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입력 2021.09.07 (14:00) 수정 2021.09.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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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153
[단독]② “가족까지 먼지털이 수사…수사관도 검사 만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152

KBS는 검찰이 피의자 한 사람을 상대로 유력 정치인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별건 수사, 과잉 수사로 압박한 의혹을 지난 6개월간 취재했다.

검찰이 부당한 압박 수사를 진행했고, 검찰이 요구한 '특정 목적'에 협조하지 않자 피의자 본인과 가족 등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수사·기소를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이 겨냥했다는 표적은 현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 잘나가던 사업가, 검찰의 표적이 되다?

취재진은 지난 3월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사업가와 지속적인 소통을 했다. 그는 한때 경기도 성남에서 8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사업체를 운영했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현재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는 동명이인이다.)

KBS 취재진은 이 전 대표와 50여 차례 서신을 직접 주고받았다. 사건 담당 변호인들과, KBS 취재진 측 변호사를 통해서도 직간접적 소통을 계속했다.

취재진은 이 대표와 그의 변호인들의 주장이 상당한 구체성과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취재를 이어왔고, 법률적 진단을 위해 이번 사건과 무관한 복수의 전문가를 별도의 자문단으로 꾸려 사건 관련 자료 3천여 쪽을 분석했다.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 "SNS 자주 하시고 축구 좋아하시는 그분"

사건의 발단은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호출을 받았다. 해외에서 도박을 했다며 조사할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사는 짧게 끝났고, 강력부 김 모 검사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간단한 사건인데, 무슨 변호사님까지 대동하고 오셨냐"고 김00 검사가 말했습니다.

해외 도박 혐의에 대해선 간략히 조사한 뒤 검사는 "사실 이 사건은 별 게 아니다. 이준석 씨 성남에서 유명인사던데 우리가 도움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우리를 도와주면 우리도 이준석 씨를 도와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남 유력인사들과 친하던데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편하게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면 된다"고 (검사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답하니 (검사는) "우리는 이준석 씨가 알고 있는 그런 검찰하고는 결이 달라요. 우리나 특수 같은 곳은 그렇게 만만한 데가 아니에요. 판단 잘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이날은 이 정도로 마무리됐지만 10개월 뒤인 2017년 12월 이 전 대표는 구속된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였다. 구속 직후부터 2018년 3월까지 김 검사의 집중적인 회유와 압박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등장한다.

"우리가 이준석 씨와 성남지역 유명인사들 관계를 다방면으로 확인했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 이참에 다 털어버리고 빨리 집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검사가 이야기했습니다.

"유명인사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냐" 라고 물으니 (검사는) "다 아시면서 뭘 물으시냐. SNS 자주 하시고 축구 좋아하시는 분, 그 분 이야기하는 거지"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다, 제가 민주당 당원이었고 성남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그분이나 다른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청탁이나 로비를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검사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을 꺼낸 검사도 이를 듣던 이준석 전 대표도 모두 이재명 시장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화 맥락으로 볼 때 '축구'는 많이 알려진 대로 '성남FC'로 해석된다. 이런 문답은 다른 날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 전 대표 말에 따르면, 검사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비위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압박성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모든 걸 알고 있다. 감싸줄 수도 없을 거다. 경찰들도 다 알고 성남에서 다 아는 내용인데 우리만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검사는 이런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같았습니다.

저에게 이재명 지사 관련 자료나 진술 등 무엇도 일체 보여준 사실도 없었고 차라리 제 입장에서는 뭐라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소명이라도 할 텐데 밑도 끝도 없이 "뭔 말인지 알지?" 이렇게만 말하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이런 식의 압박성 조사는 주로 변호인이 검사실에 오기 전, 검사와 단 둘이 있을 때 진행되었다는 게 이준석 전 대표의 설명이다. 김 검사의 관심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집중되었다고 이 전 대표는 말한다.

"너도 살아야 하고 나가면 사업도 계속 해야 하니 다 내려놓으라고는 하지 않겠다, 우리도 다 (수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너랑 친한 SNS 좋아하는 그 사람이랑 경찰 고위직 한두 명만 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계속된 압박에도 이 전 대표가 호응하지 않자 협박성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밤새 생각 좀 잘 해봤냐"고 (검사가) 말하기에 "밤새 생각해봤는데 검사님이 오해하실 만한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 같다, 혹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떤 부분인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검사는) "아시면서 뭘 묻냐. 선거자금 지원하고 선거운동 지원하고 그런 거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인력 지원 한 일은 결단코 없다"고 말하니 (김 검사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당신 내가 우습게 보여? 질문은 내가 하는 거야. 당신은 대답만 해. 내가 좋게 좋게 이야기하니 우습지? 당신 내가 탈탈 털어서 최하 15년 이상 살게 해줄게. 당신 와이프, 형, 엄마, 내가 싹 다 공범으로 구속시킬 거야. 당신 회사도 전부 탈탈 털 거고 매스컴도 타게 해줄게. 구속 재판만 3~4년 받게 될 거야. 변호사비만 수억 쓰게 해줄게"라고 흥분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 수감 동료, "출소 뒤 강력부가 불러 갔더니 이재명을 물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변호인 서상호 변호사(연우법률사무소)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런 식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이 전 대표로부터 당시에 이미 들었고, 그래서 2018년 검찰의 '보복성' 기소가 줄줄이 있었을 때 언론사에 이런 사실을 제보해 기사화하는 것도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검사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웠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나에게 이준석 씨 사건은 100건 중 1건일 뿐이다. 내가 법조인으로서 부담감을 안고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맡고 있는 다른 사건의 의뢰인들은 (내가) 검찰과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 주장을 뒷받침할 또 다른 정황도 있다.

A씨는 이 전 대표와 구치소 혼거실에서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함께한 수감 동료이다. A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2018년 출소 직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출석을 요청해 2~3차례 거절하다가 결국 찾아갔다고 했다. 그가 취재진에게 했던 말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수사관과 이야기를 좀 하다가 김00 검사가 어디 회의를 갔다 왔는지 나중에 와서 묻더라고요. 수감 생활 할 때 이준석 씨한테서 이재명 지사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냐고요. (이준석 전 대표가) 매일 늦게까지 검찰에서 조사받고 오는데 그런 말할 시간이나 있냐, 나는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짧게 끝났습니다. 30분 정도였습니다. 김 검사가 수고했다며 10만 원을 줬습니다. (수감 동료 A 씨)

문제의 김 모 검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를 언급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또 법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 검사는 수감 동료 A 씨를 불러 조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A 씨 말을 부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직속상관이었던 당시 강력부장 박 모 검사도 이재명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 전해왔다.

이번 사건을 함께 분석한 KBS 취재진의 자문단 중 한 명인 김지미 변호사(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는 ▲이준석 전 대표의 주장이 갖는 일관성과 구체성 ▲구치소 수감 동료가 말한 일화 ▲그리고 이 전 대표와 그 가족을 상대로 벌어진 먼지털이식 과잉수사의 행태를 볼 때 이재명 지사에 대한 수사 협조를 하지 않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이른바 '괘씸죄' 수사가 진행됐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 검사가 보인 행동은 강요죄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국제마피아파? 사실무근...감찰 적극 응하겠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성남 지역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이른바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이라는 의혹도 있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자신은 사업가일 뿐이고, 만약 자신이 이른바 '조폭'이라면 검찰이 그토록 본인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는데 왜 안 걸렸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이 검찰 수사 과정을 대상으로 감찰에 나설 경우 모든 일을 소상히 밝히고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그 가족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과잉 수사, 별건 수사 사례들은 아래 별도의 ②번 기사에서 상세히 전한다. 또 오늘밤 [뉴스9]에서도 취재 내용을 종합해 심층 보도할 예정이다.

[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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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 입력 2021-09-07 14:00:01
    • 수정2021-09-08 18:10:59
    취재K

[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153
[단독]② “가족까지 먼지털이 수사…수사관도 검사 만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274152

KBS는 검찰이 피의자 한 사람을 상대로 유력 정치인의 비위 사실을 털어놓으라며 별건 수사, 과잉 수사로 압박한 의혹을 지난 6개월간 취재했다.

검찰이 부당한 압박 수사를 진행했고, 검찰이 요구한 '특정 목적'에 협조하지 않자 피의자 본인과 가족 등을 상대로 먼지털이식 수사·기소를 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이 겨냥했다는 표적은 현 여권 유력 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 잘나가던 사업가, 검찰의 표적이 되다?

취재진은 지난 3월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사업가와 지속적인 소통을 했다. 그는 한때 경기도 성남에서 8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사업체를 운영했던 사업가였다.

그러나 현재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다.(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는 동명이인이다.)

KBS 취재진은 이 전 대표와 50여 차례 서신을 직접 주고받았다. 사건 담당 변호인들과, KBS 취재진 측 변호사를 통해서도 직간접적 소통을 계속했다.

취재진은 이 대표와 그의 변호인들의 주장이 상당한 구체성과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취재를 이어왔고, 법률적 진단을 위해 이번 사건과 무관한 복수의 전문가를 별도의 자문단으로 꾸려 사건 관련 자료 3천여 쪽을 분석했다.

이준석 전 코마트레이드 대표
■ "SNS 자주 하시고 축구 좋아하시는 그분"

사건의 발단은 2017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호출을 받았다. 해외에서 도박을 했다며 조사할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조사는 짧게 끝났고, 강력부 김 모 검사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간단한 사건인데, 무슨 변호사님까지 대동하고 오셨냐"고 김00 검사가 말했습니다.

해외 도박 혐의에 대해선 간략히 조사한 뒤 검사는 "사실 이 사건은 별 게 아니다. 이준석 씨 성남에서 유명인사던데 우리가 도움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우리를 도와주면 우리도 이준석 씨를 도와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성남 유력인사들과 친하던데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편하게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면 된다"고 (검사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답하니 (검사는) "우리는 이준석 씨가 알고 있는 그런 검찰하고는 결이 달라요. 우리나 특수 같은 곳은 그렇게 만만한 데가 아니에요. 판단 잘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이날은 이 정도로 마무리됐지만 10개월 뒤인 2017년 12월 이 전 대표는 구속된다.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는 혐의였다. 구속 직후부터 2018년 3월까지 김 검사의 집중적인 회유와 압박이 여러 차례 진행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등장한다.

"우리가 이준석 씨와 성남지역 유명인사들 관계를 다방면으로 확인했다, 아직 기회가 있으니 이참에 다 털어버리고 빨리 집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검사가 이야기했습니다.

"유명인사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냐" 라고 물으니 (검사는) "다 아시면서 뭘 물으시냐. SNS 자주 하시고 축구 좋아하시는 분, 그 분 이야기하는 거지" 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다, 제가 민주당 당원이었고 성남에서 사업을 하다 보니 그분이나 다른 인사들과 교류가 있었던 건 맞다, 그러나 청탁이나 로비를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검사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을 꺼낸 검사도 이를 듣던 이준석 전 대표도 모두 이재명 시장임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화 맥락으로 볼 때 '축구'는 많이 알려진 대로 '성남FC'로 해석된다. 이런 문답은 다른 날에도 이어졌다고 한다. 이 전 대표 말에 따르면, 검사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비위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압박성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모든 걸 알고 있다. 감싸줄 수도 없을 거다. 경찰들도 다 알고 성남에서 다 아는 내용인데 우리만 모를 거라고 생각하냐" 검사는 이런 말을 주문처럼 반복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 같았습니다.

저에게 이재명 지사 관련 자료나 진술 등 무엇도 일체 보여준 사실도 없었고 차라리 제 입장에서는 뭐라도 제시하며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소명이라도 할 텐데 밑도 끝도 없이 "뭔 말인지 알지?" 이렇게만 말하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이런 식의 압박성 조사는 주로 변호인이 검사실에 오기 전, 검사와 단 둘이 있을 때 진행되었다는 게 이준석 전 대표의 설명이다. 김 검사의 관심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에게 집중되었다고 이 전 대표는 말한다.

"너도 살아야 하고 나가면 사업도 계속 해야 하니 다 내려놓으라고는 하지 않겠다, 우리도 다 (수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고 너랑 친한 SNS 좋아하는 그 사람이랑 경찰 고위직 한두 명만 하는 것으로 하자"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계속된 압박에도 이 전 대표가 호응하지 않자 협박성 발언이 나왔다고 한다.

"밤새 생각 좀 잘 해봤냐"고 (검사가) 말하기에 "밤새 생각해봤는데 검사님이 오해하실 만한 그런 일들이 없었던 것 같다, 혹시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어떤 부분인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검사는) "아시면서 뭘 묻냐. 선거자금 지원하고 선거운동 지원하고 그런 거 편하게 이야기해주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인력 지원 한 일은 결단코 없다"고 말하니 (김 검사가) 갑자기 돌변하더니 "당신 내가 우습게 보여? 질문은 내가 하는 거야. 당신은 대답만 해. 내가 좋게 좋게 이야기하니 우습지? 당신 내가 탈탈 털어서 최하 15년 이상 살게 해줄게. 당신 와이프, 형, 엄마, 내가 싹 다 공범으로 구속시킬 거야. 당신 회사도 전부 탈탈 털 거고 매스컴도 타게 해줄게. 구속 재판만 3~4년 받게 될 거야. 변호사비만 수억 쓰게 해줄게"라고 흥분했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 서신 중)

■ 수감 동료, "출소 뒤 강력부가 불러 갔더니 이재명을 물었다"

이준석 전 대표의 변호인 서상호 변호사(연우법률사무소)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도 이런 식의 부당한 압박이 있었다는 것을 이 전 대표로부터 당시에 이미 들었고, 그래서 2018년 검찰의 '보복성' 기소가 줄줄이 있었을 때 언론사에 이런 사실을 제보해 기사화하는 것도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에는 검사의 보복성 조치가 두려웠다고 했다.

서 변호사는 "나에게 이준석 씨 사건은 100건 중 1건일 뿐이다. 내가 법조인으로서 부담감을 안고 뉴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며 "현재 맡고 있는 다른 사건의 의뢰인들은 (내가) 검찰과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이런 내용의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전 대표 주장을 뒷받침할 또 다른 정황도 있다.

A씨는 이 전 대표와 구치소 혼거실에서 6개월 동안 수감 생활을 함께한 수감 동료이다. A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2018년 출소 직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출석을 요청해 2~3차례 거절하다가 결국 찾아갔다고 했다. 그가 취재진에게 했던 말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수사관과 이야기를 좀 하다가 김00 검사가 어디 회의를 갔다 왔는지 나중에 와서 묻더라고요. 수감 생활 할 때 이준석 씨한테서 이재명 지사 관련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냐고요. (이준석 전 대표가) 매일 늦게까지 검찰에서 조사받고 오는데 그런 말할 시간이나 있냐, 나는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말하니 알겠다고 하면서 짧게 끝났습니다. 30분 정도였습니다. 김 검사가 수고했다며 10만 원을 줬습니다. (수감 동료 A 씨)

문제의 김 모 검사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지사를 언급한 적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또 법에 따라 정당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김 검사는 수감 동료 A 씨를 불러 조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A 씨 말을 부정하는 취지로 답했다.

직속상관이었던 당시 강력부장 박 모 검사도 이재명 관련 보고를 받은 바 없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입장을 취재진에 전해왔다.

이번 사건을 함께 분석한 KBS 취재진의 자문단 중 한 명인 김지미 변호사(전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는 ▲이준석 전 대표의 주장이 갖는 일관성과 구체성 ▲구치소 수감 동료가 말한 일화 ▲그리고 이 전 대표와 그 가족을 상대로 벌어진 먼지털이식 과잉수사의 행태를 볼 때 이재명 지사에 대한 수사 협조를 하지 않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이른바 '괘씸죄' 수사가 진행됐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김 검사가 보인 행동은 강요죄 또는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 "국제마피아파? 사실무근...감찰 적극 응하겠다"

이준석 전 대표가 성남 지역 폭력조직으로 알려진 이른바 '국제마피아파'의 일원이라는 의혹도 있다. 물론 이 전 대표는 전면 부인하는 입장이다. 자신은 사업가일 뿐이고, 만약 자신이 이른바 '조폭'이라면 검찰이 그토록 본인을 전방위적으로 수사했는데 왜 안 걸렸겠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법무부나 대검이 검찰 수사 과정을 대상으로 감찰에 나설 경우 모든 일을 소상히 밝히고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표와 그 가족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과잉 수사, 별건 수사 사례들은 아래 별도의 ②번 기사에서 상세히 전한다. 또 오늘밤 [뉴스9]에서도 취재 내용을 종합해 심층 보도할 예정이다.

[단독]① ‘이재명 표적’ 수사 의혹…“별건 수사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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