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안전 위협 ‘빗길 과속’, 직접 실험해봤더니…
입력 2021.07.01 (11:47) 수정 2021.07.01 (11:50) 취재K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빗길 실험 장면. 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50km로 달리던 승용차가 5바퀴를 회전한 뒤 가까스로 멈춰 섰다.

"빗길 안전 운전! 감속하세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출근길에 교통정보 전광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고 예방 문구입니다. 교통방송이나 라디오에서도 반복되는 이 문구, 얼마나 귀담아 들으시나요? 실제 사고를 겪지 않는 한, 번번이 절실하게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이미 때는 늦은 거겠죠. 특히 한 해 빗길 사고 10건 가운데 4건이 장마철에 몰릴 만큼 여름철마다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KBS가 빗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다양한 사고 유형을 가정해 직접 차를 몰아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험 도중에 몇 번이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큰 위험을 느꼈습니다.

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를 갑자기 세우자, 제동 거리가 100m까지 늘었다.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를 갑자기 세우자, 제동 거리가 100m까지 늘었다.

■ 시속 50km였는데… "5바퀴 회전"

맨 먼저 장마철,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물을 뿌린 젖은 노면에서 승용차의 시속을 차차 높여가며 주행해봤는데요. 직선 구간에서 시속 50km로 차를 몰다 급제동했더니, 50m 이상 미끄러졌습니다. 여기서 속도를 10km만 올렸는데, 제동 거리는 2배인 100m까지 늘어났습니다.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km씩 올려 차를 몰았더니 마른 도로보다 3배 이상씩 제동 거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비가 올 때 차를 몰다 미끄러졌을 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운전대 꺾기'였습니다. 숙련된 전문가가 젖은 노면에서 직접 차를 몰다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더니, 차가 5바퀴나 회전하며 미끄러졌습니다. 회전 방향 반대쪽으로 운전대를 수시로 조작했더니 그제야 간신히 멈췄습니다. 미끄러지기 직전 차의 속도는 시속 50km 수준이었습니다.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교수는 "차가 미끄러지면서 회전하기 시작할 때,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차가 회전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몹시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속 50km로 달리던 화물차가 젖은 도로에서 급제동하면, 제동거리는 승용차의 1.2배인 60m까지 늘어났다.시속 50km로 달리던 화물차가 젖은 도로에서 급제동하면, 제동거리는 승용차의 1.2배인 60m까지 늘어났다.

■ 빗길 화물차, 제동거리 1.2배 늘어… 시속 60km에도 커브길 이탈


취재진은 빗길을 주행하는 화물차의 제동 거리도 확인했습니다. 짐을 싣지 않은 1톤 화물차를 몰고 시속 50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아봤습니다. 제동 거리는 60m로 승용차보다 1.2배 더 길었습니다. 승용차와 같은 속도로 달릴때 보다 10m씩 제동 거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번엔 실험 구간을 달리해 제한 속도 50km 구간인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도심 고가도로의 회전 구간을 재현한 커브 길에서 주행해봤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됐습니다. 승용차로 시속 40km로 달릴 땐 무리가 없었지만, 60km로 속도를 올리니 도로를 심하게 이탈했습니다. 방향 제어가 어려워 운전대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조작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춰 섰습니다.

하 교수는 "만약, 화물차라면 승용차보다 조작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물차의 특성상 무게 중심이 높고 엔진은 앞쪽에 있는 만큼, 뒷바퀴 쪽이 가볍다"면서 "짐을 싣지 않았을 경우, 원심력을 적용받아 팽이처럼 급히 돌아가는 현상이 더 크게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전문가와 KBS 취재진이 빗길 미끄러짐을 실험하고 있다.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전문가와 KBS 취재진이 빗길 미끄러짐을 실험하고 있다.

빗길 사고 치사율 최대 3배…"미리, 타이어 마모 상태 확인하세요"

빗길 실험 내내 취재진이 느낀 건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위험하다"였습니다. 하 교수는 "빗길 미끄럼 사고가 나는 순간, 이미 운전자의 조작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빗길 안전 운전과 감속'을 괜히 재차, 거듭 강조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빗길 사고 치사율은 평소보다 최대 3배나 높다"면서 "비가 많이 내리면 속도를 50% 이상 줄여야 하고, 차간 거리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에 젖은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물의 막이 형성돼 접지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수막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으로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졌을 때 운전대를 심하게 돌리면, 순간 접지력이 더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운전대를 꺾지 말고 최대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서 ABS(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를 작동시켜 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수막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려면 타이어 마모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서 교체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10% 정도 높여 접지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빗길 안전 운전! 감속하세요."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연관 기사] 빗길 운전 실험했더니…“미끄러지고, 이탈하고” [2021.06.30 KBS 뉴스]
  • 안전 위협 ‘빗길 과속’, 직접 실험해봤더니…
    • 입력 2021-07-01 11:47:24
    • 수정2021-07-01 11:50:35
    취재K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빗길 실험 장면. 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50km로 달리던 승용차가 5바퀴를 회전한 뒤 가까스로 멈춰 섰다.

"빗길 안전 운전! 감속하세요."

비 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리거나 출근길에 교통정보 전광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고 예방 문구입니다. 교통방송이나 라디오에서도 반복되는 이 문구, 얼마나 귀담아 들으시나요? 실제 사고를 겪지 않는 한, 번번이 절실하게 와닿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이미 때는 늦은 거겠죠. 특히 한 해 빗길 사고 10건 가운데 4건이 장마철에 몰릴 만큼 여름철마다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KBS가 빗길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으로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다양한 사고 유형을 가정해 직접 차를 몰아봤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험 도중에 몇 번이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큰 위험을 느꼈습니다.

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를 갑자기 세우자, 제동 거리가 100m까지 늘었다.노면이 젖은 도로를 시속 60km로 달리던 승용차를 갑자기 세우자, 제동 거리가 100m까지 늘었다.

■ 시속 50km였는데… "5바퀴 회전"

맨 먼저 장마철,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하기 위해 물을 뿌린 젖은 노면에서 승용차의 시속을 차차 높여가며 주행해봤는데요. 직선 구간에서 시속 50km로 차를 몰다 급제동했더니, 50m 이상 미끄러졌습니다. 여기서 속도를 10km만 올렸는데, 제동 거리는 2배인 100m까지 늘어났습니다. 젖은 노면에서 시속 10km씩 올려 차를 몰았더니 마른 도로보다 3배 이상씩 제동 거리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또 다른 유형의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비가 올 때 차를 몰다 미끄러졌을 때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운전대 꺾기'였습니다. 숙련된 전문가가 젖은 노면에서 직접 차를 몰다가 운전대를 오른쪽으로 살짝 틀었더니, 차가 5바퀴나 회전하며 미끄러졌습니다. 회전 방향 반대쪽으로 운전대를 수시로 조작했더니 그제야 간신히 멈췄습니다. 미끄러지기 직전 차의 속도는 시속 50km 수준이었습니다.

하승우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교수는 "차가 미끄러지면서 회전하기 시작할 때, 운전자들은 본능적으로 차가 회전하는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몹시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속 50km로 달리던 화물차가 젖은 도로에서 급제동하면, 제동거리는 승용차의 1.2배인 60m까지 늘어났다.시속 50km로 달리던 화물차가 젖은 도로에서 급제동하면, 제동거리는 승용차의 1.2배인 60m까지 늘어났다.

■ 빗길 화물차, 제동거리 1.2배 늘어… 시속 60km에도 커브길 이탈


취재진은 빗길을 주행하는 화물차의 제동 거리도 확인했습니다. 짐을 싣지 않은 1톤 화물차를 몰고 시속 50km로 달리다가 브레이크를 밟아봤습니다. 제동 거리는 60m로 승용차보다 1.2배 더 길었습니다. 승용차와 같은 속도로 달릴때 보다 10m씩 제동 거리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번엔 실험 구간을 달리해 제한 속도 50km 구간인 고속도로 나들목이나 도심 고가도로의 회전 구간을 재현한 커브 길에서 주행해봤습니다. 위험한 상황이 수시로 연출됐습니다. 승용차로 시속 40km로 달릴 땐 무리가 없었지만, 60km로 속도를 올리니 도로를 심하게 이탈했습니다. 방향 제어가 어려워 운전대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조작하고 나서야 가까스로 멈춰 섰습니다.

하 교수는 "만약, 화물차라면 승용차보다 조작이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화물차의 특성상 무게 중심이 높고 엔진은 앞쪽에 있는 만큼, 뒷바퀴 쪽이 가볍다"면서 "짐을 싣지 않았을 경우, 원심력을 적용받아 팽이처럼 급히 돌아가는 현상이 더 크게 일어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전문가와 KBS 취재진이 빗길 미끄러짐을 실험하고 있다.한국교통안전공단 충북본부 전문가와 KBS 취재진이 빗길 미끄러짐을 실험하고 있다.

빗길 사고 치사율 최대 3배…"미리, 타이어 마모 상태 확인하세요"

빗길 실험 내내 취재진이 느낀 건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위험하다"였습니다. 하 교수는 "빗길 미끄럼 사고가 나는 순간, 이미 운전자의 조작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빗길 안전 운전과 감속'을 괜히 재차, 거듭 강조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빗길 사고 치사율은 평소보다 최대 3배나 높다"면서 "비가 많이 내리면 속도를 50% 이상 줄여야 하고, 차간 거리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에 젖은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물의 막이 형성돼 접지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수막 현상'이라고 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으로 타이어의 접지력이 떨어졌을 때 운전대를 심하게 돌리면, 순간 접지력이 더 떨어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고 말합니다. 이럴 때는 무리하게 운전대를 꺾지 말고 최대한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서 ABS(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를 작동시켜 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수막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려면 타이어 마모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서 교체하고, 타이어 공기압도 10% 정도 높여 접지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빗길 안전 운전! 감속하세요."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연관 기사] 빗길 운전 실험했더니…“미끄러지고, 이탈하고” [2021.06.30 KBS 뉴스]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