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장님의 인맥 관리?…측근 업체의 ‘수상한’ 수의계약

입력 2021.07.01 (15:59) 수정 2021.07.0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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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계약. 계약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서 계약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쓰이는 데, 주로 2,000만 원 이하 소액 계약에 사용됩니다 경쟁이나 입찰이 필요 없어, 원하는 업체를 쉽고 빠르게 계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없이 계약 상대방을 고르다 보면, 로비에 의해 계약이 좌우되거나 담당자와 친분있는 업체만 반복해서 계약될 수 있습니다. 권한 높은 관료들의 '측근 챙기기'나 '인맥 관리'에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지난달, 경남 김일권 양산시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양산시 수의계약을 대거 따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자치단체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특정 업체에 우월적인 혜택이 주어졌다면, 이는 명백한 특혜일 것입니다. 과연,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었을까요? 취재진이 그 수상한 업체들을 한 번 추적해봤습니다.

■ 김일권 양산시장 '친인척 업체'…양산시와 줄줄이 계약?

첫 번째 추적 대상, 경남 양산의 한 전기공사 업체입니다. 원래는 개인사업자로 신고됐는데, 지난 1월 처음 법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제보자는 이 업체가 김일권 시장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김일권 시장의 처제가 사내 이사로, 그의 남편인 동서가 대표로, 조카가 직원으로 있는 '가족 회사'였습니다. 민법상 처제와 동서는 김일권 시장과 4촌 이내 인척인 친족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처제 A씨는 자신이 전기 공사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을 김일권 시장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일권 시장의 처제 A씨는 자신이 전기 공사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을 김일권 시장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수상합니다. 이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기간에 얼마나 많은 '수의계약'을 따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이 업체, 김일권 시장 취임 전 3년 동안 계약 건수는 5건이었는데, 취임 뒤 3년 동안은 34건,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금액으로 계산해보니, 3,200만 원에서 4억 3천만 원으로 13배 넘게 올랐습니다. 이는 양산시 전체 전기 공사업체 141곳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수치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친인척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전후 3년 동안 맺은 수의계약 현황이다.김일권 시장의 친인척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전후 3년 동안 맺은 수의계약 현황이다.

관련 공사를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동네에서 100만 원짜리 공사 하나 못 따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라며, "개인사업자였던 업체가 시장 취임 뒤 갑자기 일감을 많이 따내는 것은 수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일권 양산시장 친분 업체들, 취임 직후 설립해 '대거 수주'

두 번째 추적 대상은 양산의 한 조경업체였습니다. 김일권 시장이 민선 7기 시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만인 2018년 9월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 신생업체인데 설립되자마자 양산시 수의계약을 대거 따내기 시작했습니다. 설립 다음 달 4건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3년 동안 모두 40건, 3억 8천만 원을 계약했습니다.

같은 기간 양산시와 수의계약을 한 2백여 개 조경 관련 업체 가운데 '건수로는 3위, 액수로는 4위'입니다.
업체 영업력이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운 김 모 씨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김일권 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운 김 모 씨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

이쯤 되면, 업체 주인이 궁금합니다.

이 업체의 사실상 대표는 김일권 시장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확인된 김 모 씨! 그는 김일권 시장이 양산시의원을 그만둔 2008년 이후 자신이 김일권 시장을 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줄 만큼 각별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김○○/△△조경업체 사실상 대표 :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인가 (김 시장을) 직원으로 등재해서 (월급을) 2백만 원씩 줬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시장 실세다 측근이다, 이러니까 알아서 이렇게 (관급 공사를) 챙겨줬어요."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조경업체, '정말 우연하게도' 이 업체는 김일권 시장이 취임한 날인 2018년 7월 1일 설립됐습니다.

현재까지 양산시 조경 관련 공사 가운데 47건, 4억 5천여만 원을 수주받았습니다. 전체 2백여 개 업체 가운데 건수나 액수로도 모두 2위입니다.

김일권 시장 친족 지인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 그는 시장 측근을 직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김일권 시장 친족 지인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 그는 시장 측근을 직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S 취재진이 이 업체의 사내이사이자 사실상 대표를 만났습니다.

자신을 김일권 시장 친족의 오랜 지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신생업체인데도 관급 실적을 크게 올린 이유로 김일권 시장 측근을 직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조경업체 사내이사/사실상 대표 : "제가 도움을 좀 받기는 받았습니다. 어딜 가나 (시장) 측근들 일하잖아요. (시장 측근을) 안 잡았으면 1년에 수의계약 5천만 원이나 하겠습니까. 절대 못 합니다."

두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3년 동안 맺은 수의계약은 각각 40건과 47건. 이 기간 나머지 200여 개 조경 관련 회사들의 계약 건수는 평균 5건에 불과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극히 이례적인 결과라고 말합니다.

관공서가 수의계약을 할 때 업체 경험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1, 2년 차 신생업체나 영세업체 등에 수의계약을 잘 따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 조경업체 계약 담당자/20년 경력 : "((신생업체가) 계약을 많이 따냈더라고요. 이게 가능한 거예요?) 그게 불가능하지요. 신생업체로 경험도 없고. 그거(윗선 지시) 없이 그렇게 해 줄 수 있습니까? 어디."


■ 양산시, 뒤늦은 '특혜 의혹' 조사…외부 인력 없는 '셀프 조사'

KBS 취재진은 입장을 듣기 위해 양산시를 찾았습니다.

김일권 시장과 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의 반복 계약'에 대해 양산시 관계자는 "공정하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KBS의 수차례 해명 요청에 건강상의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양산시와 김일권 양산시장은 관련 뉴스가 나간 뒤에도, 관련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정의당 경남도당과 양산시지역위원회가 김일권 양산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사원 국민 감사청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시민은 모두 568명, 모집 일주일 만에 공익 감사청구 기준 300명을 넘은 겁니다. 감사청구가 진행되자 뒤늦게 양산시는 김일권 시장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부시장을 단장으로 2개 반 9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사반을 편성해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외부 인력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사인데 시 자체 인원으로 하는 '셀프 조사'여서 신뢰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경기도, '수의계약 심의위원회' 운영…"특혜·비리 사전 차단 목적"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지적에도 '문제 없다'라며 어떤 개선방안과 해결책도 마련하지 않는 양산시. 그들과 달리,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수의계약 심의위원회'를 자체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업체와 연간 수의계약 횟수도 3회가 넘지 않도록 제한합니다.

꼭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어야 했는지, 특정 업체와 반복계약은 없었는지, 업체 선정은 공정했는지 등을 종합 심의하는 겁니다.

이런 개선 방안을 왜 마련한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의계약이 완벽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수의계약 시 업체 선정은 전적으로 담당자 재량에 따르게 되고, 모든 계약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폐쇄적으로 진행됩니다.

경쟁의 요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수의계약이라는 제도 아래 각종 특혜와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권한 속에서 부당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으면 사람의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라며, "수의계약 업무의 공정성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도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줄도 없고 백도 없는 업체는 희망이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과연, 제보자 말은 사실이었을까요? 아직 이 질문에 '예'라고 명확하게 답할 수 없습니다. 강한 의심이 들지만, 저희 취재 내용만으로 '특혜'를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 취재에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은 양산시의 자정 능력과 경찰과 감사원 등의 외부 조사에 달렸습니다.
정말 뻔한 말이지만, 공직자 월급은 시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또, 그 권한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청렴과 공정은 너무도 당연한 키워드입니다.

뉴스가 보도된 뒤, 양산 시민들로부터 익명의 제보 전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화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양산에서 10년 넘게 조경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의계약은 특정업체들만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이 줄도 없고 백도 없는 업체는 희망이 없습니다. 제가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런 사정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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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장님의 인맥 관리?…측근 업체의 ‘수상한’ 수의계약
    • 입력 2021-07-01 15:59:12
    • 수정2021-07-01 15:59:52
    취재후·사건후
<strong>[관련 기사]</strong><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09622&amp;ref=A" target="_self">①김일권 시장 친인척 업체 줄줄이 계약?…권익위 “행동강령 위반”</a><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0363">②시장 친분 업체들, 취임 직후 설립해 대거 수주</a><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5651">③양산시장 선대위원장 관련 업체도 공사 ‘싹쓸이’</a><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2306">④양산시장 잇따른 의혹 감사 청구…양산시도 특별감사</a><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15664">⑤[이슈대담] 수의계약 어떻게 싹쓸이했나…배경과 대책은?</a>

수의계약. 계약 상대방을 '임의로' 선택해서 계약하는 방식입니다. 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도 쓰이는 데, 주로 2,000만 원 이하 소액 계약에 사용됩니다 경쟁이나 입찰이 필요 없어, 원하는 업체를 쉽고 빠르게 계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준 없이 계약 상대방을 고르다 보면, 로비에 의해 계약이 좌우되거나 담당자와 친분있는 업체만 반복해서 계약될 수 있습니다. 권한 높은 관료들의 '측근 챙기기'나 '인맥 관리'에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지난달, 경남 김일권 양산시장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업체들이 양산시 수의계약을 대거 따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자치단체장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특정 업체에 우월적인 혜택이 주어졌다면, 이는 명백한 특혜일 것입니다. 과연,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었을까요? 취재진이 그 수상한 업체들을 한 번 추적해봤습니다.

■ 김일권 양산시장 '친인척 업체'…양산시와 줄줄이 계약?

첫 번째 추적 대상, 경남 양산의 한 전기공사 업체입니다. 원래는 개인사업자로 신고됐는데, 지난 1월 처음 법인으로 바뀌었습니다. 제보자는 이 업체가 김일권 시장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고 말했습니다.

알고 봤더니, 김일권 시장의 처제가 사내 이사로, 그의 남편인 동서가 대표로, 조카가 직원으로 있는 '가족 회사'였습니다. 민법상 처제와 동서는 김일권 시장과 4촌 이내 인척인 친족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처제 A씨는 자신이 전기 공사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을 김일권 시장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수상합니다. 이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기간에 얼마나 많은 '수의계약'을 따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이 업체, 김일권 시장 취임 전 3년 동안 계약 건수는 5건이었는데, 취임 뒤 3년 동안은 34건,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금액으로 계산해보니, 3,200만 원에서 4억 3천만 원으로 13배 넘게 올랐습니다. 이는 양산시 전체 전기 공사업체 141곳 가운데 가장 많이 오른 수치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친인척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전후 3년 동안 맺은 수의계약 현황이다.
관련 공사를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이 동네에서 100만 원짜리 공사 하나 못 따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라며, "개인사업자였던 업체가 시장 취임 뒤 갑자기 일감을 많이 따내는 것은 수상하다"라고 말했습니다.

■ 김일권 양산시장 친분 업체들, 취임 직후 설립해 '대거 수주'

두 번째 추적 대상은 양산의 한 조경업체였습니다. 김일권 시장이 민선 7기 시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만인 2018년 9월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 신생업체인데 설립되자마자 양산시 수의계약을 대거 따내기 시작했습니다. 설립 다음 달 4건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3년 동안 모두 40건, 3억 8천만 원을 계약했습니다.

같은 기간 양산시와 수의계약을 한 2백여 개 조경 관련 업체 가운데 '건수로는 3위, 액수로는 4위'입니다.
업체 영업력이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입니다.

김일권 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운 김 모 씨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
이쯤 되면, 업체 주인이 궁금합니다.

이 업체의 사실상 대표는 김일권 시장 선거운동을 도운 것으로 확인된 김 모 씨! 그는 김일권 시장이 양산시의원을 그만둔 2008년 이후 자신이 김일권 시장을 직원으로 채용해 월급을 줄 만큼 각별했다고 취재진에게 말했습니다.

김○○/△△조경업체 사실상 대표 :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인가 (김 시장을) 직원으로 등재해서 (월급을) 2백만 원씩 줬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시장 실세다 측근이다, 이러니까 알아서 이렇게 (관급 공사를) 챙겨줬어요."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조경업체, '정말 우연하게도' 이 업체는 김일권 시장이 취임한 날인 2018년 7월 1일 설립됐습니다.

현재까지 양산시 조경 관련 공사 가운데 47건, 4억 5천여만 원을 수주받았습니다. 전체 2백여 개 업체 가운데 건수나 액수로도 모두 2위입니다.

김일권 시장 친족 지인의 조경업체가 양산시와 맺은 조경 관련 수의계약 현황이다. 그는 시장 측근을 직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에 큰 규모의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KBS 취재진이 이 업체의 사내이사이자 사실상 대표를 만났습니다.

자신을 김일권 시장 친족의 오랜 지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신생업체인데도 관급 실적을 크게 올린 이유로 김일권 시장 측근을 직원으로 영입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조경업체 사내이사/사실상 대표 : "제가 도움을 좀 받기는 받았습니다. 어딜 가나 (시장) 측근들 일하잖아요. (시장 측근을) 안 잡았으면 1년에 수의계약 5천만 원이나 하겠습니까. 절대 못 합니다."

두 업체가 김일권 시장 취임 3년 동안 맺은 수의계약은 각각 40건과 47건. 이 기간 나머지 200여 개 조경 관련 회사들의 계약 건수는 평균 5건에 불과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극히 이례적인 결과라고 말합니다.

관공서가 수의계약을 할 때 업체 경험과 전문성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1, 2년 차 신생업체나 영세업체 등에 수의계약을 잘 따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 조경업체 계약 담당자/20년 경력 : "((신생업체가) 계약을 많이 따냈더라고요. 이게 가능한 거예요?) 그게 불가능하지요. 신생업체로 경험도 없고. 그거(윗선 지시) 없이 그렇게 해 줄 수 있습니까? 어디."


■ 양산시, 뒤늦은 '특혜 의혹' 조사…외부 인력 없는 '셀프 조사'

KBS 취재진은 입장을 듣기 위해 양산시를 찾았습니다.

김일권 시장과 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의 반복 계약'에 대해 양산시 관계자는 "공정하게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라고 강하게 반박했습니다.

김일권 양산시장은 KBS의 수차례 해명 요청에 건강상의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양산시와 김일권 양산시장은 관련 뉴스가 나간 뒤에도, 관련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나섰습니다.

정의당 경남도당과 양산시지역위원회가 김일권 양산시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감사원 국민 감사청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한 시민은 모두 568명, 모집 일주일 만에 공익 감사청구 기준 300명을 넘은 겁니다. 감사청구가 진행되자 뒤늦게 양산시는 김일권 시장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지난 21일부터 부시장을 단장으로 2개 반 9명으로 구성된 특별감사반을 편성해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외부 인력이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사인데 시 자체 인원으로 하는 '셀프 조사'여서 신뢰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경기도, '수의계약 심의위원회' 운영…"특혜·비리 사전 차단 목적"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지적에도 '문제 없다'라며 어떤 개선방안과 해결책도 마련하지 않는 양산시. 그들과 달리,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수의계약 심의위원회'를 자체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업체와 연간 수의계약 횟수도 3회가 넘지 않도록 제한합니다.

꼭 수의계약으로 진행했어야 했는지, 특정 업체와 반복계약은 없었는지, 업체 선정은 공정했는지 등을 종합 심의하는 겁니다.

이런 개선 방안을 왜 마련한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의계약이 완벽하지 않은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수의계약 시 업체 선정은 전적으로 담당자 재량에 따르게 되고, 모든 계약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폐쇄적으로 진행됩니다.

경쟁의 요소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수의계약이라는 제도 아래 각종 특혜와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겁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권한 속에서 부당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으면 사람의 욕심이 생기게 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라며, "수의계약 업무의 공정성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도를 마련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줄도 없고 백도 없는 업체는 희망이 없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과연, 제보자 말은 사실이었을까요? 아직 이 질문에 '예'라고 명확하게 답할 수 없습니다. 강한 의심이 들지만, 저희 취재 내용만으로 '특혜'를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 취재에서 드러나지 않은 진실은 양산시의 자정 능력과 경찰과 감사원 등의 외부 조사에 달렸습니다.
정말 뻔한 말이지만, 공직자 월급은 시민 세금에서 나옵니다. 또, 그 권한은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청렴과 공정은 너무도 당연한 키워드입니다.

뉴스가 보도된 뒤, 양산 시민들로부터 익명의 제보 전화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전화 내용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양산에서 10년 넘게 조경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의계약은 특정업체들만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이 줄도 없고 백도 없는 업체는 희망이 없습니다. 제가 누군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이런 사정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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