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최고 인기 드라마 ‘백금산’…재방영 의도는?

입력 2021.06.05 (08:23) 수정 2021.06.0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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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광부들의 생산 투쟁을 소재로 한 연속극 '백금산'을 재방영하고 있습니다.

1995년 처음 방영됐던 백금산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26년 만에 다시 등장한 백금산은 '자력갱생'과 ‘광물생산’을 독려하는 북한의 현재 행보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드라마 백금산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저녁 황금시간대에 재방영하고 있는 연속극‘백금산.

마그네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가 대량 매장돼 있는 함경남도 룡양광산이 배경이다.

제대 군인들의 채굴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그만 멈춰 서버린 굴착기.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이따위 다 썩어빠진 굴착기를 가지고... (뭐야?)"]

고장 난 굴착기를 두고 군인들은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지도부의 질타가 이어지지만,

["말 좀 해 보오! 언제 가야 제구실을 하겠소. 왜 밤낮 죽탕밖에 칠 줄 몰라!"]

이마저도 싸움으로 끝을 맺고 만다.

["나 같은 말썽꾼을 데리고 소대장 노릇 하기 힘들지. (뭐야?) 야! 소리치면 어쩔 테야?"]

열악한 근무 환경은 물론 서로에 대한 오해로 열의를 상실한 제대 군인들.

["소대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림정희 7호 굴착기에 배치돼 왔습니다."]

때마침 여주인공 림정희가 작업반의 선동원으로 배치된다. 림정희의 독려에 힘입은 아홉 명의 제대군인들은 1인당 생산량을 12배 초과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노력영웅 칭호와 함께 노동당 입당에까지 성공하는 이들.

["우리 소대 모두에게 영웅칭호를 수여한다고 했소! (정말이야?)"]

이 드라마는 1970년대 룡양광산에 자원한 제대군인 아홉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5년 첫 방영 당시에도 북한 전역에 큰 반향을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룡양광산) 작업반 전체가 다 영웅이 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평양 견학시키는 거도 다 나옵니다. 드라마 백금산에. 평양 견학도 가고, 가족들이 표창받고 선물 받아서 만세를 부르고 울며불며 하는 거 보고. 전 그때 그 영화를 울면서 봤습니다. 정말 내 나라 최고구나. 사회주의 정말 좋구나. 내가 열심히 나라를 위해서 일하면 나라에서 공을 다 알아주는구나! 전 이렇게 생각했다니까요."]

룡양광산은 1961년, 현장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마그네사이트는 금과 같이 귀중하다’고 말하면서 백금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중앙TV가 26년 만에 백금산을 재방영하는 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거기서 나오는 배경 시기가 70년대에요. 70년 5차 당대회하고 6개년 계획이란 게 71년부터 76년까지 6년 동안 계획을 수행하던 그 기간 속에서 광물 부분이라든가 어려운 채취 공업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내야 하므로 그때 하고 지금 하고 너무 비슷한거죠. 8차 당대회 통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김정은 집권 이후에 처음으로 계획을 수립한 올해 첫해거든요. 그때하고 지금하고 너무 비슷한 시점이다..."]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를 통해 사회 전 분야의 경제발전을 주문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강조했던 게 바로 금속 분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1월 12일 :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중심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국산화 비중을 높여 인민 생활을 한 계단 올려세우는 것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연일 금속 부문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 "여러분! 결사의 투쟁으로 새로운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철강재 생산목표를 기어이 점령해야 할 무겁고도 영예로운 과업이 바로 금속공업 부문 일꾼들과 노동계급 앞에 나서고 있습니다!"]

평양시 만 세대 주택 건설과 함경남도 검덕지구 2만5천 세대 주택 건설, 그리고 보통강변 호안 다락식주택까지... 공사에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하기 위해 북한의 대표 제철소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전철민/황해제철소 기사 : "4월에도 우리는 용광로의 가동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동률을 103%로 더 높였습니다."]

[마철웅/보산제철소 지배인 : "평양집 살림 건설을 발기한 당의 의도에 맞게 더 많은 철강재를 보장하자면 이걸 10월까지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자들, 종업원들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이번 4월 중으로 단 보름 동안에 해재끼고 생산에 돌입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철강재 원재료인 광물 채취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광물 채취 작업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런 상황에서 백금산은 일반적인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에 매장된 거대 광물 자원을 선전하고, 더 많이 채취하도록 주민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동무들! 이달 안으로 50만 톤 대발파를 해서 어버이 수령님 믿음에 보답합시다! (보답하자! 보답하자! 보답하자!)"]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탄원’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광산 진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드라마 백금산도 제대군인들의 광산 근무 자원을 영웅시하는 측면이 강하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들고 우리가 검덕 광산에 ‘진출한다. 탄원한다.‘ 하는데 군대들은 무리를 이뤄서 배치한단 말입니다. 예를 들면 2021년 제대 군인들은 100% 검덕광산에 진출한다고 하면 다 검덕 광산으로 탄원합니다. 이유 불문하고. 가기 싫든 나쁘든 관계없습니다. 당의 방침이고 부름이니까. 근데 좋게 말해서 탄원이라 한다는 말입니다. 거기 가는걸."]

북한 주민들의 사상 고취 목적도 뚜렷하다. 백금산의 여주인공 림정희는 선동원으로써 제대 군인들의 사상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아니 류동무! (이거 놓소!)"]

["지난날 4호 소대장과 관계가 나빴다고 해서 아직 그래서야 되겠어요?"]

["밤낮 통이 크게 논다면서 정작 통이 크게 놀아야 할 때는 왜 그렇게 지난날의 감정을 앞세우면서 그래요?"]

["그럴 땐 정말 붙었던 정도 떨어져요."]

["그 성질 사나운 4호 소대장을 생각하면... 어쨌든 선동원 동무가 바란다니 나도 찬성이요."]

광산을 떠나려는 남자 주인공 류혁을 끝까지 설득해 광산에 남게 한다.

["그래, 가면 어디로 가겠다는 거예요? (어딜 가든 동무가 무슨 상관이요 이제 간섭하지 마오.)"]

["부끄럽지도 않아요? 사사로운 감정을 이겨낼 생각은 못 하고 이게 무슨 추태예요?"]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 (뭐? 바보?)"]

["못가요! (마음에 없는 눈물은 걷어치워!)"]

["그리고 동무도 그 전에 류혁이가 아니라 이제는 당원이라는 걸 왜 잊고 살아요?"]

["한 생을 굴착기에서 살겠다고 한 입당할 때의 맹세를 잊었나요? (그만하오!)"]

["난 못 보내겠어요. 나도 이제 동무를 보낼 수 없게 됐어요. 절대로!"]

["류혁이! (소대장동무!) 류혁이! 류혁이 돌아왔구나 왔어!!"]

북한 매체는 백금산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사상 개조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조선중앙TV ‘백금산 영웅소대의 발자욱 따라’ : "인간이기 때문에 부단한 교양 개조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비로소 처녀선동원의 권고에 수염을 깎는 것으로 만들고 처녀 앞에 정돈된 모습으로 나서려는 총각의 심리, 점차적으로 성장되는 모습을 진실 되게 보여주었던 겁니다."]

그 밖에 여성들이 광산으로 자원한 청년들과 결혼을 자처하는 모습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주의적 결혼관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는 거기가 광산이 있다고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뭐 겉을 보고 살겠나요. 사람을 보고 살지..."]

["(정희 동무!) 그 마음을 다 알아요. 이 고수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김영희/ 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여자들이 탄원을 안 하면 남자들이 결혼을 못 해요. 그럼 안정적으로 직장생활 할 수 없고 그만큼 생산성과가 안 나는 거죠. 그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지금 이런 부분을 보여주는 거고요. 또 백금산이 보여주는 게 뭐냐면 집단이 함께 노력함으로 인해서 영웅이 됐다는 거에요."]

지난 2014년 백금산 제작 20주년을 맞아 드라마 주인공들이 직접 룡양광산을 찾았다.

[서창호/‘백금산' 소대장 역할 : "정들면 타향도 고향이라고 백금산은 실지 고향처럼 정든 고장입니다."]

[강남훈/‘백금산’류혁 역할 : "정말 많은 것을 배워준 고장입니다. 마치 모교를 찾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미 노인이 된 광산 영웅들이 출연했고, 배우들은 20년 전 당시를 회상했다.

[강남훈/‘백금산' 류혁 역할 : "오랜만에 해서 이거 좀 힘들 줄 알았는데 아직까진 할 수 있겠구만."]

[윤수경/‘백금산’림정희 역할 : "아 그럼요! 어떻게 배운 거라고 잊어버리겠어요."]

이때도 남북, 북미 관계 악화 속에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철강재 생산 증대를 강조했었다.

북한 당국은 26년 만에 드라마 백금산을 다시 등장 시켜 경제 위기 속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독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그때 그런 사람들이 살아왔던 그 삶을 TV로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런 모델을 창조해서 누구나 다 그 모델을 본받도록 하지 않는다면 전진할 수 없어요. 만약 북한이 대북제재도 없고 외자 유치 잘 된다면 굳이 이렇게 안해도 됩니다. 근데 이렇게 하는 건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선 내적 자원을 동원해서 표준을 통한 전국적인 청년들의 대중 운동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가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대화 제의에 침묵하면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 드라마 ‘백금산’까지 동원한 주민 선전 전략이 26년 전의 성과를 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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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5 08:23:03
    • 수정2021-06-05 08: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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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광부들의 생산 투쟁을 소재로 한 연속극 '백금산'을 재방영하고 있습니다.

1995년 처음 방영됐던 백금산은 지금까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26년 만에 다시 등장한 백금산은 '자력갱생'과 ‘광물생산’을 독려하는 북한의 현재 행보와 맞물려 더욱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드라마 백금산을 통해 주민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분석해 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북한 조선중앙TV가 저녁 황금시간대에 재방영하고 있는 연속극‘백금산.

마그네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가 대량 매장돼 있는 함경남도 룡양광산이 배경이다.

제대 군인들의 채굴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그만 멈춰 서버린 굴착기.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이따위 다 썩어빠진 굴착기를 가지고... (뭐야?)"]

고장 난 굴착기를 두고 군인들은 서로를 탓하기 바쁘다. 지도부의 질타가 이어지지만,

["말 좀 해 보오! 언제 가야 제구실을 하겠소. 왜 밤낮 죽탕밖에 칠 줄 몰라!"]

이마저도 싸움으로 끝을 맺고 만다.

["나 같은 말썽꾼을 데리고 소대장 노릇 하기 힘들지. (뭐야?) 야! 소리치면 어쩔 테야?"]

열악한 근무 환경은 물론 서로에 대한 오해로 열의를 상실한 제대 군인들.

["소대장 동지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림정희 7호 굴착기에 배치돼 왔습니다."]

때마침 여주인공 림정희가 작업반의 선동원으로 배치된다. 림정희의 독려에 힘입은 아홉 명의 제대군인들은 1인당 생산량을 12배 초과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게 된다.

노력영웅 칭호와 함께 노동당 입당에까지 성공하는 이들.

["우리 소대 모두에게 영웅칭호를 수여한다고 했소! (정말이야?)"]

이 드라마는 1970년대 룡양광산에 자원한 제대군인 아홉 명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1995년 첫 방영 당시에도 북한 전역에 큰 반향을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송죽/2016년 탈북 : "(룡양광산) 작업반 전체가 다 영웅이 됐지 않습니까. 그래서 평양 견학시키는 거도 다 나옵니다. 드라마 백금산에. 평양 견학도 가고, 가족들이 표창받고 선물 받아서 만세를 부르고 울며불며 하는 거 보고. 전 그때 그 영화를 울면서 봤습니다. 정말 내 나라 최고구나. 사회주의 정말 좋구나. 내가 열심히 나라를 위해서 일하면 나라에서 공을 다 알아주는구나! 전 이렇게 생각했다니까요."]

룡양광산은 1961년, 현장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이 ‘마그네사이트는 금과 같이 귀중하다’고 말하면서 백금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선중앙TV가 26년 만에 백금산을 재방영하는 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새로운 목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거기서 나오는 배경 시기가 70년대에요. 70년 5차 당대회하고 6개년 계획이란 게 71년부터 76년까지 6년 동안 계획을 수행하던 그 기간 속에서 광물 부분이라든가 어려운 채취 공업 부분에서 어떻게 하면 성과를 내야 하므로 그때 하고 지금 하고 너무 비슷한거죠. 8차 당대회 통해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김정은 집권 이후에 처음으로 계획을 수립한 올해 첫해거든요. 그때하고 지금하고 너무 비슷한 시점이다..."]

올해 1월 김정은 위원장은 8차 당대회를 통해 사회 전 분야의 경제발전을 주문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강조했던 게 바로 금속 분야.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1월 12일 :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중심과업은 금속공업과 화학공업을 경제발전의 관건적 고리로 틀어쥐고 국산화 비중을 높여 인민 생활을 한 계단 올려세우는 것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연일 금속 부문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조선중앙TV : "여러분! 결사의 투쟁으로 새로운 5개년 계획에 반영된 철강재 생산목표를 기어이 점령해야 할 무겁고도 영예로운 과업이 바로 금속공업 부문 일꾼들과 노동계급 앞에 나서고 있습니다!"]

평양시 만 세대 주택 건설과 함경남도 검덕지구 2만5천 세대 주택 건설, 그리고 보통강변 호안 다락식주택까지... 공사에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하기 위해 북한의 대표 제철소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전철민/황해제철소 기사 : "4월에도 우리는 용광로의 가동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가동률을 103%로 더 높였습니다."]

[마철웅/보산제철소 지배인 : "평양집 살림 건설을 발기한 당의 의도에 맞게 더 많은 철강재를 보장하자면 이걸 10월까지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기술자들, 종업원들이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서 이번 4월 중으로 단 보름 동안에 해재끼고 생산에 돌입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철강재 원재료인 광물 채취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에서 광물 채취 작업은 대부분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런 상황에서 백금산은 일반적인 드라마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에 매장된 거대 광물 자원을 선전하고, 더 많이 채취하도록 주민들을 독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동무들! 이달 안으로 50만 톤 대발파를 해서 어버이 수령님 믿음에 보답합시다! (보답하자! 보답하자! 보답하자!)"]

8차 당대회 이후 북한은‘탄원’이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의 광산 진출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드라마 백금산도 제대군인들의 광산 근무 자원을 영웅시하는 측면이 강하다.

[최송죽 /2016년 탈북 :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들고 우리가 검덕 광산에 ‘진출한다. 탄원한다.‘ 하는데 군대들은 무리를 이뤄서 배치한단 말입니다. 예를 들면 2021년 제대 군인들은 100% 검덕광산에 진출한다고 하면 다 검덕 광산으로 탄원합니다. 이유 불문하고. 가기 싫든 나쁘든 관계없습니다. 당의 방침이고 부름이니까. 근데 좋게 말해서 탄원이라 한다는 말입니다. 거기 가는걸."]

북한 주민들의 사상 고취 목적도 뚜렷하다. 백금산의 여주인공 림정희는 선동원으로써 제대 군인들의 사상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북한 TV 연속극 ‘백금산’ 中 : "아니 류동무! (이거 놓소!)"]

["지난날 4호 소대장과 관계가 나빴다고 해서 아직 그래서야 되겠어요?"]

["밤낮 통이 크게 논다면서 정작 통이 크게 놀아야 할 때는 왜 그렇게 지난날의 감정을 앞세우면서 그래요?"]

["그럴 땐 정말 붙었던 정도 떨어져요."]

["그 성질 사나운 4호 소대장을 생각하면... 어쨌든 선동원 동무가 바란다니 나도 찬성이요."]

광산을 떠나려는 남자 주인공 류혁을 끝까지 설득해 광산에 남게 한다.

["그래, 가면 어디로 가겠다는 거예요? (어딜 가든 동무가 무슨 상관이요 이제 간섭하지 마오.)"]

["부끄럽지도 않아요? 사사로운 감정을 이겨낼 생각은 못 하고 이게 무슨 추태예요?"]

["바보 같은 짓을 하면서... (뭐? 바보?)"]

["못가요! (마음에 없는 눈물은 걷어치워!)"]

["그리고 동무도 그 전에 류혁이가 아니라 이제는 당원이라는 걸 왜 잊고 살아요?"]

["한 생을 굴착기에서 살겠다고 한 입당할 때의 맹세를 잊었나요? (그만하오!)"]

["난 못 보내겠어요. 나도 이제 동무를 보낼 수 없게 됐어요. 절대로!"]

["류혁이! (소대장동무!) 류혁이! 류혁이 돌아왔구나 왔어!!"]

북한 매체는 백금산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사상 개조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조선중앙TV ‘백금산 영웅소대의 발자욱 따라’ : "인간이기 때문에 부단한 교양 개조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비로소 처녀선동원의 권고에 수염을 깎는 것으로 만들고 처녀 앞에 정돈된 모습으로 나서려는 총각의 심리, 점차적으로 성장되는 모습을 진실 되게 보여주었던 겁니다."]

그 밖에 여성들이 광산으로 자원한 청년들과 결혼을 자처하는 모습을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사회주의적 결혼관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저는 거기가 광산이 있다고 다르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뭐 겉을 보고 살겠나요. 사람을 보고 살지..."]

["(정희 동무!) 그 마음을 다 알아요. 이 고수머리가 파 뿌리 될 때까지."]

[김영희/ 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여자들이 탄원을 안 하면 남자들이 결혼을 못 해요. 그럼 안정적으로 직장생활 할 수 없고 그만큼 생산성과가 안 나는 거죠. 그런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지금 이런 부분을 보여주는 거고요. 또 백금산이 보여주는 게 뭐냐면 집단이 함께 노력함으로 인해서 영웅이 됐다는 거에요."]

지난 2014년 백금산 제작 20주년을 맞아 드라마 주인공들이 직접 룡양광산을 찾았다.

[서창호/‘백금산' 소대장 역할 : "정들면 타향도 고향이라고 백금산은 실지 고향처럼 정든 고장입니다."]

[강남훈/‘백금산’류혁 역할 : "정말 많은 것을 배워준 고장입니다. 마치 모교를 찾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미 노인이 된 광산 영웅들이 출연했고, 배우들은 20년 전 당시를 회상했다.

[강남훈/‘백금산' 류혁 역할 : "오랜만에 해서 이거 좀 힘들 줄 알았는데 아직까진 할 수 있겠구만."]

[윤수경/‘백금산’림정희 역할 : "아 그럼요! 어떻게 배운 거라고 잊어버리겠어요."]

이때도 남북, 북미 관계 악화 속에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철강재 생산 증대를 강조했었다.

북한 당국은 26년 만에 드라마 백금산을 다시 등장 시켜 경제 위기 속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독려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희/한국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 "그때 그런 사람들이 살아왔던 그 삶을 TV로라도 보여주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런 모델을 창조해서 누구나 다 그 모델을 본받도록 하지 않는다면 전진할 수 없어요. 만약 북한이 대북제재도 없고 외자 유치 잘 된다면 굳이 이렇게 안해도 됩니다. 근데 이렇게 하는 건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선 내적 자원을 동원해서 표준을 통한 전국적인 청년들의 대중 운동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가고 있는 것이죠."]

미국의 대화 제의에 침묵하면서 내치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 드라마 ‘백금산’까지 동원한 주민 선전 전략이 26년 전의 성과를 재현해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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