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가 반대해서?…일제 잔재 청산 지지부진

입력 2021.08.15 (21:35) 수정 2021.08.1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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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교육당국도 일제 잔재 청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좀처럼 교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문들의 반대가 크다는 게 이유인데 교육청에서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최근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를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교체했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가 일제 강점기 때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곳곳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는 예산을 마련해 모두 제거할 예정입니다.

[박재관/대전 옥계초 교사 :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다행히도 모두 동의해 주셔서 한국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를 학교 상징으로 삼았던 대전지역 20개 학교, 충남지역 120개 학교가 수종을 교체했거나 교체를 추진 중입니다.

문제는 교가입니다.

충남의 이 고등학교 교가의 작곡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입니다.

'국민총력조선연맹'에 가입해 일제의 징병과 징용을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만들며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교가 교체를 추진했지만 동문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성원기/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 "어린 시절의 추억 공유와 또 현재 재학생과의 연결 고리가 아무래도 교가이다 보니까 졸업생들의 반대가 좀 큰 편입니다."]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대전에 9개, 충남에 24개 학교에서 불리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가 비슷한 핑계를 대며 교체를 미뤄 지금까지 교체된 건 7곳에 불과합니다.

[홍경표/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 : "하루 빨리 미래 지향적인 내용으로 교가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학교 동문들도 이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76주년을 맞았지만 교육계의 일제 흔적 지우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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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문회가 반대해서?…일제 잔재 청산 지지부진
    • 입력 2021-08-15 21:35:55
    • 수정2021-08-15 21:55:02
    뉴스9(대전)
[앵커]

교육당국도 일제 잔재 청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좀처럼 교체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문들의 반대가 크다는 게 이유인데 교육청에서도 강제할 방법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황정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초등학교는 최근 학교를 상징하는 나무를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교체했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가 일제 강점기 때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학교 곳곳에 심겨진 가이즈카 향나무는 예산을 마련해 모두 제거할 예정입니다.

[박재관/대전 옥계초 교사 : "학생·학부모 의견 수렴을 거쳤는데 다행히도 모두 동의해 주셔서 한국 고유 수종인 소나무로 변경하게 됐습니다."]

가이즈카 향나무를 학교 상징으로 삼았던 대전지역 20개 학교, 충남지역 120개 학교가 수종을 교체했거나 교체를 추진 중입니다.

문제는 교가입니다.

충남의 이 고등학교 교가의 작곡자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이흥렬입니다.

'국민총력조선연맹'에 가입해 일제의 징병과 징용을 찬양하는 노래를 다수 만들며 적극적인 친일 행위를 했습니다.

학교에서 교가 교체를 추진했지만 동문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성원기/충남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 : "어린 시절의 추억 공유와 또 현재 재학생과의 연결 고리가 아무래도 교가이다 보니까 졸업생들의 반대가 좀 큰 편입니다."]

친일 인사가 작곡한 교가는 대전에 9개, 충남에 24개 학교에서 불리고 있지만 대부분 학교가 비슷한 핑계를 대며 교체를 미뤄 지금까지 교체된 건 7곳에 불과합니다.

[홍경표/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사무국장 : "하루 빨리 미래 지향적인 내용으로 교가를 다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학교 동문들도 이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광복 76주년을 맞았지만 교육계의 일제 흔적 지우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정환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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