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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숙원사업]① 수상한 도로 개설, 농지도 없는데 왜 농로를?
입력 2021.08.31 (10:27) 수정 2021.08.31 (15:31) 930뉴스(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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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대구총국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실과 대안을 집중 보도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청도군에 새로 생긴 수상한 도로를 통해 주민숙원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드립니다.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도의 한 야산을 깎아 새로 만든 도로입니다.

2년 전 이 마을 이장이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청도군청에 도로 개설을 신청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농산물 수송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청도군은 예산 2억5천만 원을 들여 도로 공사를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를 와보니, 이렇게 가파르게 절벽이 있고요,

또 산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 농사를 지을 만한 농지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청도군은 예산 편성 전에 도로 주변상황 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았습니다.

[청도군 공무원/음성변조 : "(농지는 근처에는 없습니까?) 근처에는 농지는 없는 것 같고."]

마을 이장 역시 동네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사업을 신청했고, 심지어 도로 주변 땅 주인 십여 명 가운데 80%는 대구와 파주 등 외지인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을 이장/음성변조 : "외지인이든 이 지역 사람이든 어쨌든 지역 발전이잖아요. 그게요."]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민숙원사업 제도를 악용해 도로를 개설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로 주변에 타운하우스 단지 조성이 추진 중인데다 이장이 부동산 중개업자라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런 사업들은 분명히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장)이 주민숙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외지인들 위해서 땅값만 올리는 격이 된 거니까."]

농지도 없는데 농로를 개설한 주민숙원사업, 도대체 이 제도는 무엇이고,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어서 김도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주민 숙원 사업.

마을을 잇는 도로와 교량을 짓고 경로당을 새로 만들거나 늘리는 등, 그 이름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민원을 해결해주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숙업사업이 법적근거가 없고 개념정리도 안된 각 지자체의 재량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각 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이나 자치위원의 서명을 받은 뒤 해당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전라도 A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이장님이 결정을 해서 저희한테 올리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믿는 거죠. 아 잘해서 했겠지. 그렇게 믿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사업 시행 기준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사업이 타당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검증 과정이 없습니다.

공무원들이 이장을 통해서만 정보를 확인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는 허점을 악용하면 부정 부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경기도 B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심의를 안 해요. 이장님들이 민원을 접수하잖아요. 심의까지는 안 하고, 민원 받아서 하는 거죠."]

[경상도 C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마을에 보면 유지들이 있으시잖아요. 그분들 근처에 땅에 길을 내준다던 지, 이런 거는 있었죠."]

게다가 소수의 공무원이 수백, 수천여 건의 주민숙원사업을 접수받아 진행하는 탓에 부정을 걸러낼 수도 없습니다.

[전라도 D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사실 네 명이서 숙원 사업 한 3백 개? 솔직히 물리적으로 (검증)절대 못 합니다. 한 지자체라도 한다고 그러면 거짓말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굉장히 불투명하고, 이게 어떻게 결정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바깥에서는 사실 제대로 알기 힘든, 일종의 분식이 된다고 봐야죠. 분식회계처럼."]

KBS대구 취재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4년 이후 전국 자치단체의 주민숙원사업 내용을 받은 결과 그 전체 예산이 무려 6조 5천억 원, 매년 1조 원 이상 집행됐습니다.

막대한 예산임에도 주먹구구로 집행되며 줄줄 새고 있는 주민숙원사업 예산.

KBS대구총국은 이 예산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까지 차근차근 풀어가며 연속 보도하겠습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김현정
  • [주민숙원사업]① 수상한 도로 개설, 농지도 없는데 왜 농로를?
    • 입력 2021-08-31 10:27:00
    • 수정2021-08-31 15:31:04
    930뉴스(대구)
[앵커]

KBS대구총국이 주민숙원사업의 허실과 대안을 집중 보도하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첫 순서로 청도군에 새로 생긴 수상한 도로를 통해 주민숙원사업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려드립니다.

박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도의 한 야산을 깎아 새로 만든 도로입니다.

2년 전 이 마을 이장이 주민숙원사업 명목으로 청도군청에 도로 개설을 신청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려면 농산물 수송로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에 청도군은 예산 2억5천만 원을 들여 도로 공사를 집행했습니다.

그런데 이 도로를 와보니, 이렇게 가파르게 절벽이 있고요,

또 산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서 있습니다.

도로 주변에 농사를 지을 만한 농지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청도군은 예산 편성 전에 도로 주변상황 조차 제대로 살피지 않았습니다.

[청도군 공무원/음성변조 : "(농지는 근처에는 없습니까?) 근처에는 농지는 없는 것 같고."]

마을 이장 역시 동네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사업을 신청했고, 심지어 도로 주변 땅 주인 십여 명 가운데 80%는 대구와 파주 등 외지인으로 확인됐습니다.

[마을 이장/음성변조 : "외지인이든 이 지역 사람이든 어쨌든 지역 발전이잖아요. 그게요."]

마을 주민들은 외지인들이 부동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민숙원사업 제도를 악용해 도로를 개설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로 주변에 타운하우스 단지 조성이 추진 중인데다 이장이 부동산 중개업자라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지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음성변조 :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죠. 이런 사업들은 분명히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장)이 주민숙원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외지인들 위해서 땅값만 올리는 격이 된 거니까."]

농지도 없는데 농로를 개설한 주민숙원사업, 도대체 이 제도는 무엇이고, 근본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어서 김도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주민 숙원 사업.

마을을 잇는 도로와 교량을 짓고 경로당을 새로 만들거나 늘리는 등, 그 이름처럼 규모는 크지 않지만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민원을 해결해주는 사업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주민숙업사업이 법적근거가 없고 개념정리도 안된 각 지자체의 재량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각 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이장이나 자치위원의 서명을 받은 뒤 해당 지자체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데,

[전라도 A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이장님이 결정을 해서 저희한테 올리거든요. 그러면 저희는 믿는 거죠. 아 잘해서 했겠지. 그렇게 믿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사업 시행 기준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사업이 타당한지, 문제점은 없는지 확인하는 검증 과정이 없습니다.

공무원들이 이장을 통해서만 정보를 확인하고 예산을 집행한다는 허점을 악용하면 부정 부패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입니다.

[경기도 B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심의를 안 해요. 이장님들이 민원을 접수하잖아요. 심의까지는 안 하고, 민원 받아서 하는 거죠."]

[경상도 C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마을에 보면 유지들이 있으시잖아요. 그분들 근처에 땅에 길을 내준다던 지, 이런 거는 있었죠."]

게다가 소수의 공무원이 수백, 수천여 건의 주민숙원사업을 접수받아 진행하는 탓에 부정을 걸러낼 수도 없습니다.

[전라도 D 지자체 공무원/음성변조 : "사실 네 명이서 숙원 사업 한 3백 개? 솔직히 물리적으로 (검증)절대 못 합니다. 한 지자체라도 한다고 그러면 거짓말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하승수/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굉장히 불투명하고, 이게 어떻게 결정되고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서 바깥에서는 사실 제대로 알기 힘든, 일종의 분식이 된다고 봐야죠. 분식회계처럼."]

KBS대구 취재진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2014년 이후 전국 자치단체의 주민숙원사업 내용을 받은 결과 그 전체 예산이 무려 6조 5천억 원, 매년 1조 원 이상 집행됐습니다.

막대한 예산임에도 주먹구구로 집행되며 줄줄 새고 있는 주민숙원사업 예산.

KBS대구총국은 이 예산의 현황과 문제점, 대안까지 차근차근 풀어가며 연속 보도하겠습니다.

KBS 뉴스 김도훈입니다.

촬영기자:신상응/그래픽김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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