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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 ‘국내 8대 오지’ 완주군 동상면…詩의 고장이 되다
입력 2021.04.19 (20:13) 수정 2021.04.19 (21:26) 뉴스7(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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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국내 8대 오지라 불릴 만큼 산세가 험하다고 정평이 난 완주군 동상면.

홍시나 곶감이 주 생활자원인 이 작은 산골 면에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100살 할머니부터 5살 어린이까지 감 씨처럼 톡톡 뱉어낸 다양한 사연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 나온 겁니다.

[국중하/수필가 :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라고 하는 제목 자체도, 표지부터 보면 홍시 색깔입니다, 빨갛게. 그리고 편집 내용도 보면, 구구절절이 그렇게 잘 될 수가 없고….”]

[김현조/전북시인협회장 :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한 마을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어요. /어른들의 말씀이/ 시로 나타났을 때, 또 문자로 나타났을 때 그 가치는 더 넓은 의미가 있지 않나….”]

또래 친구들이 많지 않은 밤티마을의 다섯살배기 채언이.

산골에서 유일한 말동무인 강아지들과 뛰어놀며 동심으로 녹여낸 시가 눈길을 끕니다.

[“미오! 나 잡아봐라! 미오!”]

강아지를 생각하는 순수한 산골아이의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채언/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 “딸기는 아파가지고 움직일 수 없어요. 미오는 안 아파요. 미오가 안아달라고 일어서요.”]

학동마을에 사는 올해 101살이 된 백성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큰 난리를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백성례/완주군 동상면 학동마을 : “왜정 난리, 6.25 난리. 난리를 두 번이나 겪고, 말할 수 없어요. 일본 놈들한테 고통 받고, 공산당들한테 고통 받고, 말할 수 없어. 얘기를 다 못해요.”]

모질게 살아온 인생살이에 속이 타들어갔을 법도 하련만, 반백의 몸으로 나물을 뜯고 말린 곶감을 꺼내 먹으며 그냥 그냥 웃고 사는 모습이 한 편 시 속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5년 전 원사봉마을로 귀농한, 이계옥 씨가 바라보는 하늘과, 바람과, 꽃도 아름다운 시가 되었습니다.

[이계옥/완주군 동상면 원사봉마을 : “저는 시 쪽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와서 보니까 이 자체가, 삶의 모든 것들이 시가 될 수 있다고 시인이 오셔가지고….”]

저마다의 가슴 한켠에 쌓아온 먹먹한 삶의 이야기가 한 권 시집이 되어 출판기념회를 여는 날.

주민들은 나지막이 주워섬긴 말마다 있는 그대로 시가 되었다며 스스로도 대견스러워 합니다.

[이귀례/완주군 동상면 단지마을 : “그러다 저러다 부녀회장 하고, 그러다 저러다 세월이 가니까 78살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예요.”]

[강영옥/완주군 동상면 입석마을 : “이런 시골에서 시골 주민을 대상으로 이런 시집을 발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요.”]

동상면 내 100여 곳이나 되는 집들을 수차례씩 드나드는 수고를 마다않고, 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채록해온 동상면장 박병윤 씨의 노력이 큽니다.

[박병윤/동상면장 : “마음속에 있는 녹록한, 또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지다 보니까 눈물도 나고, 때로는 또 웃기도 하고….”]

한 권의 시집을 통해 동상 100년 역사를 찾고, 주민들 모두가 시인인 고장으로 거듭나는 꿈을 꾸는 동상면.

외롭고 고단하지만 생생한 산골생활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더욱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 [14K] ‘국내 8대 오지’ 완주군 동상면…詩의 고장이 되다
    • 입력 2021-04-19 20:13:51
    • 수정2021-04-19 21:26:54
    뉴스7(전주)
예로부터 국내 8대 오지라 불릴 만큼 산세가 험하다고 정평이 난 완주군 동상면.

홍시나 곶감이 주 생활자원인 이 작은 산골 면에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끄는 일이 하나 생겼습니다.

100살 할머니부터 5살 어린이까지 감 씨처럼 톡톡 뱉어낸 다양한 사연들이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 나온 겁니다.

[국중하/수필가 :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라고 하는 제목 자체도, 표지부터 보면 홍시 색깔입니다, 빨갛게. 그리고 편집 내용도 보면, 구구절절이 그렇게 잘 될 수가 없고….”]

[김현조/전북시인협회장 : “노인 한 분이 돌아가시면 한 마을이 무너진다는 말이 있어요. /어른들의 말씀이/ 시로 나타났을 때, 또 문자로 나타났을 때 그 가치는 더 넓은 의미가 있지 않나….”]

또래 친구들이 많지 않은 밤티마을의 다섯살배기 채언이.

산골에서 유일한 말동무인 강아지들과 뛰어놀며 동심으로 녹여낸 시가 눈길을 끕니다.

[“미오! 나 잡아봐라! 미오!”]

강아지를 생각하는 순수한 산골아이의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채언/완주군 동상면 밤티마을 : “딸기는 아파가지고 움직일 수 없어요. 미오는 안 아파요. 미오가 안아달라고 일어서요.”]

학동마을에 사는 올해 101살이 된 백성례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큰 난리를 두 번이나 겪었습니다.

[백성례/완주군 동상면 학동마을 : “왜정 난리, 6.25 난리. 난리를 두 번이나 겪고, 말할 수 없어요. 일본 놈들한테 고통 받고, 공산당들한테 고통 받고, 말할 수 없어. 얘기를 다 못해요.”]

모질게 살아온 인생살이에 속이 타들어갔을 법도 하련만, 반백의 몸으로 나물을 뜯고 말린 곶감을 꺼내 먹으며 그냥 그냥 웃고 사는 모습이 한 편 시 속에 그대로 묻어납니다.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5년 전 원사봉마을로 귀농한, 이계옥 씨가 바라보는 하늘과, 바람과, 꽃도 아름다운 시가 되었습니다.

[이계옥/완주군 동상면 원사봉마을 : “저는 시 쪽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와서 보니까 이 자체가, 삶의 모든 것들이 시가 될 수 있다고 시인이 오셔가지고….”]

저마다의 가슴 한켠에 쌓아온 먹먹한 삶의 이야기가 한 권 시집이 되어 출판기념회를 여는 날.

주민들은 나지막이 주워섬긴 말마다 있는 그대로 시가 되었다며 스스로도 대견스러워 합니다.

[이귀례/완주군 동상면 단지마을 : “그러다 저러다 부녀회장 하고, 그러다 저러다 세월이 가니까 78살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그거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예요.”]

[강영옥/완주군 동상면 입석마을 : “이런 시골에서 시골 주민을 대상으로 이런 시집을 발간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고요.”]

동상면 내 100여 곳이나 되는 집들을 수차례씩 드나드는 수고를 마다않고, 주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채록해온 동상면장 박병윤 씨의 노력이 큽니다.

[박병윤/동상면장 : “마음속에 있는 녹록한, 또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지다 보니까 눈물도 나고, 때로는 또 웃기도 하고….”]

한 권의 시집을 통해 동상 100년 역사를 찾고, 주민들 모두가 시인인 고장으로 거듭나는 꿈을 꾸는 동상면.

외롭고 고단하지만 생생한 산골생활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더욱 큰 울림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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