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대학]② “혁신인재 없어요”…4차 산업마저 ‘수도권 쏠림’

입력 2021.07.20 (19:43) 수정 2021.07.2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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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차산업이 가속화 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IT 기업과 대기업 R&D 센터가 점차 수도권으로 쏠리는 건데요.

공유대학의 성공 조건을 모색하는 두 번째 기획 보도, 오늘은 우리 지역 안에서 반드시 우수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짚어 봅니다.

[리포트]

지난 2017년 창원에 문을 연 LG전자 R&D센터.

금요일 저녁이 되자 직원들이 서둘러 통근버스에 올라탑니다.

금세 만석이 된 통근버스가 향한 곳, 창원 중앙역입니다.

수도권 출신 인력들을 대거 채용 하다 보니 4년째 되풀이되는 풍경입니다.

[LG전자 직원 : "(서울에는 왜 올라가시는 거예요?) 주말부부라서요. (평일에만 이 곳에 계시는 건가요?) 네, (창원에 내려온 지) 1년 정도 됐고요."]

우리 지역에서 일할 인재를 직접 키워내지 못하는 도시, 과연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요?

자동차 부품 기업인 '센트랄'이 만든 IT 전문 자회사입니다.

본사는 창원에 있지만, 핵심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센터는 서울에 있습니다.

R&D센터 연구원 20여 명이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근무합니다.

출장과 숙식비 등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지만, 당분간 R&D센터를 창원으로 옮길 계획은 없습니다.

수도권과 달리 경남에서는 역량 있는 IT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박병승/포메이션랩스 대표 : "인력 풀을 만드는 게 1~2년 안에 되는 건 아니잖아요. 최소 5년~10년은 걸려야 하는데 그동안 R&D센터를 이쪽으로 내려오기에는 인력 채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일부 IT 기업들은 핵심 개발자를 따라 아예 본사를 옮기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마케팅 등 프리랜서 전문가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 '크몽'.

지난 2011년 진주에서 창업했지만 2년 뒤 서울로 이전했습니다.

서울로 옮긴 뒤 플랫폼 내 거래 규모는 70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박현호/크몽 대표 : "저희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개발이 중요한데 지방에서 개발자 채용이 힘들어서 채용해도 서울에 계신 분들을 채용해서 지방에서 거주하면서, 그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인력난은 4차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산업연구원이 지역별 4차 산업혁명 대응 역량을 분석한 '수용력 연구 보고서'입니다.

'인적자본' 역량을 보면 서울과 경기가 유일하게 1 이상, 12개 시도가 평균 이하를 뜻하는 마이너스입니다.

경남은 12번째 '하위권'입니다.

'혁신' 역량 역시 서울과 경기만 평균치를 웃돌고 경남을 포함해 나머지 16개 시·도가 평균 이하입니다.

이렇다 보니, 4차 산업 관련된 사업체의 60%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에 집중됩니다.

4차 산업 관련 기업이 우수 인재를 찾아 수도권을 향하는 건데, 대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하지만 연구 기능은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한국조선해양 글로벌 R&D센터를 2022년까지 경기도 판교로 이전합니다.

첨단연구단지로 변해가는 경기도 판교와 서울 마곡, 경기도 용인에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집결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4만여 개 R&D센터 가운데 64.8%, 2만 6천 개가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핵심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에 빼앗긴 동남권 제조업.

남아있는 공장들마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양승훈/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 "생산도 중요한 부분은 수도권에서 한다는 경향이 심화 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생산과 연구 부분이 긴밀하게 결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초창기에 동남권에 공장 근처에 연구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공장이 옮겨가는 거에요."]

4차 산업이 가속화될수록 기업의 투자는 혁신 인재가 있는 곳에 집중됩니다.

거대한 국가산단과 기반시설,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동남권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입니다.

장기적으로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면, 도시의 생존마저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남종석/경남연구원 박사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도 역량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야만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투자가 유치되어서 우수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인재가 다시 이 지역으로 오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지역에서 직접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경남에 머물며 지역을 성장시키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일, 인재 유출과 투자 위축으로 위기에 놓인 경남을 살리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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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유대학]② “혁신인재 없어요”…4차 산업마저 ‘수도권 쏠림’
    • 입력 2021-07-20 19:43:28
    • 수정2021-07-20 22:07:00
    뉴스7(창원)
[앵커]

4차산업이 가속화 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IT 기업과 대기업 R&D 센터가 점차 수도권으로 쏠리는 건데요.

공유대학의 성공 조건을 모색하는 두 번째 기획 보도, 오늘은 우리 지역 안에서 반드시 우수 인재를 키워야 하는 이유를 짚어 봅니다.

[리포트]

지난 2017년 창원에 문을 연 LG전자 R&D센터.

금요일 저녁이 되자 직원들이 서둘러 통근버스에 올라탑니다.

금세 만석이 된 통근버스가 향한 곳, 창원 중앙역입니다.

수도권 출신 인력들을 대거 채용 하다 보니 4년째 되풀이되는 풍경입니다.

[LG전자 직원 : "(서울에는 왜 올라가시는 거예요?) 주말부부라서요. (평일에만 이 곳에 계시는 건가요?) 네, (창원에 내려온 지) 1년 정도 됐고요."]

우리 지역에서 일할 인재를 직접 키워내지 못하는 도시, 과연 희망을 꿈꿀 수 있을까요?

자동차 부품 기업인 '센트랄'이 만든 IT 전문 자회사입니다.

본사는 창원에 있지만, 핵심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센터는 서울에 있습니다.

R&D센터 연구원 20여 명이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서울과 창원을 오가며 근무합니다.

출장과 숙식비 등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지만, 당분간 R&D센터를 창원으로 옮길 계획은 없습니다.

수도권과 달리 경남에서는 역량 있는 IT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입니다.

[박병승/포메이션랩스 대표 : "인력 풀을 만드는 게 1~2년 안에 되는 건 아니잖아요. 최소 5년~10년은 걸려야 하는데 그동안 R&D센터를 이쪽으로 내려오기에는 인력 채용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고…."]

일부 IT 기업들은 핵심 개발자를 따라 아예 본사를 옮기기도 합니다.

디자인과 마케팅 등 프리랜서 전문가를 중개하는 플랫폼 기업 '크몽'.

지난 2011년 진주에서 창업했지만 2년 뒤 서울로 이전했습니다.

서울로 옮긴 뒤 플랫폼 내 거래 규모는 70배 넘게 성장했습니다.

[박현호/크몽 대표 : "저희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개발이 중요한데 지방에서 개발자 채용이 힘들어서 채용해도 서울에 계신 분들을 채용해서 지방에서 거주하면서, 그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인력난은 4차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됩니다.

산업연구원이 지역별 4차 산업혁명 대응 역량을 분석한 '수용력 연구 보고서'입니다.

'인적자본' 역량을 보면 서울과 경기가 유일하게 1 이상, 12개 시도가 평균 이하를 뜻하는 마이너스입니다.

경남은 12번째 '하위권'입니다.

'혁신' 역량 역시 서울과 경기만 평균치를 웃돌고 경남을 포함해 나머지 16개 시·도가 평균 이하입니다.

이렇다 보니, 4차 산업 관련된 사업체의 60% 이상이 서울과 경기, 인천에 집중됩니다.

4차 산업 관련 기업이 우수 인재를 찾아 수도권을 향하는 건데, 대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하지만 연구 기능은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역시 한국조선해양 글로벌 R&D센터를 2022년까지 경기도 판교로 이전합니다.

첨단연구단지로 변해가는 경기도 판교와 서울 마곡, 경기도 용인에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집결 중입니다.

지난해 기준 전체 4만여 개 R&D센터 가운데 64.8%, 2만 6천 개가 수도권에 집중됐습니다.

핵심 연구개발 기능을 수도권에 빼앗긴 동남권 제조업.

남아있는 공장들마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옵니다.

[양승훈/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 "생산도 중요한 부분은 수도권에서 한다는 경향이 심화 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생산과 연구 부분이 긴밀하게 결속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초창기에 동남권에 공장 근처에 연구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공장이 옮겨가는 거에요."]

4차 산업이 가속화될수록 기업의 투자는 혁신 인재가 있는 곳에 집중됩니다.

거대한 국가산단과 기반시설,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동남권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한 이유입니다.

장기적으로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면, 도시의 생존마저 위태롭다는 뜻입니다.

[남종석/경남연구원 박사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도 역량 있는 인재들을 길러내야만 투자를 유치할 수 있고, 투자가 유치되어서 우수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인재가 다시 이 지역으로 오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 지역에서 직접 역량 있는 인재를 키우고, 그 인재가 경남에 머물며 지역을 성장시키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일, 인재 유출과 투자 위축으로 위기에 놓인 경남을 살리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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