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지키려다 中 공안에 ‘입국금지’

입력 2021.04.24 (21:25) 수정 2021.04.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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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족은 소수민족으로서, 중국에서 한민족의 언어와 풍습을 꾸준히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힘을 보태고자 한국에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목소리를 냈는데, 갑작스레 중국 출입국이 금지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명광씨는 '조선족'입니다.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중국인이자, 동시에 소수민족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중국 헌법엔 각 민족의 평등과 발전, 언어의 보존과 풍습의 자유가 규정돼 있음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고향 땅은 부실 개발로 폐허가 됐고, 사람도 점차 줄었습니다.

[지명광/조선족 : "건물들이 서긴 했지만, 아직도 거긴 입주가 안 되고 분양도 안 됐습니다. 그냥 땅만 빼앗긴 거고."]

2017년 한국에 온 지 씨는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중국 정부가 조선족 학교의 모든 교재를 중국어로 바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향 마을에서 점차 한글을 사라지게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 지 씨는 고민 끝에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족의 언어를 점차 잃게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판단을 해서, 여기에 대해서 분개를 한 재한 조선족 동포분들과 우리 이런 집회를 한번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 씨는 중국 공안이 고향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사관으로부턴 더 이상 중국에 출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 씨의 여권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이유였는데, 지 씨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조치를 당했습니다.

결국 지 씨는, 귀화를 선택했습니다.

["결국은 후손들을 위해서 한 일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항의에 더 참여를 하고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고…"]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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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 지키려다 中 공안에 ‘입국금지’
    • 입력 2021-04-24 21:25:10
    • 수정2021-04-24 21: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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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족은 소수민족으로서, 중국에서 한민족의 언어와 풍습을 꾸준히 이어가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거기에 힘을 보태고자 한국에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목소리를 냈는데, 갑작스레 중국 출입국이 금지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찌 된 사연인지, 김경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명광씨는 '조선족'입니다.

정규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이 중국인이자, 동시에 소수민족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중국 헌법엔 각 민족의 평등과 발전, 언어의 보존과 풍습의 자유가 규정돼 있음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고향 땅은 부실 개발로 폐허가 됐고, 사람도 점차 줄었습니다.

[지명광/조선족 : "건물들이 서긴 했지만, 아직도 거긴 입주가 안 되고 분양도 안 됐습니다. 그냥 땅만 빼앗긴 거고."]

2017년 한국에 온 지 씨는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중국 정부가 조선족 학교의 모든 교재를 중국어로 바꾼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고향 마을에서 점차 한글을 사라지게 할 정책이라고 생각한 지 씨는 고민 끝에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민족의 언어를 점차 잃게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판단을 해서, 여기에 대해서 분개를 한 재한 조선족 동포분들과 우리 이런 집회를 한번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지 씨는 중국 공안이 고향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에 대해 캐묻고 다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대사관으로부턴 더 이상 중국에 출입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지 씨의 여권이 범죄에 이용됐다는 이유였는데, 지 씨는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참가자들도 비슷한 조치를 당했습니다.

결국 지 씨는, 귀화를 선택했습니다.

["결국은 후손들을 위해서 한 일이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항의에 더 참여를 하고 마음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고…"]

KBS 뉴스 김경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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