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평화 어렵지 않아요!”…학생들의 ‘남북회담’

입력 2021.07.24 (08:19) 수정 2021.07.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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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관계 교착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한 당국 간 회담도 꽤 오랫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네, 2018년 12월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논의했던 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모의 남북회담을 열었다고요?

[답변]

네, 전북 부안여고 학생들이 개최한 회담인데요.

남북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모의 남북회담을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통일 교육은 다소 틀에 박힌 면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학생들 제안으로 진행되다 보니 실제 남북회담을 방불케 하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정치·경제·의료 세 분야로 진행된 모의 남북회담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기암괴석과 시원한 바다가 피서객을 반겨주는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준비한 '모의 남북회담'이 열린다고 하는데요.

["우리한테는 왜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느냐 이유를 물어보고 답변하고 반박하고 답변하고 반박하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다른 문제로."]

다소 진부한 통일 교육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이 모의 남북회담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막바지 점검이 한창입니다.

[김재강/부안여고 교사 :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주제에 대해서 회담이란 형식에 대해서 몰입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고민하고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관심도 없었고 잘 모르던 북한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강초희/부안여고 1학년/북측 대표 : "(북한 관련) 내용도 많이 없고 또 그 기사가 신뢰성 있는지도 잘 확인할 수 없어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북한 입장에 대해서 받아들이려고 해도 사상적으로나 잘 이해가 안 됐고요."]

공부하느라 바쁜 학기 중에 모의 남북회담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두 달 동안 시간을 쪼개가며 열정을 쏟았습니다.

잠시 후 이곳에선 남북 모의 회담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남북대화 50주년의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모의 회담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평화 이야기를 주고받을까요.

학생들은 남측과 북측으로 나눠 정치·경제·의료 분야별로 회담에 들어갔는데요.

특히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논의할 때는 정말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습니다."]

["저희의 방어 시스템으로 핵을 없앤다는 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한테는 어려운 주제였을까요?

혹독한 심사평이 이어집니다.

[이수석/'모의 남북회담' 심사위원 : "고등학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나는 핵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를 북한 입장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전 세계인을 고통에 빠뜨린 코로나19 관련 논의도 이어지는데요.

최근 논란이 된 대북 백신 지원을 놓고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현재 북한은 백신이 필요한데요. 남측은 북측에 백신 300만 개를 지원해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장마당에서 비싸게 사고 팔리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평행선을 달리던 회담.

북측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 듭니다.

바로 2018년 11월 체결된 남북보건의료분과회담 합의문인데요.

["남한은 전염병과 관련해 백신이나 의료 물품을 지원하기로 약속하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저희 북한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12월 12일에만 인플루엔자 정보를 교환했는데 그 뒤론 교환이 없더라고요.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저희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개수를 제공해 드려야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 주제는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 운영을 재개할지 여부입니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다시 운영하게 되면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는데요.

남측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같은 경우는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됐고 교류와 협력의 상징이잖아요. 북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구체적인 책임을 어떻게 질 건지."]

서로의 입장 차가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임세희/부안여고 '북측 대표' : "저희는 경쟁보다 협력이기 때문에 합의문을 작성해서 더 나은 미래 통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노력할 수 있기 때문에..."]

[김민지/부안여고 '남측 대표' : "합의점을 계속 찾아가다 보면 조만간 몇 년 이내에 가동될 거 같다고 생각해요."]

비록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고민을 나눴는데요.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열망은 한층 깊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회담이 끝이 나고 합의문을 작성하는 시간.

마지막까지 실제 회담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경전이 이어집니다.

["300만 개까지는 좀 무리일 거 같고, 100만 개를 순차적으로 2년 안에 다 드리고 50만 개는 저희 상황을 봐서 추가로 드리는 거예요."]

["2년 너무 길어요. 우리 북한 인민들 어떻게 하라고. 저희 북한 인민들도 중요해요."]

드디어 완성된 합의문엔 알찬 내용이 담겼습니다.

["개성공단을 재개할 시 남측에서는 기술을 일부 제공하겠습니다."]

["노동력과 토지 제공 및 남측의 노동자 신변 보호를 보장합니다."]

["그 다음 정치로는 불필요한 핵미사일 실험과 도발을 줄이겠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진행된 모의 회담인 만큼 참석 학생들의 뿌듯함도 배가 됐는데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하루빨리 남북이 머리를 맞대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임세희/부안여고 '북측 대표' : "지금 북한이 중국하고만 교류하고 있잖아요. 저희랑도 무역 같은 것도 하고 여러 가지 경제 문제도 풀어 가면서 좋게 변했으면 좋을 거 같아요."]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 가면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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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평화 어렵지 않아요!”…학생들의 ‘남북회담’
    • 입력 2021-07-24 08:19:23
    • 수정2021-07-24 08: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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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 관계 교착 상황이 지속되면서 남북한 당국 간 회담도 꽤 오랫동안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네, 2018년 12월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을 논의했던 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모의 남북회담을 열었다고요?

[답변]

네, 전북 부안여고 학생들이 개최한 회담인데요.

남북 대화가 재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모의 남북회담을 학생들이 먼저 제안했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사실 그동안의 통일 교육은 다소 틀에 박힌 면이 있었는데요.

이번엔 학생들 제안으로 진행되다 보니 실제 남북회담을 방불케 하는 열띤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정치·경제·의료 세 분야로 진행된 모의 남북회담 현장으로 지금부터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기암괴석과 시원한 바다가 피서객을 반겨주는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이곳에서 청소년들이 준비한 '모의 남북회담'이 열린다고 하는데요.

["우리한테는 왜 정보 공개를 하지 않느냐 이유를 물어보고 답변하고 반박하고 답변하고 반박하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다른 문제로."]

다소 진부한 통일 교육에 갈증을 느낀 학생들이 모의 남북회담을 제안했다고 하는데요.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막바지 점검이 한창입니다.

[김재강/부안여고 교사 :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주제에 대해서 회담이란 형식에 대해서 몰입해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고민하고 자료들을 찾아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사실 관심도 없었고 잘 모르던 북한 입장을 대변하려고 하니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강초희/부안여고 1학년/북측 대표 : "(북한 관련) 내용도 많이 없고 또 그 기사가 신뢰성 있는지도 잘 확인할 수 없어서 그게 좀 힘들었어요. 북한 입장에 대해서 받아들이려고 해도 사상적으로나 잘 이해가 안 됐고요."]

공부하느라 바쁜 학기 중에 모의 남북회담을 준비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의미 있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두 달 동안 시간을 쪼개가며 열정을 쏟았습니다.

잠시 후 이곳에선 남북 모의 회담이 진행될 예정인데요.

남북대화 50주년의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모의 회담에서는 학생들이 어떤 평화 이야기를 주고받을까요.

학생들은 남측과 북측으로 나눠 정치·경제·의료 분야별로 회담에 들어갔는데요.

특히 북한 핵 문제 해법을 논의할 때는 정말 진지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미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우리는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습니다."]

["저희의 방어 시스템으로 핵을 없앤다는 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한테는 어려운 주제였을까요?

혹독한 심사평이 이어집니다.

[이수석/'모의 남북회담' 심사위원 : "고등학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나는 핵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를 북한 입장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좋을 거 같아요."]

전 세계인을 고통에 빠뜨린 코로나19 관련 논의도 이어지는데요.

최근 논란이 된 대북 백신 지원을 놓고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집니다.

["현재 북한은 백신이 필요한데요. 남측은 북측에 백신 300만 개를 지원해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장마당에서 비싸게 사고 팔리면 어떻게 대처하실 건가요?"]

평행선을 달리던 회담.

북측에서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 듭니다.

바로 2018년 11월 체결된 남북보건의료분과회담 합의문인데요.

["남한은 전염병과 관련해 백신이나 의료 물품을 지원하기로 약속하셨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 저희 북한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2018년 12월 12일에만 인플루엔자 정보를 교환했는데 그 뒤론 교환이 없더라고요. 요구 사항을 들어주기 위해서 저희는 정확한 정보를 알고 개수를 제공해 드려야 맞는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지막 주제는 2016년 폐쇄된 개성공단 운영을 재개할지 여부입니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다시 운영하게 되면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는데요.

남측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같은 경우는 판문점 선언에 의해 개설됐고 교류와 협력의 상징이잖아요. 북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구체적인 책임을 어떻게 질 건지."]

서로의 입장 차가 커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임세희/부안여고 '북측 대표' : "저희는 경쟁보다 협력이기 때문에 합의문을 작성해서 더 나은 미래 통일로 이끌어 갈 수 있게 노력할 수 있기 때문에..."]

[김민지/부안여고 '남측 대표' : "합의점을 계속 찾아가다 보면 조만간 몇 년 이내에 가동될 거 같다고 생각해요."]

비록 가상의 상황이었지만 학생들은 다양한 고민을 나눴는데요.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열망은 한층 깊어진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회담이 끝이 나고 합의문을 작성하는 시간.

마지막까지 실제 회담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경전이 이어집니다.

["300만 개까지는 좀 무리일 거 같고, 100만 개를 순차적으로 2년 안에 다 드리고 50만 개는 저희 상황을 봐서 추가로 드리는 거예요."]

["2년 너무 길어요. 우리 북한 인민들 어떻게 하라고. 저희 북한 인민들도 중요해요."]

드디어 완성된 합의문엔 알찬 내용이 담겼습니다.

["개성공단을 재개할 시 남측에서는 기술을 일부 제공하겠습니다."]

["노동력과 토지 제공 및 남측의 노동자 신변 보호를 보장합니다."]

["그 다음 정치로는 불필요한 핵미사일 실험과 도발을 줄이겠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진행된 모의 회담인 만큼 참석 학생들의 뿌듯함도 배가 됐는데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하루빨리 남북이 머리를 맞대기를 간절히 소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임세희/부안여고 '북측 대표' : "지금 북한이 중국하고만 교류하고 있잖아요. 저희랑도 무역 같은 것도 하고 여러 가지 경제 문제도 풀어 가면서 좋게 변했으면 좋을 거 같아요."]

통일된 한반도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처럼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풀어 가면 한반도에도 훈풍이 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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