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폭력 피해’ 줄줄이 보고 누락…부대선에서 마무리 시도?

입력 2021.06.03 (21:05) 수정 2021.06.03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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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5년 국방부는 군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성폭력 처리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KBS가 이걸 입수해 살펴보니 "성폭력은 인지 즉시 국방부에 보고하라"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공군 부대는 이 중사가 신고한 사실도, 또 세상을 뜬 뒤에도 성폭력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지형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인이 된 이 중사가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건 지난 3월 2일 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만 하루가 지나서야 소속 공군 부대 군사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군 성폭력 예방 지침입니다.

보고절차 준수를 강조했는데, 모든 성폭력은 사건 인지 즉시 각 군 본부에서 국방부로 보고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군 부대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의 정도가 국방부에 보고할 수준까진 아니라고 봤다"는 게 공군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부대관리 훈령의 성폭력 예방 부분을 보면 강제추행은 보고 대상인 성폭력에 해당합니다.

지침에는 보고 양식까지 정해놨는데, 가해자 분리나 피해자 상태 등도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국방부가 알고, 이를 점검해 더 큰 피해를 막자는 취지입니다.

4월 7일 가해자 장 모 중사가 공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을 때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심지어 숨진채 발견된 5월 22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두와 메모, 서면 보고가 여러 번 이뤄질 때도 성폭력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성폭력과 사망 수사 모두 해당 부대 군사경찰이 했는데 정작 사망 보고 때 성폭력 피해가 빠진 겁니다.

보고는 신속성에 주안을 둬라, 피해자가 부사관 이상인 중대사고는 최단 시간 내 세부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침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부승찬/국방부 대변인 :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저희가 군 검찰, 그 다음에 감사관실, 그 다음에 조사본부를 통해서 지금 확인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국방부에 전달돼 장관이 최초로 보고받은 건 이 중사가 숨진채 발견되고 3일 뒤, 피해 발생 80여 일 뒤 인터넷에 글이 뜨고 나서였습니다.

있는 지침이 왜 적용되지 않았는지, 해당 부대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현석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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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성폭력 피해’ 줄줄이 보고 누락…부대선에서 마무리 시도?
    • 입력 2021-06-03 21:05:26
    • 수정2021-06-03 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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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2015년 국방부는 군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내세우며 성폭력 처리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KBS가 이걸 입수해 살펴보니 "성폭력은 인지 즉시 국방부에 보고하라"고 돼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공군 부대는 이 중사가 신고한 사실도, 또 세상을 뜬 뒤에도 성폭력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지형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고인이 된 이 중사가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건 지난 3월 2일 밤.

곧바로 상관에게 신고했지만 만 하루가 지나서야 소속 공군 부대 군사경찰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KBS가 입수한 군 성폭력 예방 지침입니다.

보고절차 준수를 강조했는데, 모든 성폭력은 사건 인지 즉시 각 군 본부에서 국방부로 보고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군 부대는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범죄의 정도가 국방부에 보고할 수준까진 아니라고 봤다"는 게 공군의 해명입니다.

하지만 부대관리 훈령의 성폭력 예방 부분을 보면 강제추행은 보고 대상인 성폭력에 해당합니다.

지침에는 보고 양식까지 정해놨는데, 가해자 분리나 피해자 상태 등도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국방부가 알고, 이를 점검해 더 큰 피해를 막자는 취지입니다.

4월 7일 가해자 장 모 중사가 공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을 때도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고, 심지어 숨진채 발견된 5월 22일부터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두와 메모, 서면 보고가 여러 번 이뤄질 때도 성폭력 관련 내용은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성폭력과 사망 수사 모두 해당 부대 군사경찰이 했는데 정작 사망 보고 때 성폭력 피해가 빠진 겁니다.

보고는 신속성에 주안을 둬라, 피해자가 부사관 이상인 중대사고는 최단 시간 내 세부내용을 보고하라는 지침은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부승찬/국방부 대변인 : "지침이 지켜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현재 저희가 군 검찰, 그 다음에 감사관실, 그 다음에 조사본부를 통해서 지금 확인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성폭력 사건이 국방부에 전달돼 장관이 최초로 보고받은 건 이 중사가 숨진채 발견되고 3일 뒤, 피해 발생 80여 일 뒤 인터넷에 글이 뜨고 나서였습니다.

있는 지침이 왜 적용되지 않았는지, 해당 부대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최근혁/그래픽:김현석 최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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