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도운 이재용…약속 진짜 지켰나?

입력 2021.08.13 (21:07) 수정 2021.08.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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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짚어 볼 것이 있습니다.

이번 가석방에 우호적인 여론이 커진 건 지난달 삼성가에서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부터입니다.

그런데 이건 과거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약속한 사회환원의 일부입니다.

13년 동안 미뤄오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앞두고 기증했는데 그렇다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걸까요?

윤봄이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13년 전 삼성 특검에 기소된 고 이건희 회장.

배임과 세금포탈 혐의였습니다.

[이건희/삼성전자 회장/2008년 :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도의적 책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학수/당시 삼성전자 부회장/2008년 : "이 회장께서는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 13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KBS 뉴스9/4월 28일 : "미술품 2만 3천여 점과 함께 모두 1조 원을 추가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총 4조 원 정도로 평가됩니다.

'통 큰 기부', '약속 지켰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과연 그럴까?

당초 이 회장이 약속한 환원 대상은 삼성 임원 명의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고도 양도세를 내지 않은 차명주식.

13년 동안 약속을 미루면서 1조 7천억 원이었던 주식 가치는 11조 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회환원은 약속과 달리 미술품으로 이행됐습니다.

[이지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 "1조 원을 의료계에 기부하고 이거는 액수 차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굉장히 중요한 주식이잖아요."]

고 이건희 회장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2009년 말 사면됐습니다.

[2010년 특별사면 뒤 : "이걸 90도로 이렇게 만들면... 작게, 가볍게."]

당시 사면 명분은 '동계올림픽 유치'.

법무부는 "여론이 삼성 회장의 사면을 원한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당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음성변조 : "회의는 이미 답이 정해진 다음에 이뤄진 거라고요. 이건희 씨만 사면할 때는 '모종의 뭐가 있지 않겠느냐', 삼척동자도 다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녜요?"]

그런데 이 사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다스 소송비 68억 원을 뇌물로 준 대가였다는 게 2018년 드러났습니다.

12년 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이유도 '국민 감정'입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10일 : "글로벌 경제 환경 역시 가석방 요건으로서 국민의, 사회의 감정이라는 요소에 들어가기 때문에..."]

[김우찬/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 :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거죠. '사면해 줄 테니 경제에 이바지해라' 이거는 특권계층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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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가 도운 이재용…약속 진짜 지켰나?
    • 입력 2021-08-13 21:07:03
    • 수정2021-08-13 21: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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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얘기한 것처럼 기대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짚어 볼 것이 있습니다.

이번 가석방에 우호적인 여론이 커진 건 지난달 삼성가에서 기증한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 공개되면서 부터입니다.

그런데 이건 과거 삼성 특검 당시 이건희 회장이 약속한 사회환원의 일부입니다.

13년 동안 미뤄오다 이 부회장 가석방을 앞두고 기증했는데 그렇다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진 걸까요?

윤봄이 기자가 따져봤습니다.

[리포트]

13년 전 삼성 특검에 기소된 고 이건희 회장.

배임과 세금포탈 혐의였습니다.

[이건희/삼성전자 회장/2008년 :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른 법적·도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도의적 책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이학수/당시 삼성전자 부회장/2008년 : "이 회장께서는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 13년 동안 감감 무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KBS 뉴스9/4월 28일 : "미술품 2만 3천여 점과 함께 모두 1조 원을 추가로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총 4조 원 정도로 평가됩니다.

'통 큰 기부', '약속 지켰다'는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과연 그럴까?

당초 이 회장이 약속한 환원 대상은 삼성 임원 명의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고도 양도세를 내지 않은 차명주식.

13년 동안 약속을 미루면서 1조 7천억 원이었던 주식 가치는 11조 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회환원은 약속과 달리 미술품으로 이행됐습니다.

[이지우/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 "1조 원을 의료계에 기부하고 이거는 액수 차이가 말이 안 되는 거죠.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이재용 부회장 승계에 굉장히 중요한 주식이잖아요."]

고 이건희 회장은 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2009년 말 사면됐습니다.

[2010년 특별사면 뒤 : "이걸 90도로 이렇게 만들면... 작게, 가볍게."]

당시 사면 명분은 '동계올림픽 유치'.

법무부는 "여론이 삼성 회장의 사면을 원한다"는 논리를 펼쳤습니다.

[당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음성변조 : "회의는 이미 답이 정해진 다음에 이뤄진 거라고요. 이건희 씨만 사면할 때는 '모종의 뭐가 있지 않겠느냐', 삼척동자도 다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녜요?"]

그런데 이 사면,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다스 소송비 68억 원을 뇌물로 준 대가였다는 게 2018년 드러났습니다.

12년 뒤,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 이유도 '국민 감정'입니다.

[박범계/법무부 장관/10일 : "글로벌 경제 환경 역시 가석방 요건으로서 국민의, 사회의 감정이라는 요소에 들어가기 때문에..."]

[김우찬/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교수 :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거죠. '사면해 줄 테니 경제에 이바지해라' 이거는 특권계층을 만들어 내는 거예요."]

KBS 뉴스 윤봄이입니다.

촬영기자:왕인흡/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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