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한 복지시설의 두 얼굴…11년 불법 운영에 학대·횡령 의혹까지

입력 2021.09.04 (10:13) 수정 2021.09.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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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의 한 시골 마을. 구불구불 경사진 산길을 따라 오르면, 외딴 언덕에 들어선 새하얀 건물이 나옵니다. 한 목사가 치매 노인과 장애인 등 60여 명과 함께 생활해 온 복지 시설입니다.

지역사회에서는 '목사님이 오랫동안 오갈 데 없는 약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봐왔다'라고도 알려져 있었는데요. 이 시설에 음식이나 기부금 등을 전하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선량한 시설'로 알려졌던 곳이지만, 운영 11년만인 최근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알고 봤더니 자치단체에 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 복지시설'인 데다, 목사가 입소자들의 정부지원금을 모두 챙겼고 돌봄도 소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대체 이곳에서 1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연관기사] [현장K] 치매 노인·장애인 입소시켜 11년 불법 운영…착취·학대 의혹도
[연관기사] [집중취재] 불법 복지시설 입소 노인·장애인 어디로?…행방 묘연

■ 의혹① : "입소자 기초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각종 정부지원금 모두 챙겨"

취재진은 이 시설에서 2년 동안 생활했던 60대 여성 A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연금 등 60만 원가량을 매달 나라에서 받았는데요. 하지만 정작 입소 기간, 이 돈을 직접 쓰거나 관리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A씨 통장 내역을 보니, 입소 기간 매달 들어온 정부지원금 대부분이 입금 며칠 만에 현금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시설 목사가 입소비 명목으로 빼 간 건데, A씨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A씨와의 인터뷰를 직접 싣습니다.

시설 전 입소자 A씨
"몰랐어요, 나는 수급자인지."
(기자: 2년 동안요?) "(시설) 나오는 날까지 몰랐어요. (퇴소하고 통장 내역) 빼 보니까 수급비가 들어와서 그때 알았어요."
(기자: 수급비는 돌려받으셨어요?) "안 받았어요, 십 원도.”

A씨를 포함해 지난 2월 기준, 이 시설 입소자 62명 가운데 47명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습니다.

취재 결과, 이 시설을 운영하는 목사는 입소자 가운데 40명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이들이 받던 정부지원금을 입소비 명목으로 전액 챙겼습니다. 한 사람당 한 달 30여만 원부터 최대 백만 원에 이르는 규모였는데요. 급여관리자는 치매나 장애 등을 이유로 의사 무능력자로 분류된 이들의 정부지원금을 대신 관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가져간 겁니다. 이에 대해 목사는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입소비로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해당 시설 입소자 가운데 5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은 자신의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모르거나 통장도 못 봤다고 했습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김현 관장은 "수급비와 기초연금, 심지어 코로나19 지원금까지 전부 빼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당사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의혹 ② : "식단도 부실…대부분 텃밭 채소, 고기는 일요일만, 생선은 명절에만"

입소자들의 정부지원금을 매달 전부 가져간 이 시설! 그렇다면, 시설 측은 입소자들을 잘 돌봤을까요?

전 입소자인 A씨는 "식단도 부실했다"라고 증언합니다. A씨는 2년 동안 이 시설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는데요. 한 달에 50만 원~100만 원을 받으며, 종일 주방장을 돕고 설거지를 했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식단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답변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설 전 입소자 A씨
(기자: 주 반찬은 뭐예요?)
"(시설 주변) 밭에서 나는 거요. 오이고 감자고 밭에서 다 심거든요."
"고기는 일요일마다 줘요. 일요일 낮에. …명절 때 말고는 생선 구경 못 해요."
"계란 못 쓰게 해요, 비싸. 일하는 사람도 우유 주면 난리가 나요."
"점심 시간에 설거지하고 참(간식) 준비해야지요. 교도소에서 실습한다고 만든 그런 거. 오래된 빵. … 전자레인지로 녹지도 않고 힘들어요."

A씨에 따르면 시설 식단 대부분은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만들었고, 고기는 일주일에 한 차례, 생선은 명절에만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입소자 간식으로는 주변 교도소에서 만든 실습용 빵을 얻어와 얼렸다가 녹여서 줬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또, 시설 측이 입소자 일부에게 시설 주변 텃밭 일을 시켜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설 목사는 "먹거리 일부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과 밭을 가꿔왔다"라며, "입소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입소비만으로 운영이 어려워 주변 복지시설 등에서 식재료를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 의혹 ③: "치매, 장애인, 정신질환자 40~50명에 요양보호사는 2~3명뿐"

이 시설에는 입소자들을 돌볼 직원도 턱없이 부족해 방임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이 시설 입소자는 올해 2월 기준 62명! 이 가운데 노인은 27명, 장애인은 29명입니다. 시설 측은 입소자 일부는 병원에 입원해 통상 40~50명이 시설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는데요. 또, 노인 대부분은 치매 증상이 있었고 지적 장애가 있거나 조울·우울 등 정신질환을 앓는 입소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치매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을 앓는 입소자 수십 명이 한 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한 건데요.

하지만 시설 직원은 7~8명뿐이었습니다. 목사와 사무국장, 주방장 등이고, 요양보호사는 2~3명에 그쳤습니다. 교대 근무를 생각하면 요양보호사 1명이 치매 노인과 장애인 수십 명을 한꺼번에 돌본 셈입니다.


현행법상 노인요양시설은 노인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 필요합니다. 노인 입소자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시설에는 법적으로 최소 요양보호사 10명 이상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시설이 아니면 수용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시설은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최소한의 돌봄을 보장하기 위해 법에서 규정한 사항 그 어떤 것도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목사는 자신이 시설에 함께 살며 밤에도 입소자들을 돌봐왔다며, 돌봄에 소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11년 동안 불법운영, 자치단체는 정말 몰랐을까? '알고도 수수방관'

이쯤 되면 궁금합니다. 시설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었다지만, 어떻게 10년 넘게 불법 운영될 수 있었을까요?

현행법상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KBS 취재 결과, 진주시 담당 면사무소는 지난 2010년부터 해당 시설이 불법임을 알았지만,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면사무소 측은, 이 시설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수십 명이 10여 년 전부터 전입 신고해 있어 집단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시설 목사가 이들 중 상당수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6개월마다 면사무소에 기초수급비 관리 내역도 보고해 와 불법 시설 정황을 알아챘습니다.

진주시 OO면 사무소 관계자

"합법적인 복지시설이라면 입소자들의 수급비 일부가 시설 법인 계좌로 지급되지만, 해당 시설은 입소자 각각에게 수급비가 지급됐다. 복지 담당이라면 불법 시설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면사무소는 불법시설 운영을 상급기관인 진주시 담당 부서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미신고 시설에 대한 조치는 면사무소 업무가 아닌 데다, 시설 목사로부터 제출받은 수급비 관리 내역을 시에도 보고했으니, 시에서 불법시설임을 알아챘을 거라고 짐작했다는 겁니다.

자치단체의 '황당한' 행정은 상급기관인 진주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진주시가 이 시설의 불법 운영 실태를 적발한 것은 코로나19 종교시설 방역 점검 때인 지난해 말! 하지만 올해 3월부터 공문을 보내며 행정 지도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야 입소자들에게 퇴소를 권했습니다. 심지어 8월 말까지 계도기간도 줬습니다.


결국, 그사이 해당 시설은 입소자들을 모두 퇴소시켰고, 진주시는 아무런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설이 11년 동안이나 불법으로 운영되는 동안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진주시는 무엇을 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 불법 복지시설 입소 노인·장애인 어디로?…행방 묘연

KBS 보도 이후, 이 시설의 불법 운영은 11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현재 경찰은 최근 해당 시설 목사와 직원 등 3명을 입건하는 한편, 이 시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시설 목사에 대해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공금 횡령 혐의 등을 적용했고, 노인과 장애인 학대·방임 의혹과 퇴소자 행방 등도 추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현재 시설 퇴소자 수십 명의 행방과 안전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 측은 퇴소 결과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으며, 관할 자치단체인 진주시도 입소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익권익옹호기관이 이들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지만, 권한 부족으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불법시설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던 입소자들. 이들 가운데는 갈 곳 없는 무연고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당수는 치매 등 질환도 있어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큽니다. 불법 시설에 대한 조사와 처벌 못지 않게, 이곳에 입소했던 사회적 약자 수십 명의 안전 확인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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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한 복지시설의 두 얼굴…11년 불법 운영에 학대·횡령 의혹까지
    • 입력 2021-09-04 10:13:27
    • 수정2021-09-04 10:14:58
    취재후·사건후

경남 진주의 한 시골 마을. 구불구불 경사진 산길을 따라 오르면, 외딴 언덕에 들어선 새하얀 건물이 나옵니다. 한 목사가 치매 노인과 장애인 등 60여 명과 함께 생활해 온 복지 시설입니다.

지역사회에서는 '목사님이 오랫동안 오갈 데 없는 약자들을 헌신적으로 돌봐왔다'라고도 알려져 있었는데요. 이 시설에 음식이나 기부금 등을 전하는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선량한 시설'로 알려졌던 곳이지만, 운영 11년만인 최근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알고 봤더니 자치단체에 신고도 하지 않은 '불법 복지시설'인 데다, 목사가 입소자들의 정부지원금을 모두 챙겼고 돌봄도 소홀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대체 이곳에서 11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연관기사] [현장K] 치매 노인·장애인 입소시켜 11년 불법 운영…착취·학대 의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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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혹① : "입소자 기초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각종 정부지원금 모두 챙겨"

취재진은 이 시설에서 2년 동안 생활했던 60대 여성 A씨를 어렵게 만났습니다. A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비와 연금 등 60만 원가량을 매달 나라에서 받았는데요. 하지만 정작 입소 기간, 이 돈을 직접 쓰거나 관리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실제 A씨 통장 내역을 보니, 입소 기간 매달 들어온 정부지원금 대부분이 입금 며칠 만에 현금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시설 목사가 입소비 명목으로 빼 간 건데, A씨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A씨와의 인터뷰를 직접 싣습니다.

시설 전 입소자 A씨
"몰랐어요, 나는 수급자인지."
(기자: 2년 동안요?) "(시설) 나오는 날까지 몰랐어요. (퇴소하고 통장 내역) 빼 보니까 수급비가 들어와서 그때 알았어요."
(기자: 수급비는 돌려받으셨어요?) "안 받았어요, 십 원도.”

A씨를 포함해 지난 2월 기준, 이 시설 입소자 62명 가운데 47명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였습니다.

취재 결과, 이 시설을 운영하는 목사는 입소자 가운데 40명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이들이 받던 정부지원금을 입소비 명목으로 전액 챙겼습니다. 한 사람당 한 달 30여만 원부터 최대 백만 원에 이르는 규모였는데요. 급여관리자는 치매나 장애 등을 이유로 의사 무능력자로 분류된 이들의 정부지원금을 대신 관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정부지원금을 가져간 겁니다. 이에 대해 목사는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입소비로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해당 시설 입소자 가운데 5명을 조사했더니, 이들은 자신의 정부 지원금이 얼마인지 모르거나 통장도 못 봤다고 했습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김현 관장은 "수급비와 기초연금, 심지어 코로나19 지원금까지 전부 빼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지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당사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 의혹 ② : "식단도 부실…대부분 텃밭 채소, 고기는 일요일만, 생선은 명절에만"

입소자들의 정부지원금을 매달 전부 가져간 이 시설! 그렇다면, 시설 측은 입소자들을 잘 돌봤을까요?

전 입소자인 A씨는 "식단도 부실했다"라고 증언합니다. A씨는 2년 동안 이 시설에서 주방 보조로 일했는데요. 한 달에 50만 원~100만 원을 받으며, 종일 주방장을 돕고 설거지를 했다고 말합니다. 취재진이 식단이 어땠는지 물었더니, 답변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시설 전 입소자 A씨
(기자: 주 반찬은 뭐예요?)
"(시설 주변) 밭에서 나는 거요. 오이고 감자고 밭에서 다 심거든요."
"고기는 일요일마다 줘요. 일요일 낮에. …명절 때 말고는 생선 구경 못 해요."
"계란 못 쓰게 해요, 비싸. 일하는 사람도 우유 주면 난리가 나요."
"점심 시간에 설거지하고 참(간식) 준비해야지요. 교도소에서 실습한다고 만든 그런 거. 오래된 빵. … 전자레인지로 녹지도 않고 힘들어요."

A씨에 따르면 시설 식단 대부분은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만들었고, 고기는 일주일에 한 차례, 생선은 명절에만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입소자 간식으로는 주변 교도소에서 만든 실습용 빵을 얻어와 얼렸다가 녹여서 줬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또, 시설 측이 입소자 일부에게 시설 주변 텃밭 일을 시켜왔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설 목사는 "먹거리 일부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들과 밭을 가꿔왔다"라며, "입소자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 "입소비만으로 운영이 어려워 주변 복지시설 등에서 식재료를 받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 의혹 ③: "치매, 장애인, 정신질환자 40~50명에 요양보호사는 2~3명뿐"

이 시설에는 입소자들을 돌볼 직원도 턱없이 부족해 방임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취재를 통해 확인한 이 시설 입소자는 올해 2월 기준 62명! 이 가운데 노인은 27명, 장애인은 29명입니다. 시설 측은 입소자 일부는 병원에 입원해 통상 40~50명이 시설에서 생활했다고 밝혔는데요. 또, 노인 대부분은 치매 증상이 있었고 지적 장애가 있거나 조울·우울 등 정신질환을 앓는 입소자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치매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을 앓는 입소자 수십 명이 한 시설에서 10년 넘게 생활한 건데요.

하지만 시설 직원은 7~8명뿐이었습니다. 목사와 사무국장, 주방장 등이고, 요양보호사는 2~3명에 그쳤습니다. 교대 근무를 생각하면 요양보호사 1명이 치매 노인과 장애인 수십 명을 한꺼번에 돌본 셈입니다.


현행법상 노인요양시설은 노인 2.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 필요합니다. 노인 입소자만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 시설에는 법적으로 최소 요양보호사 10명 이상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게다가 정신질환자는 정신건강복지법에 규정된 시설이 아니면 수용할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해당 시설은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상대로 최소한의 돌봄을 보장하기 위해 법에서 규정한 사항 그 어떤 것도 지키지 않은 셈입니다.

이에 대해 해당 목사는 자신이 시설에 함께 살며 밤에도 입소자들을 돌봐왔다며, 돌봄에 소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 11년 동안 불법운영, 자치단체는 정말 몰랐을까? '알고도 수수방관'

이쯤 되면 궁금합니다. 시설이 아무리 외진 곳에 있었다지만, 어떻게 10년 넘게 불법 운영될 수 있었을까요?

현행법상 미신고 사회복지시설은 '시설 폐쇄' 등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KBS 취재 결과, 진주시 담당 면사무소는 지난 2010년부터 해당 시설이 불법임을 알았지만, 사실상 '방관'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면사무소 측은, 이 시설에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수십 명이 10여 년 전부터 전입 신고해 있어 집단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시설 목사가 이들 중 상당수의 ‘급여관리자’로 지정돼 6개월마다 면사무소에 기초수급비 관리 내역도 보고해 와 불법 시설 정황을 알아챘습니다.

진주시 OO면 사무소 관계자

"합법적인 복지시설이라면 입소자들의 수급비 일부가 시설 법인 계좌로 지급되지만, 해당 시설은 입소자 각각에게 수급비가 지급됐다. 복지 담당이라면 불법 시설임을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면사무소는 불법시설 운영을 상급기관인 진주시 담당 부서에 따로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미신고 시설에 대한 조치는 면사무소 업무가 아닌 데다, 시설 목사로부터 제출받은 수급비 관리 내역을 시에도 보고했으니, 시에서 불법시설임을 알아챘을 거라고 짐작했다는 겁니다.

자치단체의 '황당한' 행정은 상급기관인 진주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진주시가 이 시설의 불법 운영 실태를 적발한 것은 코로나19 종교시설 방역 점검 때인 지난해 말! 하지만 올해 3월부터 공문을 보내며 행정 지도를 시작했고, 지난 6월에야 입소자들에게 퇴소를 권했습니다. 심지어 8월 말까지 계도기간도 줬습니다.


결국, 그사이 해당 시설은 입소자들을 모두 퇴소시켰고, 진주시는 아무런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시설이 11년 동안이나 불법으로 운영되는 동안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진주시는 무엇을 했나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 불법 복지시설 입소 노인·장애인 어디로?…행방 묘연

KBS 보도 이후, 이 시설의 불법 운영은 11년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현재 경찰은 최근 해당 시설 목사와 직원 등 3명을 입건하는 한편, 이 시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시설 목사에 대해 노인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공금 횡령 혐의 등을 적용했고, 노인과 장애인 학대·방임 의혹과 퇴소자 행방 등도 추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끝이 아닙니다. 현재 시설 퇴소자 수십 명의 행방과 안전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설 측은 퇴소 결과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으며, 관할 자치단체인 진주시도 입소자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지 않고 있습니다. 경남서부권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장애익권익옹호기관이 이들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지만, 권한 부족으로 조사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불법시설에서 사각지대에 있었던 입소자들. 이들 가운데는 갈 곳 없는 무연고자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상당수는 치매 등 질환도 있어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이 큽니다. 불법 시설에 대한 조사와 처벌 못지 않게, 이곳에 입소했던 사회적 약자 수십 명의 안전 확인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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