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플러스] 패럴림픽을 대하는 언론의 시선

입력 2021.09.05 (23:17) 수정 2021.09.05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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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2020 도쿄 패럴림픽이 오늘(9월 5일) 13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습니다. 메달 개수, 색깔과 관계없이 선수들의 열정은 어려운 때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줬는데요. 그리고 동시에 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얼마나 부족한지, 때로는 얼마나 부적절한지도 드러난 시간이었습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김나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도쿄에서 열린 또 한 번의 스포츠 축제.

우리 선수단 159명은 탁구와 사격, 보치아를 비롯한 14개 종목에 참가해 기량을 펼쳤습니다.

짜릿한 승리와 아쉬운 패배가 공존했지만 모든 선수에게 오늘까지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습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 선수촌입니다.
패럴림픽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선수들은 이곳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방송 중계를 비롯한 언론 보도가 올림픽과 비교해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난 5년간 우리 선수들이 흘린 열정은 그 누구 못지 않을 겁니다.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코트를 누비는 휠체어테니스 선수들.

휠체어테니스는 공이 지면에 두 번 튕기는 것을 허용하는 것 말고는 테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엔 비장애인 시절 프로야구 두산의 유망주였던 김명제 선수도 있습니다.

2009년 교통사고로 야구를 그만둬야 했던 순간부터
휠체어에 앉아 새로운 종목의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을 지나왔습니다.

<인터뷰> 김명제/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손이 까지고 이런 내 모습을 보는데, 아, 이게 뭔가 좀 살아있다라는 느낌이나 뭔가 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는 게 있어서 테니스를 시작하고 난 다음에는 사실은 너무 좋았어요.
(테니스가 어떤 의미일까요?)
저한테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공 한 개도 못 넘기고 막 되게 그러다가
이제 팀원들 형들이나 감독,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예정보다 1년 더 길었던 준비 과정에서 가족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규성/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집사람이, 제가 약간 흔들린 적이 있어요. 코로나 상황이나 이런 것 때문에 좀 심드렁했어요.
그러니까 혼을 내더라고요. 다른 거 다 잊고 그동안 자기가 해준거 만큼의 10분의 1만 해도 금메달이라고
혼을 내서 마음을 다시 잡았죠.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중계 방송에 얼마나 자주 보여졌을까?

패럴림픽 기간, 양궁 국가대표 구동섭 선수 가족들은
매일 방송 중계 일정을 확인하고 관련 보도를 찾아보는 게 일상이지만,

<녹취>
아빠도 나와? 나오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생중계되는 건 극히 일부일 뿐, 어쩌다 잡힌 지난 영상만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볼 뿐입니다.

<인터뷰> 박미선·구범성·구미성/ 양궁 국가대표 구동섭 선수 가족
(보는데) 어려움이 많아가지고, 아빠가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끊기고 그러면 다시 틀어서 보고 해야 해서 좀 힘든 부분이 많아요. 저희가 코로나 때문에 따라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었는데 사실 그 부분이 되지 않으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실시간 응원을 하면 힘이 될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실제 방송사들의 도쿄 패럴림픽 편성 시간을 보면
KBS가 2,045분, MBC가 950분, SBS가 610분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이 어느 때보다 중계와 편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지만
KBS와 MBC의 경우 도쿄 올림픽과 비교할 때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SBS는 도쿄 올림픽의 중계 편성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 규모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도쿄 패럴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에 등록한 한국 취재진 수는 11개사 19명이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도쿄로 간 한국 취재진 29개사 2백여 명과 비교해
사람 수 기준, 10분의 1 에도 미치지 못한 겁니다.

취재진 규모 차이는 곧 보도량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전후, 포털 네이버에 기사를 전송한
62개 언론사의 관련 보도 수를 비교해봤습니다.

도쿄 패럴림픽 관련 보도 건수는 2천 5백6십여 건,
도쿄 올림픽 보도 건수가 2만 3천9백여 건이었던 것에 비해 10.7%에 불과합니다.

2016년 리우 땐 패럴림픽 보도 건수가 올림픽 보도 건수의 3.8%에 그쳤던 것보다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한참 모자랍니다.

패럴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 규모는 14개 종목 159명,
올림픽 출전의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더라도 '홀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뷰> 구동섭/ 양궁 국가대표
아무래도 좀 서운한 입장은 있죠. 비장애인 같은 뭐 비장애인도 비인기 종목은 그때만
이렇게 주목을 받지만 사실 저희는 이런 올림픽 기간에도 사실 제가 리우 때 가서도 봤지만
생중계되는 종목이 거의 없었고요. 뭐 이런 잠깐 나가는 뭐 영상스케치 장면만 나가는 것만 보면
아쉽고 안타깝더라고요.

지상파 방송사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방송 역시,
규정된 비율을 넘겼지만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정책국장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해서 어떤 점을 지적해주고 싶으세요?)
장애인 본인이 원하는 만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보편적 시청권이거든요.
과거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패럴림픽과 관련해서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에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장애인들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패럴림픽 관련 보도를 올림픽 보도와 단순 비교하고 계량화해 비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럴림픽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에 정말 선입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번엔 무심코 사용되는 표현의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녹취> 이재후/KBS 아나운서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그러면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칩니다. 여기는 도쿄입니다.

도쿄 올림픽을 '비장애인 올림픽'이라고 표현한 KBS 아나운서가 호평을 받은 건,
흔히 장애인의 반대말로 '정상인' 혹은 '일반인'을 연상하는 편견을 꼬집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88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패럴림픽의 공식 명칭은 서울 장애자올림픽이었습니다.

<녹취> 노태우 당시 대통령/ 88 서울 장애자올림픽 개회식
서울 장애자 올림픽 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장애자'는 최근엔 비하의 느낌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현재는 '서로 같음', '함께' 를 뜻하는 '패럴(parallel)'을 붙여 '패럴림픽'을 공식 명칭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을 전후로도 잘못된 표현들은 여전히 등장했습니다.

장애를 낮잡아 이르는 단어들을 쓰거나 장애가 병인 것처럼 '앓고 있다'고 표현하고,
장애를 비정상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도쿄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 예선 (KBS 중계, 지난달 25일)
우리 보통 사람들은 아마 저 선수를 보면 어떻게 탁구를 칠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될 것 같은데요.
과연 저런 사람, 저런 선수들이 어떻게 탁구를 치지하는 그런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패럴림픽 선수들의 노력과 성과엔 습관처럼 과도한 미사여구를 붙여 감동 스토리로 몰아가는 태도 역시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인터뷰> 윤두선/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제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으로는 '영웅', '장애를 극복하다', 그리고 '아름답다',이런 단어들.
(비장애인들은 왜 무의식적으로 자꾸 그런 표현들을, 그런 수식어들을 붙이려고 할까요?)
그분들은 진정한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당신들이 하는 것들은 모여서 하는 게 그냥 아름답다. 어떤 경쟁, 격렬함 이런 것보다는 그 사람들이 그런걸
할 수는 없고 단지 하는 자체가 그냥 우리는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생각으로 말하는 거죠.

그나마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선 차별적 용어 사용이 줄어든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인터뷰>신지영/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어가 많은 것 같아요.)
언어라는 건 들리기 위해서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들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듣는가를 생각하는 것,
과연 내가 보내는 것이 그 사람들에 대한 찬사일까, 아니면 오히려 불편하게 들리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질문해 보면서 같이 소통하면서 감수성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불편함을 해소할 정당한 편의가 마련돼 있고 어차피 모두가 다름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론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질문하는 기자들Q, 김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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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플러스] 패럴림픽을 대하는 언론의 시선
    • 입력 2021-09-05 23:17:58
    • 수정2021-09-05 23:26:55
    질문하는 기자들Q
[MC]
2020 도쿄 패럴림픽이 오늘(9월 5일) 13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습니다. 메달 개수, 색깔과 관계없이 선수들의 열정은 어려운 때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줬는데요. 그리고 동시에 패럴림픽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얼마나 부족한지, 때로는 얼마나 부적절한지도 드러난 시간이었습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짚어봐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김나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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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서 열린 또 한 번의 스포츠 축제.

우리 선수단 159명은 탁구와 사격, 보치아를 비롯한 14개 종목에 참가해 기량을 펼쳤습니다.

짜릿한 승리와 아쉬운 패배가 공존했지만 모든 선수에게 오늘까지의 여정은 길고 험난했습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 선수촌입니다.
패럴림픽을 위한 출국을 앞두고 선수들은 이곳에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방송 중계를 비롯한 언론 보도가 올림픽과 비교해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지난 5년간 우리 선수들이 흘린 열정은 그 누구 못지 않을 겁니다.
직접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코트를 누비는 휠체어테니스 선수들.

휠체어테니스는 공이 지면에 두 번 튕기는 것을 허용하는 것 말고는 테니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엔 비장애인 시절 프로야구 두산의 유망주였던 김명제 선수도 있습니다.

2009년 교통사고로 야구를 그만둬야 했던 순간부터
휠체어에 앉아 새로운 종목의 국가대표가 되기까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을 지나왔습니다.

<인터뷰> 김명제/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손이 까지고 이런 내 모습을 보는데, 아, 이게 뭔가 좀 살아있다라는 느낌이나 뭔가 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라는 게 있어서 테니스를 시작하고 난 다음에는 사실은 너무 좋았어요.
(테니스가 어떤 의미일까요?)
저한테는 제2의 인생을 열어준 게 아닐까 싶어요.
처음에는 공 한 개도 못 넘기고 막 되게 그러다가
이제 팀원들 형들이나 감독,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예정보다 1년 더 길었던 준비 과정에서 가족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규성/ 휠체어 테니스 국가대표
집사람이, 제가 약간 흔들린 적이 있어요. 코로나 상황이나 이런 것 때문에 좀 심드렁했어요.
그러니까 혼을 내더라고요. 다른 거 다 잊고 그동안 자기가 해준거 만큼의 10분의 1만 해도 금메달이라고
혼을 내서 마음을 다시 잡았죠.

이들이 흘린 땀방울은 중계 방송에 얼마나 자주 보여졌을까?

패럴림픽 기간, 양궁 국가대표 구동섭 선수 가족들은
매일 방송 중계 일정을 확인하고 관련 보도를 찾아보는 게 일상이지만,

<녹취>
아빠도 나와? 나오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

생중계되는 건 극히 일부일 뿐, 어쩌다 잡힌 지난 영상만 두 번, 세 번 되풀이해 볼 뿐입니다.

<인터뷰> 박미선·구범성·구미성/ 양궁 국가대표 구동섭 선수 가족
(보는데) 어려움이 많아가지고, 아빠가 많이 나오면 좋겠는데, 끊기고 그러면 다시 틀어서 보고 해야 해서 좀 힘든 부분이 많아요. 저희가 코로나 때문에 따라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 보고 싶은 부분이 많았었는데 사실 그 부분이 되지 않으니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실시간 응원을 하면 힘이 될 것 같은데) 네 맞아요.

실제 방송사들의 도쿄 패럴림픽 편성 시간을 보면
KBS가 2,045분, MBC가 950분, SBS가 610분이었습니다.

방송사들이 어느 때보다 중계와 편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지만
KBS와 MBC의 경우 도쿄 올림픽과 비교할 때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입니다.
SBS는 도쿄 올림픽의 중계 편성 시간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 규모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도쿄 패럴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에 등록한 한국 취재진 수는 11개사 19명이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도쿄로 간 한국 취재진 29개사 2백여 명과 비교해
사람 수 기준, 10분의 1 에도 미치지 못한 겁니다.

취재진 규모 차이는 곧 보도량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 전후, 포털 네이버에 기사를 전송한
62개 언론사의 관련 보도 수를 비교해봤습니다.

도쿄 패럴림픽 관련 보도 건수는 2천 5백6십여 건,
도쿄 올림픽 보도 건수가 2만 3천9백여 건이었던 것에 비해 10.7%에 불과합니다.

2016년 리우 땐 패럴림픽 보도 건수가 올림픽 보도 건수의 3.8%에 그쳤던 것보다는 많아졌지만
여전히 한참 모자랍니다.

패럴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단 규모는 14개 종목 159명,
올림픽 출전의 절반 정도임을 감안하더라도 '홀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인터뷰> 구동섭/ 양궁 국가대표
아무래도 좀 서운한 입장은 있죠. 비장애인 같은 뭐 비장애인도 비인기 종목은 그때만
이렇게 주목을 받지만 사실 저희는 이런 올림픽 기간에도 사실 제가 리우 때 가서도 봤지만
생중계되는 종목이 거의 없었고요. 뭐 이런 잠깐 나가는 뭐 영상스케치 장면만 나가는 것만 보면
아쉽고 안타깝더라고요.

지상파 방송사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방송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방송 역시,
규정된 비율을 넘겼지만 이른바 '보편적 시청권' 논의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정책국장
(보편적 시청권과 관련해서 어떤 점을 지적해주고 싶으세요?)
장애인 본인이 원하는 만큼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보편적 시청권이거든요.
과거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패럴림픽과 관련해서는 다른 방송 프로그램과 달리 시청하려는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에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장애인들이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거든요.

패럴림픽 관련 보도를 올림픽 보도와 단순 비교하고 계량화해 비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패럴림픽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에 정말 선입견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이번엔 무심코 사용되는 표현의 이면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녹취> 이재후/KBS 아나운서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그러면 제32회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한국방송 KBS의 모든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칩니다. 여기는 도쿄입니다.

도쿄 올림픽을 '비장애인 올림픽'이라고 표현한 KBS 아나운서가 호평을 받은 건,
흔히 장애인의 반대말로 '정상인' 혹은 '일반인'을 연상하는 편견을 꼬집었기 때문이었습니다.

1988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패럴림픽의 공식 명칭은 서울 장애자올림픽이었습니다.

<녹취> 노태우 당시 대통령/ 88 서울 장애자올림픽 개회식
서울 장애자 올림픽 대회의 개회를 선언합니다.

'장애자'는 최근엔 비하의 느낌을 우려해 사용하지 않는 용어로,
현재는 '서로 같음', '함께' 를 뜻하는 '패럴(parallel)'을 붙여 '패럴림픽'을 공식 명칭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번 패럴림픽을 전후로도 잘못된 표현들은 여전히 등장했습니다.

장애를 낮잡아 이르는 단어들을 쓰거나 장애가 병인 것처럼 '앓고 있다'고 표현하고,
장애를 비정상인 것처럼 느끼게 하는 표현이 대표적입니다.

<녹취> 도쿄 패럴림픽 탁구 남자 단식 예선 (KBS 중계, 지난달 25일)
우리 보통 사람들은 아마 저 선수를 보면 어떻게 탁구를 칠까 이런 생각을 먼저 하게 될 것 같은데요.
과연 저런 사람, 저런 선수들이 어떻게 탁구를 치지하는 그런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패럴림픽 선수들의 노력과 성과엔 습관처럼 과도한 미사여구를 붙여 감동 스토리로 몰아가는 태도 역시
차별적 시선을 드러내는 단면입니다.

<인터뷰> 윤두선/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대표
제 마음에 들지 않는 표현으로는 '영웅', '장애를 극복하다', 그리고 '아름답다',이런 단어들.
(비장애인들은 왜 무의식적으로 자꾸 그런 표현들을, 그런 수식어들을 붙이려고 할까요?)
그분들은 진정한 어떤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당신들이 하는 것들은 모여서 하는 게 그냥 아름답다. 어떤 경쟁, 격렬함 이런 것보다는 그 사람들이 그런걸
할 수는 없고 단지 하는 자체가 그냥 우리는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생각으로 말하는 거죠.

그나마 도쿄 패럴림픽을 앞두고선 차별적 용어 사용이 줄어든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역시 일시적인 현상일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인터뷰>신지영/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어가 많은 것 같아요.)
언어라는 건 들리기 위해서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들리는 사람들이 어떻게 듣는가를 생각하는 것,
과연 내가 보내는 것이 그 사람들에 대한 찬사일까, 아니면 오히려 불편하게 들리는 것일까.
이런 것들을 질문해 보면서 같이 소통하면서 감수성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불편함을 해소할 정당한 편의가 마련돼 있고 어차피 모두가 다름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사회.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언론은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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