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맞을까?”…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전망

입력 2021.05.13 (16:19) 수정 2021.05.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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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봄 날씨…'기상청 예보' 꿀팁은?

아직 봄인데 벌써 장마 소식이 들려옵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11일 규슈지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주말 정체전선에 발달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충청과 남부 일부에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데요. 보통 장마전선이 제주 부근까지 북상해 장맛비가 시작되는 시기가 6월 20일 전후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장마전선은 일시적으로 제주 남쪽 해상까지 북상했다가 다시 내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고 할 순 없습니다. 아직 북쪽에는 찬 공기도 물러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맘때 타이완 부근에 위치하던 장마전선이 일본 남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그만큼 장마전선 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했다는 뜻입니다. 장마전선은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 덥고 습한 공기의 경계에 발달하는 정체전선입니다.

그렇다면 올여름 장마는 언제 시작될까요? 지난해만큼 기록적인 폭우를 몰고 올까요? 올여름 날씨 전망과 함께, 믿어야 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는 '기상청 예보' 의 꿀팁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 지난해 '최장' 장마와 태풍 3개, 올여름은?

기상청은 보통 5월 하순 여름철 장기 전망을 발표합니다. 여름을 앞두고 폭염이 얼마나 심할지,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한 강수량이 평년과 비교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는 건데요.

다가오는 여름 날씨에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농어민, 일반 시민들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컨이나 탄산음료, 피서용품 같은 제품의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면서 농·어업과 축산업, 휴가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상청의 여름 기상전망은 오는 24일에 예정돼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의 장마가 역대 최장인 54일간 이어진 데다가 9월까지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찾아오면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올여름 예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시간 지날수록 정확도 '뚝뚝', "중기예보 믿지 마세요"

우리가 매일 아침 확인하는 날씨는 단기예보입니다. 기상청은 읍·면·동 단위로 3시간에서 짧게는 1시간(초단기 예보)마다 기온과 강수, 바람 등의 기상요소를 예보하는데 예측 시점은 오늘을 기준으로 모레까지입니다.

다음 주말의 날씨가 궁금하다면 중기예보를 봐야 하는데요. 3일부터 최대 10일 뒤 날씨까지 알려주지만, 단기예보보다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중기예보만 보고 등산이나 골프를 가기로 했는데, 막상 그 날이 되면 비가 오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기는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므로 예보가 생산된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대기의 상태가 비선형적으로 변하는 데다가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요한 여행이나 약속이 있다면 중기예보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하는 단기예보를 참고해야 합니다.


■ 장기전망 '수요' 높지만, 정확도는 '절반' 수준

중기예보의 정확성이 이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1개월이나 3개월 뒤를 내다보는 게 가능할까요? 초기 자료에 근거해서 구체적인 예보를 생산하는 단기, 중기예보와 달리 계절전망을 비롯한 장기예보는 30년간 평균인 '평년값'과 비교한 '경향성'을 보여줍니다.


기상청은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앞두고 예상되는 기압계와 평균 기온, 평균 강수량 등을 발표하는데요.

시간을 거슬러보면 2018년에는 한 달이 넘는 폭염, 2019년에는 태풍 7개의 영향, 2020년에는 54일의 최장 장마가 찾아왔죠. 3년 연속 극한 수준의 재해가 이어졌고 피해도 어마어마했지만, 기상청은 여름전망에서 이를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평균과 비교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여름전망에서 '극값'을 예보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장기예보가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의 장기예보 정확도는 현재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2020 장마]② 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 전망, “찍어도 맞겠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522982

■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몇달 뒤 날씨는 점쟁이도 모른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이 기상학에서 시작됐듯 몇 달 뒤 날씨를 정확히 예보하는 것은 용한 점쟁이에게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계절전망의 정확도는 단기예보와 비교해 떨어지는데 그나마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의 예측도가 높은 것으로 꼽힙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인자만 해도 전 지구 해수면 온도를 비롯해 대기의 대류 현상과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 성층권 돌연 승온(SSW), 북극 해빙 등으로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장마가 이미 시작됐지만, 우리는 언제 장마가 시작될지 5월 중순인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는 작업은 변동성이 너무 크고 어렵다는 겁니다.



■ 지난해 최악의 재해 피해, 올여름 전망은 맞을까?

그러나 앞서 말씀 드렸듯 국가 재난 대비 등 장기예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예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버려두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도 해마다 계절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고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여름철 강수 예측 정확도가, 아무리 뛰어난 수치예보 모델이라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슷한 기압 배치에서도 2014년에는 마른장마, 2020년에는 역대 최장 장마가 찾아오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손석우 교수는 계절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장기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의 장마와 태풍으로 인명 피해는 46명에 이릅니다. 재산 피해도 1조 2,585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전망에서 기상청은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라고 예보했습니다.

장기예보의 예측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기록적인 수해 피해를 불러온 지난해를 생각하면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와 다른, 올여름 전망을 발표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여름 예보는 과연 맞을까요? 일단 오는 24일까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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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는 맞을까?”…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전망
    • 입력 2021-05-13 16:19:01
    • 수정2021-05-13 18:45:21
    취재K


■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봄 날씨…'기상청 예보' 꿀팁은?

아직 봄인데 벌써 장마 소식이 들려옵니다. 일본 기상청은 지난 11일 규슈지역에 장마가 시작됐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65년 만에 가장 이른 장마입니다.

우리나라도 이번 주말 정체전선에 발달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입니다. 충청과 남부 일부에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는데요. 보통 장마전선이 제주 부근까지 북상해 장맛비가 시작되는 시기가 6월 20일 전후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입니다.


장마전선은 일시적으로 제주 남쪽 해상까지 북상했다가 다시 내려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여름 장마가 시작됐다고 할 순 없습니다. 아직 북쪽에는 찬 공기도 물러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맘때 타이완 부근에 위치하던 장마전선이 일본 남부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그만큼 장마전선 남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하게 확장했다는 뜻입니다. 장마전선은 북쪽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 덥고 습한 공기의 경계에 발달하는 정체전선입니다.

그렇다면 올여름 장마는 언제 시작될까요? 지난해만큼 기록적인 폭우를 몰고 올까요? 올여름 날씨 전망과 함께, 믿어야 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는 '기상청 예보' 의 꿀팁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 지난해 '최장' 장마와 태풍 3개, 올여름은?

기상청은 보통 5월 하순 여름철 장기 전망을 발표합니다. 여름을 앞두고 폭염이 얼마나 심할지, 장마와 태풍 등으로 인한 강수량이 평년과 비교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는 건데요.

다가오는 여름 날씨에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농어민, 일반 시민들도 관심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에어컨이나 탄산음료, 피서용품 같은 제품의 매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이면서 농·어업과 축산업, 휴가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기상청의 여름 기상전망은 오는 24일에 예정돼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중부지방의 장마가 역대 최장인 54일간 이어진 데다가 9월까지 3개의 태풍이 연이어 찾아오면서 피해가 컸기 때문에 올여름 예보에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시간 지날수록 정확도 '뚝뚝', "중기예보 믿지 마세요"

우리가 매일 아침 확인하는 날씨는 단기예보입니다. 기상청은 읍·면·동 단위로 3시간에서 짧게는 1시간(초단기 예보)마다 기온과 강수, 바람 등의 기상요소를 예보하는데 예측 시점은 오늘을 기준으로 모레까지입니다.

다음 주말의 날씨가 궁금하다면 중기예보를 봐야 하는데요. 3일부터 최대 10일 뒤 날씨까지 알려주지만, 단기예보보다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중기예보만 보고 등산이나 골프를 가기로 했는데, 막상 그 날이 되면 비가 오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대기는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므로 예보가 생산된 시점을 기준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불확실성은 커집니다. 대기의 상태가 비선형적으로 변하는 데다가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기 때문인데 그래서 중요한 여행이나 약속이 있다면 중기예보와 함께 실시간으로 변하는 단기예보를 참고해야 합니다.


■ 장기전망 '수요' 높지만, 정확도는 '절반' 수준

중기예보의 정확성이 이렇게 높지 않은 상황에서 1개월이나 3개월 뒤를 내다보는 게 가능할까요? 초기 자료에 근거해서 구체적인 예보를 생산하는 단기, 중기예보와 달리 계절전망을 비롯한 장기예보는 30년간 평균인 '평년값'과 비교한 '경향성'을 보여줍니다.


기상청은 매년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앞두고 예상되는 기압계와 평균 기온, 평균 강수량 등을 발표하는데요.

시간을 거슬러보면 2018년에는 한 달이 넘는 폭염, 2019년에는 태풍 7개의 영향, 2020년에는 54일의 최장 장마가 찾아왔죠. 3년 연속 극한 수준의 재해가 이어졌고 피해도 어마어마했지만, 기상청은 여름전망에서 이를 내다보지 못했습니다.

평균과 비교한 경향성을 보여주는 여름전망에서 '극값'을 예보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장기예보가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상청의 장기예보 정확도는 현재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연관 기사][2020 장마]② 3년 연속 빗나간 기상청 여름 전망, “찍어도 맞겠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4522982

■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몇달 뒤 날씨는 점쟁이도 모른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만들 수 있다는 '나비효과'라는 말이 기상학에서 시작됐듯 몇 달 뒤 날씨를 정확히 예보하는 것은 용한 점쟁이에게도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계절전망의 정확도는 단기예보와 비교해 떨어지는데 그나마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의 예측도가 높은 것으로 꼽힙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를 예측하는 데 필요한 인자만 해도 전 지구 해수면 온도를 비롯해 대기의 대류 현상과 유라시아 대륙의 눈 덮임 면적, 성층권 돌연 승온(SSW), 북극 해빙 등으로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장마가 이미 시작됐지만, 우리는 언제 장마가 시작될지 5월 중순인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는 작업은 변동성이 너무 크고 어렵다는 겁니다.



■ 지난해 최악의 재해 피해, 올여름 전망은 맞을까?

그러나 앞서 말씀 드렸듯 국가 재난 대비 등 장기예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예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버려두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도 해마다 계절전망을 내놓을 때마다 고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여름철 강수 예측 정확도가, 아무리 뛰어난 수치예보 모델이라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비슷한 기압 배치에서도 2014년에는 마른장마, 2020년에는 역대 최장 장마가 찾아오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손석우 교수는 계절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보다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장기 예측 모델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장의 장마와 태풍으로 인명 피해는 46명에 이릅니다. 재산 피해도 1조 2,585억 원으로 최근 10년간 평균보다 3배 이상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전망에서 기상청은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겠다."라고 예보했습니다.

장기예보의 예측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기록적인 수해 피해를 불러온 지난해를 생각하면 뼈아픈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상청은 지난해와 다른, 올여름 전망을 발표하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여름 예보는 과연 맞을까요? 일단 오는 24일까지 기다려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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