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이상직 의원이 남긴 말 “9천9백만 원 밖에 안 해” ②

입력 2021.05.02 (10:00) 수정 2021.05.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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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9,900만 원밖에 안하는 외제차"
"검찰로부터 당하고 있는 이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의 '말·말·말'



■ 전주지법 영장 담당 판사…이례적 '행태' 언급, 왜?

지난달 28일 새벽,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이 구속수감됐습니다. 전주지방법원은 이 의원을 구속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감안할 때 증거변조,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이 의원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그가 항공사 조종사 노조가 문제 제기를 시작할 때부터 구속되기까지 했던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이 내용은 <'구속' 이상직 의원…그는 무슨 말을 남겼나? ①편>과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구속’ 이상직 의원이 남긴 말 “정부·지역사회가 이스타항공 살려야” ①

■ ④ 브레이크가 잘 드는 외제차를 탔을 뿐이다?

이어서 4월 16일, 이상직 의원은 선거법 공판 출석을 위해 전주지법에 왔습니다.

일주일 전인 9일,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입장을 묻는 기자들 앞에서 이 의원은 '작심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마녀 사냥'이라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이 자녀의 고급 외제차 리스 비용이나 오피스텔 임차 비용에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 딸이 타고 다니는 차조차도 기본 가격이 9천9백만원 정도 밖에 안 해요. (중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해가지고 동생은 죽고…브레이크가 잘 드는 그런 자가용을 업무용으로 대표이사가 리스로 타고 다닐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마녀사냥식으로 무책임하게 보도를 하는데.."

(4월 16일, 전주지법에서 기자들에게)

'9천9백만 원밖에 하지 않는 외제차', '브레이크가 잘 드는 자가용이 필요했다'는 이 의원의 해명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계열사 자금이 부당한 방법으로 쓰였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 2억 원이 외제차 리스와 오피스텔 임차비용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 ⑤ 동료 의원들도 수모를 당할 수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됩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에 나선 이 의원은 그간 일으킨 물의와 논란에 대한 사죄로 시작했지만, 결국 변명과 호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본 의원이 검찰로부터 당하고 있는 이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동료 의원 여러분 또한 언제라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올해 4월 21일, 국회 신상발언에서)


호소인지, 경고인지 모를 발언을 남긴 이 의원. 국회표결에서 이상직 의원 체포동의안은 출석의원 255명 가운데 찬성 206표, 반대 38표, 기권 1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습니다.

체포동의안 통과와 함께 이 의원 구속 절차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 이스타항공 문제에 끝내 침묵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마지막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심사가 열린 날입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 의원이 법원 1층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상직을 구속하라"라고 외쳤습니다.

4시간 만에 나온 이 의원은 절차에 따라 검찰 호송차량을 타고 전주교도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호송 차량에 타기 직전 이 의원에게 "이스타항공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구속을 촉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혐의를 부인 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데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이 의원은 유독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문제만큼은 입을 닫아왔습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임직원들 고통 호소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
(올해 3월, 전주지법에서)

"이스타항공 노조랑 시민단체에서 다시 와서 (구속) 촉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입장 없으십니까?"
"…"
(지난 27일, 구속영장심사 직후)

물론,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는 "임금 미지급과 정리해고, 기타 제 개인과 가족 관련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과 그 직원들의 일자리를 되살려놓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 방향이 구체화할수록 '혐의 부인'에만 집중했습니다.

가족이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반납하겠다고도 했지만, 체불 임금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뚜렷하지 않았고 지분을 내려놔도 세금을 내고 채무를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안 되는 등 '진정성 논란'이 뒤따르며 잡음만 일었습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언급했던 이 의원의 '행태'. 그의 '발언과 침묵'은 어느 영화평론가의 표현처럼 명징하게 직조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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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 이상직 의원이 남긴 말 “9천9백만 원 밖에 안 해” ②
    • 입력 2021-05-02 10:00:45
    • 수정2021-05-02 22:05:41
    취재K
"9,900만 원밖에 안하는 외제차"<br />"검찰로부터 당하고 있는 이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br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strong>이상직 의원의 '말·말·말'</strong><br />


■ 전주지법 영장 담당 판사…이례적 '행태' 언급, 왜?

지난달 28일 새벽, 무소속 이상직 의원(전북 전주을)이 구속수감됐습니다. 전주지방법원은 이 의원을 구속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피의자의 '행태'를 감안할 때 증거변조, 진술 회유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이 이 의원에 대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그가 항공사 조종사 노조가 문제 제기를 시작할 때부터 구속되기까지 했던 말들을 모아봤습니다.

이 내용은 <'구속' 이상직 의원…그는 무슨 말을 남겼나? ①편>과 이어집니다.

[연관기사] ‘구속’ 이상직 의원이 남긴 말 “정부·지역사회가 이스타항공 살려야” ①

■ ④ 브레이크가 잘 드는 외제차를 탔을 뿐이다?

이어서 4월 16일, 이상직 의원은 선거법 공판 출석을 위해 전주지법에 왔습니다.

일주일 전인 9일, 검찰은 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입장을 묻는 기자들 앞에서 이 의원은 '작심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마녀 사냥'이라고 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이 자녀의 고급 외제차 리스 비용이나 오피스텔 임차 비용에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희 딸이 타고 다니는 차조차도 기본 가격이 9천9백만원 정도 밖에 안 해요. (중학교 때) 교통사고를 당해가지고 동생은 죽고…브레이크가 잘 드는 그런 자가용을 업무용으로 대표이사가 리스로 타고 다닐 수 있는 거에요. 그런데 마녀사냥식으로 무책임하게 보도를 하는데.."

(4월 16일, 전주지법에서 기자들에게)

'9천9백만 원밖에 하지 않는 외제차', '브레이크가 잘 드는 자가용이 필요했다'는 이 의원의 해명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핵심은 계열사 자금이 부당한 방법으로 쓰였느냐에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이스타항공 계열사 자금 2억 원이 외제차 리스와 오피스텔 임차비용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 ⑤ 동료 의원들도 수모를 당할 수 있다?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국회에 체포동의안이 제출됩니다.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에 나선 이 의원은 그간 일으킨 물의와 논란에 대한 사죄로 시작했지만, 결국 변명과 호소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본 의원이 검찰로부터 당하고 있는 이 참을 수 없는 치욕과 수모를 동료 의원 여러분 또한 언제라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올해 4월 21일, 국회 신상발언에서)


호소인지, 경고인지 모를 발언을 남긴 이 의원. 국회표결에서 이상직 의원 체포동의안은 출석의원 255명 가운데 찬성 206표, 반대 38표, 기권 11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습니다.

체포동의안 통과와 함께 이 의원 구속 절차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 이스타항공 문제에 끝내 침묵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의원이 마지막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달 27일, 구속영장 심사가 열린 날입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 의원이 법원 1층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상직을 구속하라"라고 외쳤습니다.

4시간 만에 나온 이 의원은 절차에 따라 검찰 호송차량을 타고 전주교도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호송 차량에 타기 직전 이 의원에게 "이스타항공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구속을 촉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혐의를 부인 하고 자신을 변호하는 데는 말을 아끼지 않았던 이 의원은 유독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문제만큼은 입을 닫아왔습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임직원들 고통 호소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
(올해 3월, 전주지법에서)

"이스타항공 노조랑 시민단체에서 다시 와서 (구속) 촉구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입장 없으십니까?"
"…"
(지난 27일, 구속영장심사 직후)

물론,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면서는 "임금 미지급과 정리해고, 기타 제 개인과 가족 관련 문제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과 그 직원들의 일자리를 되살려놓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검찰 수사 방향이 구체화할수록 '혐의 부인'에만 집중했습니다.

가족이 갖고 있는 지분을 모두 반납하겠다고도 했지만, 체불 임금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뚜렷하지 않았고 지분을 내려놔도 세금을 내고 채무를 갚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안 되는 등 '진정성 논란'이 뒤따르며 잡음만 일었습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언급했던 이 의원의 '행태'. 그의 '발언과 침묵'은 어느 영화평론가의 표현처럼 명징하게 직조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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