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67시간의 사투’…‘기적의 생존’ 신생아에 온정의 물결

입력 2021.08.26 (11:11) 수정 2021.08.2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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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충북 청주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신생아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화면제공: 충북대병원)지난 21일, 충북 청주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신생아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화면제공: 충북대병원)

■ "생존한 게 기적이에요…의지가 강해요."

갓난아기는 중환자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인공호흡기 안으로 힘겹게 숨을 내쉬다 가끔씩 울기도 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출생 신고도 못 한 신생아. 아이의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료진은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잘 버텨주고 있어요. 아기가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 힘들지만, 스스로 숨도 쉬려고 하고 있고,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요"

이 아기는 지난 21일 오전 3시, 충북 청주의 한 식당 앞 10ℓ 크기의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주차를 마친 근처 주민이 고양이 울음소리인 줄 알고 주변을 살피다 통 안에서 아이를 발견한 겁니다. 어두컴컴하고, 공기도 제대로 통하지 않은 비좁은 통에서 아이는 마치 '자신을 찾아달라'며 애원하듯 울고 있었습니다.

신생아를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김재문 씨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야 할 신생아였다"며, "탯줄을 떼지도 않은 상태여서 상당히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취재진에게 전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사흘 동안 갇혀있던 신생아의 몸에는 10곳이 넘는 상처도 발견됐다.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사흘 동안 갇혀있던 신생아의 몸에는 10곳이 넘는 상처도 발견됐다.

■ "긁히고 베인 상처만 10곳 이상…경찰에 조사 의뢰"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얼굴과 몸에 10곳이 넘는 큰 상처까지 발견됐습니다. 의료진은 "괴사한 상처 부위에서 수많은 벌레까지 번식했다"며, "아기가 사흘 동안 쓰레기통 안에서 버틸 동안 심하게 감염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패혈증과 외상을 앓고 있던 아기는 괴사한 피부 조직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견뎌야 했습니다. 의료진은 "알몸으로 발견된 아기의 몸에 난 심한 상처는 긁히고 베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했습니다.

위독했던 아기는 1차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부 이식 수술도 앞두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아기의 혈액 염증 수치는 많이 떨어졌다"며, "일부 상처 부위가 감염돼 있어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청주지방법원은 신생아를 유기한 친모에게 ‘영아 살해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지난 23일 청주지방법원은 신생아를 유기한 친모에게 ‘영아 살해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경찰, '영아 살해미수혐의' 20대 친모 구속 …"단독 범행 무게"

중환자실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유기한 사람은 20대 친모였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친모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기가 발견된 쓰레기통 주변의 CCTV를 탐문 해 이튿날 자택에 있던 친모를 체포했습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친모에게 '영아 살해미수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아직 친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친모의 범행 이유에 대해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기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의 경위까지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친모의 주변인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은 친모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아기의 치료비와 기저귀 등 물품을 기부하고 싶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전국 각지에서 아기의 치료비와 기저귀 등 물품을 기부하고 싶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 "아기를 돕고 싶어요"…전국에서 온정의 손길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기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KBS 보도로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잇따랐습니다. 보도가 나간 당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KBS 청주총국과 아기가 입원한 충북대병원으로 후원 문의 수백 건이 쇄도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공무원 노조, 종교계 등에 이르기까지, 아기를 돕겠다며 치료비와 기저귀 등 물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전국 맘 카페에서는 '기적의 생존, 신생아'를 위한 후원 운동도 시작됐습니다.

■ "넌 소중한 존재야"…후원 첫날, '14,652,000원' 답지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후원 계좌를 개설해 후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후원이 시작된 첫날에만 200명이 넘는 분들이 14,652,000원을 보내왔습니다. 한 분은 2백만 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아가야 힘내', '넌 소중한 존재야', '꼭 살아야 된다' 등의 격려 메시지도 함께 보내왔습니다.

충북 청주시 또한 출생 신고도 안 된 이 아기가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번호를 부여했고, 아기가 퇴원하면 일시 가정 위탁이나 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의료진은 아기가 앞으로 석 달 동안 몇 차례의 수술과 입원 치료를 더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수술 후 이틀 만에 인공 호흡기를 떼고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는 아기는 누구 탓도 못하고 말도 못하며, 그저 또 한 번 기적의 생존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적의 생존' 신생아 후원 정보]
▶후원 계좌: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43-238-9100~9200, 농협 301-0036-6830-11)
▶물품 기부: 충북 청주시 가경동 행정복지센터(043-201-7815)

[연관 기사]
①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신생아 발견…친모 구속 (2021.8.23/ KBS 뉴스)
②“쓰레기통에서 3일”…유기 신생아 ‘기적의 생존’ (2021.8.24/ KBS 뉴스)
③‘기적의 생존’ 신생아…온정 잇따라 (2021.8.25/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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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67시간의 사투’…‘기적의 생존’ 신생아에 온정의 물결
    • 입력 2021-08-26 11:11:17
    • 수정2021-08-26 11:14:23
    취재후·사건후
지난 21일, 충북 청주 식당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된 신생아가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화면제공: 충북대병원)
■ "생존한 게 기적이에요…의지가 강해요."

갓난아기는 중환자 병실에 누워있었습니다. 인공호흡기 안으로 힘겹게 숨을 내쉬다 가끔씩 울기도 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출생 신고도 못 한 신생아. 아이의 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료진은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생각보다 잘 버텨주고 있어요. 아기가 진통제 없이는 견디기 힘들지만, 스스로 숨도 쉬려고 하고 있고, 스스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어요"

이 아기는 지난 21일 오전 3시, 충북 청주의 한 식당 앞 10ℓ 크기의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발견됐습니다. 주차를 마친 근처 주민이 고양이 울음소리인 줄 알고 주변을 살피다 통 안에서 아이를 발견한 겁니다. 어두컴컴하고, 공기도 제대로 통하지 않은 비좁은 통에서 아이는 마치 '자신을 찾아달라'며 애원하듯 울고 있었습니다.

신생아를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김재문 씨는 "인큐베이터 안에 있어야 할 신생아였다"며, "탯줄을 떼지도 않은 상태여서 상당히 놀랐다"고 당시 상황을 취재진에게 전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통 안에서 사흘 동안 갇혀있던 신생아의 몸에는 10곳이 넘는 상처도 발견됐다.
■ "긁히고 베인 상처만 10곳 이상…경찰에 조사 의뢰"

병원으로 옮겨진 아기는 얼굴과 몸에 10곳이 넘는 큰 상처까지 발견됐습니다. 의료진은 "괴사한 상처 부위에서 수많은 벌레까지 번식했다"며, "아기가 사흘 동안 쓰레기통 안에서 버틸 동안 심하게 감염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패혈증과 외상을 앓고 있던 아기는 괴사한 피부 조직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견뎌야 했습니다. 의료진은 "알몸으로 발견된 아기의 몸에 난 심한 상처는 긁히고 베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다"고 했습니다.

위독했던 아기는 1차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피부 이식 수술도 앞두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아기의 혈액 염증 수치는 많이 떨어졌다"며, "일부 상처 부위가 감염돼 있어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3일 청주지방법원은 신생아를 유기한 친모에게 ‘영아 살해미수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경찰, '영아 살해미수혐의' 20대 친모 구속 …"단독 범행 무게"

중환자실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기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유기한 사람은 20대 친모였다는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친모는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아기가 발견된 쓰레기통 주변의 CCTV를 탐문 해 이튿날 자택에 있던 친모를 체포했습니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친모에게 '영아 살해미수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아직 친모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친모의 범행 이유에 대해 일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기의 몸에서 발견된 상처의 경위까지 조사하고 있는 경찰은 친모의 주변인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까지 경찰은 친모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아기의 치료비와 기저귀 등 물품을 기부하고 싶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 "아기를 돕고 싶어요"…전국에서 온정의 손길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기의 기구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KBS 보도로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온정의 손길이 잇따랐습니다. 보도가 나간 당일 밤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KBS 청주총국과 아기가 입원한 충북대병원으로 후원 문의 수백 건이 쇄도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공무원 노조, 종교계 등에 이르기까지, 아기를 돕겠다며 치료비와 기저귀 등 물품을 전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전국 맘 카페에서는 '기적의 생존, 신생아'를 위한 후원 운동도 시작됐습니다.

■ "넌 소중한 존재야"…후원 첫날, '14,652,000원' 답지

충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후원 계좌를 개설해 후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후원이 시작된 첫날에만 200명이 넘는 분들이 14,652,000원을 보내왔습니다. 한 분은 2백만 원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아가야 힘내', '넌 소중한 존재야', '꼭 살아야 된다' 등의 격려 메시지도 함께 보내왔습니다.

충북 청주시 또한 출생 신고도 안 된 이 아기가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보장번호를 부여했고, 아기가 퇴원하면 일시 가정 위탁이나 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의료진은 아기가 앞으로 석 달 동안 몇 차례의 수술과 입원 치료를 더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첫 수술 후 이틀 만에 인공 호흡기를 떼고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는 아기는 누구 탓도 못하고 말도 못하며, 그저 또 한 번 기적의 생존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기적의 생존' 신생아 후원 정보]
▶후원 계좌: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043-238-9100~9200, 농협 301-0036-6830-11)
▶물품 기부: 충북 청주시 가경동 행정복지센터(043-201-7815)

[연관 기사]
①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신생아 발견…친모 구속 (2021.8.23/ KBS 뉴스)
②“쓰레기통에서 3일”…유기 신생아 ‘기적의 생존’ (2021.8.24/ KBS 뉴스)
③‘기적의 생존’ 신생아…온정 잇따라 (2021.8.25/ K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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