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비극…‘빈익빈’ 부르는 기후 재난

입력 2021.08.18 (21:44) 수정 2021.08.1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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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강진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아이티에 이번엔 열대성 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연이은 자연재해에 ​지진 피해 복구작업까지 중단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고통은 배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뉴욕 한보경 특파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규모 7.2의 지진이 뒤흔든 아이티를 이번엔 폭풍우가 덮쳤습니다.

열대 폭풍 '그레이스'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집과 도로는 물바다가 됐고, 비가 들어찬 이재민 천막촌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진 피해 복구 작업도 일시 중단됐습니다.

[폭우 피해 여성 : "비가 오는데 갈 곳이 없어요. 대피소도 열지 않았어요. 당국은 어디 있죠?"]

이른바 '허리케인 시즌'이 겹치면서 폭풍우가 언제 또 불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대서양 지역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은 모두 3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티는 지난달에 이미 올해 첫 허리케인 엘사로 3명이 숨졌습니다.

지진 피해를 복구할 새도 없이 기후 변화로 잦아진 폭풍우, 그리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이 됐습니다.

[오데트 세이드/이재민 : "지금 상황이 제게 매우 힘들어요. 아이들이 많은데 모두 비를 맞고 있어요. 덮고 잘 플라스틱 조각도 없어요."]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이티 국민들이 생존할 방법은 '이주' 밖에 없다고 역설합니다.

[애덤 투즈/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 "아이티의 가난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너무 순진한 겁니다. 많은 아이티국민들이 교착 상태를 벗어날 분명한 방법은 '이주' 입니다. 부자 나라로 조직적으로 이주하는 거죠."]

이번 강진으로 현재까지 아이티 당국이 공식 확인한 사망자 수는 천9백여 명, 부상자는 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앵커]

그럼 이 사안을 취재한 뉴욕 한보경 특파원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한 특파원, 말 그대로 가난과 재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네요.

[기자]

사실 당연한 얘깁니다.

기후위기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잘 사는 선진국들인데, 해수면 상승이나 가뭄과 홍수 등으로 피해가 큰 나라는 대부분 저소득 개발도상국들입니다.

이 나라들은 피해를 감당할 물적, 인적 자원도 없다 보니 기후 재난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런 재난의 책임, 탄소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를 야기한 선진국에도 분명 있을텐데 함께 고통 분담에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기후 정의'라고도 부르는데 기후위기로 생기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국가별로 책임 정도를 따져서, 이를테면 탄소 배출량이겠죠, 공정하게 해결해보자는 겁니다.

최근엔 이 기후 정의가 '나라 간'에서 ' 개인 간'으로도 확대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자료를 보면, 세계 상위 1% 부자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하위 50% 배출량의 두 배가 넘는 거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가량을 상위 10% 부자들이 내뿜고 있습니다.

결국 최상위 부자들의 소비 방식이 바뀌어야 기후위기 해결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비용도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덤 투즈/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 : "모든 한국 국민들과 프랑스 국민들에게 동등하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후 위기의 공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고, 차를 여러 대 보유하며, 넓은 집에 다수의 에어컨을 사용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탄소 절감을 위한 마땅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앵커]

결국,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기후 위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변이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세계는 더 많은 팬데믹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지한샘/영상편집:한찬의 이진이/그래픽:한종헌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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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티의 비극…‘빈익빈’ 부르는 기후 재난
    • 입력 2021-08-18 21:44:02
    • 수정2021-08-18 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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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강진으로 인명피해가 컸던 아이티에 이번엔 열대성 폭풍이 불어닥쳤습니다.

연이은 자연재해에 ​지진 피해 복구작업까지 중단되면서​ 아이티 국민들의 고통은 배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뉴욕 한보경 특파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주말 규모 7.2의 지진이 뒤흔든 아이티를 이번엔 폭풍우가 덮쳤습니다.

열대 폭풍 '그레이스'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집과 도로는 물바다가 됐고, 비가 들어찬 이재민 천막촌도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지진 피해 복구 작업도 일시 중단됐습니다.

[폭우 피해 여성 : "비가 오는데 갈 곳이 없어요. 대피소도 열지 않았어요. 당국은 어디 있죠?"]

이른바 '허리케인 시즌'이 겹치면서 폭풍우가 언제 또 불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북대서양 지역에서 발생한 열대성 폭풍은 모두 30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티는 지난달에 이미 올해 첫 허리케인 엘사로 3명이 숨졌습니다.

지진 피해를 복구할 새도 없이 기후 변화로 잦아진 폭풍우, 그리고 가뭄이 계속되면서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아이티는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이 됐습니다.

[오데트 세이드/이재민 : "지금 상황이 제게 매우 힘들어요. 아이들이 많은데 모두 비를 맞고 있어요. 덮고 잘 플라스틱 조각도 없어요."]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아이티 국민들이 생존할 방법은 '이주' 밖에 없다고 역설합니다.

[애덤 투즈/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 "아이티의 가난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건 너무 순진한 겁니다. 많은 아이티국민들이 교착 상태를 벗어날 분명한 방법은 '이주' 입니다. 부자 나라로 조직적으로 이주하는 거죠."]

이번 강진으로 현재까지 아이티 당국이 공식 확인한 사망자 수는 천9백여 명, 부상자는 만 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KBS 뉴스 한보경입니다.

[앵커]

그럼 이 사안을 취재한 뉴욕 한보경 특파원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한 특파원, 말 그대로 가난과 재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네요.

[기자]

사실 당연한 얘깁니다.

기후위기 가장 큰 원인인 온실가스 많이 배출하는 나라는 잘 사는 선진국들인데, 해수면 상승이나 가뭄과 홍수 등으로 피해가 큰 나라는 대부분 저소득 개발도상국들입니다.

이 나라들은 피해를 감당할 물적, 인적 자원도 없다 보니 기후 재난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런 재난의 책임, 탄소를 많이 배출해 기후변화를 야기한 선진국에도 분명 있을텐데 함께 고통 분담에도 나서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네, '기후 정의'라고도 부르는데 기후위기로 생기고 있는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국가별로 책임 정도를 따져서, 이를테면 탄소 배출량이겠죠, 공정하게 해결해보자는 겁니다.

최근엔 이 기후 정의가 '나라 간'에서 ' 개인 간'으로도 확대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 자료를 보면, 세계 상위 1% 부자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하위 50% 배출량의 두 배가 넘는 거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50%가량을 상위 10% 부자들이 내뿜고 있습니다.

결국 최상위 부자들의 소비 방식이 바뀌어야 기후위기 해결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비용도 부담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애덤 투즈/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 : "모든 한국 국민들과 프랑스 국민들에게 동등하게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기후 위기의 공정한 해결책이 아닙니다."]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고, 차를 여러 대 보유하며, 넓은 집에 다수의 에어컨을 사용하는 그런 사람들에게 탄소 절감을 위한 마땅한 책임을 지게 해야 합니다.

[앵커]

결국,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는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현재 기후 위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변이 바이러스의 진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고, 세계는 더 많은 팬데믹에 직면하게 될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적 연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지한샘/영상편집:한찬의 이진이/그래픽:한종헌 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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