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치매노인·장애인 입소시켜 11년 불법 운영…착취·학대 의혹도

입력 2021.08.30 (19:19) 수정 2021.08.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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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진주의 한 교회 목사가 11년 동안 복지시설을 불법으로 운영한 혐의가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시설은 입소한 노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 지원금을 모두 빼가고, 학대한 정황도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종교시설을 점검하던 중 이 시설을 적발하고서도 시설 폐쇄나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이형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교회 목사가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11년 동안 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운영한 복지시설입니다.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 등 60여 명이 생활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이곳에 입소한 60대 여성의 통장을 보니,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연금이 입금 며칠 만에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이 시설 목사가 입소비 명목으로 빼간 겁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시설 전 입소자/음성변조 : "이 목사가 수급비 해 먹으면서 (연금) 이것도 어떻게 옮겨 갔대요. (선생님 수급비는 돌려받으셨어요?) 안 받았어요, 십 원도."]

지난 2월 기준 이 시설 입소자 62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47명!

시설 목사는 이들 수급자 대부분의 정부 지원금을 대신 관리하는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매달 각 30여만 원부터 백여만 원을 입소비 명목으로 모두 챙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입소자 5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모르거나 통장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현/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시설장께서 급여 관리자로 지정돼서 (통장) 운영을 했는데, 어떻게 사용됐는지 통보, 또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학대 피해자로 저희가 판정한 분들은 통장의 유무를 알지 못했고…."]

입소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필요합니다.

입소한 노인은 27명, 요양보호사 10명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 2~3명뿐이었습니다.

장애인이나 정신 질환자를 돌볼 전문 인력은 아예 없었습니다.

[김현/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실질적 케어(돌봄)가 없었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 같고 케어(돌봄)를 부실하게 한 방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이 의심이 되고."]

해당 목사는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를 거쳐 정부 지원금을 받았으며, 돌봄의 소홀한 점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시설 운영 목사/음성변조 : "좀 일찍 행정에서 우리한테 이렇게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지금처럼 공문을 보내줬더라면 제가 저 죽을 짓을 뭐 하려 하겠냐고요…."]

경찰은 이 시설 목사에 대해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설은 같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불법 운영됐지만 제대로 된 행정 처분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진주시와 관할 면사무소는 불법 시설인 것을 알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상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대처는 어땠을까?

진주시 해당 면사무소는 2010년부터 해당 목사가 입소자 수십 명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있어 6개월마다 지출내역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불법 시설인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급기관인 진주시에는 따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진주시 ○○면사무소 관계자 : "(복지)시설로 수급비가 가거나 주거비가 갈 수밖에 없는데 개개인한테 수급비가 나가고 있으니까 미인가시설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급여 관리 내역을 시로 보고하기 때문에…."]

게다가, 시설 목사는 관리를 맡은 입소자들의 정부 지원금을 현금으로 뽑아 쓰거나 간이영수증으로 처리하는 등 관리 지침도 어겨 행정 지도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면사무소는 올해 초에서야 해당 시설에 현금카드를 발급받게 했고, 뒤늦게 입소자 면담을 통해 13명을 수급비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진주시 ○○면사무소 관계자 : "현금을 쓰면 안 되고 통장 내역에 급여 지출 내역이 다 보여야 하니까. 이 미인가시설이 만들어지면서 계속 그런 (행정지도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주시가 이 시설의 불법 운영 실태를 적발한 것은 코로나19 종교시설 방역 점검 때인 지난해 말입니다.

하지만 올해 3월 공문을 보내 행정 지도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야 입소자들에게 퇴소를 권했습니다.

그사이 해당 시설은 입소자들을 모두 퇴소시켜 진주시의 행정처분을 모두 면했습니다.

[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3월부터 정식 공문으로 해서 8월 31일까지 (신고시설 전환)하지 않으면 시설폐쇄 명령 내린다고…. (행정)처분은 우리가 인지하고 기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진주시는 퇴소한 62명의 행방과 안전조차 파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익권익옹호기관은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현장K, 이형관,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서다은/그래픽:박재희·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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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K] 치매노인·장애인 입소시켜 11년 불법 운영…착취·학대 의혹도
    • 입력 2021-08-30 19:19:06
    • 수정2021-08-31 10: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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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진주의 한 교회 목사가 11년 동안 복지시설을 불법으로 운영한 혐의가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 시설은 입소한 노인들의 기초생활수급비 등 정부 지원금을 모두 빼가고, 학대한 정황도 드러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진주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종교시설을 점검하던 중 이 시설을 적발하고서도 시설 폐쇄나 수사 의뢰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이형관, 차주하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교회 목사가 2010년부터 지난 7월까지 11년 동안 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고 불법 운영한 복지시설입니다.

치매 노인이나 장애인 등 60여 명이 생활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이곳에 입소한 60대 여성의 통장을 보니, 매달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연금이 입금 며칠 만에 모두 빠져나갔습니다.

이 시설 목사가 입소비 명목으로 빼간 겁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시설 전 입소자/음성변조 : "이 목사가 수급비 해 먹으면서 (연금) 이것도 어떻게 옮겨 갔대요. (선생님 수급비는 돌려받으셨어요?) 안 받았어요, 십 원도."]

지난 2월 기준 이 시설 입소자 62명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47명!

시설 목사는 이들 수급자 대부분의 정부 지원금을 대신 관리하는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매달 각 30여만 원부터 백여만 원을 입소비 명목으로 모두 챙긴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입소자 5명을 조사한 결과, 자신의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모르거나 통장도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현/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시설장께서 급여 관리자로 지정돼서 (통장) 운영을 했는데, 어떻게 사용됐는지 통보, 또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 학대 피해자로 저희가 판정한 분들은 통장의 유무를 알지 못했고…."]

입소자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명이 필요합니다.

입소한 노인은 27명, 요양보호사 10명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실제 2~3명뿐이었습니다.

장애인이나 정신 질환자를 돌볼 전문 인력은 아예 없었습니다.

[김현/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 "실질적 케어(돌봄)가 없었다고 보는 게 합당할 것 같고 케어(돌봄)를 부실하게 한 방임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이 의심이 되고."]

해당 목사는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를 거쳐 정부 지원금을 받았으며, 돌봄의 소홀한 점은 없었다고 해명합니다.

[△△시설 운영 목사/음성변조 : "좀 일찍 행정에서 우리한테 이렇게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한다고 지금처럼 공문을 보내줬더라면 제가 저 죽을 짓을 뭐 하려 하겠냐고요…."]

경찰은 이 시설 목사에 대해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횡령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해당 시설은 같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불법 운영됐지만 제대로 된 행정 처분을 한 차례도 받지 않았습니다.

KBS 취재 결과, 진주시와 관할 면사무소는 불법 시설인 것을 알면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상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대처는 어땠을까?

진주시 해당 면사무소는 2010년부터 해당 목사가 입소자 수십 명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있어 6개월마다 지출내역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불법 시설인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상급기관인 진주시에는 따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진주시 ○○면사무소 관계자 : "(복지)시설로 수급비가 가거나 주거비가 갈 수밖에 없는데 개개인한테 수급비가 나가고 있으니까 미인가시설로 인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급여 관리 내역을 시로 보고하기 때문에…."]

게다가, 시설 목사는 관리를 맡은 입소자들의 정부 지원금을 현금으로 뽑아 쓰거나 간이영수증으로 처리하는 등 관리 지침도 어겨 행정 지도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면사무소는 올해 초에서야 해당 시설에 현금카드를 발급받게 했고, 뒤늦게 입소자 면담을 통해 13명을 수급비 관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진주시 ○○면사무소 관계자 : "현금을 쓰면 안 되고 통장 내역에 급여 지출 내역이 다 보여야 하니까. 이 미인가시설이 만들어지면서 계속 그런 (행정지도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주시가 이 시설의 불법 운영 실태를 적발한 것은 코로나19 종교시설 방역 점검 때인 지난해 말입니다.

하지만 올해 3월 공문을 보내 행정 지도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야 입소자들에게 퇴소를 권했습니다.

그사이 해당 시설은 입소자들을 모두 퇴소시켜 진주시의 행정처분을 모두 면했습니다.

[진주시 관계자/음성변조 "3월부터 정식 공문으로 해서 8월 31일까지 (신고시설 전환)하지 않으면 시설폐쇄 명령 내린다고…. (행정)처분은 우리가 인지하고 기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진주시는 퇴소한 62명의 행방과 안전조차 파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장애익권익옹호기관은 이들의 행방을 찾고 있습니다.

현장K, 이형관, 차주하입니다.

촬영기자:지승환· 서다은/그래픽:박재희·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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