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코로나 백신’ 접종 지연 논란…사실은?
입력 2021.05.22 (08:06)
수정 2021.05.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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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코로나19에 민감한 북한.
코백스로부터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고도 왜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는 걸까요?
네, 급기야 북한이 백신 지원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와 환자를 실어 나르는 의료진, 끝없이 이어진 묘지까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북한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이다.
[조선중앙TV/5월 11일 : "여러분, 지금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사태가 계속 재난적인 기록을 갱신하면서 좀처럼 종식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오늘의 비상방역전이 결코 얼마 동안의 전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악성 비루스와의 간고하고도 지속적인 전쟁으로 된다는 것을 대중 속에 깊이 인식시켜 누구나 최대의 긴장성을 항상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도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5월 17일 : "지금 이 나라(인도)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를 안치할 자리가 없어 강가에 묻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구축보다 통제와 봉쇄를 통한 방역에 중점을 뒀다.
[조선중앙TV :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 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통한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주민들의 모임은 물론 이동까지 제한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까지- 봉쇄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북한의 봉쇄 방역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더군다나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당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가 인민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냈다, 우리 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이런 걸 계속 강조하고 있잖아요.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북한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2만6천여 명의 북한 주민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검사 결과는 북한이 제공한 자료로 작성되는 만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WHO 평양 소장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 당국이 넘겨준 인원에 한해서 검사해서 다 음성이라고 밝혀진 겁니다. 다시 말하면 WHO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북한에 의심되는 사람들을 의사자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자기들이 맘대로 선정해서 검사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정작 코로나19 백신접종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
봉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만큼 북한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AFP통신은 아시아권에서 백신 접종이 가장 시급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12개 나라에 포함돼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았다.
92개 저소득국 중 한 곳으로 북한이 지정된 것이다.
[헨리에타 포어/유니세프 사무총장 : "유니세프는 (백신 조달 파트너와 함께) 저소득 국가를 위해 100여 개국에서 약 3달러에 최대 11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이달 말까지 공급하려던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기술적 요건을 이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CNN 보도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한 상황.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4월 30일 :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분명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기초 위에서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몫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유화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른바 '백신 외교'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미 국무부가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백신 외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 CNN 보도로 논란은 계속됐다.
북한이 코백스 뿐 아니라 한국의 코로나 백신 지원까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계 백신면역 연합은 북한 보건성이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과 예방접종 과정을 잘 따르고 있다며 CNN 보도 내용을 공식 반박했다.
우리 통일부 역시 북한에 백신지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이 백신 지원을 제안하더라도 북한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잇따라 구두친서를 주고받으며 친중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백신지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백신을 도입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거죠. 그래서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유지되고 미국과의 신경전이 계속 지속하는 한 미국산 백신을 받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은 과거 여러 차례 이뤄졌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 등 시가 178억 원 상당의 치료제를 북한에 전달했다.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북한 당국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한수철/당시 북한 보건성 국장 : "남측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03년 사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도 북한은 국제적십자연맹 등 국제 사회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북한이 과거 감염병 사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북한은 봉쇄 조치를 이어 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내부통제라든가 그걸로 인한 코로나 전염 확산 상황이 철저히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들보단 백신이 당장 급하진 않다 이렇게 봐도 되죠."]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코백스에 접종 계획과 대상, 접종 우선순위 등의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응할지도 의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수송 경로와 수송 방식, 수송망과 같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도 남아 있다.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북한의 방역상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코백스의 모니터링 수용에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백스 측이 백신 공급 조건으로 북한에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일부 특권 계층에만 백신이 공급되는 경우는 사실 상당히 비난받을 소지도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백신 분배 계획을 요구할 거고,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조건들이 합의돼야 지원할 수 있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선 백신은 필요하지만 이런 조건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굉장히 딜레마죠, 북한도."]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주민 접종용이 아니라 자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샘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7월, 북한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웹사이트 '미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해킹그룹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의원/2020년 11월 27일 : "국내 백신, 코로나 백신 제약회사도 북한이 해킹 시도를 했다. 그러나 잘 막았다, 우리가..."]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신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은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백신을 받기 보단 오히려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 그래서 백신의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예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세계 각국의 부작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자체 방역체계를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 주민들의 비극의 한 장면이기도 한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이란 곳은 주민들이 불편한 것을 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것들이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한몫 하는 거죠."]
백신이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은 주민통제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코로나19에 민감한 북한.
코백스로부터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고도 왜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는 걸까요?
네, 급기야 북한이 백신 지원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와 환자를 실어 나르는 의료진, 끝없이 이어진 묘지까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북한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이다.
[조선중앙TV/5월 11일 : "여러분, 지금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사태가 계속 재난적인 기록을 갱신하면서 좀처럼 종식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오늘의 비상방역전이 결코 얼마 동안의 전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악성 비루스와의 간고하고도 지속적인 전쟁으로 된다는 것을 대중 속에 깊이 인식시켜 누구나 최대의 긴장성을 항상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도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5월 17일 : "지금 이 나라(인도)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를 안치할 자리가 없어 강가에 묻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구축보다 통제와 봉쇄를 통한 방역에 중점을 뒀다.
[조선중앙TV :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 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통한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주민들의 모임은 물론 이동까지 제한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까지- 봉쇄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북한의 봉쇄 방역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더군다나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당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가 인민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냈다, 우리 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이런 걸 계속 강조하고 있잖아요.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북한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2만6천여 명의 북한 주민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검사 결과는 북한이 제공한 자료로 작성되는 만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WHO 평양 소장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 당국이 넘겨준 인원에 한해서 검사해서 다 음성이라고 밝혀진 겁니다. 다시 말하면 WHO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북한에 의심되는 사람들을 의사자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자기들이 맘대로 선정해서 검사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정작 코로나19 백신접종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
봉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만큼 북한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AFP통신은 아시아권에서 백신 접종이 가장 시급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12개 나라에 포함돼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았다.
92개 저소득국 중 한 곳으로 북한이 지정된 것이다.
[헨리에타 포어/유니세프 사무총장 : "유니세프는 (백신 조달 파트너와 함께) 저소득 국가를 위해 100여 개국에서 약 3달러에 최대 11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이달 말까지 공급하려던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기술적 요건을 이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CNN 보도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한 상황.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4월 30일 :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분명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기초 위에서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몫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유화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른바 '백신 외교'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미 국무부가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백신 외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 CNN 보도로 논란은 계속됐다.
북한이 코백스 뿐 아니라 한국의 코로나 백신 지원까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계 백신면역 연합은 북한 보건성이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과 예방접종 과정을 잘 따르고 있다며 CNN 보도 내용을 공식 반박했다.
우리 통일부 역시 북한에 백신지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이 백신 지원을 제안하더라도 북한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잇따라 구두친서를 주고받으며 친중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백신지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백신을 도입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거죠. 그래서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유지되고 미국과의 신경전이 계속 지속하는 한 미국산 백신을 받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은 과거 여러 차례 이뤄졌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 등 시가 178억 원 상당의 치료제를 북한에 전달했다.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북한 당국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한수철/당시 북한 보건성 국장 : "남측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03년 사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도 북한은 국제적십자연맹 등 국제 사회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북한이 과거 감염병 사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북한은 봉쇄 조치를 이어 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내부통제라든가 그걸로 인한 코로나 전염 확산 상황이 철저히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들보단 백신이 당장 급하진 않다 이렇게 봐도 되죠."]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코백스에 접종 계획과 대상, 접종 우선순위 등의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응할지도 의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수송 경로와 수송 방식, 수송망과 같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도 남아 있다.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북한의 방역상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코백스의 모니터링 수용에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백스 측이 백신 공급 조건으로 북한에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일부 특권 계층에만 백신이 공급되는 경우는 사실 상당히 비난받을 소지도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백신 분배 계획을 요구할 거고,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조건들이 합의돼야 지원할 수 있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선 백신은 필요하지만 이런 조건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굉장히 딜레마죠, 북한도."]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주민 접종용이 아니라 자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샘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7월, 북한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웹사이트 '미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해킹그룹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의원/2020년 11월 27일 : "국내 백신, 코로나 백신 제약회사도 북한이 해킹 시도를 했다. 그러나 잘 막았다, 우리가..."]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신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은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백신을 받기 보단 오히려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 그래서 백신의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예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세계 각국의 부작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자체 방역체계를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 주민들의 비극의 한 장면이기도 한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이란 곳은 주민들이 불편한 것을 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것들이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한몫 하는 거죠."]
백신이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은 주민통제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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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5-22 08:06:41
- 수정2021-05-22 08:47:05

[앵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코로나19에 민감한 북한.
코백스로부터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고도 왜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는 걸까요?
네, 급기야 북한이 백신 지원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와 환자를 실어 나르는 의료진, 끝없이 이어진 묘지까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북한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이다.
[조선중앙TV/5월 11일 : "여러분, 지금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사태가 계속 재난적인 기록을 갱신하면서 좀처럼 종식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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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도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5월 17일 : "지금 이 나라(인도)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를 안치할 자리가 없어 강가에 묻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구축보다 통제와 봉쇄를 통한 방역에 중점을 뒀다.
[조선중앙TV :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 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통한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주민들의 모임은 물론 이동까지 제한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까지- 봉쇄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북한의 봉쇄 방역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더군다나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당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가 인민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냈다, 우리 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이런 걸 계속 강조하고 있잖아요.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북한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2만6천여 명의 북한 주민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검사 결과는 북한이 제공한 자료로 작성되는 만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WHO 평양 소장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 당국이 넘겨준 인원에 한해서 검사해서 다 음성이라고 밝혀진 겁니다. 다시 말하면 WHO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북한에 의심되는 사람들을 의사자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자기들이 맘대로 선정해서 검사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정작 코로나19 백신접종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
봉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만큼 북한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AFP통신은 아시아권에서 백신 접종이 가장 시급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12개 나라에 포함돼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았다.
92개 저소득국 중 한 곳으로 북한이 지정된 것이다.
[헨리에타 포어/유니세프 사무총장 : "유니세프는 (백신 조달 파트너와 함께) 저소득 국가를 위해 100여 개국에서 약 3달러에 최대 11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이달 말까지 공급하려던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기술적 요건을 이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CNN 보도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한 상황.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4월 30일 :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분명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기초 위에서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몫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유화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른바 '백신 외교'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미 국무부가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백신 외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 CNN 보도로 논란은 계속됐다.
북한이 코백스 뿐 아니라 한국의 코로나 백신 지원까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계 백신면역 연합은 북한 보건성이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과 예방접종 과정을 잘 따르고 있다며 CNN 보도 내용을 공식 반박했다.
우리 통일부 역시 북한에 백신지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이 백신 지원을 제안하더라도 북한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잇따라 구두친서를 주고받으며 친중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백신지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백신을 도입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거죠. 그래서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유지되고 미국과의 신경전이 계속 지속하는 한 미국산 백신을 받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은 과거 여러 차례 이뤄졌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 등 시가 178억 원 상당의 치료제를 북한에 전달했다.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북한 당국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한수철/당시 북한 보건성 국장 : "남측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03년 사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도 북한은 국제적십자연맹 등 국제 사회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북한이 과거 감염병 사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북한은 봉쇄 조치를 이어 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내부통제라든가 그걸로 인한 코로나 전염 확산 상황이 철저히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들보단 백신이 당장 급하진 않다 이렇게 봐도 되죠."]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코백스에 접종 계획과 대상, 접종 우선순위 등의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응할지도 의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수송 경로와 수송 방식, 수송망과 같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도 남아 있다.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북한의 방역상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코백스의 모니터링 수용에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백스 측이 백신 공급 조건으로 북한에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일부 특권 계층에만 백신이 공급되는 경우는 사실 상당히 비난받을 소지도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백신 분배 계획을 요구할 거고,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조건들이 합의돼야 지원할 수 있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선 백신은 필요하지만 이런 조건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굉장히 딜레마죠, 북한도."]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주민 접종용이 아니라 자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샘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7월, 북한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웹사이트 '미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해킹그룹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의원/2020년 11월 27일 : "국내 백신, 코로나 백신 제약회사도 북한이 해킹 시도를 했다. 그러나 잘 막았다, 우리가..."]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신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은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백신을 받기 보단 오히려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 그래서 백신의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예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세계 각국의 부작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자체 방역체계를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 주민들의 비극의 한 장면이기도 한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이란 곳은 주민들이 불편한 것을 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것들이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한몫 하는 거죠."]
백신이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은 주민통제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 12개 나라가 아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바로 그런 나라입니다.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까지 코로나19에 민감한 북한.
코백스로부터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고도 왜 아직 접종을 시작하지 않는 걸까요?
네, 급기야 북한이 백신 지원을 거부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클로즈업 북한'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구급차와 환자를 실어 나르는 의료진, 끝없이 이어진 묘지까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제작된 북한 조선중앙TV 특집 프로그램이다.
[조선중앙TV/5월 11일 : "여러분, 지금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세계적인 대유행 전염병 사태가 계속 재난적인 기록을 갱신하면서 좀처럼 종식될 전망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에서의 코로나19 재유행이나 변이 바이러스 출현을 언급하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오늘의 비상방역전이 결코 얼마 동안의 전투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악성 비루스와의 간고하고도 지속적인 전쟁으로 된다는 것을 대중 속에 깊이 인식시켜 누구나 최대의 긴장성을 항상 유지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 뉴스 보도를 통해 각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물론 절박한 상황까지도 비교적 상세히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TV/5월 17일 : "지금 이 나라(인도)에서는 계속 늘어나는 사망자를 안치할 자리가 없어 강가에 묻고 있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북한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구축보다 통제와 봉쇄를 통한 방역에 중점을 뒀다.
[조선중앙TV : "초긴장 상태를 계속 견지하며 완벽한 봉쇄 장벽을 구축하고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벌여 나가야 합니다!"]
지난해 1월 말, 중국발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통한 왕래와 외국인 입국을 원칙적으로 차단했고,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편과 국제열차 운행도 전면 중단시켰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방역 단계를 최고 수준인 '초특급'으로 격상하고 주민들의 모임은 물론 이동까지 제한했다.
지상과 해상, 공중까지- 봉쇄할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차단한 것이다.
이렇게 철저한 북한의 봉쇄 방역은 일정 부분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더군다나 김정은 위원장 본인이 당창건 75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했던 가장 큰 성과중의 하나가 인민들을 감염병으로부터 지켜냈다, 우리 인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했다. 이런 걸 계속 강조하고 있잖아요. 방역 조치가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북한은 단 한 명의 확진자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WHO 세계보건기구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2만6천여 명의 북한 주민이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검사 결과는 북한이 제공한 자료로 작성되는 만큼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WHO 평양 소장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북한 당국이 넘겨준 인원에 한해서 검사해서 다 음성이라고 밝혀진 겁니다. 다시 말하면 WHO 평양에 상주하고 있는 인력이 북한에 의심되는 사람들을 의사자 증상이 있는 사람들을 무작위로 자기들이 맘대로 선정해서 검사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정작 코로나19 백신접종 상황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북한.
봉쇄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만큼 북한도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프랑스 AFP통신은 아시아권에서 백신 접종이 가장 시급한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은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은 12개 나라에 포함돼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코로나19 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코백스로부터 코로나19 백신 170만 회분을 배정받았다.
92개 저소득국 중 한 곳으로 북한이 지정된 것이다.
[헨리에타 포어/유니세프 사무총장 : "유니세프는 (백신 조달 파트너와 함께) 저소득 국가를 위해 100여 개국에서 약 3달러에 최대 11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초 이달 말까지 공급하려던 계획은 올해 하반기로 잠정 연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평양사무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기 위한 기술적 요건을 이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미국 바이든 정부가 북한에 코로나19 백신 지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CNN 보도가 나와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바이든 정부는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를 끝내고 북한에 접촉을 제안한 상황.
[토니 블링컨/미 국무장관/4월 30일 :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분명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이러한 기초 위에서 관여하기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몫입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유화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른바 '백신 외교'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미 국무부가 북한과 백신을 공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백신 외교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미 CNN 보도로 논란은 계속됐다.
북한이 코백스 뿐 아니라 한국의 코로나 백신 지원까지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세계 백신면역 연합은 북한 보건성이 코로나19 백신 도입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건과 예방접종 과정을 잘 따르고 있다며 CNN 보도 내용을 공식 반박했다.
우리 통일부 역시 북한에 백신지원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향후 미국이 백신 지원을 제안하더라도 북한의 선택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과 잇따라 구두친서를 주고받으며 친중 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의 백신지원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계속 받고 있기 때문에 미국산 백신을 도입한다면 중국으로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지원을 받기가 굉장히 어려울 수 있어요.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굉장히 큰 거죠. 그래서 중국과의 우호관계가 유지되고 미국과의 신경전이 계속 지속하는 한 미국산 백신을 받긴 거의 불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 지원은 과거 여러 차례 이뤄졌다.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던 2009년.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 등 시가 178억 원 상당의 치료제를 북한에 전달했다.
정부의 신속한 지원에 북한 당국도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한수철/당시 북한 보건성 국장 : "남측에서 (신종플루) 치료제를 지원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03년 사스, 2005년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에도 북한은 국제적십자연맹 등 국제 사회에 먼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는 북한이 과거 감염병 사태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백신 공급이 안정될 때까지 북한은 봉쇄 조치를 이어 갈 것이란 분석이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내부통제라든가 그걸로 인한 코로나 전염 확산 상황이 철저히 통제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굳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나라들보단 백신이 당장 급하진 않다 이렇게 봐도 되죠."]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코백스에 접종 계획과 대상, 접종 우선순위 등의 각종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북한이 과연 응할지도 의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수송 경로와 수송 방식, 수송망과 같은 기술적인 세부 사항도 남아 있다.
코로나 백신을 지원받으려면 북한의 방역상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 19일,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이 코백스의 모니터링 수용에 난색을 보인다고 보도했다.
코백스 측이 백신 공급 조건으로 북한에 모니터링 요원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일부 특권 계층에만 백신이 공급되는 경우는 사실 상당히 비난받을 소지도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백신 분배 계획을 요구할 거고, 모니터링을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조건들이 합의돼야 지원할 수 있는 거예요. 북한 입장에선 백신은 필요하지만 이런 조건을 선뜻 수용할 수 없는 거죠. 그러니 굉장히 딜레마죠, 북한도."]
최근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주민 접종용이 아니라 자체 개발을 위한 연구용 샘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7월, 북한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웹사이트 '미래'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해킹그룹들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사들을 상대로 해킹을 시도한 정황도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의원/2020년 11월 27일 : "국내 백신, 코로나 백신 제약회사도 북한이 해킹 시도를 했다. 그러나 잘 막았다, 우리가..."]
[임을출/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백신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할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은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수용하면서까지 백신을 받기 보단 오히려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 그래서 백신의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예요."]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이 만능의 해결책이 아니라며 세계 각국의 부작용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자체 방역체계를 완성하자고 강조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연구원/前 북한 의사 : "북한 주민들의 비극의 한 장면이기도 한데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치료제를 요구하지 않는 나라가 없지 않습니까. 북한이란 곳은 주민들이 불편한 것을 맘대로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것들이 여기서 제일 중요하게 한몫 하는 거죠."]
백신이 언제 지원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북한은 주민통제와 국경봉쇄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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