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일터 직접 체험해 보니…온몸으로 측정한 ‘현장 온도’

입력 2021.08.02 (09:57) 수정 2021.08.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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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또 다시, 폭염이 시작됐다. 밖은 서 있기만 해도 푹푹 찐다. 걱정이 되는 이들은 '현장 노동자'다. 일터가 밖에 있어 마땅히 무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

KBS 취재진은 야외 노동 현장의 온도를 온몸으로 측정해보기로 했다. 폭염을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덥고 힘든지 묻고 지켜보는 대신 , 잠시나마 함께 일하며 이들의 고충을 온몸으로 공감하고 싶어서다.

취재기자 3명이 각각 건설현장과 아파트 경비실, 택배현장 등 폭염 속 일터로 들어가 하루를 보냈다.



[연관기사]
[폭염]① 건설 노동자 “체감온도 35도, 작업 중지 없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40238
[폭염]② 경비원 체험해보니 “경비실도 찜통, 제 차에 가서 쉬어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42435
[폭염]③ 택배 노동자 “휴식이 뭐예요?”…하루 배송 ‘4만 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43263

■ [건설현장] "작업 중지 없어요"…폭염 속 무방비 '건설 노동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오전 시각, 경남 김해의 한 건설 현장.

뙤약볕 아래 노동자들이 망치로 건설 자재를 연신 두들겼다. 흰색 안전모 아래로 땀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고, 긴소매 상의는 흠뻑 젖어 살갗에 달라붙었다. 기자가 "땡볕에 있으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들은 "소금도 먹고, PT 체조도 해서 괜찮다"고 답했다. 폭염 속 노동이 익숙한 눈치였다.


10분 만에 얼굴 '땀 범벅'…"현기증 날 것 같아"

오전 10시, 관찰을 멈추고 기자가 직접 일을 했다. 이날 맡은 작업은 시멘트 가루 섞기. 시멘트와 모래 등을 섞는 배합기에 시멘트 가루를 넣는 일이다. 바닥에 놓인 포대 자루를 기계로 옮기고 칼로 자루를 자른 뒤 기계 구멍에 시멘트 가루를 쏟아 붓는 작업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반복 노동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얼굴은 땀 범벅이 됐다. 들었다 내렸다, 무더운 날씨에 40kg짜리 포대 자루를 옮기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었다. 시멘트 먼지와 함께 땀이 눈에 들어와 눈은 계속 따끔거렸고, 비말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숨이 차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건설 현장의 온도, '40도'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정오가 되니, 아예 일할 수 없었다.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현장 온도는 40도를 가리켰다. 햇볕은 정수리에 그대로 꽂히는 것처럼 따가웠고, 철근과 콘크리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작업반장은 "(작업) 공정이라는 게 있어서 어느 정도는 일해야 한다"며, "일을 하다 잠시 쉬기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1시간 마다 10~15분씩 휴식을 하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서면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많지 않다.

전국건설노조 조사 결과,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그늘에서 쉴 수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고, '작업 중단이나 단축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0명 가운데 3명도 안 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뒷덜미가 벌겋게 익은 채로 "폭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공사판이 수두룩하다"며, "쉴 때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먹고 살려면 별수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한 달, 온열 질환 추정 사망 건설노동자 '3명'…"대책 마련 시급"

이날 하루 8시간 노동에도 기자는 다음날 종일 현기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매일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는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건설현장 온도는 '뜨겁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가혹하고, 잔인하고, 심지어 위협적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7월에만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추정 사망 건설노동자가 3명이다. 경기도 양주 신축 공사현장에서 옥상 작업 중에, 서울에서 옥상 미장 작업 중에, 서울 주택 건설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설치 작업 중에, 우리 이웃이 쓰러져 숨졌다.

더는 폭염이 한낱 여름철 무더위로 치부돼선 안 된다. 폭염은 생존을 위해 밖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재난'이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사회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는 해마다 나온다. 이제 실천할 때다.

■[아파트 경비실] "앉을 새 없어요"…폭염 속 야외 작업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국민 2명 가운데 1명이 산다는 아파트. 집집마다 폭염 속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한숨 돌리는 동안에도 누군가의 노동은 계속된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 얘기다. 단지를 순찰하고, 주차 단속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리까지, 무더위 속에도 근무시간 절반 이상을 바깥에서 보낸다. 이들 나이는 평균 60대, 온열 질환에 취약할 우려가 크다.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기자가 그들의 하루를 쫓으며 일손을 보탰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 아침, 9백여 가구가 사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마침 입주민들이 일주일에 하루 재활용품을 내놓는 날이었다. 이곳의 분리수거장은 모두 4곳, 목장갑을 손에 끼고 땀을 훔칠 수건을 목에 두르고서 60대 경비 노동자 A씨를 따라 첫 번째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플라스틱을 모은 분리수거대부터 살폈다. 스티로폼이나 비닐 등 잘못 분류된 재활용품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음식물로 오염된 재활용품도 눈에 띄었다. 모두 일반쓰레기 행이다. 보물찾기도 아니건만 찜통 더위 속에 눈에 불을 켜고서 수거함을 뒤져 골라냈다. 투명한 페트병에 붙은 포장지도 일일이 뜯어야 했다.


폐지 정리는 그나마 수월했지만, 따가운 햇볕이 문제였다. 그늘막이 설치된 분리수거대와 달리, 야외 주차장에서 폐지를 수거하기 때문이다. 흩어진 폐지와 박스는 한곳에 모으고 박스에 붙은 테이프와 택배 송장 등을 떼어냈다.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 4곳을 오가며 작업을 반복했다. 땡볕 아래 일하다 보니 얼굴과 팔은 어느새 빨개졌다. 그러고 보니 무더위에도 경비노동자들은 반팔 유니폼 아래 팔을 가릴 두꺼운 토시를 착용했다. 분리수거 정리를 하다 보면 긁히거나, 볕에 피부가 탈 수 있어서였다.


분리수거 정리에는 '힘'도 필요했다. 캔과 플라스틱, 유리 등으로 수거용 자루가 가득 차면, 수거 업체가 가져가기 쉽도록 주차장 끝자락까지 옮겨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자루는 성인 몸집 두 배가 넘을 만큼 크고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끌어 옮겨야 했다.

경비노동자 A씨와 함께 자루를 옮기고, 옮기고, 또 옮겼다. 평소엔 A씨 혼자 하는 일이다. '항상 이렇게 바쁘냐'는 질문에 A씨는 "분리수거 하는 날은 바쁘고 다른 날은 괜찮다"며,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순찰 한 시간에 2,516보…경비노동자 "하루 5~6번 순찰"

경비노동은 걷는 양도 상당했다. 경비노동자의 기본 업무인 아파트단지 순찰을 수시로 해서다. 주차된 차량마다 들여다보며 방문증을 단속하고, 수상한 출입자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아파트 층마다 오가며 무단으로 광고지가 붙어있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1시간 동안 기자의 휴대전화기에 기록된 걸음 수는 2,516보. A씨는 "순찰 한 번에 많으면 30분, 길면 1시간쯤 걸린다"며, "하루에 대여섯 번은 순찰한다"고 말했다. 더워서 힘들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름이니 당연히 덥고 땀나지만, 경비원이 당연히 할 일’이라며, 연신 괜찮다고 답했다.


섭씨 35도, 에어컨 없는 경비실…경비원 "제 차에서 더위 식혀요"

야외 업무를 정리하고 '드디어' 경비실에 돌아왔다. 하지만 햇볕만 가렸을 뿐 실내 온도는 밖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1시쯤 경비실 실내 온도는 섭씨 33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4도였다. 다행히 이곳 아파트 경비실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야외작업으로 바빠 에어컨 바람을 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날 경비노동자들의 일과는 기자가 도착하기 한참 전인 새벽 6시 30분부터 시작돼 다음 날 새벽까지 예정돼 있었다. 경비원 2명이 2시간마다 교대하며 휴식하지만 폭염 속에 일하다 보면 평소보다 금방 고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조차 없는 경비실은 말 그대로 찜통이다. 같은 날 오후, 또 다른 아파트단지 경비실을 찾았더니 에어컨은 없고, 낡은 선풍기 두 대에서는 더운 바람만 불었다. 양해를 구하고 내부 온도를 쟀더니 35도를 넘었다.

이곳의 경비노동자 B씨는 "아침부터 5시간 동안 분리수거 작업을 하며 땀을 쏟아냈다"라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서 더위를 식히는지 묻자, B씨는 “너무 더우면 제 차에 가서 에어컨 켜놓고 좀 쉰다”라며, "그래도 주민들이 많이 챙겨준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노원구,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 '96%'…그 비결은?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얼마나 될까. 전국 현황이 조사된 적이 없어서 일부 자치단체의 조사 결과로 어림짐작해야 한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은 73%이다. 열 곳 중 3곳 정도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환경 개선은 오롯이 입주민만의 몫일까?

자치단체가 입주민과 함께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에 앞장선 곳들도 있다.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수원시, 목포시 등은 공동주택 지원조례 등 관련 조례를 바꾸고 별도 예산을 책정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에어컨 1대당 40여만 원 정도, 입주민과 함께 부담하는 셈이다. 별도 지원 사업이 생기자 입주민들의 관심도 금시에 모였다. 그 결과 서울시 노원구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이 지난해 67%에서 올해 96%로 급상승했다.

반면, 경남 등 상당수 자치단체 지원은커녕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의 근로 환경은 어떤지, 자치단체가 입주민과 함께 도울 일은 없는지, 세심한 행정정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올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여름나기가 더욱 걱정되는 이유였다.

■ 폭염 속 '중노동'…택배 노동자의 하루

오전 9시, 김해시의 한 택배회사 물류터미널. 각지에서 모인 대형 트레일러가 택배 상자들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택배 기사 하루는 '짐 싣기'로 시작된다. 터미널에 수북하게 쌓인 택배 상자들을 화물차에 일일이 싣는 일이다. 가벼운 옷가지가 든 봉투부터 20~30kg짜리 상자까지, 배송 순서대로 테트리스 블록을 쌓듯 차곡차곡 포개 쟁이는 게 핵심이다.


짐 싣기는 택배 기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다. 더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열 명 안팎의 기사들이 일하는 물류터미널은 자갈밭 나대지라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기사들이 사용할 작은 선풍기 하나 없다. 휴게실과 제빙기, 얼음 조끼 같은 폭염 대비 도구는 남 얘기다. 스스로 챙겨온 생수가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자가 투입돼 택배 노동자 화물차에 함께 짐을 실었다. 20개쯤 날랐을까. 허리가 욱신거렸다. 하필 옮기는 것마다 고기 육수에 생수 상자다. 무겁다. 배송 시작도 전에 웃옷이 땀에 젖었다.
2시간 반의 짐 싣기 작업을 마치고서야 배송 화물차가 출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택배 기사는 "짐을 실은 트레일러가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업무 시간도 길어진다"며, "정오가 넘어서 트레일러가 오면 짐 싣기부터 배송까지 늦어져, 결국 퇴근 시각이 밤 10시를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다리 떨리는 '배송 작업'…늘어난 배송 물량에 '돌고 또 돌고'

기자가 따라나선 지역은 경남 김해시 장유동 주변 상가와 주택가였다. 상가 배송은 특히 힘들다. 주로 쌀과 김치, 생수, 육수 등 무거운 물품이 대다수여서다. 무겁다.

아파트와 달리 상가주택에는 엘리베이터도 잘 없다. 물 상자를 들고 2층, 3층짜리 상가 건물을 몇 차례 오르내렸더니, 다리가 절로 떨려 온다.


보통 상가 밀집 지역 한 곳과 아파트단지 몇 군데를 돌고 나면 트럭 짐칸이 비워진다. 하지만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1톤 트럭에 하루 배송 물량을 전부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차는 집이 아닌 물류터미널로 다시 향한다. 택배 기사들은 이를 '2회전'이라 부르는데, 물류터미널부터 택배 배송지까지 한 번 더 돈다는 의미다. 코로나 19로 배송 물량이 예년보다 20%가량 늘면서, 하루에 2회전, 3회전 하는 날도 있다.

"물·휴식·그늘"…택배 기사 "휴식은커녕 밥도 못 먹어"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자, 사업장에 '물·그늘·휴식' 등 폭염 3대 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하지만 택배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휴식은 커녕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알아서 쉬라'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택배 기사들이 업무 중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다.


이날 기자와 함께한 택배 기사도 커피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웠다. 10분이라도 아껴서 하나라도 더 배달해야 수익을 더 남길 수 있다. 배송 현장에서 만난 다른 택배기사들 역시 '휴식은 사치'라며 입을 모았다. 택배 기사들의 여름나기가 힘든 건 '보장된 휴식'이 없어서다.

무더위에 휴식 없이 일해도 월수입 '200~300만 원'

체험 취재를 마치고, 기자는 택배 기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동행한 택배 기사는 대답 대신 대뜸 세금계산서를 내밀었다. 세금계산서는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에게 일종의 '월급명세서'다.

택배 기사가 내민 월급명세서엔 실수령액이 2백만 원 후반에서 3백만 원 초반대로 찍혀있었다. 그는 한 달에 물품 4천 개를 배송한다고 했다. 배송 수수료는 보통 무게·부피와 상관없이 건당 800원, 세금을 내고 나면 720원이다. 코로나 19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났지만, 건당 수수료는 700~800원, 한 달 수입은 200~300만 원 수준에서 오르지 않는 거다.

택배 기사는 "한 달에 4천 개를 배달해도 2백만 원 후반 정도밖에 못 번다"며, "기름값하고 차량 유지비를 빼면 손에 쥐는 돈은 2백만 원 초반 정도다"라고 말했다. 폭염과 코로나 19에 휴식 없는 저임금·중노동까지, 택배 노동자들은 5중고를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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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속 일터 직접 체험해 보니…온몸으로 측정한 ‘현장 온도’
    • 입력 2021-08-02 09:57:05
    • 수정2021-08-02 10:03:46
    취재K
또 다시, 폭염이 시작됐다. 밖은 서 있기만 해도 푹푹 찐다. 걱정이 되는 이들은 '현장 노동자'다. 일터가 밖에 있어 마땅히 무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br /><br />KBS 취재진은 야외 노동 현장의 온도를 온몸으로 측정해보기로 했다. 폭염을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덥고 힘든지 묻고 지켜보는 대신 , 잠시나마 함께 일하며 이들의 고충을 온몸으로 공감하고 싶어서다.<br /><br />취재기자 3명이 각각 건설현장과 아파트 경비실, 택배현장 등 폭염 속 일터로 들어가 하루를 보냈다.<br />


[연관기사]
[폭염]① 건설 노동자 “체감온도 35도, 작업 중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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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② 경비원 체험해보니 “경비실도 찜통, 제 차에 가서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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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현장] "작업 중지 없어요"…폭염 속 무방비 '건설 노동자'

폭염 경보가 내려진 오전 시각, 경남 김해의 한 건설 현장.

뙤약볕 아래 노동자들이 망치로 건설 자재를 연신 두들겼다. 흰색 안전모 아래로 땀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고, 긴소매 상의는 흠뻑 젖어 살갗에 달라붙었다. 기자가 "땡볕에 있으면 힘들지 않냐"고 묻자, 그들은 "소금도 먹고, PT 체조도 해서 괜찮다"고 답했다. 폭염 속 노동이 익숙한 눈치였다.


10분 만에 얼굴 '땀 범벅'…"현기증 날 것 같아"

오전 10시, 관찰을 멈추고 기자가 직접 일을 했다. 이날 맡은 작업은 시멘트 가루 섞기. 시멘트와 모래 등을 섞는 배합기에 시멘트 가루를 넣는 일이다. 바닥에 놓인 포대 자루를 기계로 옮기고 칼로 자루를 자른 뒤 기계 구멍에 시멘트 가루를 쏟아 붓는 작업으로,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반복 노동이다.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돼 얼굴은 땀 범벅이 됐다. 들었다 내렸다, 무더운 날씨에 40kg짜리 포대 자루를 옮기는 것 자체가 중노동이었다. 시멘트 먼지와 함께 땀이 눈에 들어와 눈은 계속 따끔거렸고, 비말 마스크까지 쓰다 보니 숨이 차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건설 현장의 온도, '40도'

하루 중 가장 무더운 시간대인 정오가 되니, 아예 일할 수 없었다. 직사광선에 그대로 노출된 현장 온도는 40도를 가리켰다. 햇볕은 정수리에 그대로 꽂히는 것처럼 따가웠고, 철근과 콘크리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만큼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작업반장은 "(작업) 공정이라는 게 있어서 어느 정도는 일해야 한다"며, "일을 하다 잠시 쉬기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폭염 특보가 내려지면 1시간 마다 10~15분씩 휴식을 하고,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어서면 작업 중지를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는 곳은 많지 않다.

전국건설노조 조사 결과, '햇볕이 완전히 차단된 그늘에서 쉴 수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절반이 채 되지 않고, '작업 중단이나 단축을 경험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0명 가운데 3명도 안 됐다.

현장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뒷덜미가 벌겋게 익은 채로 "폭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공사판이 수두룩하다"며, "쉴 때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먹고 살려면 별수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 한 달, 온열 질환 추정 사망 건설노동자 '3명'…"대책 마련 시급"

이날 하루 8시간 노동에도 기자는 다음날 종일 현기증과 두통에 시달렸다. 매일 무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는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건설현장 온도는 '뜨겁다'는 표현으로 부족하다. 가혹하고, 잔인하고, 심지어 위협적이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7월에만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추정 사망 건설노동자가 3명이다. 경기도 양주 신축 공사현장에서 옥상 작업 중에, 서울에서 옥상 미장 작업 중에, 서울 주택 건설 공사현장에서 거푸집 설치 작업 중에, 우리 이웃이 쓰러져 숨졌다.

더는 폭염이 한낱 여름철 무더위로 치부돼선 안 된다. 폭염은 생존을 위해 밖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재난'이다. 기후위기로 폭염이 갈수록 심해지는 가운데, 사회 대책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는 해마다 나온다. 이제 실천할 때다.

■[아파트 경비실] "앉을 새 없어요"…폭염 속 야외 작업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

국민 2명 가운데 1명이 산다는 아파트. 집집마다 폭염 속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한숨 돌리는 동안에도 누군가의 노동은 계속된다. 아파트 경비 노동자 얘기다. 단지를 순찰하고, 주차 단속하고,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리까지, 무더위 속에도 근무시간 절반 이상을 바깥에서 보낸다. 이들 나이는 평균 60대, 온열 질환에 취약할 우려가 크다.

폭염이 이어지는 요즘,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기자가 그들의 하루를 쫓으며 일손을 보탰다.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 아침, 9백여 가구가 사는 경남 창원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마침 입주민들이 일주일에 하루 재활용품을 내놓는 날이었다. 이곳의 분리수거장은 모두 4곳, 목장갑을 손에 끼고 땀을 훔칠 수건을 목에 두르고서 60대 경비 노동자 A씨를 따라 첫 번째 분리수거장으로 갔다.

플라스틱을 모은 분리수거대부터 살폈다. 스티로폼이나 비닐 등 잘못 분류된 재활용품이 조금씩 섞여 있었다. 음식물로 오염된 재활용품도 눈에 띄었다. 모두 일반쓰레기 행이다. 보물찾기도 아니건만 찜통 더위 속에 눈에 불을 켜고서 수거함을 뒤져 골라냈다. 투명한 페트병에 붙은 포장지도 일일이 뜯어야 했다.


폐지 정리는 그나마 수월했지만, 따가운 햇볕이 문제였다. 그늘막이 설치된 분리수거대와 달리, 야외 주차장에서 폐지를 수거하기 때문이다. 흩어진 폐지와 박스는 한곳에 모으고 박스에 붙은 테이프와 택배 송장 등을 떼어냈다.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 4곳을 오가며 작업을 반복했다. 땡볕 아래 일하다 보니 얼굴과 팔은 어느새 빨개졌다. 그러고 보니 무더위에도 경비노동자들은 반팔 유니폼 아래 팔을 가릴 두꺼운 토시를 착용했다. 분리수거 정리를 하다 보면 긁히거나, 볕에 피부가 탈 수 있어서였다.


분리수거 정리에는 '힘'도 필요했다. 캔과 플라스틱, 유리 등으로 수거용 자루가 가득 차면, 수거 업체가 가져가기 쉽도록 주차장 끝자락까지 옮겨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자루는 성인 몸집 두 배가 넘을 만큼 크고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 끌어 옮겨야 했다.

경비노동자 A씨와 함께 자루를 옮기고, 옮기고, 또 옮겼다. 평소엔 A씨 혼자 하는 일이다. '항상 이렇게 바쁘냐'는 질문에 A씨는 "분리수거 하는 날은 바쁘고 다른 날은 괜찮다"며,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순찰 한 시간에 2,516보…경비노동자 "하루 5~6번 순찰"

경비노동은 걷는 양도 상당했다. 경비노동자의 기본 업무인 아파트단지 순찰을 수시로 해서다. 주차된 차량마다 들여다보며 방문증을 단속하고, 수상한 출입자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아파트 층마다 오가며 무단으로 광고지가 붙어있지 않는지도 점검한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1시간 동안 기자의 휴대전화기에 기록된 걸음 수는 2,516보. A씨는 "순찰 한 번에 많으면 30분, 길면 1시간쯤 걸린다"며, "하루에 대여섯 번은 순찰한다"고 말했다. 더워서 힘들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여름이니 당연히 덥고 땀나지만, 경비원이 당연히 할 일’이라며, 연신 괜찮다고 답했다.


섭씨 35도, 에어컨 없는 경비실…경비원 "제 차에서 더위 식혀요"

야외 업무를 정리하고 '드디어' 경비실에 돌아왔다. 하지만 햇볕만 가렸을 뿐 실내 온도는 밖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후 1시쯤 경비실 실내 온도는 섭씨 33도, 이날 낮 최고 기온은 34도였다. 다행히 이곳 아파트 경비실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야외작업으로 바빠 에어컨 바람을 쐴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알고 보니 이날 경비노동자들의 일과는 기자가 도착하기 한참 전인 새벽 6시 30분부터 시작돼 다음 날 새벽까지 예정돼 있었다. 경비원 2명이 2시간마다 교대하며 휴식하지만 폭염 속에 일하다 보면 평소보다 금방 고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에어컨조차 없는 경비실은 말 그대로 찜통이다. 같은 날 오후, 또 다른 아파트단지 경비실을 찾았더니 에어컨은 없고, 낡은 선풍기 두 대에서는 더운 바람만 불었다. 양해를 구하고 내부 온도를 쟀더니 35도를 넘었다.

이곳의 경비노동자 B씨는 "아침부터 5시간 동안 분리수거 작업을 하며 땀을 쏟아냈다"라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서 더위를 식히는지 묻자, B씨는 “너무 더우면 제 차에 가서 에어컨 켜놓고 좀 쉰다”라며, "그래도 주민들이 많이 챙겨준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노원구,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 '96%'…그 비결은?

아파트 경비실에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얼마나 될까. 전국 현황이 조사된 적이 없어서 일부 자치단체의 조사 결과로 어림짐작해야 한다. 지난 2019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은 73%이다. 열 곳 중 3곳 정도는 에어컨이 없었다.

그렇다면 아파트 경비원의 노동환경 개선은 오롯이 입주민만의 몫일까?

자치단체가 입주민과 함께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의 환경 개선에 앞장선 곳들도 있다.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수원시, 목포시 등은 공동주택 지원조례 등 관련 조례를 바꾸고 별도 예산을 책정해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금은 에어컨 1대당 40여만 원 정도, 입주민과 함께 부담하는 셈이다. 별도 지원 사업이 생기자 입주민들의 관심도 금시에 모였다. 그 결과 서울시 노원구는 경비실 에어컨 설치율이 지난해 67%에서 올해 96%로 급상승했다.

반면, 경남 등 상당수 자치단체 지원은커녕 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이들의 근로 환경은 어떤지, 자치단체가 입주민과 함께 도울 일은 없는지, 세심한 행정정책이 부재한 것이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올해,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여름나기가 더욱 걱정되는 이유였다.

■ 폭염 속 '중노동'…택배 노동자의 하루

오전 9시, 김해시의 한 택배회사 물류터미널. 각지에서 모인 대형 트레일러가 택배 상자들을 무더기로 쏟아냈다.

택배 기사 하루는 '짐 싣기'로 시작된다. 터미널에 수북하게 쌓인 택배 상자들을 화물차에 일일이 싣는 일이다. 가벼운 옷가지가 든 봉투부터 20~30kg짜리 상자까지, 배송 순서대로 테트리스 블록을 쌓듯 차곡차곡 포개 쟁이는 게 핵심이다.


짐 싣기는 택배 기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다. 더위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열 명 안팎의 기사들이 일하는 물류터미널은 자갈밭 나대지라 햇볕에 그대로 노출된다. 기사들이 사용할 작은 선풍기 하나 없다. 휴게실과 제빙기, 얼음 조끼 같은 폭염 대비 도구는 남 얘기다. 스스로 챙겨온 생수가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기자가 투입돼 택배 노동자 화물차에 함께 짐을 실었다. 20개쯤 날랐을까. 허리가 욱신거렸다. 하필 옮기는 것마다 고기 육수에 생수 상자다. 무겁다. 배송 시작도 전에 웃옷이 땀에 젖었다.
2시간 반의 짐 싣기 작업을 마치고서야 배송 화물차가 출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택배 기사는 "짐을 실은 트레일러가 늦게 도착하면 그만큼 업무 시간도 길어진다"며, "정오가 넘어서 트레일러가 오면 짐 싣기부터 배송까지 늦어져, 결국 퇴근 시각이 밤 10시를 훌쩍 넘긴다"고 말했다.


다리 떨리는 '배송 작업'…늘어난 배송 물량에 '돌고 또 돌고'

기자가 따라나선 지역은 경남 김해시 장유동 주변 상가와 주택가였다. 상가 배송은 특히 힘들다. 주로 쌀과 김치, 생수, 육수 등 무거운 물품이 대다수여서다. 무겁다.

아파트와 달리 상가주택에는 엘리베이터도 잘 없다. 물 상자를 들고 2층, 3층짜리 상가 건물을 몇 차례 오르내렸더니, 다리가 절로 떨려 온다.


보통 상가 밀집 지역 한 곳과 아파트단지 몇 군데를 돌고 나면 트럭 짐칸이 비워진다. 하지만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1톤 트럭에 하루 배송 물량을 전부 실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차는 집이 아닌 물류터미널로 다시 향한다. 택배 기사들은 이를 '2회전'이라 부르는데, 물류터미널부터 택배 배송지까지 한 번 더 돈다는 의미다. 코로나 19로 배송 물량이 예년보다 20%가량 늘면서, 하루에 2회전, 3회전 하는 날도 있다.

"물·휴식·그늘"…택배 기사 "휴식은커녕 밥도 못 먹어"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 발생 가능성이 커지자, 사업장에 '물·그늘·휴식' 등 폭염 3대 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강하게 권고했다.

하지만 택배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휴식은 커녕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기 어렵다. '알아서 쉬라'라는 말을 듣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택배 기사들이 업무 중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다.


이날 기자와 함께한 택배 기사도 커피와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웠다. 10분이라도 아껴서 하나라도 더 배달해야 수익을 더 남길 수 있다. 배송 현장에서 만난 다른 택배기사들 역시 '휴식은 사치'라며 입을 모았다. 택배 기사들의 여름나기가 힘든 건 '보장된 휴식'이 없어서다.

무더위에 휴식 없이 일해도 월수입 '200~300만 원'

체험 취재를 마치고, 기자는 택배 기사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동행한 택배 기사는 대답 대신 대뜸 세금계산서를 내밀었다. 세금계산서는 개인사업자인 택배 기사들에게 일종의 '월급명세서'다.

택배 기사가 내민 월급명세서엔 실수령액이 2백만 원 후반에서 3백만 원 초반대로 찍혀있었다. 그는 한 달에 물품 4천 개를 배송한다고 했다. 배송 수수료는 보통 무게·부피와 상관없이 건당 800원, 세금을 내고 나면 720원이다. 코로나 19로 택배 물량이 많이 늘어났지만, 건당 수수료는 700~800원, 한 달 수입은 200~300만 원 수준에서 오르지 않는 거다.

택배 기사는 "한 달에 4천 개를 배달해도 2백만 원 후반 정도밖에 못 번다"며, "기름값하고 차량 유지비를 빼면 손에 쥐는 돈은 2백만 원 초반 정도다"라고 말했다. 폭염과 코로나 19에 휴식 없는 저임금·중노동까지, 택배 노동자들은 5중고를 견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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