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빈곤국 늘어나는 납치 범죄…누가, 왜?

입력 2021.06.11 (10:50) 수정 2021.06.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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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나이지리아와 아이티에서 납치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피랍자 중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도 있지만, 아직 생사를 알 수 없거나 살해된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지구촌인>에서 살펴 보시죠.

[리포트]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이슬람 학교, 아이들이 있어야 할 교실이 텅 비었습니다.

책과 필통, 신발 등이 사라진 아이들 대신 교실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데요.

지난달 30일, 학교에 들이닥친 괴한들이 학생 150여 명을 납치해 갔습니다.

지난해 12월이래, 벌써 6번째 벌어진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입니다.

[말라마 하우와우/납치된 학생 엄마 : "저는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엄마입니다. 아이를 찾아달라고 정부와 대중들에게 도움을 간청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선 최근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납치 사건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납치된 학생과 교직원만 800명이 넘는데요.

이전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납치가 많았지만 최근엔 경제적 동기, '몸값'을 노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지난 4월 카두나주 대학생들을 납치한 괴한들도 약 2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며 인질 중 5명을 살해했는데요.

결국, 가족들은 몸값의 일부를 준 뒤에야 자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파티마 이브라힘/풀려난 대학생 : "고문과 모욕을 당했어요.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나이지리아는 몸값을 노린 납치가 '산업'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납치 사건의 몸값으로 지급된 돈이 2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시위대 : "납치 괴한들이 덮치고, 경찰은 늘 그보다 30분 뒤에 나타납니다. 우리는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납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도 급증한 납치 범죄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엔 SNS로 생방송 되던 예배 도중, 무장 괴한이 침입해 목사와 교회 사람들을 납치해 갔습니다.

며칠 뒤엔 괴한들이 가톨릭 성당을 덮쳐 사제와 수녀, 신자 등도 납치했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만이 풀려났습니다.

[미셸 브리앙/풀려난 신부 : "두려웠던 순간은, 납치범들이 찾아와 몸값이 지불 되지 않으면, 당신들의 목숨으로 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던 때입니다."]

지난해 아이티에서 보고된 납치는 모두 234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주로 몸값을 낼 여력이 있는 의사, 공무원, 성직자 등 중산층을 노렸는데요.

지난해 퇴근길에 납치됐던 한 의사도 친구들이 납치범들과 협상해 간신히 몸값을 주고 풀려났습니다.

[풀려난 의사 :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매 순간 나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할 때마다 신에게 감사합니다.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값을 내지 못한 피랍자들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땅콩장사를 하는 한 엄마는 납치범이 요구한 몸값 약 400만 원을 내지 못해, 납치된 5살 딸이 살해됐습니다.

[나디지 생틸레르/엄마 :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딸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빈곤국의 납치 범죄는 극심한 정치 불안과 치안 악화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정부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피랍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불안은 이제 분노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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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11 10:50:12
    • 수정2021-06-11 10: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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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이지리아와 아이티에서 납치 범죄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피랍자 중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이들도 있지만, 아직 생사를 알 수 없거나 살해된 이들도 적지 않은데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지구촌인>에서 살펴 보시죠.

[리포트]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이슬람 학교, 아이들이 있어야 할 교실이 텅 비었습니다.

책과 필통, 신발 등이 사라진 아이들 대신 교실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데요.

지난달 30일, 학교에 들이닥친 괴한들이 학생 150여 명을 납치해 갔습니다.

지난해 12월이래, 벌써 6번째 벌어진 대규모 학생 납치 사건입니다.

[말라마 하우와우/납치된 학생 엄마 : "저는 가진 게 없는 가난한 엄마입니다. 아이를 찾아달라고 정부와 대중들에게 도움을 간청합니다."]

나이지리아에선 최근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납치 사건이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납치된 학생과 교직원만 800명이 넘는데요.

이전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납치가 많았지만 최근엔 경제적 동기, '몸값'을 노리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지난 4월 카두나주 대학생들을 납치한 괴한들도 약 20억 원의 몸값을 요구하며 인질 중 5명을 살해했는데요.

결국, 가족들은 몸값의 일부를 준 뒤에야 자녀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파티마 이브라힘/풀려난 대학생 : "고문과 모욕을 당했어요.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았습니다."]

최근 나이지리아는 몸값을 노린 납치가 '산업'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납치 사건의 몸값으로 지급된 돈이 200억 원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시위대 : "납치 괴한들이 덮치고, 경찰은 늘 그보다 30분 뒤에 나타납니다. 우리는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납치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도 급증한 납치 범죄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엔 SNS로 생방송 되던 예배 도중, 무장 괴한이 침입해 목사와 교회 사람들을 납치해 갔습니다.

며칠 뒤엔 괴한들이 가톨릭 성당을 덮쳐 사제와 수녀, 신자 등도 납치했는데요.

이 가운데 일부만이 풀려났습니다.

[미셸 브리앙/풀려난 신부 : "두려웠던 순간은, 납치범들이 찾아와 몸값이 지불 되지 않으면, 당신들의 목숨으로 값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던 때입니다."]

지난해 아이티에서 보고된 납치는 모두 234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3배나 증가했습니다.

주로 몸값을 낼 여력이 있는 의사, 공무원, 성직자 등 중산층을 노렸는데요.

지난해 퇴근길에 납치됐던 한 의사도 친구들이 납치범들과 협상해 간신히 몸값을 주고 풀려났습니다.

[풀려난 의사 :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매 순간 나에게 일어난 일을 생각할 때마다 신에게 감사합니다.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값을 내지 못한 피랍자들의 생사는 알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땅콩장사를 하는 한 엄마는 납치범이 요구한 몸값 약 400만 원을 내지 못해, 납치된 5살 딸이 살해됐습니다.

[나디지 생틸레르/엄마 :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딸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빈곤국의 납치 범죄는 극심한 정치 불안과 치안 악화 속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까지 더해지면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부실한 정부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요.

피랍 공포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불안은 이제 분노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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