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① 업무추진비는 지방의원 쌈짓돈? 부인 식당서 쓰고 휴일 ‘펑펑’

입력 2021.05.25 (14:42) 수정 2021.05.25 (16: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의원님, 업무추진비 어디 쓰셨어요?" 2년 6개월간 내역 살펴봤습니다!

주민을 대표해 자치단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지방의회,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의장단에게 매달 업무추진비가 주어지는데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상 한 달에 의장은 420만 원, 부의장 210만 원, 상임위원장 130만 원까지 쓸 수 있는데, 기초의회는 이 범위에서 자체 기준을 정합니다.

그렇다면 업무추진비는 대체 뭘까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인 것인데, 용어만 보면 어디에 쓰는 돈인지 애매합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대체 어떤 '업무' '추진'에 세금을 썼는지, KBS창원 취재진이 경남 18개 시·군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내역이 그 대상입니다.

두 편의 '취재후' 기사를 통해 지방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유형과, 이같은 백태가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지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 부인 식당에서 셀프 결제하고 휴일 집주변 펑펑, 전국 맛집 사용까지…방만 집행 '수두룩'

[연관기사]
1편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의원 식당서 ‘셀프 결제’, 휴일에도 ‘펑펑’
2편 업무추진비로 선물 남발, 연말 몰아 쓰기…‘꼼수’ 사용
3편 업무추진비로 확인된 ‘의원 5인 이상 집합’ 의혹
4편 업무추진비 가장 많이 쓴 의회는?…경남 의회 18곳 분석!
5편 "업무추진비 투명성, 의회 스스로 만들어야"


정보공개청구와 각 의회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토대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봤는데요.

평균 90%는 식비에 썼고, 나머지 10%는 의원과 의회 직원 선물 등 물품 구매 등에 썼습니다.

내역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봤더니,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 정해진 지방의회 사용범위를 어기고 방만하게 쓴 내역이 수두룩했는데요.

대표적인 유형 네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 첫 번째 유형, "의회 업무 추진은 의원 부인·동생 식당에서!" 셀프 결제도 드러나


경남 사천시의회 김규헌 의원은 전반기 의회운영위원장이었는데요.

자신이 운영하다가 부인 명의로 바꾼 식당에서 7차례 간담회를 열고 업무추진비 182만여 원을 '셀프 결제'했습니다. 사용 내역에 간담회 주제와 참석자는 적지 않아 어떤 활동을 한 건지 알 수 없는데요.

이를 포함해 사천시의회 의장단 전체가 이 식당에서 쓴 업무추진비는 12차례, 311만여 원입니다.

취재진이 해당 식당을 찾았더니, 마침 김규헌 의원이 식당 일을 돕고 있었는데요.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절성을 질문했더니, 김규헌 의원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지만 담담하게 답변했습니다.

의장단 임기를 마친 지난해 하반기, 한 뉴스 보도를 보고 가족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게 문제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는데요.

김 의원은 "(의원들이) 가서 맛 좀 보자고 건의해서 아무 생각 없이 했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지 말라고 지침을 줬으면 틀림없이 안 했을 것"이라며 초선이라 잘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산청군의회 의장단은 김수한 산청군의원이 소유하고 동생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11차례에 걸쳐 182만여 원을 썼습니다.

이 가운데 3건은 김 의원이 동행했거나, 운영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김 의원이 직접 쓴 것인데요.

김수한 의원은 해당 식당을 권유한 적은 없다며, 운영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받아 본인이 직접 쓴 적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수한 의원은 정식 인터뷰를 촬영한 다음 날 취재진에 전화해 " 앞으로 세금을 지출할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는 추가 답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두 번째 유형, "주말에 펑펑" 집 주변, 고깃집, 전국 맛집에서 쓰고 증빙도 '허술'


하동군의회 신재범 전반기 의장은 주말에 업무추진비 32건, 3백여만 원을 자신이 사는 옥종면에서 썼습니다.


내역은 대부분 '의회 직원 격려'였는데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옥종면의 식당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하동군의회에서 26km 떨어졌고 도로도 구불구불해 차로 40분 이상 이동해야 했는데요.


옥종면 주민들에게 물으니 주말에 의회 직원들이 여기까지 왜 오겠느냐며, 신 전 의장은 주로 민원인과 식당에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 전 의장은 일요일 저녁 서울의 고깃집, 토요일 낮 통영의 게장집, 평일 저녁 진주의 초밥 뷔페 등 전국의 맛집 17곳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쓰고 대부분 '직원 격려'라고 적었습니다.

정말 '업무 추진'을 위한 사용이 맞을까?


신재범 전 의장은 사적인 사용은 아니라면서도, 서울의 고깃집 등 일부는 직원 격려가 아닌 개인적 출장인데 내역을 잘못 적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의장이 수행 직원 없이 업무추진비를 쓸 경우, 의회에 영수증만 내고 구체적 내역은 알려주지 않아 직원이 임의로 적으면서 오류가 생겼다라고도 설명했는데요.


세부 내역을 적어 의정활동임을 증명해야 하는데도 신 전 의장은 관행처럼 그렇게 해왔다라고 답했습니다.

의장뿐만이 아닙니다. 윤영현 하동군의회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도 주말에만 90차례 408만여 원을 썼는데요. 거주지인 금남면에서 17차례 썼고, 특정 소고깃집을 18차례 찾아 123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습니다.


또, 평일 대구의 한 도자기 가게에서 3만 원을 쓰고 직원 식사라고 적거나, 약국과 편의점에서 직원 간식이나 식사 명목으로 2~3천 원씩 쓰기도 했습니다. 답변을 듣기 위해 윤영현 전 위원장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의회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남 18개 시·군의회의 주말 사용 순위를 살펴볼까요?


1위는 하동군의회, 307건 2천5백여만 원을 썼는데 사용액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위는 134건 천5백여만 원을 쓴 양산시의회, 3위는 129건 천4백여만 원을 쓴 통영시의회, 4위는 62건 6백여만 원을 쓴 거창군의회인데요.


이와 달리 산청, 의령, 진주, 합천, 창녕, 고성, 거제 등 의회 9곳은 주말에 10건 미만으로 사용했고, 남해군의회는 “0건”이었습니다. 주말 사용은 공무임을 증빙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업무추진비 사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 세 번째 유형, 의장단은 산타클로스? 직원 선물에 수천만 원, 의원끼리 선물 주고받기도!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선물 구매에 업무추진비를 아끼지 않는 의회도 있었는데요. 통영시의회는 의회 직원 선물에 26차례 걸쳐 천8백여만 원을 썼습니다. 의회 사무국 정원이 20명이니 한 사람당 90만 원어치를 준 셈인데요.


어떤 선물을 언제 준 건지, 일부를 보겠습니다.


지난해 6월 11일, 직원 업무를 격려한다며 갓김치 30만여 원어치를 주고, 닷새 뒤 파우치 80만여 원어치, 하루 뒤 맛김 62만 원 어치, 보름여 뒤 인사 이동하는 직원들에게 식품 95만 원어치를 선물했습니다.


한 달도 안 돼 선물 280만 원 어치를 준 겁니다.


의회 업무에 애쓴 직원을 격려하는 선물이니 듬뿍 챙겨줘도 될까요? 이 역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범위 위반입니다.


규칙상 의회 직원 선물은 명절과 연말, 생일에 의례적 수준에서 줄 수 있지만 수시로 명목을 만들어 선물을 과도하게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의회 직원 선물에 이만한 금액을 쓴 곳은 경남에서 통영시의회가 유일했습니다.

이에 대해 배도수 통영시의회 부의장은 "(제가 직원들과) 술좌석을 이끄는 경우가 없으니까 업무추진비가 여유 있어서 수고한 직원들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준 것"이라고 답했고, 사무국에서도 의장단 각각이 직원들을 챙기다 보니 중복 집행이 생겼다고 설명했는데요. 규정 위반에 대한 해명보다는, 통영시의회의 화목한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의원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허다했는데요. 의령과 합천, 진주, 하동 등 의회 4곳은 의원 모두에게 명절 선물로 수백만 원씩 썼습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범위에는 소속 의원에게 격려품을 줄 경우 <공로가 많은 지방의원>으로 대상을 제한하지만, 지키지 않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의회 사무국은 "지방의원의 공로가 많고 적고를 따질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라며 관례대로 모든 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제공했다고 답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공로가 많은'이라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며,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도 말했는데요.


지방의원의 공로를 구분하기 어렵다면 모든 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주지 않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고 질문했더니, 앞으로 고려해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네 번째 유형, 연말은 업무추진비 탕진하는 달? 연말 폭탄 사용!


연말에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몰아 쓴 의회도 합천과 고성, 의령, 김해, 양산, 통영, 창원 등 지방의회 7곳에 달했는데요.


창원시의회는 2019년 12월 평소의 2배인 2천 2백여만 원을 썼고, 김해시의회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2월에 천7백여만 원씩 사용해 평소의 3배가 넘었습니다.




얼마나 어떻게 쓴 건지, 김해시의회의 2019년 12월 27일 하루 내역을 보겠습니다. 고깃집과 횟집, 복어집, 장어집 등 점심과 저녁 각각 다른 식당 8곳에서 240여만 원을 썼을 정도입니다.


연말 예산 몰아 쓰기, 정부가 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에서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집행 잔액을 소진하기 위한 선심성 회식이나 직원 선물 구매 등으로 연말에 몰아서 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연초에 월별 집행 계획을 세우고 분기별로 재검토하라는 방안까지 적혀있지만 대놓고 어기고 있는 겁니다.


지방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집행, 해마다 기사화될 정도인데요. 정부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범위에 어디에만 사용해야하는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는데도 버젓이 어겨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꾸준히 제도 개선을 권고하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대책은 없는 걸까요? 이어지는 취재후 기사에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방만 집행이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을 살펴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후]① 업무추진비는 지방의원 쌈짓돈? 부인 식당서 쓰고 휴일 ‘펑펑’
    • 입력 2021-05-25 14:42:34
    • 수정2021-05-25 16:48:08
    취재후·사건후

■ "의원님, 업무추진비 어디 쓰셨어요?" 2년 6개월간 내역 살펴봤습니다!

주민을 대표해 자치단체를 견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지방의회,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의장단에게 매달 업무추진비가 주어지는데요.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 기준'상 한 달에 의장은 420만 원, 부의장 210만 원, 상임위원장 130만 원까지 쓸 수 있는데, 기초의회는 이 범위에서 자체 기준을 정합니다.

그렇다면 업무추진비는 대체 뭘까요? ‘업무’를 '추진'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인 것인데, 용어만 보면 어디에 쓰는 돈인지 애매합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대체 어떤 '업무' '추진'에 세금을 썼는지, KBS창원 취재진이 경남 18개 시·군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인 2018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의 내역이 그 대상입니다.

두 편의 '취재후' 기사를 통해 지방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집행 실태 유형과, 이같은 백태가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은 무엇인지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 부인 식당에서 셀프 결제하고 휴일 집주변 펑펑, 전국 맛집 사용까지…방만 집행 '수두룩'

[연관기사]
1편 업무추진비는 쌈짓돈…의원 식당서 ‘셀프 결제’, 휴일에도 ‘펑펑’
2편 업무추진비로 선물 남발, 연말 몰아 쓰기…‘꼼수’ 사용
3편 업무추진비로 확인된 ‘의원 5인 이상 집합’ 의혹
4편 업무추진비 가장 많이 쓴 의회는?…경남 의회 18곳 분석!
5편 "업무추진비 투명성, 의회 스스로 만들어야"


정보공개청구와 각 의회 홈페이지 공개 자료를 토대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봤는데요.

평균 90%는 식비에 썼고, 나머지 10%는 의원과 의회 직원 선물 등 물품 구매 등에 썼습니다.

내역을 하나씩 자세히 살펴봤더니,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 규칙에 정해진 지방의회 사용범위를 어기고 방만하게 쓴 내역이 수두룩했는데요.

대표적인 유형 네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 첫 번째 유형, "의회 업무 추진은 의원 부인·동생 식당에서!" 셀프 결제도 드러나


경남 사천시의회 김규헌 의원은 전반기 의회운영위원장이었는데요.

자신이 운영하다가 부인 명의로 바꾼 식당에서 7차례 간담회를 열고 업무추진비 182만여 원을 '셀프 결제'했습니다. 사용 내역에 간담회 주제와 참석자는 적지 않아 어떤 활동을 한 건지 알 수 없는데요.

이를 포함해 사천시의회 의장단 전체가 이 식당에서 쓴 업무추진비는 12차례, 311만여 원입니다.

취재진이 해당 식당을 찾았더니, 마침 김규헌 의원이 식당 일을 돕고 있었는데요.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절성을 질문했더니, 김규헌 의원은 조금 당황한 기색이지만 담담하게 답변했습니다.

의장단 임기를 마친 지난해 하반기, 한 뉴스 보도를 보고 가족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게 문제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는데요.

김 의원은 "(의원들이) 가서 맛 좀 보자고 건의해서 아무 생각 없이 했고,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먹지 말라고 지침을 줬으면 틀림없이 안 했을 것"이라며 초선이라 잘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산청군의회 의장단은 김수한 산청군의원이 소유하고 동생이 운영하는 한 식당에서 11차례에 걸쳐 182만여 원을 썼습니다.

이 가운데 3건은 김 의원이 동행했거나, 운영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김 의원이 직접 쓴 것인데요.

김수한 의원은 해당 식당을 권유한 적은 없다며, 운영위원장의 업무추진비 카드를 받아 본인이 직접 쓴 적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김수한 의원은 정식 인터뷰를 촬영한 다음 날 취재진에 전화해 " 앞으로 세금을 지출할 때는 더욱 세심한 배려를 하겠다"는 추가 답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두 번째 유형, "주말에 펑펑" 집 주변, 고깃집, 전국 맛집에서 쓰고 증빙도 '허술'


하동군의회 신재범 전반기 의장은 주말에 업무추진비 32건, 3백여만 원을 자신이 사는 옥종면에서 썼습니다.


내역은 대부분 '의회 직원 격려'였는데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옥종면의 식당들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하동군의회에서 26km 떨어졌고 도로도 구불구불해 차로 40분 이상 이동해야 했는데요.


옥종면 주민들에게 물으니 주말에 의회 직원들이 여기까지 왜 오겠느냐며, 신 전 의장은 주로 민원인과 식당에 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신 전 의장은 일요일 저녁 서울의 고깃집, 토요일 낮 통영의 게장집, 평일 저녁 진주의 초밥 뷔페 등 전국의 맛집 17곳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쓰고 대부분 '직원 격려'라고 적었습니다.

정말 '업무 추진'을 위한 사용이 맞을까?


신재범 전 의장은 사적인 사용은 아니라면서도, 서울의 고깃집 등 일부는 직원 격려가 아닌 개인적 출장인데 내역을 잘못 적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의장이 수행 직원 없이 업무추진비를 쓸 경우, 의회에 영수증만 내고 구체적 내역은 알려주지 않아 직원이 임의로 적으면서 오류가 생겼다라고도 설명했는데요.


세부 내역을 적어 의정활동임을 증명해야 하는데도 신 전 의장은 관행처럼 그렇게 해왔다라고 답했습니다.

의장뿐만이 아닙니다. 윤영현 하동군의회 전반기 산업건설위원장도 주말에만 90차례 408만여 원을 썼는데요. 거주지인 금남면에서 17차례 썼고, 특정 소고깃집을 18차례 찾아 123만 원을 결제하기도 했습니다.


또, 평일 대구의 한 도자기 가게에서 3만 원을 쓰고 직원 식사라고 적거나, 약국과 편의점에서 직원 간식이나 식사 명목으로 2~3천 원씩 쓰기도 했습니다. 답변을 듣기 위해 윤영현 전 위원장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의회와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남겼지만, 응답은 없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경남 18개 시·군의회의 주말 사용 순위를 살펴볼까요?


1위는 하동군의회, 307건 2천5백여만 원을 썼는데 사용액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2위는 134건 천5백여만 원을 쓴 양산시의회, 3위는 129건 천4백여만 원을 쓴 통영시의회, 4위는 62건 6백여만 원을 쓴 거창군의회인데요.


이와 달리 산청, 의령, 진주, 합천, 창녕, 고성, 거제 등 의회 9곳은 주말에 10건 미만으로 사용했고, 남해군의회는 “0건”이었습니다. 주말 사용은 공무임을 증빙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업무추진비 사용을 제한하기 때문에 엄격하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 세 번째 유형, 의장단은 산타클로스? 직원 선물에 수천만 원, 의원끼리 선물 주고받기도!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선물 구매에 업무추진비를 아끼지 않는 의회도 있었는데요. 통영시의회는 의회 직원 선물에 26차례 걸쳐 천8백여만 원을 썼습니다. 의회 사무국 정원이 20명이니 한 사람당 90만 원어치를 준 셈인데요.


어떤 선물을 언제 준 건지, 일부를 보겠습니다.


지난해 6월 11일, 직원 업무를 격려한다며 갓김치 30만여 원어치를 주고, 닷새 뒤 파우치 80만여 원어치, 하루 뒤 맛김 62만 원 어치, 보름여 뒤 인사 이동하는 직원들에게 식품 95만 원어치를 선물했습니다.


한 달도 안 돼 선물 280만 원 어치를 준 겁니다.


의회 업무에 애쓴 직원을 격려하는 선물이니 듬뿍 챙겨줘도 될까요? 이 역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범위 위반입니다.


규칙상 의회 직원 선물은 명절과 연말, 생일에 의례적 수준에서 줄 수 있지만 수시로 명목을 만들어 선물을 과도하게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의회 직원 선물에 이만한 금액을 쓴 곳은 경남에서 통영시의회가 유일했습니다.

이에 대해 배도수 통영시의회 부의장은 "(제가 직원들과) 술좌석을 이끄는 경우가 없으니까 업무추진비가 여유 있어서 수고한 직원들한테 작은 선물이라도 준 것"이라고 답했고, 사무국에서도 의장단 각각이 직원들을 챙기다 보니 중복 집행이 생겼다고 설명했는데요. 규정 위반에 대한 해명보다는, 통영시의회의 화목한 분위기를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의원끼리 선물을 주고받는 경우도 허다했는데요. 의령과 합천, 진주, 하동 등 의회 4곳은 의원 모두에게 명절 선물로 수백만 원씩 썼습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범위에는 소속 의원에게 격려품을 줄 경우 <공로가 많은 지방의원>으로 대상을 제한하지만, 지키지 않는 겁니다.


이에 대해 하동군의회 사무국은 "지방의원의 공로가 많고 적고를 따질 수 있는 기준이 모호하다"라며 관례대로 모든 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제공했다고 답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공로가 많은'이라는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며,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도 말했는데요.


지방의원의 공로를 구분하기 어렵다면 모든 의원에게 명절 선물을 주지 않는 방법도 있지 않으냐고 질문했더니, 앞으로 고려해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 네 번째 유형, 연말은 업무추진비 탕진하는 달? 연말 폭탄 사용!


연말에 평소의 2~3배 수준으로 업무추진비를 몰아 쓴 의회도 합천과 고성, 의령, 김해, 양산, 통영, 창원 등 지방의회 7곳에 달했는데요.


창원시의회는 2019년 12월 평소의 2배인 2천 2백여만 원을 썼고, 김해시의회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12월에 천7백여만 원씩 사용해 평소의 3배가 넘었습니다.




얼마나 어떻게 쓴 건지, 김해시의회의 2019년 12월 27일 하루 내역을 보겠습니다. 고깃집과 횟집, 복어집, 장어집 등 점심과 저녁 각각 다른 식당 8곳에서 240여만 원을 썼을 정도입니다.


연말 예산 몰아 쓰기, 정부가 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 기준에서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집행 잔액을 소진하기 위한 선심성 회식이나 직원 선물 구매 등으로 연말에 몰아서 쓰지 말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 연초에 월별 집행 계획을 세우고 분기별로 재검토하라는 방안까지 적혀있지만 대놓고 어기고 있는 겁니다.


지방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집행, 해마다 기사화될 정도인데요. 정부의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사용범위에 어디에만 사용해야하는지 세세하게 정해져 있는데도 버젓이 어겨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꾸준히 제도 개선을 권고하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대책은 없는 걸까요? 이어지는 취재후 기사에서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방만 집행이 반복되는 이유와 대책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