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설 없는 의료용지…10년간 땅값만 3배 ‘투기판’

입력 2021.04.30 (21:42) 수정 2021.04.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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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준공을 코앞에 둔 대구의 신도시 개발지구의 의료시설용지가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사업주체인 LH가 의료용지를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분양하면서 10년 동안 땅값만 뛰는 투기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첫 삽을 뜨고 현재 마지막 4단계 공사가 한창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입니다.

한가운데 만 5천여 ㎡ 규모의 의료시설용지가 텅 비어 있습니다.

사업 시행 10년이 넘도록 병원이 들어서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이 큽니다.

[황선행/대구 달성군 유가읍 주민 : "24시간 응급실도 없고요, 아이들 다쳤을 때 갈 수 있는 마취과가 없어서. 저희는 고립됐다고 얘기해요."]

그런데 이 땅의 주인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비의료인 2명.

'의료시설 설치가 가능한 사람에게 분양 처분한다'는 당초 계획을 사업시행자인 LH가 무시하고 비의료인에게 분양한 겁니다.

의료용지는 산업용지와 달리 일정 기한 내 착공을 하지 않으면 환매를 강행하는 법령이 적용되지 않아 수 년간 땅값만 뛴 채 방치됐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땅 주인과 의료재단 간 입주계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 당시 계약금액은 공급가격보다 3배 높은 250억 원이었습니다.

병원 건립을 위한 공공택지를 투기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의료법인 관계자 : "250억에 계약을 했는데, 주위에 지하철 들어온다, 산업선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해서 50억을 더 요구하고. 누가 봐도 이건 다운 계약서가 작성이 (됐을 걸로 추정되는 상황)."]

LH는 분양 절차상 위법 사항은 없었으며, 이미 소유권을 이전한 만큼 LH가 가격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온갖 의혹만 무성한 가운데 주민들의 숙원인 병원 사업은 수 년째 표류하는 상황.

경찰은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땅 초기 분양자와 현 소유자, LH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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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시설 없는 의료용지…10년간 땅값만 3배 ‘투기판’
    • 입력 2021-04-30 21:42:31
    • 수정2021-04-30 22:01:06
    뉴스9(대구)
[앵커]

준공을 코앞에 둔 대구의 신도시 개발지구의 의료시설용지가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사업주체인 LH가 의료용지를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분양하면서 10년 동안 땅값만 뛰는 투기수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2008년 첫 삽을 뜨고 현재 마지막 4단계 공사가 한창인 대구 테크노폴리스 지구입니다.

한가운데 만 5천여 ㎡ 규모의 의료시설용지가 텅 비어 있습니다.

사업 시행 10년이 넘도록 병원이 들어서지 않아 주민들의 불안이 큽니다.

[황선행/대구 달성군 유가읍 주민 : "24시간 응급실도 없고요, 아이들 다쳤을 때 갈 수 있는 마취과가 없어서. 저희는 고립됐다고 얘기해요."]

그런데 이 땅의 주인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비의료인 2명.

'의료시설 설치가 가능한 사람에게 분양 처분한다'는 당초 계획을 사업시행자인 LH가 무시하고 비의료인에게 분양한 겁니다.

의료용지는 산업용지와 달리 일정 기한 내 착공을 하지 않으면 환매를 강행하는 법령이 적용되지 않아 수 년간 땅값만 뛴 채 방치됐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땅 주인과 의료재단 간 입주계약이 추진됐다가 무산됐는데, 당시 계약금액은 공급가격보다 3배 높은 250억 원이었습니다.

병원 건립을 위한 공공택지를 투기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의료법인 관계자 : "250억에 계약을 했는데, 주위에 지하철 들어온다, 산업선 들어온다, 이런 식으로 해서 50억을 더 요구하고. 누가 봐도 이건 다운 계약서가 작성이 (됐을 걸로 추정되는 상황)."]

LH는 분양 절차상 위법 사항은 없었으며, 이미 소유권을 이전한 만큼 LH가 가격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온갖 의혹만 무성한 가운데 주민들의 숙원인 병원 사업은 수 년째 표류하는 상황.

경찰은 택지개발촉진법 위반 등의 혐의로 땅 초기 분양자와 현 소유자, LH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최동희/그래픽: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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