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 곰’은 애초에 한 마리…“곰 도축 은폐하려 거짓 신고”

입력 2021.07.29 (10:5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탈출한 곰은 두 마리 아닌 한 마리…탈출 있기 전 도축” 농장주 진술
도축 행위 숨기려 탈출 마릿수를 늘린 것으로 추정
농장주의 ‘거짓 신고’로 소모된 행정력…경찰 “공무집행방해 혐의 추가 검토 중”
불법 도축된 것은 과연 한 마리 뿐일까?


■ 찾지 못한 곰 한 마리…"애초에 농장을 탈출하지 않았다"

경기 용인의 곰 사육농가에서 이달 초 탈출한 것으로 신고된 뒤 보름 넘게 행방이 묘연한 반달가슴곰은 애초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경찰이 최근 해당 농장주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장주는 "탈출한 곰이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라며 기존의 진술을 번복한 것인데요, 탈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한 마리를 도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농장주의 진술을 토대로 농장에서 곰 사체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놀랍게도 농장 안에 있는 냉장고였다고 경찰은 밝혔는데요, 사체가 농장주의 진술대로 도축된 것이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도축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체 부검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현재 농장주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 '농장주의 거짓 신고'…'없는 곰' 찾으려 소모된 행정력

농장주의 새로운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초 두 마리가 탈출했다고 한 '거짓 신고'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된 셈입니다.

한 마리는 신고 당일 2시간여 만에 사육장에서 400미터 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돼 사살됐지만 농장주가 두 마리라고 신고를 해온 만큼 이후로도 유관 기관에서는 곰 추적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사육곰을 관할하는 한강유역환경청과 행정당국인 용인시는 당시 곰을 찾기 위해 소방 인력과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투입했고 이틀 뒤에는 반달곰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 수의사와 연구원들이 동원돼 곰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도 곰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들 기관은 사육장 주변에 열화상카메라 석 대를 설치했고 사육장을 중심으로 반경 2km 안에는 '곰을 보면 신고해달라'는 현수막까지 여러 개 내걸었습니다.

인근 주민들도 곰과 마주치게 될까봐 한동안 입산을 자제하고 밤에는 외출도 줄이는 등 생활에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 20마리 있어야 할 사육장에는 17마리뿐…불법 도축된 곰은 과연 한 마리일까?

해당 농가는 경기 용인과 여주에 각각 한 곳씩의 곰 사육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출 사건이 일어난 용인 농장의 경우 한강유역환경청의 파악대로라면 곰 20마리가 사육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탈출 신고 당일 사살됐고 또 한 마리는 농장주의 진술대로 그 이전에 도축이 됐다면 사육장에는 18마리가 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현재 용인의 사육장에 있는 곰은 17마리입니다.

이를 두고 농장주는 곰을 여주에 있는 다른 농장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관계기관의 추가적인 확인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에도 사육곰을 식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육곰을 불법으로 번식하거나 폐사된 사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등의 위법 행위까지 15건에 이릅니다.
전국의 곰 사육농가 26곳 가운데 적발 사항이 가장 많은 농가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위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벌금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벌금 4백 만 원이 가장 큰 액수였고 그 외 과태료나 개선명령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건의 불법 행위를 하고도 올해 또다시 곰을 불법도축한 것으로 농장주가 진술하면서 동물보호단체는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8일, 동물보호법 위반에 더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해당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농장주가 자신의 불법 행위를 숨기기 위해 관계기관을 상대로 착각과 오인을 일으켜 직무집행을 방해한 만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는 게 동물보호단체 측의 주장입니다.

경찰도 접수된 고발장의 내용과 농장주 진술의 신빙성, 그리고 국과수에 의뢰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농장주에게 혐의를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용인의 농장에는 아직 17마리의 곰이 있습니다. 여주의 농장에는 이보다 많은 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불법 도축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한, 또 얼마의 곰들이 농장 밖을 나가지 못한 채 '탈출 곰' 혹은 '없던 곰'으로 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이전 기사]
‘탈출한 곰’이 인간에 던진 숙제…보호시설 생기면 나아질까? (7월 11일)
사육농장서 반달가슴곰 탈출…“9년 전에도 똑같은 일” (7월 6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탈출 곰’은 애초에 한 마리…“곰 도축 은폐하려 거짓 신고”
    • 입력 2021-07-29 10:58:46
    취재K
“탈출한 곰은 두 마리 아닌 한 마리…탈출 있기 전 도축” 농장주 진술<br />도축 행위 숨기려 탈출 마릿수를 늘린 것으로 추정<br />농장주의 ‘거짓 신고’로 소모된 행정력…경찰 “공무집행방해 혐의 추가 검토 중”<br />불법 도축된 것은 과연 한 마리 뿐일까?

■ 찾지 못한 곰 한 마리…"애초에 농장을 탈출하지 않았다"

경기 용인의 곰 사육농가에서 이달 초 탈출한 것으로 신고된 뒤 보름 넘게 행방이 묘연한 반달가슴곰은 애초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경찰이 최근 해당 농장주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농장주는 "탈출한 곰이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라며 기존의 진술을 번복한 것인데요, 탈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한 마리를 도축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농장주의 진술을 토대로 농장에서 곰 사체 일부를 발견했습니다. 사체가 발견된 곳은 놀랍게도 농장 안에 있는 냉장고였다고 경찰은 밝혔는데요, 사체가 농장주의 진술대로 도축된 것이 맞는지, 맞다면 어떻게 도축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체 부검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현재 농장주는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 '농장주의 거짓 신고'…'없는 곰' 찾으려 소모된 행정력

농장주의 새로운 진술이 사실이라면 당초 두 마리가 탈출했다고 한 '거짓 신고'로 인해 행정력이 낭비된 셈입니다.

한 마리는 신고 당일 2시간여 만에 사육장에서 400미터 가량 떨어진 야산에서 발견돼 사살됐지만 농장주가 두 마리라고 신고를 해온 만큼 이후로도 유관 기관에서는 곰 추적을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사육곰을 관할하는 한강유역환경청과 행정당국인 용인시는 당시 곰을 찾기 위해 소방 인력과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투입했고 이틀 뒤에는 반달곰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 생태복원부 수의사와 연구원들이 동원돼 곰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러고도 곰을 발견하지 못하자 이들 기관은 사육장 주변에 열화상카메라 석 대를 설치했고 사육장을 중심으로 반경 2km 안에는 '곰을 보면 신고해달라'는 현수막까지 여러 개 내걸었습니다.

인근 주민들도 곰과 마주치게 될까봐 한동안 입산을 자제하고 밤에는 외출도 줄이는 등 생활에 적잖은 지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 20마리 있어야 할 사육장에는 17마리뿐…불법 도축된 곰은 과연 한 마리일까?

해당 농가는 경기 용인과 여주에 각각 한 곳씩의 곰 사육농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탈출 사건이 일어난 용인 농장의 경우 한강유역환경청의 파악대로라면 곰 20마리가 사육됐습니다.

이 가운데 한 마리는 탈출 신고 당일 사살됐고 또 한 마리는 농장주의 진술대로 그 이전에 도축이 됐다면 사육장에는 18마리가 있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현재 용인의 사육장에 있는 곰은 17마리입니다.

이를 두고 농장주는 곰을 여주에 있는 다른 농장으로 옮겼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관계기관의 추가적인 확인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농가는 지난해에도 사육곰을 식용으로 사용하다 적발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육곰을 불법으로 번식하거나 폐사된 사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등의 위법 행위까지 15건에 이릅니다.
전국의 곰 사육농가 26곳 가운데 적발 사항이 가장 많은 농가라고 환경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반복된 위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벌금이었습니다. 그마저도 벌금 4백 만 원이 가장 큰 액수였고 그 외 과태료나 개선명령에 그친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미 여러 건의 불법 행위를 하고도 올해 또다시 곰을 불법도축한 것으로 농장주가 진술하면서 동물보호단체는 강력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28일, 동물보호법 위반에 더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해당 농장주를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농장주가 자신의 불법 행위를 숨기기 위해 관계기관을 상대로 착각과 오인을 일으켜 직무집행을 방해한 만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는 게 동물보호단체 측의 주장입니다.

경찰도 접수된 고발장의 내용과 농장주 진술의 신빙성, 그리고 국과수에 의뢰한 부검 결과가 나오는대로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농장주에게 혐의를 추가할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입니다.


용인의 농장에는 아직 17마리의 곰이 있습니다. 여주의 농장에는 이보다 많은 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불법 도축에 대한 처벌이 약하고 불법 행위가 반복되는 한, 또 얼마의 곰들이 농장 밖을 나가지 못한 채 '탈출 곰' 혹은 '없던 곰'으로 사라질지 모를 일입니다.

[이전 기사]
‘탈출한 곰’이 인간에 던진 숙제…보호시설 생기면 나아질까? (7월 11일)
사육농장서 반달가슴곰 탈출…“9년 전에도 똑같은 일” (7월 6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