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팀장] 2억 뜯겼다며 옛 연인에 앙심…요트 타고 해외 돌다 권총 사 겨눠

입력 2021.08.25 (19:41) 수정 2021.08.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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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과 다툼 끝에 헤어진다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결혼을 꿈꾸며 애인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주기도 했던 한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툼 끝에 헤어진 뒤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다 증오심이 커지자 해외에서 산 권총을 국내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옛 애인 가족에게 겨눴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무모한 범행을 벌인 남성과 이 남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아무리 상심이 컸다고 해도 권총까지 사서 들이댔다,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큰 범죄잖아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네, 지난 2019년 3월 40대 한 모 씨는 소개팅 앱으로 40대 여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곧 두 사람은 관계가 깊어져 결혼을 전제로 사귀며 동거를 하게 됐는데요.

한 씨의 여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만난 지 다섯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교제를 하면서 2억 4천여만 원을 김 씨에게 주기도 했는데요.

큰 돈을 날렸다는 것과 김 씨 언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헤어진 뒤 세종시에 있는 김 씨 언니 집에 찾아가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현관문 앞에 20여 분 동안 앉아서 일종의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는 인지상정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행동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권총까지 사게 된 건가요?

[기자]

네, 헤어진 지 넉 달쯤 뒤인 2019년 12월이었습니다.

한 씨는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나가 15톤짜리 요트를 사서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튀니지, 스페인, 하와이 등 곳곳을 항해했는데요.

이때까지는 여행을 하며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해외에 있으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이 속칭 꽃뱀에게 속았다며 김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자신이 줬던 돈을 돌려달라며 김 씨 언니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여행 도중 이런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증오심이 커졌고, 급기야 복수할 마음을 품고 지난해 9월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9mm 반자동 권총과 총알 100발을 500달러에 구매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총기 구매와 소지가 가능하잖아요?

이 남성이 어떻게 국내로 권총을 가지고 들어왔던 건가요?

[기자]

네, 한 씨는 권총을 산 뒤 보름 뒤에 입국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수의 한 선착장에 요트를 정박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나서 요트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사흘 뒤 새벽을 틈타 권총과 실탄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입국절차를 무시한 채 육지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택시를 타고 김 씨 언니의 자택인 세종시의 한 아파트로 왔고요.

현관문 근처 비상계단에서 실탄 17발을 권총에 장착한 채 침입할 기회를 엿봤는데요.

그날 오후 김 씨 언니 자녀의 과외교사가 방문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 집 안으로 들어가 김 씨 언니에게 권총을 겨눴습니다.

[앵커]

다행히 이 남성이 권총을 겨누기만 했고 끔찍한 일을 벌이지는 않은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헤어진 김 씨는 당시 병원에 있었다고 하고요.

한 씨는 호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김 씨 언니 가슴에 겨눴고 "죽이겠다"는 말을 하며 심지어 머리에도 총을 가져다 댔습니다.

이에 김 씨 언니는 대화를 시도했고요,

오랜 시간 설득 끝에 겨우 한 씨를 돌려보냈고 한 씨는 몇 시간 뒤 경찰서에 찾아가 스스로 자수했습니다.

검찰은 한 씨에 대해 주거침입, 살인미수, 살인예비, 출입국관리법 위반, 선박안전법 위반 등 무려 11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법정에 선 남성,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법정에 선 한 씨는 황당하게도 권총을 구매한 게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 씨 언니를 찾아간 것이고 권총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겨눈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필리핀에서 권총을 구매한 다음 날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은 점, 해적 퇴치용이라는 권총을 여행을 시작할 때가 아닌 입국 보름 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병원에 있어 김 씨에게 직접 권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김 씨 역시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예비죄도 적용됐습니다.

[앵커]

범행 내용을 보면 죗값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데, 법적 처벌,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최근 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 명령했습니다.

또 권총과 탄알 60여 발을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씨가 범행 이후 곧바로 자수한 점, 또 범행에 사용한 권총과 실탄을 버린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려 회수하도록 한 점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의 행위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받은 충격이나 공포심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당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씨의 범행은 총기 규제와 입국 관리, 세관 업무 등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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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8-25 19:41:33
    • 수정2021-08-25 20:12:51
    뉴스7(대전)
[앵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사고의 뒷이야기를 자세히 풀어보는 사건팀장 시간입니다.

성용희 사건팀장, 오늘은 어떤 사건입니까?

[기자]

네,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과 다툼 끝에 헤어진다면 상심이 클 수밖에 없겠죠.

그래도 범죄 행위로 이어지는 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결혼을 꿈꾸며 애인에게 2억 원이 넘는 돈을 주기도 했던 한 남성이 있었는데요.

다툼 끝에 헤어진 뒤 요트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하다 증오심이 커지자 해외에서 산 권총을 국내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옛 애인 가족에게 겨눴습니다.

오늘은 이처럼 무모한 범행을 벌인 남성과 이 남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앵커]

아무리 상심이 컸다고 해도 권총까지 사서 들이댔다, 살인미수에 해당하는 큰 범죄잖아요?

어떻게 된 일입니까?

[기자]

네, 지난 2019년 3월 40대 한 모 씨는 소개팅 앱으로 40대 여성 김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곧 두 사람은 관계가 깊어져 결혼을 전제로 사귀며 동거를 하게 됐는데요.

한 씨의 여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고 결국, 만난 지 다섯 달 만에 헤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교제를 하면서 2억 4천여만 원을 김 씨에게 주기도 했는데요.

큰 돈을 날렸다는 것과 김 씨 언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됐다는 생각에 앙심을 품게 됐습니다.

헤어진 뒤 세종시에 있는 김 씨 언니 집에 찾아가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무시하고 현관문 앞에 20여 분 동안 앉아서 일종의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는 인지상정으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행동 같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권총까지 사게 된 건가요?

[기자]

네, 헤어진 지 넉 달쯤 뒤인 2019년 12월이었습니다.

한 씨는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나가 15톤짜리 요트를 사서 세계여행을 시작했습니다.

튀니지, 스페인, 하와이 등 곳곳을 항해했는데요.

이때까지는 여행을 하며 마음을 달래보려고 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한 씨는 해외에 있으면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자신이 속칭 꽃뱀에게 속았다며 김 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 자신이 줬던 돈을 돌려달라며 김 씨 언니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요.

여행 도중 이런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증오심이 커졌고, 급기야 복수할 마음을 품고 지난해 9월 필리핀 인근 해역에서 9mm 반자동 권총과 총알 100발을 500달러에 구매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총기 구매와 소지가 가능하잖아요?

이 남성이 어떻게 국내로 권총을 가지고 들어왔던 건가요?

[기자]

네, 한 씨는 권총을 산 뒤 보름 뒤에 입국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선박 추돌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수의 한 선착장에 요트를 정박하고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나서 요트에 머물고 있었는데요.

사흘 뒤 새벽을 틈타 권총과 실탄을 넣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입국절차를 무시한 채 육지로 건너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택시를 타고 김 씨 언니의 자택인 세종시의 한 아파트로 왔고요.

현관문 근처 비상계단에서 실탄 17발을 권총에 장착한 채 침입할 기회를 엿봤는데요.

그날 오후 김 씨 언니 자녀의 과외교사가 방문해 현관문을 여는 순간을 노려 집 안으로 들어가 김 씨 언니에게 권총을 겨눴습니다.

[앵커]

다행히 이 남성이 권총을 겨누기만 했고 끔찍한 일을 벌이지는 않은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헤어진 김 씨는 당시 병원에 있었다고 하고요.

한 씨는 호주머니에 있던 권총을 꺼내 김 씨 언니 가슴에 겨눴고 "죽이겠다"는 말을 하며 심지어 머리에도 총을 가져다 댔습니다.

이에 김 씨 언니는 대화를 시도했고요,

오랜 시간 설득 끝에 겨우 한 씨를 돌려보냈고 한 씨는 몇 시간 뒤 경찰서에 찾아가 스스로 자수했습니다.

검찰은 한 씨에 대해 주거침입, 살인미수, 살인예비, 출입국관리법 위반, 선박안전법 위반 등 무려 11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법정에 선 남성, 뭐라고 말했습니까?

[기자]

네, 법정에 선 한 씨는 황당하게도 권총을 구매한 게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 씨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김 씨 언니를 찾아간 것이고 권총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겨눈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한 씨가 필리핀에서 권총을 구매한 다음 날 살인을 암시하는 메모를 적은 점, 해적 퇴치용이라는 권총을 여행을 시작할 때가 아닌 입국 보름 전 구매한 점 등을 근거로 한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병원에 있어 김 씨에게 직접 권총을 겨누지는 않았지만 김 씨 역시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예비죄도 적용됐습니다.

[앵커]

범행 내용을 보면 죗값이 가벼워 보이지 않는데, 법적 처벌,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대전지법 형사11부는 최근 한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간 보호관찰 명령했습니다.

또 권총과 탄알 60여 발을 몰수했습니다.

재판부는 한 씨가 범행 이후 곧바로 자수한 점, 또 범행에 사용한 권총과 실탄을 버린 장소를 수사기관에 알려 회수하도록 한 점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러나 한 씨의 행위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이 받은 충격이나 공포심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지금까지도 당시 트라우마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씨의 범행은 총기 규제와 입국 관리, 세관 업무 등 국가 시스템을 무시한 것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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