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대형 화장실 흔적 발견…‘현대식 정화시설’까지 갖춰

입력 2021.07.08 (21:54) 수정 2021.07.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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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 시대의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경복궁에서 150년 전 대형 화장실 유적이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지금의 화장실과 비슷한 ​현대식 정화시설을 갖췄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연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868년,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중건한 경복궁.

세자와 세자빈이 머물렀던 동궁전도 당시 함께 완공됐습니다.

이 동궁 권역 내 남쪽 지역에서 대형 화장실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길이 10.4m, 깊이 1.8m의 좁고 긴 네모꼴 석조 구덩이 형태로, 이 위에 4칸에서 5칸가량의 화장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에 최대 10명, 하루 150여 명이 사용한 규모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정화시설.

입수구를 통해 정화시설 내부로 물이 들어와 오물을 바닥으로 가라앉히고, 오물과 섞여 더러워진 물은 새로 유입된 물과 함께 출수구 두 곳으로 빠져나가는, 현대식 정화조와도 매우 유사한 구조입니다.

[오동선/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사 : "물하고 변들이 섞이면서 부식이 좀 빨리 진행되고 악취도 상당히 줄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정화시설 내 토양에서는 g당 만 8천 여 건의 기생충 알, 오이와 가지, 들깨 씨앗 등이 검출됐는데, 이 곳이 화장실이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오물이 밖으로 넘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오동선/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사 : "외부에서 채취한 토양에서는 기생충 알이 한 점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으로 쌓인 변들이 넘치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었고..."]

궁궐 내부에서 화장실 흔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정화시설은 당시 유럽에서도 사용되지 않은 최신 시스템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장훈/한국생활악취연구소 소장 : "(서양은) 물을 이용해서 (분뇨를) 버리는 문화였습니다. 이렇게 버리지 않고 모아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내 또 다른 곳에서 이런 대형 화장실 흔적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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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궁 대형 화장실 흔적 발견…‘현대식 정화시설’까지 갖춰
    • 입력 2021-07-08 21:54:16
    • 수정2021-07-09 08: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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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선 시대의 화장실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경복궁에서 150년 전 대형 화장실 유적이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지금의 화장실과 비슷한 ​현대식 정화시설을 갖췄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연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868년, 흥선대원군이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중건한 경복궁.

세자와 세자빈이 머물렀던 동궁전도 당시 함께 완공됐습니다.

이 동궁 권역 내 남쪽 지역에서 대형 화장실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길이 10.4m, 깊이 1.8m의 좁고 긴 네모꼴 석조 구덩이 형태로, 이 위에 4칸에서 5칸가량의 화장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에 최대 10명, 하루 150여 명이 사용한 규모입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정화시설.

입수구를 통해 정화시설 내부로 물이 들어와 오물을 바닥으로 가라앉히고, 오물과 섞여 더러워진 물은 새로 유입된 물과 함께 출수구 두 곳으로 빠져나가는, 현대식 정화조와도 매우 유사한 구조입니다.

[오동선/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사 : "물하고 변들이 섞이면서 부식이 좀 빨리 진행되고 악취도 상당히 줄여줄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정화시설 내 토양에서는 g당 만 8천 여 건의 기생충 알, 오이와 가지, 들깨 씨앗 등이 검출됐는데, 이 곳이 화장실이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오물이 밖으로 넘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보여줍니다.

[오동선/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연구사 : "외부에서 채취한 토양에서는 기생충 알이 한 점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주변으로 쌓인 변들이 넘치거나 이런 상황이 아니었고..."]

궁궐 내부에서 화장실 흔적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특히 정화시설은 당시 유럽에서도 사용되지 않은 최신 시스템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장훈/한국생활악취연구소 소장 : "(서양은) 물을 이용해서 (분뇨를) 버리는 문화였습니다. 이렇게 버리지 않고 모아서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은 여기가 처음입니다."]

문화재청은 경복궁 내 또 다른 곳에서 이런 대형 화장실 흔적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정연욱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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