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찔린 여성 외면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입력 2021.05.27 (19:12) 수정 2021.05.27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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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라고 알고 계십니까?

범죄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법무부 지원 기관입니다.

그런데 끔찍한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센터에 수차례 요청했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실제 제주에서 흉기에 찔린 교제폭력 피해자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년간 교제했던 30대 남성으로부터 교제폭력을 당한 A 씨.

주먹으로 얼굴을 맞거나 발로 밟히는 등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헤어지자고 하면 협박이. 한번은 회사에 전화한 적도 있었고요. 너의 알몸 사진을 갖고 있으니 이걸 너의 부모님에게 보내겠다."]

지난 4월엔 목을 졸렸고, 급기야 이달 초에는 제주시 원룸에서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A 씨는 지난 21일 병원에서 받은 제주지검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직원의 명함을 보고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센터 직원은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에 답은 없었습니다.

직원 휴대전화도 불통이어서 사흘 뒤인 24일 재차 사무실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지금이라도 당장에라도 갈 수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까지 말씀을 드렸거든요. 꼭 좀 전화 부탁드린다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고까지 말씀드렸는데 아직까지도."]

악몽 같은 하루를 견디며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A 씨는 범죄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의료비, 전문 심리치료, 법률 지원 등을 받지 못한 채 가해자 측의 합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매일 밤 악몽 꾸고 수면제나 약 먹고 자고.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도 안 올 정도로. 이렇게 힘든데도 저 혼자만 제가 다 알아보러 다니고."]

센터 직원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게 한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며칠 뒤 다시 전화하려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고홍자/제주여성상담소 소장 :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 건 정말 절실하다는 부분이거든요. 일회성 전화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 분이 안전한지 자꾸 체크를 해주셔야 해요."]

법무부는 해당 사례를 인권구조과에 전달했고, 센터 측은 피해자 관리에 소홀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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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기 찔린 여성 외면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 입력 2021-05-27 19:12:09
    • 수정2021-05-27 19:54:50
    뉴스7(제주)
[앵커]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라고 알고 계십니까?

범죄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법무부 지원 기관입니다.

그런데 끔찍한 범죄를 겪은 피해자가 센터에 수차례 요청했는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실제 제주에서 흉기에 찔린 교제폭력 피해자에게 벌어진 일입니다.

문준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1년간 교제했던 30대 남성으로부터 교제폭력을 당한 A 씨.

주먹으로 얼굴을 맞거나 발로 밟히는 등 여러 차례 폭행을 당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헤어지자고 하면 협박이. 한번은 회사에 전화한 적도 있었고요. 너의 알몸 사진을 갖고 있으니 이걸 너의 부모님에게 보내겠다."]

지난 4월엔 목을 졸렸고, 급기야 이달 초에는 제주시 원룸에서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끔찍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A 씨는 지난 21일 병원에서 받은 제주지검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직원의 명함을 보고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센터 직원은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이후에 답은 없었습니다.

직원 휴대전화도 불통이어서 사흘 뒤인 24일 재차 사무실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지금이라도 당장에라도 갈 수 있으니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 이런 식으로까지 말씀을 드렸거든요. 꼭 좀 전화 부탁드린다고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고까지 말씀드렸는데 아직까지도."]

악몽 같은 하루를 견디며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A 씨는 범죄 피해자에게 지원되는 의료비, 전문 심리치료, 법률 지원 등을 받지 못한 채 가해자 측의 합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교제폭력 피해자/음성변조 : "매일 밤 악몽 꾸고 수면제나 약 먹고 자고. 정신과 약을 먹지 않으면 잠도 안 올 정도로. 이렇게 힘든데도 저 혼자만 제가 다 알아보러 다니고."]

센터 직원은 이에 대해 '피해자에게 한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며칠 뒤 다시 전화하려 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고홍자/제주여성상담소 소장 :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를 했다는 건 정말 절실하다는 부분이거든요. 일회성 전화로 끝나는 게 아니고 이 분이 안전한지 자꾸 체크를 해주셔야 해요."]

법무부는 해당 사례를 인권구조과에 전달했고, 센터 측은 피해자 관리에 소홀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KBS 뉴스 문준영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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