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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학대에도 두 달 넘게 분리조치 안된 장애인 거주시설
입력 2021.03.25 (07:01) 수정 2021.03.25 (12:26) 취재후

"머리를 때리고 발목을 묶고"

경기도 여주의 한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일어난 학대 관련 내용입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경찰 조사를 통해서 확인된 것 중 일부입니다.

특히 학대가 자행됐던 기간 중 지난해 3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외부접촉이 차단된 시기였습니다. 파악된 피해자는 7명, 가해자는 그보다 더 많은 15명입니다.

[연관 기사]
[단독] 반 년 동안 때리고 묶고…‘코로나’ 틈 타 벌어진 장애인 학대 (2021.3.23. KBS 뉴스9)
두 달 걸린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치’…행정처분은 고작 ‘개선명령’



■ 2달 반 뒤 가해자·피해자 분리...행정처분은 개선명령뿐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후 대처 과정입니다.

먼저 지난해 8월 첫 신고 이후 2달 반이 지나서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다른 생활관으로 가해자들의 업무 위치를 조정한 게 전부였습니다.) 경찰 수사과정서 확인된 추가 가해자 십여 명은 지난달에서야 업무 배제됐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장시간 한 공간에 있던 상황인데, 시설은 가해자가 누군지 몰라 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보니 조치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학대 정도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 쉼터나 다른 거주시설로 이동시키는 게 가능했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적정 수용을 꽉 채운 쉼터와 지자체 협조 부족으로 초기 응급조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 358건 가운데 전원 등 응급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30건에 그칩니다. 이번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못한 사례가 추가된 겁니다.

 강남구청은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에 지난달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강남구청은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에 지난달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은 법규에 근거해 천편일률적으로 내려졌습니다. 현재까지 입건된 가해자만 15명, 피해자도 다수인 심각한 상황임에도 담당인 강남구청이 내린 행정처분은 가장 낮은 '개선명령'입니다.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상 개선명령보다 높은 시설 폐쇄 등을 하려면, 해당 시설이 최근 3년 이내 다른 학대 사건으로 처분을 받거나 이번 사건에서 학대 이외의 적어도 3개 이상의 다른 위반행위가 확인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 행정처분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강남에서 여주까지 물리적 거리 등을 이유로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취재진에게 해명한 구청이 앞서 내린 개선명령 처분을 시설이 잘 지키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할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단체들이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단체들이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인권침해"...전수조사 필요

이번에 학대가 확인된 장애인거주시설이 특이한 경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와 단절된 사이 여러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장애인단체들이 서울 송파구의 한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사실을 거주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 휴대폰을 뺏거나 연락 기록을 확인하는 등 인권침해가 일어났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도 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방역을 이유만으로 자원봉사 등 외부 접촉이 쉽지 않아 시설들이 더더욱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면서, 30인 이상의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서는 기관 차원의 전수조사 등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식적인 대응과 낮은 처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퍼지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안 인권침해를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 [취재후] 학대에도 두 달 넘게 분리조치 안된 장애인 거주시설
    • 입력 2021-03-25 07:01:33
    • 수정2021-03-25 12:26:54
    취재후

"머리를 때리고 발목을 묶고"

경기도 여주의 한 중증 장애인 거주 시설에서 일어난 학대 관련 내용입니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경찰 조사를 통해서 확인된 것 중 일부입니다.

특히 학대가 자행됐던 기간 중 지난해 3월부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외부접촉이 차단된 시기였습니다. 파악된 피해자는 7명, 가해자는 그보다 더 많은 15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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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달 반 뒤 가해자·피해자 분리...행정처분은 개선명령뿐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사후 대처 과정입니다.

먼저 지난해 8월 첫 신고 이후 2달 반이 지나서야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다른 생활관으로 가해자들의 업무 위치를 조정한 게 전부였습니다.) 경찰 수사과정서 확인된 추가 가해자 십여 명은 지난달에서야 업무 배제됐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장시간 한 공간에 있던 상황인데, 시설은 가해자가 누군지 몰라 조사 결과를 기다리다 보니 조치가 늦어졌다고 합니다.

학대 정도에 따라 피해자를 보호 쉼터나 다른 거주시설로 이동시키는 게 가능했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적정 수용을 꽉 채운 쉼터와 지자체 협조 부족으로 초기 응급조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2019년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 358건 가운데 전원 등 응급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30건에 그칩니다. 이번에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리되지 못한 사례가 추가된 겁니다.

 강남구청은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에 지난달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강남구청은 해당 장애인거주시설에 지난달 개선명령 처분을 내렸다.

행정처분은 법규에 근거해 천편일률적으로 내려졌습니다. 현재까지 입건된 가해자만 15명, 피해자도 다수인 심각한 상황임에도 담당인 강남구청이 내린 행정처분은 가장 낮은 '개선명령'입니다.

장애인복지법시행규칙상 개선명령보다 높은 시설 폐쇄 등을 하려면, 해당 시설이 최근 3년 이내 다른 학대 사건으로 처분을 받거나 이번 사건에서 학대 이외의 적어도 3개 이상의 다른 위반행위가 확인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겁니다.

경찰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 행정처분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강남에서 여주까지 물리적 거리 등을 이유로 관리·감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취재진에게 해명한 구청이 앞서 내린 개선명령 처분을 시설이 잘 지키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할지 의문이 듭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단체들이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장애단체들이 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 "다른 장애인거주시설에서도 인권침해"...전수조사 필요

이번에 학대가 확인된 장애인거주시설이 특이한 경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와 단절된 사이 여러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장애인단체들이 서울 송파구의 한 대규모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 사실을 거주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개인 휴대폰을 뺏거나 연락 기록을 확인하는 등 인권침해가 일어났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기도 했습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방역을 이유만으로 자원봉사 등 외부 접촉이 쉽지 않아 시설들이 더더욱 고립되는 상황에 처하고 있다"면서, 30인 이상의 대형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해서는 기관 차원의 전수조사 등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형식적인 대응과 낮은 처분,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이 퍼지고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안 인권침해를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개선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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