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수 쪼개고·유령 직원 만들고…‘5인 기준 피하기’ 꼼수

입력 2021.10.01 (21:34) 수정 2021.10.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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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일)부터 월요일까지 사흘 연휴입니다.

다음주도 마찬가집니다.

확대된 대체공휴일 제도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못 받는 노동자가 적게 잡아도 455만 명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휴일 뿐만 아니라 해고나 수당, 휴가, 또 여러가지 여성 보호 제도에서도 차별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출발은 '5인 미만', '5인 이상'... 이렇게 인원 수 따라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노동법 체계입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고, 이게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 다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노동법이 영세사업장을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 김준범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모든 노동법의 모태, 바로 근로기준법이죠.

근로기준법 제11조.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법이 이렇다보니까 노동자의 권리인 주 52시간제, 야간·휴일수당, 연차휴가, 생리휴가 등등.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을 근간으로 삼는 다른 법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체공휴일법, 중대재해처벌법, 직장내괴롭힘금지 조항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이른바 큰 기업보다 급여나 복지, 작업 환경 등이 더 열악할 겁니다.

처지가 어려우면, 더 보호하는 게 상식일텐데, 우리 노동법은 정반대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80여 개 시민단체가 모여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 공동행동'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동법 탓에 생겨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분양대행사에서 상담사로 일했던 김소연 씨, 지난 5월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김소연 : "일회용, 일회용처럼 생각을 많이 해요. '짐 싸!' 그러면 군말 없이 나가야 되는 거예요."]

김 씨와 함께 일한 동료는 모두 50여 명.

'5인 이상'이면 부당해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이 모두 개인사업자라며 아예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소연 : "(개인사업자셨으면 근로시간이나 장소 같은 건 좀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보통 아침 열시까지 들어가서 출근부 사인을 해요. 퇴근시간도 저희 마음이 아니에요. 끝나고 나면 항상 업무일지 써야되잖아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피하기 위한 꼼수입니다.

노동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인정해 김 씨를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김소연 : "(혹시 다른 사례도 들어보셨어요?) 5인 미만 쪼개기 사업장? 저하고는 좀 다른데. 호텔이라고 들었어요."]

[이수영/전 호텔 직원 : "00호텔 4호점에서 실장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10시부터 그 다음날 10시까지 24시간 교대했죠."]

이수영 씨도 다섯 달 동안 일했던 호텔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수영/전 호텔 직원 : "하루를 쉬게 해달라고 했다가 잘렸습니다. 해고당했습니다."]

휴일도, 야간수당도 보장하지 않는 작업환경에 황당한 해고까지.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5호점까지 있는 이 호텔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각 호텔 지점이 모두 별도의 회사로 등록돼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수영 : "(실제로 같이 일하셨던 분들은 몇 분 정도 되셨어요?) 기본적으로 15명 정도? 단톡에 이미 적어도 15명 이상이란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했죠. '숙박 대실 상황 카톡에 올리세요' 그러면 1호점 숙박 몇, 2호점 숙박 몇..."]

고용노동청은 이 호텔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편법과 꼼수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노동청에 고발한 기업체만 100곳에 이릅니다.

[하은성/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대부분 조항을 적용하고 있지 않은데, 해고나 여러가지 의무에서 자유롭다보니까 근로자 자유이용권처럼 일을 시킬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가운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무려 65%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 김연수/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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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수 쪼개고·유령 직원 만들고…‘5인 기준 피하기’ 꼼수
    • 입력 2021-10-01 21:34:23
    • 수정2021-10-01 22: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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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일(2일)부터 월요일까지 사흘 연휴입니다.

다음주도 마찬가집니다.

확대된 대체공휴일 제도 덕분입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못 받는 노동자가 적게 잡아도 455만 명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휴일 뿐만 아니라 해고나 수당, 휴가, 또 여러가지 여성 보호 제도에서도 차별이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출발은 '5인 미만', '5인 이상'... 이렇게 인원 수 따라 일률적으로 구분하는 노동법 체계입니다.

왜 이런 제도가 생겼고, 이게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 다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지금 노동법이 영세사업장을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 김준범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리포트]

모든 노동법의 모태, 바로 근로기준법이죠.

근로기준법 제11조.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법이 이렇다보니까 노동자의 권리인 주 52시간제, 야간·휴일수당, 연차휴가, 생리휴가 등등.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보장받지 못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을 근간으로 삼는 다른 법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체공휴일법, 중대재해처벌법, 직장내괴롭힘금지 조항 모두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입니다.

'5인 미만 사업장'.

이른바 큰 기업보다 급여나 복지, 작업 환경 등이 더 열악할 겁니다.

처지가 어려우면, 더 보호하는 게 상식일텐데, 우리 노동법은 정반대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엔 80여 개 시민단체가 모여 '5인 미만 사업장 차별철폐 공동행동'을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동법 탓에 생겨나는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어떤 문제를 낳고 있는지,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분양대행사에서 상담사로 일했던 김소연 씨, 지난 5월 갑자기 해고를 당했습니다.

[김소연 : "일회용, 일회용처럼 생각을 많이 해요. '짐 싸!' 그러면 군말 없이 나가야 되는 거예요."]

김 씨와 함께 일한 동료는 모두 50여 명.

'5인 이상'이면 부당해고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장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직원들이 모두 개인사업자라며 아예 근로계약서를 써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소연 : "(개인사업자셨으면 근로시간이나 장소 같은 건 좀 자유롭게 할 수 있었어요?) 보통 아침 열시까지 들어가서 출근부 사인을 해요. 퇴근시간도 저희 마음이 아니에요. 끝나고 나면 항상 업무일지 써야되잖아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5인 이상 사업장' 기준을 피하기 위한 꼼수입니다.

노동위원회도 이런 사실을 인정해 김 씨를 노동자로 인정했습니다.

[김소연 : "(혹시 다른 사례도 들어보셨어요?) 5인 미만 쪼개기 사업장? 저하고는 좀 다른데. 호텔이라고 들었어요."]

[이수영/전 호텔 직원 : "00호텔 4호점에서 실장으로 일을 했었습니다. 10시부터 그 다음날 10시까지 24시간 교대했죠."]

이수영 씨도 다섯 달 동안 일했던 호텔에서 해고를 당했습니다.

[이수영/전 호텔 직원 : "하루를 쉬게 해달라고 했다가 잘렸습니다. 해고당했습니다."]

휴일도, 야간수당도 보장하지 않는 작업환경에 황당한 해고까지.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5호점까지 있는 이 호텔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됐기 때문입니다.

각 호텔 지점이 모두 별도의 회사로 등록돼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사업장 쪼개기'를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수영 : "(실제로 같이 일하셨던 분들은 몇 분 정도 되셨어요?) 기본적으로 15명 정도? 단톡에 이미 적어도 15명 이상이란 말이에요 기본적으로. 같은 직원이라고 생각했죠. '숙박 대실 상황 카톡에 올리세요' 그러면 1호점 숙박 몇, 2호점 숙박 몇..."]

고용노동청은 이 호텔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편법과 꼼수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한 시민단체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라며 노동청에 고발한 기업체만 100곳에 이릅니다.

[하은성/노무사·권리찾기유니온 정책실장 :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근로기준법) 대부분 조항을 적용하고 있지 않은데, 해고나 여러가지 의무에서 자유롭다보니까 근로자 자유이용권처럼 일을 시킬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 가운데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무려 65%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강희준 김연수/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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