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보통강변에 웬 고급 주택?…김정은식 선물 통치

입력 2021.09.04 (08:05) 수정 2021.09.04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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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 보통강변에 테라스를 갖춘 초호화 주택 건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네, 평양 최고 입지에 800세대의 복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근로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거라고 합니다.

북한은 당장 올해에만 100만여 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초호화 주택을 선물용으로 짓는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네, 이른바 '선물 정치'는 북한의 오랜 통치 수단이기도 한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우산을 들고 평양 보통강변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8월 21일 :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 사업을 현지 지도하셨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김 위원장의 모습과 함께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의 외형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에서 다락식 주택은 테라스를 갖춘 고급 주택을 뜻한다.

지난 4월만 하더라도 조감도 외에 어떤 모습도 공개되지 않았는데, 불과 넉 달 만에 외관 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조선중앙TV/8월 21일 : "보통강 기슭에 현대적이면서도 특색 있게 건설되고 있는 인민의 이상 거리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자기의 웅장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3월 26일 평양 만 세대 주택 착공 사흘 만에 보통강변에 다락식 주택이 건설된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3월 26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에 호안 다락식 주택구를 새로 일떠세울 구상을 밝히셨습니다."]

직접 조감도까지 들고나와 800세대의 복층 고급 주택 건설을 지시한 김 위원장.

이렇게 되면 올해 평양에만 약 만 천 세대의 주택이 지어지게 된다.

북한 당국은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김 위원장 자신도 식량난을 인정할 정도로 열악한 경제 상황 속에서 눈에 보이는 치적 쌓기가 목적이라는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경제의 기초 산업 부분에선 희망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용, 민생용 토목 건설 이쪽은 보여줄 수 있거든요. 그런 과시적인 이벤트성 성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건설 분야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능라인민유원지, 문수물놀이장 같은 대형 위락시설이 평양에 들어섰고, 평양 순안비행장과 원산비행장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집권 첫해 조성된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 창전거리.

[조선중앙TV/2012년 5월 : "45층 베란다에서 음양 화려하게 전변된 창전거리의 전경을 바라보시면서 짧은 기간에 이처럼 훌륭한 살림집들을 일떠세운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하셨습니다."]

2013년 준공된 은하과학자거리와 53층 주상복합아파트로 대표되는 미래과학자거리.

2017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을 맞아 세워진 려명거리도 북한의 대표적인 주택 건설 사업이다.

[려명거리 건설 관계자/2017년 3월 : "려명거리는 건설하기 전에 있던 낡은 건물, 살림집 1,500여 세대를 철거하고 새로 4,820여 세대를 이렇게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주택들은 북한의 과학자, 교육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보급되면서 일종의 선물 정치로 평가받았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지구 역시 좋은 입지와 경관을 모두 갖추고 있어 김 위원장의 선물 정치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택단지 뒤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 언덕이 위치한다.

맞은편에는 김 위원장 일가와 고위 간부들의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 영재학교인 평양제1중학교와 각종 편의,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보통강변은 내각과 당 간부들이 몰려 사는 평양 부촌이라는 게 39호실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그 지역 자체가 왜 귀한 자리냐면 만수대 언덕을 중심으로 두고 만수대 언덕 바로 밑에 있거든요. 또 5분, 10분 걸으면 대동강으로 넘어가고, 앞에는 보통강이고. 그리고 보통문을 중심으로 그쪽에 중앙당 청사였는데 호위사령부가 지키고 있어서 차도 그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위치적으로 거기가 굉장히 귀한 자리인 건 맞다."]

고급 타운하우스를 연상하게 하는 건물 외형과 견본용으로 공개된 세대의 내부도 기존의 북한 주택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북한 농촌 지역의 천편일률적인 단층 살림집과 비교하면 더 큰 대조를 이룬다.

[조선중앙TV/3월 26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 호안 다락식 주택구 800세대 건설은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각 부문의 노력 혁신자, 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선물하려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부 세대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 고급 주택의 주인은 평양 핵심 지지층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결국 간부들과 충성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용이라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물론 본인 입으론 문필가 근로자들에게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라 얘기했는데요. 사실은 일부는 나눠주겠지만 부부장급 이상의 고급 간부들에게나 대부분 나눠준다는게 평양에 돌고 있는 소문이고요. 그 때문에 일종의 선물 정치라고 볼 수 있어요."]

선물 정치는 북한의 오랜 정치 수단 중 하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자신의 생일과 김일성 주석 생일 때마다 당과 군의 간부에게 고급시계를 선물해 충성경쟁을 유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 스위스에서 고급시계를 들여와 간부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대북제재 조정을 바라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특히 생필품 수입 제재에서 꼭 풀어야 할 품목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을 꼽았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 "고급 양주와 양복이 왜 포함되냐 했더니 김정은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다. 평양 상류층 생필품이라는 거죠."]

상류층을 위한 사치품 수입을 풀어달라고 하는 것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기반이 흔들리는 징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흔들리는 김정은호가 다시 선대의 선물정치로 돌아가서 채찍으로만 그동안 독려했던 간부들을 다시 결속시키는. 이젠 선물정치를 통해서 자기들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그런 작업을 김정은식 선물정치의 본격화라고 볼 수 있죠."]

대북 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선물이 보통강변의 초호화 주택이라는 것.

북한 당국은 어떻게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대로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내려고 할 거라는 분석이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중요한 게 내장재예요. 사진을 봤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가구들이 수입품은 아니에요. 북한의 가구 공장들에서 생산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회사들이 한때 우리 한국의 가구 회사 제품들이라든가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들 디자인을 모방해서 꽤 잘 만듭니다."]

김 위원장이 세 차례나 현지 지도를 한 만큼 완공 시점은 치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제일 좋은 타이밍은 10월 10일이죠. 10월 10일에 입주를 하는 게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서 가장 그림이 좋을 테고, 아니면 12월 전에라도 입주가 다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수입물자가 턱없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물 정치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선물정치의 특징은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북제재 코로나 국경봉쇄로 이미 외화도 고갈 났거든요. 그렇게 보면 선물정치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선물정치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도 김정은 체제엔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일시적인 처방에 불가하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단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국가에 닥친 유례없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주민들에게 몇 번이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도 반복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선물정치라는 카드를 꺼내든 김정은 위원장.

상류층을 위한 초호화 주택 건설을 통해 내부 결속과 지지 계층 단속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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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보통강변에 웬 고급 주택?…김정은식 선물 통치
    • 입력 2021-09-04 08:05:51
    • 수정2021-09-04 08: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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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평양 보통강변에 테라스를 갖춘 초호화 주택 건설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네, 평양 최고 입지에 800세대의 복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근로자들에게 선물로 나눠줄 거라고 합니다.

북한은 당장 올해에만 100만여 톤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인데요.

이런 가운데 초호화 주택을 선물용으로 짓는다는 건 선뜻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네, 이른바 '선물 정치'는 북한의 오랜 통치 수단이기도 한데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1일, 우산을 들고 평양 보통강변에 등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8월 21일 :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건설 사업을 현지 지도하셨습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김 위원장의 모습과 함께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의 외형을 처음 공개했다.

북한에서 다락식 주택은 테라스를 갖춘 고급 주택을 뜻한다.

지난 4월만 하더라도 조감도 외에 어떤 모습도 공개되지 않았는데, 불과 넉 달 만에 외관 공사가 완료된 것이다.

[조선중앙TV/8월 21일 : "보통강 기슭에 현대적이면서도 특색 있게 건설되고 있는 인민의 이상 거리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자기의 웅장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북한은 3월 26일 평양 만 세대 주택 착공 사흘 만에 보통강변에 다락식 주택이 건설된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TV/3월 26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에 호안 다락식 주택구를 새로 일떠세울 구상을 밝히셨습니다."]

직접 조감도까지 들고나와 800세대의 복층 고급 주택 건설을 지시한 김 위원장.

이렇게 되면 올해 평양에만 약 만 천 세대의 주택이 지어지게 된다.

북한 당국은 수도 시민들의 살림집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분석한다.

김 위원장 자신도 식량난을 인정할 정도로 열악한 경제 상황 속에서 눈에 보이는 치적 쌓기가 목적이라는 평가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경제의 기초 산업 부분에선 희망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용, 민생용 토목 건설 이쪽은 보여줄 수 있거든요. 그런 과시적인 이벤트성 성과주의에 집착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부터 건설 분야에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능라인민유원지, 문수물놀이장 같은 대형 위락시설이 평양에 들어섰고, 평양 순안비행장과 원산비행장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다.

집권 첫해 조성된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 창전거리.

[조선중앙TV/2012년 5월 : "45층 베란다에서 음양 화려하게 전변된 창전거리의 전경을 바라보시면서 짧은 기간에 이처럼 훌륭한 살림집들을 일떠세운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하셨습니다."]

2013년 준공된 은하과학자거리와 53층 주상복합아파트로 대표되는 미래과학자거리.

2017년 김일성 주석 생일 105주년을 맞아 세워진 려명거리도 북한의 대표적인 주택 건설 사업이다.

[려명거리 건설 관계자/2017년 3월 : "려명거리는 건설하기 전에 있던 낡은 건물, 살림집 1,500여 세대를 철거하고 새로 4,820여 세대를 이렇게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지어진 주택들은 북한의 과학자, 교육자들에게 보상 차원으로 보급되면서 일종의 선물 정치로 평가받았다.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지구 역시 좋은 입지와 경관을 모두 갖추고 있어 김 위원장의 선물 정치 목적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택단지 뒤로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 언덕이 위치한다.

맞은편에는 김 위원장 일가와 고위 간부들의 전용 병원인 봉화진료소, 영재학교인 평양제1중학교와 각종 편의, 문화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보통강변은 내각과 당 간부들이 몰려 사는 평양 부촌이라는 게 39호실 출신 탈북민의 설명이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그 지역 자체가 왜 귀한 자리냐면 만수대 언덕을 중심으로 두고 만수대 언덕 바로 밑에 있거든요. 또 5분, 10분 걸으면 대동강으로 넘어가고, 앞에는 보통강이고. 그리고 보통문을 중심으로 그쪽에 중앙당 청사였는데 호위사령부가 지키고 있어서 차도 그쪽으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위치적으로 거기가 굉장히 귀한 자리인 건 맞다."]

고급 타운하우스를 연상하게 하는 건물 외형과 견본용으로 공개된 세대의 내부도 기존의 북한 주택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북한 농촌 지역의 천편일률적인 단층 살림집과 비교하면 더 큰 대조를 이룬다.

[조선중앙TV/3월 26일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보통문 주변 강안지구 호안 다락식 주택구 800세대 건설은 당과 국가를 위해 헌신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각 부문의 노력 혁신자, 공로자들과 과학자, 교육자, 문필가를 비롯한 근로자들에게 선물하려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일부 세대를 제외하더라도 대부분 고급 주택의 주인은 평양 핵심 지지층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결국 간부들과 충성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물용이라는 것이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물론 본인 입으론 문필가 근로자들에게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 근로자들에게 나눠주라 얘기했는데요. 사실은 일부는 나눠주겠지만 부부장급 이상의 고급 간부들에게나 대부분 나눠준다는게 평양에 돌고 있는 소문이고요. 그 때문에 일종의 선물 정치라고 볼 수 있어요."]

선물 정치는 북한의 오랜 정치 수단 중 하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생전에 자신의 생일과 김일성 주석 생일 때마다 당과 군의 간부에게 고급시계를 선물해 충성경쟁을 유도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초기 스위스에서 고급시계를 들여와 간부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대북제재 조정을 바라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은 특히 생필품 수입 제재에서 꼭 풀어야 할 품목으로 고급 양주와 양복을 꼽았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 "고급 양주와 양복이 왜 포함되냐 했더니 김정은이 혼자 소비하는 게 아니라 평양 상류층 배급용이다. 평양 상류층 생필품이라는 거죠."]

상류층을 위한 사치품 수입을 풀어달라고 하는 것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 기반이 흔들리는 징후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흔들리는 김정은호가 다시 선대의 선물정치로 돌아가서 채찍으로만 그동안 독려했던 간부들을 다시 결속시키는. 이젠 선물정치를 통해서 자기들 지지기반을 강화하는 그런 작업을 김정은식 선물정치의 본격화라고 볼 수 있죠."]

대북 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막힌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내부에서 만들어 줄 수 있는 선물이 보통강변의 초호화 주택이라는 것.

북한 당국은 어떻게든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대로 올해 안에 공사를 끝내려고 할 거라는 분석이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중요한 게 내장재예요. 사진을 봤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가구들이 수입품은 아니에요. 북한의 가구 공장들에서 생산하고 있는 거거든요. 이 회사들이 한때 우리 한국의 가구 회사 제품들이라든가 중국이나 동남아 제품들 디자인을 모방해서 꽤 잘 만듭니다."]

김 위원장이 세 차례나 현지 지도를 한 만큼 완공 시점은 치적을 극대화할 수 있는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일국/전 '노동당 39호실' 근무/2015년 탈북 : "제일 좋은 타이밍은 10월 10일이죠. 10월 10일에 입주를 하는 게 당 창건 기념일에 맞춰서 가장 그림이 좋을 테고, 아니면 12월 전에라도 입주가 다 가능할 겁니다."]

그러나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수입물자가 턱없이 줄어든 상황에서 선물 정치의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선물정치의 특징은 지속성이 있어야 합니다. 대북제재 코로나 국경봉쇄로 이미 외화도 고갈 났거든요. 그렇게 보면 선물정치 자체가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선물정치를 지속할 수 있는 여력도 김정은 체제엔 없는 거죠. 그러니까 일시적인 처방에 불가하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지난해 10월 10일 북한의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연단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연신 눈물을 훔치며 국가에 닥친 유례없는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주민들에게 몇 번이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도 반복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언제나 제대로 한번 보답이 따르지 못해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아직 노력과 정성이 부족하여 우리 인민들이 생활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난 속에서 선물정치라는 카드를 꺼내든 김정은 위원장.

상류층을 위한 초호화 주택 건설을 통해 내부 결속과 지지 계층 단속을 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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