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남부내륙철도, ‘전략환경평가’마저 부실 논란

입력 2021.03.30 (20:18) 수정 2021.03.30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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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부내륙철도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 일종의 사전 환경성 검토 작업인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하자마자, 내용과 절차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경남 업그레이드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위협받는다고 호소합니다.

["공사할 때 미역 피해 안 입힌다고 하지만, 어떻게 피해를 안 입히겠습니까…."]

각종 개발사업을 추적해 온 환경단체는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합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하라! 실시하라! 실시하라!"]

거제와 통영을 가르는 견내량 해협.

10m 길이 대나무 장대를 물속에 넣고 돌립니다.

암반에 붙어 자라는 자연산 돌미역이 한가득 걸려 올라옵니다.

600년 전통의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은 그 보전가치를 인정받으며, 지난해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수십 년 넘게 이곳에서 돌미역을 채취해 온 어민들은 근심에 휩싸였습니다.

[장정훈/통영 견내량 어민 : "국토부에서 어떤 형식으로 이렇게 다리를 그었는지 모르겠지만, 임의대로 그어놓고 그 안에 곪아 터진 것은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그런 식(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국토부가 공개한 남부내륙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면, 두 개의 노선 모두 철도 교량이 견내량을 통과합니다.

주민들은 대규모 해상 교량 건설로 유속과 부유물 등 해양 환경 변화가 불가피해 암반에 자생하는 돌미역 서식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해간 연륙교 공사 뒤 3년 동안 돌미역이 폐사했고, 멸종 위기까지 갔습니다.

[장봉안/통영 견내량 어민 : "저 앞에 조그만 다리 있잖아요. 저게 다리 건설할 때 3년 동안 미역이 없었어요. 주민들 봄이 되면 먹고살 게 없어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하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견내량에 미칠 환경 피해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어업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 먼저 착수가 된 거였죠. 기본계획팀이 먼저 들어갔었어요. 착수됐는데 그거는 먼저, 어업유산 전보다 먼저 착수가 된 거였죠."]

견내량은 돌미역 외에도 감성돔과 장어, 해삼, 놀래기 등 다양한 어족 자원들 몰려든 청정 해역으로 손꼽힙니다.

주변에는 해양보호생물인 잘피와 복해마가 서식하는데, 특히 복해마는 국제적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평가서에 잘피는 일부 해역에서 발견되고, 복해마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혀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잘피와 복해마는 주로 연안 쪽에 서식하는데, 잠수조사 지점은 해역 중간입니다.

조사 시기도 2월과 10월로 봄에 가장 활발히 성장하는 잘피를 조사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이보경/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 "이 조사표를 보면 그냥 대충 조사하는 거지. 보호종을 찾겠다는 의지가 안 보이는 조사라는 거죠. 조사하려면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통영 구간뿐만이 아닙니다.

대안1 노선 500m 범위 안에는 경북 고령군과 성주군 지정 문화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 자료에만 매장문화재가 7건이나 확인됩니다.

이 구간 평가서가 확인한 천연기념물도 황조롱이 1종에 불과하지만, 2014년 국립생태원 조사에는 원앙과 소쩍새 등 모두 5개 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절차도 논란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관련법에 따라 평가협의회를 구성한 뒤 조사 지역과 평가 항목, 범위를 심의하고, 과반수 이상 참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남부내륙철도에도 위원 31명이 참여한 '협의회'가 구성됐지만, 심의는 서면으로만 진행됐습니다.

서면 심의는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경미하거나, 특정분야에 제한된 경우, 이미 평가서가 여러 번 제출돼 심의된 경우에 한 해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이미 국토교통부에 철도 관련 사업들이 여러 번 제출되었기 때문에" 서면 심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김천에서 거제는 철도가 최초 개설되는 구간으로, 서면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박장호/남부내륙철도 고령군주민대책위원회 : "서면 같은 경우는 조정이 필요 없을 때 하는 거거든요. 근데 초안서에도 보게 되면 서면 심의지만 그래도 많은 의원이 의견을 내서 조정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애초부터 서면의결대상이 안된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법적 하자가 없고, 사업 확정 뒤 보다 면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고 밝혔습니다.

[신성일/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 : "환경영향평가는 설계 때 본 환경 영향평가를 제대로 합니다. 그거를 저희가 난립으로 하던가 할 수가 없고요. 왜냐하면 환경부에서 보안 자료 요구라던지..."]

노선 갈등에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마저 부실과 절차 위반 논란에 휩싸인 남부내륙철도 사업.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법적 하자가 없다는 국토부의 입장이 맞서면서, 접점 없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남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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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남부내륙철도, ‘전략환경평가’마저 부실 논란
    • 입력 2021-03-30 20:18:19
    • 수정2021-03-30 20:54:41
    뉴스7(창원)
[앵커]

남부내륙철도와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은 사업이 본격 시작되기 전 일종의 사전 환경성 검토 작업인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개하자마자, 내용과 절차를 놓고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경남 업그레이드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평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위협받는다고 호소합니다.

["공사할 때 미역 피해 안 입힌다고 하지만, 어떻게 피해를 안 입히겠습니까…."]

각종 개발사업을 추적해 온 환경단체는 생태계 파괴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합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하라! 실시하라! 실시하라!"]

거제와 통영을 가르는 견내량 해협.

10m 길이 대나무 장대를 물속에 넣고 돌립니다.

암반에 붙어 자라는 자연산 돌미역이 한가득 걸려 올라옵니다.

600년 전통의 '견내량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은 그 보전가치를 인정받으며, 지난해 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습니다.

수십 년 넘게 이곳에서 돌미역을 채취해 온 어민들은 근심에 휩싸였습니다.

[장정훈/통영 견내량 어민 : "국토부에서 어떤 형식으로 이렇게 다리를 그었는지 모르겠지만, 임의대로 그어놓고 그 안에 곪아 터진 것은 주민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그런 식(으로밖에 볼 수 없어요.)"]

국토부가 공개한 남부내륙철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보면, 두 개의 노선 모두 철도 교량이 견내량을 통과합니다.

주민들은 대규모 해상 교량 건설로 유속과 부유물 등 해양 환경 변화가 불가피해 암반에 자생하는 돌미역 서식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합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해간 연륙교 공사 뒤 3년 동안 돌미역이 폐사했고, 멸종 위기까지 갔습니다.

[장봉안/통영 견내량 어민 : "저 앞에 조그만 다리 있잖아요. 저게 다리 건설할 때 3년 동안 미역이 없었어요. 주민들 봄이 되면 먹고살 게 없어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하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는 견내량에 미칠 환경 피해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어업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에 먼저 착수가 된 거였죠. 기본계획팀이 먼저 들어갔었어요. 착수됐는데 그거는 먼저, 어업유산 전보다 먼저 착수가 된 거였죠."]

견내량은 돌미역 외에도 감성돔과 장어, 해삼, 놀래기 등 다양한 어족 자원들 몰려든 청정 해역으로 손꼽힙니다.

주변에는 해양보호생물인 잘피와 복해마가 서식하는데, 특히 복해마는 국제적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평가서에 잘피는 일부 해역에서 발견되고, 복해마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혀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잘피와 복해마는 주로 연안 쪽에 서식하는데, 잠수조사 지점은 해역 중간입니다.

조사 시기도 2월과 10월로 봄에 가장 활발히 성장하는 잘피를 조사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겁니다.

[이보경/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 "이 조사표를 보면 그냥 대충 조사하는 거지. 보호종을 찾겠다는 의지가 안 보이는 조사라는 거죠. 조사하려면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끔…."]

통영 구간뿐만이 아닙니다.

대안1 노선 500m 범위 안에는 경북 고령군과 성주군 지정 문화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문화재청 자료에만 매장문화재가 7건이나 확인됩니다.

이 구간 평가서가 확인한 천연기념물도 황조롱이 1종에 불과하지만, 2014년 국립생태원 조사에는 원앙과 소쩍새 등 모두 5개 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절차도 논란입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관련법에 따라 평가협의회를 구성한 뒤 조사 지역과 평가 항목, 범위를 심의하고, 과반수 이상 참석과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의결합니다.

남부내륙철도에도 위원 31명이 참여한 '협의회'가 구성됐지만, 심의는 서면으로만 진행됐습니다.

서면 심의는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이 경미하거나, 특정분야에 제한된 경우, 이미 평가서가 여러 번 제출돼 심의된 경우에 한 해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공청회에 참석한 용역업체 관계자는 "이미 국토교통부에 철도 관련 사업들이 여러 번 제출되었기 때문에" 서면 심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김천에서 거제는 철도가 최초 개설되는 구간으로, 서면 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합니다.

[박장호/남부내륙철도 고령군주민대책위원회 : "서면 같은 경우는 조정이 필요 없을 때 하는 거거든요. 근데 초안서에도 보게 되면 서면 심의지만 그래도 많은 의원이 의견을 내서 조정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애초부터 서면의결대상이 안된다는 겁니다."]

국토교통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는 법적 하자가 없고, 사업 확정 뒤 보다 면밀한 환경영향평가를 거친다고 밝혔습니다.

[신성일/국토교통부 철도건설과 : "환경영향평가는 설계 때 본 환경 영향평가를 제대로 합니다. 그거를 저희가 난립으로 하던가 할 수가 없고요. 왜냐하면 환경부에서 보안 자료 요구라던지..."]

노선 갈등에 이어, 전략환경영향평가마저 부실과 절차 위반 논란에 휩싸인 남부내륙철도 사업.

전면 재조사를 요구하는 주민들과 법적 하자가 없다는 국토부의 입장이 맞서면서, 접점 없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남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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