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장마’보다 무서운 ‘가을 장마’…원인과 전망은?

입력 2021.08.27 (06:02) 수정 2021.08.3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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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가을 장마' 9월 초까지 이어질 듯
조선왕조실록, "가을장마에 농사 피해 극심"
기후변화로 과거보다 가을장마 '뚜렷'


12호 태풍 '오마이스'가 짧게 지나가고, 다시 '가을 장마'가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27일)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오겠고, 특히 호남지방에는 시간당 50mm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가을 장마의 위세는 이번 주말을 거쳐 다음 달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여름 장마는 중부지방과 제주 기준으로 역대 3번째로 짧은 장마였습니다. 강수량 역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차 장마'로 불리는 가을 장마가 여름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여름 장마보다 더 세를 키운 올해 가을 장마. 원인은 뭐고, 언제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가을 장마', 여름 장마보다 강했다!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시작되는 여름 장마와 달리, 가을 장마는 북쪽 찬 공기가 아래로 밀고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여름이 지나고 공기가 선선해지는 가을 무렵 다시 정체전선이 활성화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부산지역의 강수량 분포를 보면, 여름 장마가 찾아왔던 지난달보다 이달 들어 더 잦은 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8월 25일의 일 강수량은 146.2mm로 여름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를 퍼부었습니다. 가을 장마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가을 장마는 다음 달 초까지 계속됩니다.

우선 이달 말까지는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폭이 좁은 비구름대가 계속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달로 넘어가면 비는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서쪽에서 온 저기압이 가세하기 때문인데, 특히 '서쪽 지역'과 '남해안'이 타깃입니다.


■ 길고 강한 '가을 장마', 왜?

올해 가을 장마가 거세게 지속 되는 이유는 '기압 배치'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대기 중·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서쪽으로 확장해 있습니다. 따뜻한 남서풍이 계속 밀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한반도 북쪽엔 뜨거운 공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들어진 '저지고압능'이 버티고 있습니다. 저지고압능은 높게 쌓인 공기 기둥이 공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유발하는데요. 이 때문에 북쪽에서 찬 공기를 계속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질이 다른 공기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충돌하면서 다시 정체전선을 형성한 것입니다. 여기에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면서 가을 장마의 세를 계속 키워주고 있는 겁니다.


■ 조선왕조실록에도 있는 '가을 장마'

가을 장마는 여름 장마처럼 매년 규칙적으로 찾아오지도 않고 강수량도 변동이 큽니다. 문제는 자칫 가을 장마가 9월 추석 무렵까지 계속되거나, 태풍과 만나면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옛말에 '가을 장마가 오면 곡식이 썩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큰 피해를 남기는 '가을 장마'는 과거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임금이 오랫동안 흐리고 장마로 인해 오는 재해를 근심하여 “황해도는 큰 비로 인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불쌍하니, 오는 8월 초하루에 당번을 서야하는 시위패가 교대하러 올라오지 말게 하고 기와를 굽는 중들도 모두 놓아 보내라.”고 하였다.
<1434년 8월 28일 세종 16년>

세종실록에는 장마로 흉년이 든 황해도는 부역에 참여하지 말라고 지시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백성들의 곤궁한 생활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이때가 시기적으로 8월 말이니까 바로 '가을 장마'인 셈입니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가을 장마는 '불행을 가져오는 비'로 여겨졌는데요. 실제로 세조실록에는 장맛비가 그치지 않으니 날이 개도록 제사를 지내야 한다거나, 왕이 몸소 검소한 생활을 하고 풍류를 삼갔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장맛비가 달이 넘도록 그치지 않으니 농사에 피해가 대단히 심합니다. 청컨대 날을 가리지 말고 사대문에서 날이 개기를 비는 영제(祭)를 행하고"
<1456년 8월 18일 세조 2년>

임금이 서찰을 승정원에 내려 “장맛비가 너무 많이 내리니, 내가 매우 염려스럽다. 그에 따라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음악을 중지하게 하라.”고 말했다.
<1459년 8월 8일 세조 5년>


■ 거칠고 길어진 '가을 장마'의 변신

여름 장마가 매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가을 장마 역시 예측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최근 들어 가을 장마가 '위협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가을철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남쪽에 머물고 있는 덥고 습한 공기와 만나 대기 불안정이 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파란색 그래프는 1979년~1993년까지 월평균 강수량입니다. 6월 중순 이후 장마가 시작돼 가장 강한 비가 집중되는 시기는 7월 중순이었습니다.

이후 장마가 끝나고 '7말 8초'(7월 말 8월 초)는 비가 적은 '건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학교는 여름 방학을 하고 휴가를 떠나는데요. 이후 2차 우기인 가을장마가 찾아와 8월 말에서 9월 초 절정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빨간색(1994년~2010년) 그래프를 보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름 장마와 가을 장마의 강수량이 엇비슷해졌습니다. 특히 6월 하순 강수량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고, 7월에 비가 줄어든 대신 8월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일단 6월부터 이른 폭염이 찾아와 강한 비도 잦아졌습니다. 반면 장마는 들쑥날쑥 변동 폭이 커졌습니다. 오히려 장마가 끝난 뒤 강수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지 않아 가을 장마가 지속 되거나 8, 9월의 때아닌 '국지성 호우'와 '태풍'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장마라는 말 대신 이 시기를 아울러서 '우기'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기후 위기로 장마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위협적입니다. 지난해 긴 장마가 왔지만, 올해는 짧은 장마에 이어 강력한 가을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내년에는 또 장마가 어떻게 변신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결국,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비'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잇따른 가을 장맛비로 부산 등 남해안에서 피해가 큽니다. 다음 달 초까지도 많은 비가 예고돼 있습니다. '침수'나 '산사태', '농작물 피해'에 대한 긴장의 끈을 아직 풀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연관기사] “과거 장마는 잊어라”…더 길고 흉포해진 ‘장마의 변신’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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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장마’보다 무서운 ‘가을 장마’…원인과 전망은?
    • 입력 2021-08-27 06:02:02
    • 수정2021-08-31 10:16:35
    취재K
<strong>'가을 장마' 9월 초까지 이어질 듯<br />조선왕조실록, "가을장마에 농사 피해 극심"<br />기후변화로 과거보다 가을장마 '뚜렷'</strong>

12호 태풍 '오마이스'가 짧게 지나가고, 다시 '가을 장마'가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오늘(27일)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오겠고, 특히 호남지방에는 시간당 50mm 안팎의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가을 장마의 위세는 이번 주말을 거쳐 다음 달 초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여름 장마는 중부지방과 제주 기준으로 역대 3번째로 짧은 장마였습니다. 강수량 역시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2차 장마'로 불리는 가을 장마가 여름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여름 장마보다 더 세를 키운 올해 가을 장마. 원인은 뭐고, 언제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가을 장마', 여름 장마보다 강했다!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며 시작되는 여름 장마와 달리, 가을 장마는 북쪽 찬 공기가 아래로 밀고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여름이 지나고 공기가 선선해지는 가을 무렵 다시 정체전선이 활성화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부산지역의 강수량 분포를 보면, 여름 장마가 찾아왔던 지난달보다 이달 들어 더 잦은 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8월 25일의 일 강수량은 146.2mm로 여름 장마 때보다 더 많은 비를 퍼부었습니다. 가을 장마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가을 장마는 다음 달 초까지 계속됩니다.

우선 이달 말까지는 남부지방에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폭이 좁은 비구름대가 계속 오르내리며 비를 뿌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달로 넘어가면 비는 전국으로 확대됩니다. 서쪽에서 온 저기압이 가세하기 때문인데, 특히 '서쪽 지역'과 '남해안'이 타깃입니다.


■ 길고 강한 '가을 장마', 왜?

올해 가을 장마가 거세게 지속 되는 이유는 '기압 배치'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대기 중·하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서쪽으로 확장해 있습니다. 따뜻한 남서풍이 계속 밀려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해 있습니다. 한반도 북쪽엔 뜨거운 공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만들어진 '저지고압능'이 버티고 있습니다. 저지고압능은 높게 쌓인 공기 기둥이 공기 흐름을 막는 ‘블로킹 현상’을 유발하는데요. 이 때문에 북쪽에서 찬 공기를 계속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질이 다른 공기들이 한반도 주변에서 충돌하면서 다시 정체전선을 형성한 것입니다. 여기에 저기압이 주기적으로 통과하면서 가을 장마의 세를 계속 키워주고 있는 겁니다.


■ 조선왕조실록에도 있는 '가을 장마'

가을 장마는 여름 장마처럼 매년 규칙적으로 찾아오지도 않고 강수량도 변동이 큽니다. 문제는 자칫 가을 장마가 9월 추석 무렵까지 계속되거나, 태풍과 만나면서 수확을 앞둔 농작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옛말에 '가을 장마가 오면 곡식이 썩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큰 피해를 남기는 '가을 장마'는 과거 '조선왕조실록'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임금이 오랫동안 흐리고 장마로 인해 오는 재해를 근심하여 “황해도는 큰 비로 인해 흉년이 들어 백성들의 생활이 불쌍하니, 오는 8월 초하루에 당번을 서야하는 시위패가 교대하러 올라오지 말게 하고 기와를 굽는 중들도 모두 놓아 보내라.”고 하였다.
<1434년 8월 28일 세종 16년>

세종실록에는 장마로 흉년이 든 황해도는 부역에 참여하지 말라고 지시한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백성들의 곤궁한 생활을 안타깝게 여긴 세종의 마음이 느껴지는데, 이때가 시기적으로 8월 말이니까 바로 '가을 장마'인 셈입니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가을 장마는 '불행을 가져오는 비'로 여겨졌는데요. 실제로 세조실록에는 장맛비가 그치지 않으니 날이 개도록 제사를 지내야 한다거나, 왕이 몸소 검소한 생활을 하고 풍류를 삼갔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합니다.

“장맛비가 달이 넘도록 그치지 않으니 농사에 피해가 대단히 심합니다. 청컨대 날을 가리지 말고 사대문에서 날이 개기를 비는 영제(祭)를 행하고"
<1456년 8월 18일 세조 2년>

임금이 서찰을 승정원에 내려 “장맛비가 너무 많이 내리니, 내가 매우 염려스럽다. 그에 따라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고 음악을 중지하게 하라.”고 말했다.
<1459년 8월 8일 세조 5년>


■ 거칠고 길어진 '가을 장마'의 변신

여름 장마가 매년 다른 특징을 가지고 찾아오고 있습니다. 가을 장마 역시 예측하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최근 들어 가을 장마가 '위협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겁니다. 가을철 북쪽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남쪽에 머물고 있는 덥고 습한 공기와 만나 대기 불안정이 더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파란색 그래프는 1979년~1993년까지 월평균 강수량입니다. 6월 중순 이후 장마가 시작돼 가장 강한 비가 집중되는 시기는 7월 중순이었습니다.

이후 장마가 끝나고 '7말 8초'(7월 말 8월 초)는 비가 적은 '건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때 학교는 여름 방학을 하고 휴가를 떠나는데요. 이후 2차 우기인 가을장마가 찾아와 8월 말에서 9월 초 절정을 이뤘습니다.

그러나 빨간색(1994년~2010년) 그래프를 보면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름 장마와 가을 장마의 강수량이 엇비슷해졌습니다. 특히 6월 하순 강수량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고, 7월에 비가 줄어든 대신 8월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원인은 '기후변화'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일단 6월부터 이른 폭염이 찾아와 강한 비도 잦아졌습니다. 반면 장마는 들쑥날쑥 변동 폭이 커졌습니다. 오히려 장마가 끝난 뒤 강수량이 급증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물러나지 않아 가을 장마가 지속 되거나 8, 9월의 때아닌 '국지성 호우'와 '태풍'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장마라는 말 대신 이 시기를 아울러서 '우기'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을 정도입니다.


기후 위기로 장마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위협적입니다. 지난해 긴 장마가 왔지만, 올해는 짧은 장마에 이어 강력한 가을 장마가 찾아왔습니다. 내년에는 또 장마가 어떻게 변신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결국,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대비'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최근 잇따른 가을 장맛비로 부산 등 남해안에서 피해가 큽니다. 다음 달 초까지도 많은 비가 예고돼 있습니다. '침수'나 '산사태', '농작물 피해'에 대한 긴장의 끈을 아직 풀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연관기사] “과거 장마는 잊어라”…더 길고 흉포해진 ‘장마의 변신’

[인포그래픽: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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