엄격한 거죠.

[앵커]

얼핏 생각하면 물에 대한 기준이 더 엄격해야 될 것 같은데, 거꾸로네요?

[기자]

네, 생활 속 공산품, 수도꼭지 같은 건 한번 설치하면 오랫동안 사용하잖아요.

부식될 수도 있고 물과 접촉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어 흐르는 물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겁니다.

[앵커]

그럼 그런 변수도 고려해서 수질 실험을 해봐야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KC 인증과 비슷하게 수도꼭지를 증류수에 17시간 동안 담가놓고 수질을 실험해 봤는데요.

이 실험은 상온의 물, 60도 고온의 물, 두 가지로 해봤습니다.

60도는 물탱크 같은 고온수 전용 자재의 실험 기준 온도입니다.

[앵커]

그래서 60도 뜨거운 물 실험에서 일부 제품이 먹는 물의 납 기준을 초과했다,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기자]

수돗물을 먹을 때 수도꼭지에 60도 고온의 물을 17시간 고이게 했다가 받아서 먹지는 않잖아요?

그러니까 먹는 물 기준을 넘었어도 위험하단 얘긴 아닙니다.

다만 고온의 물에서 납 검출량이 최대 18배까지,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현재 수도꼭지 KC 인증 실험에는 고온의 환경이 전혀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수도꼭지에서 납이 검출됐다는 어제 KBS 보도 후 오늘(23일), 하루 만에 올해 10월까지 수도꼭지 제품을 전수 조사하겠다, 또 KC 인증 수시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내일(24일)은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 KC 인증 제도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전해드리겠습니다.

[앵커]

최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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