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종용’·‘협박’에 ‘극단 선택’ 메모…“나는 조직에서 버림받았다”

입력 2021.06.28 (06:19) 수정 2021.06.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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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속보 이어갑니다.

고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다음 날 상사와 면담을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직이 나를 죽였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상관들의 집요하고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추행 피해 다음 날 오전, 故 이 중사는 전날 술자리를 주관했던 노 상사와 2시간가량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 직후, 이 중사는 휴대 전화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는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제목의 메모에는 '내가 이렇게 하면 조직이 망가진다고 한다'

'내가 가해자처럼 되었다' '조직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영원히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며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죄스럽다' '미안하지만 안녕해야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전 10시 반쯤 작성된 이 메모는 이 중사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최근 확인됐습니다.

피해 직후부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해야 했을 정도로 상관의 회유와 압박이 집요하고 고통스러웠다는 방증입니다.

[고 이 중사 아버지/음성변조 : "과거서부터 (이 중사가) 가해자가 아니면 다른 회식 문화에서 오는 절망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어요. 성폭력으로 연결되고 상관에 의한 그런 상황을 만든 거예요."]

이 중사의 남편도 당시 노 상사가 한숨을 쉬며, 이 중사에게 '없던 일로 해줄 순 없냐'며 회유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또 '신고하면 같이 회식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압박하자, 이 중사는 다른 동료들이 징계받을까 봐 너무 신경 쓰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군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25일 노 상사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과 함께 특가법상 보복 협박 혐의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편, 유족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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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관 ‘종용’·‘협박’에 ‘극단 선택’ 메모…“나는 조직에서 버림받았다”
    • 입력 2021-06-28 06:19:43
    • 수정2021-06-28 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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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 속보 이어갑니다.

고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 다음 날 상사와 면담을 한 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조직이 나를 죽였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상관들의 집요하고 조직적인 회유와 압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홍진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추행 피해 다음 날 오전, 故 이 중사는 전날 술자리를 주관했던 노 상사와 2시간가량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 직후, 이 중사는 휴대 전화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모를 남겼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는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제목의 메모에는 '내가 이렇게 하면 조직이 망가진다고 한다'

'내가 가해자처럼 되었다' '조직이 나를 죽이려고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영원히 꼬리표를 달 수밖에 없다'며 '남자친구에게 미안하고 가족들에게 죄스럽다' '미안하지만 안녕해야겠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오전 10시 반쯤 작성된 이 메모는 이 중사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최근 확인됐습니다.

피해 직후부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해야 했을 정도로 상관의 회유와 압박이 집요하고 고통스러웠다는 방증입니다.

[고 이 중사 아버지/음성변조 : "과거서부터 (이 중사가) 가해자가 아니면 다른 회식 문화에서 오는 절망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어요. 성폭력으로 연결되고 상관에 의한 그런 상황을 만든 거예요."]

이 중사의 남편도 당시 노 상사가 한숨을 쉬며, 이 중사에게 '없던 일로 해줄 순 없냐'며 회유했다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또 '신고하면 같이 회식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압박하자, 이 중사는 다른 동료들이 징계받을까 봐 너무 신경 쓰여했다고도 말했습니다.

군 검찰 수사심의위는 지난 25일 노 상사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과 함께 특가법상 보복 협박 혐의를 적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편, 유족은 오늘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수사에 대한 첫 입장을 밝힐 예정입니다.

KBS 뉴스 홍진아입니다.

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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