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로 끝난 ‘테러와의 전쟁’…전쟁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지금은

입력 2021.09.10 (21:41) 수정 2021.09.1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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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이 장면,

110층 뉴욕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 등에 동시다발로 가해진 여객기 납치 테러로 3천 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사상 첫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었죠.

바로 다음날 미국은 테러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나토와 함께 아프간 침공이 이뤄졌고, 2011년엔 알카에다와 수장 빈라덴이 축출됐지만, 전쟁은 계속됐습니다.

21세기 첫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전, 아프간 민간인 4만 7천 명과 미군 2천 4백여 명 등이 희생됐고, 전쟁 비용은 1조 달러나 됐습니다.

지난 달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에선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고, 민간인 수송 작전 중에 IS 자살폭탄테러까지 터지며 '최악의 철군'이다, 이런 대내외 비판이 잇따랐죠.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9.11 테러의 비극과 향후 전망을 뉴욕-두바이-워싱턴을 차례로 연결해 짚어봅니다.

먼저, 뉴욕 '그라운드 제로' 현장 연결합니다.

한보경 특파원! 20년 전 참혹했던 테러 현장인데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네요.

[기자]

비극의 현장이었던 '그라운드 제로'에는 제 뒤로 보이는 104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가 2014년 문을 열었고, 일대에는 희생자 추모관 등이 건립됐습니다.

지금 이른 아침인데 내일 9.11 테러 20년 행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벽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20년 테러와의 전쟁은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지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테러'로 끝이 났습니다.

아프간 철군 작업이 별 탈 없이 끝났다면 미국은 9.11 20년을 맞으면서 큰 짐을 덜었겠지만, 20년 전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겠지만, 20년이면 조금 잊혀질 법도 한데, 어제 이곳에서 만난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페르난도 폴론/미국 뉴욕시민 : "함께 해야 합니다. 고통은 잊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겠죠."]

[앵커]

미국은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테러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겠죠.

[기자]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 대한 무참한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인들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가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9.11 테러 이전과 이후가 가장 극명하게 바뀐 건, 그 누구보다 '생존자'들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로드리게스씨는 당시 무역센터 건물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아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리게스씨는 아프간 철군은 지지했지만, 철군 과정은 참담했고, 남아 있는 아프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로드리게스/9.11 테러 생존자 : "아프간 철군 작업이 급하게 이뤄졌습니다.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더 준비했어야 했는데 잘 되질 않았습니다. "]

다시 ‘탈레반의 아프간’, IS 테러 확장 가능성

[앵커]

그럼 이번엔 20년간 대 테러전이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상황 알아봅니다..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요.

[기자]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치안 등 모든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세를 불릴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 이런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수감돼 있던 탈레반과 알카에다, IS 조직원 5천여 명이 대거 석방된 점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조직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IS의 아프간 지부인 IS-호라산이 저지른 카불 공항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됐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IS는 탈레반이 서방에 유화적이라며 비난하고 있는데요,

카불 공항 테러를 계기로 탈레반에 불만을 가진 극단주의자들을 포섭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새 내무장관으로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가 임명된 점도 주목됩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잔인함으로 악명이 높은 데다 9.11 테러를 주도했던 알카에다와 밀접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분석하고 있어 알카에다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조직 안식처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지만, 극단주의 세력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한 시대 종언’ 선언했지만…美, 거센 도전 속 위상 고민

[앵커]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속내를 들여다봅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 20년 만에 전쟁에서 발을 뺐지만, 미국 내 후유증도 만만치 않죠?

[기자]

9.11 20년을 계기로 전쟁도 끝내고 새 출발을 선언했는데 도망치듯 빠져나온 굴욕적 철군 과정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4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종전 자체는 지지 여론이 높지만 진행 과정이 문제였다는 겁니다.

다음 주엔 의회 청문회도 열립니다.

아직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들 어쩔거냐, 인권을 중시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간 거냐, 공화당도, 같은 당인 민주당도 매서운 질문을 벼르고 있습니다.

[앵커]

바이든 대통령은 시대가 변했으니 미국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종전 결정엔 20년이나 중동 테러집단에 힘을 쏟는 동안 정작 진짜 위협인 중국의 부상은 방치했다는 반성, 그리고 미국의 변한 세계 전략이 녹아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입니다."]

오늘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가졌고, 중국 견제를 위한 회의도 잇따라 갖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국제사회의 맹주 자리를 유지할지가 걸린 문제라고 보는 건데, 손 놓고 온 중동이 계속 잠잠할지, 중국이 어떻게 반격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동맹국들의 시선을 어떻게 잠재울지

미국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테러와의 전쟁 끝났나?

[앵커]

다시 뉴욕 연결합니다.

한보경 특파원! 그럼, 테러와의 전쟁,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물리적인 아프간 전쟁 그 자체는 끝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를 보면 테러로부터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IS 테러가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죠,

세계 각국 역시 이번 IS 테러를 지켜보며 테러 위협이 아직 전 세계에 여전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죠,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상처가 그 자리에 다시 돋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뉴욕과 두바이, 워싱턴 현지를 연결해 소식 들어봤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촬영:방병훈 지한샘/영상편집:양의정 한찬의 고응용/그래픽:한종헌 이근희/자료조사:김경연 권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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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러’로 끝난 ‘테러와의 전쟁’…전쟁 시작된 ‘그라운드 제로’ 지금은
    • 입력 2021-09-10 21:41:25
    • 수정2021-09-10 22:23:18
    뉴스 9
[앵커]

20년 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이 장면,

110층 뉴욕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국방부 건물 등에 동시다발로 가해진 여객기 납치 테러로 3천 명에 육박하는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사상 첫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었죠.

바로 다음날 미국은 테러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나토와 함께 아프간 침공이 이뤄졌고, 2011년엔 알카에다와 수장 빈라덴이 축출됐지만, 전쟁은 계속됐습니다.

21세기 첫 전쟁으로 기록된 아프간전, 아프간 민간인 4만 7천 명과 미군 2천 4백여 명 등이 희생됐고, 전쟁 비용은 1조 달러나 됐습니다.

지난 달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에선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고, 민간인 수송 작전 중에 IS 자살폭탄테러까지 터지며 '최악의 철군'이다, 이런 대내외 비판이 잇따랐죠.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9.11 테러의 비극과 향후 전망을 뉴욕-두바이-워싱턴을 차례로 연결해 짚어봅니다.

먼저, 뉴욕 '그라운드 제로' 현장 연결합니다.

한보경 특파원! 20년 전 참혹했던 테러 현장인데요, 지금은 많이 바뀌었네요.

[기자]

비극의 현장이었던 '그라운드 제로'에는 제 뒤로 보이는 104층 규모의 세계무역센터가 2014년 문을 열었고, 일대에는 희생자 추모관 등이 건립됐습니다.

지금 이른 아침인데 내일 9.11 테러 20년 행사를 앞두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방어벽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는 20년 테러와의 전쟁은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여 명이 숨지는 예상치 못한 '최악의 테러'로 끝이 났습니다.

아프간 철군 작업이 별 탈 없이 끝났다면 미국은 9.11 20년을 맞으면서 큰 짐을 덜었겠지만, 20년 전쟁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겠지만, 20년이면 조금 잊혀질 법도 한데, 어제 이곳에서 만난 뉴욕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여전히 그 날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페르난도 폴론/미국 뉴욕시민 : "함께 해야 합니다. 고통은 잊고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야겠죠."]

[앵커]

미국은 9.11테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테러 위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겠죠.

[기자]

세계 최강 대국 미국에 대한 무참한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인들뿐 아니라 사실 전 세계가 그런 두려움을 갖게 됐을 겁니다.

그리고 9.11 테러 이전과 이후가 가장 극명하게 바뀐 건, 그 누구보다 '생존자'들입니다.

취재진이 만난 로드리게스씨는 당시 무역센터 건물 안에서 청소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극적으로 살아남아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로드리게스씨는 아프간 철군은 지지했지만, 철군 과정은 참담했고, 남아 있는 아프간 사람들을 걱정했습니다.

[로드리게스/9.11 테러 생존자 : "아프간 철군 작업이 급하게 이뤄졌습니다. 적절한 방식이 아니었어요. 우리는 더 준비했어야 했는데 잘 되질 않았습니다. "]

다시 ‘탈레반의 아프간’, IS 테러 확장 가능성

[앵커]

그럼 이번엔 20년간 대 테러전이 진행된 아프가니스탄 상황 알아봅니다..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 미군이 철수하면서 아프간이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어요.

[기자]

아프가니스탄은 현재 치안 등 모든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합니다.

때문에 테러리스트들에게 세를 불릴 수 있는 틈을 주고 있다 이런 평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수감돼 있던 탈레반과 알카에다, IS 조직원 5천여 명이 대거 석방된 점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조직에 빠르게 합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IS의 아프간 지부인 IS-호라산이 저지른 카불 공항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됐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IS는 탈레반이 서방에 유화적이라며 비난하고 있는데요,

카불 공항 테러를 계기로 탈레반에 불만을 가진 극단주의자들을 포섭하며 세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의 새 내무장관으로 하카니 네트워크의 수장인 시라주딘 하카니가 임명된 점도 주목됩니다.

하카니 네트워크는 잔인함으로 악명이 높은 데다 9.11 테러를 주도했던 알카에다와 밀접한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이 분석하고 있어 알카에다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이 테러조직 안식처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지만, 극단주의 세력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한 시대 종언’ 선언했지만…美, 거센 도전 속 위상 고민

[앵커]

이번에는 미국 정부의 속내를 들여다봅니다.

워싱턴, 이정민 특파원! 20년 만에 전쟁에서 발을 뺐지만, 미국 내 후유증도 만만치 않죠?

[기자]

9.11 20년을 계기로 전쟁도 끝내고 새 출발을 선언했는데 도망치듯 빠져나온 굴욕적 철군 과정이 여전히 발목을 잡는 모양새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40%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종전 자체는 지지 여론이 높지만 진행 과정이 문제였다는 겁니다.

다음 주엔 의회 청문회도 열립니다.

아직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들 어쩔거냐, 인권을 중시한다던 약속은 어디로 간 거냐, 공화당도, 같은 당인 민주당도 매서운 질문을 벼르고 있습니다.

[앵커]

바이든 대통령은 시대가 변했으니 미국도 변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앞으로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요?

[기자]

미국의 종전 결정엔 20년이나 중동 테러집단에 힘을 쏟는 동안 정작 진짜 위협인 중국의 부상은 방치했다는 반성, 그리고 미국의 변한 세계 전략이 녹아 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세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중국과 심각한 경쟁 중입니다."]

오늘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를 가졌고, 중국 견제를 위한 회의도 잇따라 갖겠다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에도 미국이 국제사회의 맹주 자리를 유지할지가 걸린 문제라고 보는 건데, 손 놓고 온 중동이 계속 잠잠할지, 중국이 어떻게 반격할지, 의구심을 갖고 있는 동맹국들의 시선을 어떻게 잠재울지

미국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테러와의 전쟁 끝났나?

[앵커]

다시 뉴욕 연결합니다.

한보경 특파원! 그럼, 테러와의 전쟁, 끝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자]

물리적인 아프간 전쟁 그 자체는 끝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여론 조사를 보면 테러로부터 미국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10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IS 테러가 영향을 줬다고 봐야겠죠,

세계 각국 역시 이번 IS 테러를 지켜보며 테러 위협이 아직 전 세계에 여전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죠,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새로운 상처가 그 자리에 다시 돋고 있다는 겁니다.

[앵커]

지금까지 9.11 테러 20주년을 앞두고 뉴욕과 두바이, 워싱턴 현지를 연결해 소식 들어봤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촬영:방병훈 지한샘/영상편집:양의정 한찬의 고응용/그래픽:한종헌 이근희/자료조사:김경연 권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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